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물을 내놓았다가 중개해 주던 공인중개사가 직접 매수인으로 나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도인분들 중 상당수는 “이 가격에는 아무도 안 살 것 같다, 마침 내가 사겠다”는 중개사의 말을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경우였습니다. 중개사가 오랫동안 동네를 봐 온 전문가라는 믿음 때문에 시세를 따로 확인하지 않았고, 나중에 인근 실거래가나 중개사의 전매 가격을 보고서야 “내가 속은 것 아닌가, 이 계약은 무효가 아닌가” 하고 문의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중개사의 직접 거래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보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법을 어긴 거래’라는 사실과 ‘계약이 무효’라는 결론은 별개이며, 계약을 되돌리려면 따로 주장할 법적 근거와 증거가 필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중개사가 직접 매수한 계약이 어떤 경우에 문제되는지, 무효·취소를 다툴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이 금지하는 행위입니다
중개사는 의뢰인의 상대방이 아니라 의뢰인 편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6호는 개업공인중개사등이 하여서는 안 되는 행위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행위(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6호).
이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중개사는 매물의 호가, 실제 매수 문의, 주변 개발 정보, 매수 희망자의 지불 능력 같은 정보를 거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스스로 매수인이 되면, 의뢰인에게는 “이 가격이면 잘 받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 정보로 이익을 보는 이해충돌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의뢰인이 내놓은 물건을 중개사 본인이 사들이는 경우뿐 아니라, 중개사 본인이 거래당사자가 되는 형태라면 직접 거래 금지의 문제가 됩니다. 중개사가 매수한 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사게 하는 경우에는 실질이 누구의 거래인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중개사가 중개를 맡긴 의뢰인에게서 직접 사들이는 것 자체가 법이 금지하는 행위입니다.
2. 법을 어긴 중개사는 처벌과 행정처분을 받지만, 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직접 거래 금지 위반은 형사·행정 책임의 문제이고, 계약의 효력은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제33조 제1항 제6호를 위반한 중개사는 같은 법 제48조 제3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또한 등록관청은 제38조 제2항 제9호에 따라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취소할 수 있고, 제39조 제1항 제11호에 따라 6개월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도 있습니다. 소속 지자체에 신고하면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법을 어겼으니 계약도 무효”라는 결론은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9677 판결은 이 규정의 취지가 중개사가 거래 중 알게 된 정보를 자기 이익에 이용해 의뢰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으려는 데 있다고 보면서도, 이를 위반한 거래행위가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해야 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적·반도덕적이라고 볼 수 없고 입법 목적을 위해 효력을 부인할 필요도 없다고 하여, 이 규정을 효력을 좌우하지 않는 단속규정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므로 “중개사가 직접 샀다”는 사실만으로 매매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내면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단속규정이라는 판단이 곧 중개사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계약의 효력과 별개로 형사처벌, 행정처분,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남고, 아래에서 보는 다른 법리로 계약을 다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거래 금지는 단속규정이므로, 무효를 주장하려면 이 규정이 아니라 다른 법적 근거를 세워야 합니다.
3. 헐값 매매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현저한 가격 불균형에 의뢰인의 궁박·경솔·무경험과 중개사의 이용 의사가 겹쳐야 합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다면 가장 먼저 검토할 근거는 민법 제104조입니다.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민법 제104조).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세 가지가 함께 입증되어야 합니다. 첫째,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시세가 5억원인 아파트를 3억원대에 넘겼다는 식으로 객관적인 가치 차이가 분명해야 하며, 이는 감정평가나 인근 실거래가로 입증합니다. 둘째, 의뢰인이 급박한 사정(궁박), 신중하지 못한 판단(경솔), 거래 경험 부족(무경험) 중 하나의 상태에서 계약했어야 합니다. 셋째, 상대방인 중개사가 그 사정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었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개사라는 지위가 의미를 갖습니다. 시세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매도인에게 “이 가격이 한계다”라고 말하며 사간 경우라면, 매도인의 경솔·무경험과 중개사의 인식·이용 의사를 인정할 여지가 일반 매매보다 커집니다. 반면 매도인이 시세를 알고 있었거나, 여러 곳에 내놓아 본 뒤 스스로 가격을 정한 경우라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불공정 법률행위로 인정되면 처음부터 무효이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와 대금 반환 관계를 정리하게 됩니다. 다만 중개사가 이미 제3자에게 되팔았다면 사정이 복잡해지므로, 계약 직후 가능한 한 빨리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검토해야 합니다.
단속규정 위반만으로는 어렵지만, 헐값과 이용 정황이 입증되면 민법 제104조로 계약 자체를 무효로 돌릴 수 있습니다.
4. 시세를 속이고 사갔다면 사기 취소와 형사 고소까지 가능합니다
“이 가격이 최고”라는 거짓말이 있었다면 계약 취소, 손해배상, 사기죄까지 문제됩니다.
중개사가 단순히 싸게 샀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했다면 책임은 훨씬 무거워집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매수 문의가 있었는데도 “문의가 한 건도 없다”고 하거나, 인근 시세를 실제보다 낮게 말하거나, 곧 개발 호재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경우입니다. 이런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가 금지하는 거래상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된 언행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제49조 제1항 제10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민사적으로는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고(민법 제146조),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민법 제110조 제3항). 따라서 중개사가 이미 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겼다면 계약 취소보다 손해배상 청구가 현실적인 경로가 되기도 합니다.
형사적으로는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문제됩니다.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며,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중개사가 사실을 속였다는 기망행위와 그로 인해 매도인이 처분행위를 했다는 인과관계, 중개사의 편취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싸게 샀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말로 어떻게 속였는지가 대화 녹음·문자·카카오톡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또한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때 배상할 책임을 정하고 있고, 제3항에 따라 보증보험이나 공제 가입이 의무이므로 이를 통한 손해 회복도 검토 대상입니다.
단순한 헐값 매수와 달리 거짓말이 있었다면 사기 취소·사기죄·손해배상까지 길이 열립니다.
5. 계약 후 대응은 증거 확보, 처분 방지, 신고·고소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기 전에 처분을 막아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증거 수집과 시세 감정 → ②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 → ③관할 시·군·구청 신고 및 경찰서 고소장 접수(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민사소송(수원지방법원) 진행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기망이 입증되는 사건이라면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수사 기록이 민사 입증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확인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매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중개 의뢰 당시의 대화·문자·통화 녹취를 모아 중개사가 가격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으로 계약 전후 인근 거래 가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감정평가를 받아 계약 당시 시가를 객관적으로 정리합니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중개사가 이미 되팔았는지, 근저당 등 새 권리가 설정되었는지 확인하고, 아직 중개사 명의라면 처분금지가처분을 서두릅니다.
세 가지가 정리되어야 민법 제104조 무효 주장으로 갈지, 사기 취소와 형사 고소로 갈지, 손해배상으로 갈지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중개사와 오랜 관계였거나 믿고 맡긴 분일수록 “내가 잘못 판단했겠지” 하며 문제 제기를 미루다가 되팔림이나 시간 경과로 구제 수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싸게 팔아넘긴 매도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분노보다, 어떤 말과 어떤 정황이 시세를 속였거나 이용했음을 보여주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거가 쌓일수록 무효 주장, 취소, 고소 모두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직접 매수를 문제 삼는 상대방을 마주한 중개사 입장에서도 “내가 산 것이니 당사자 간 거래”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가격 형성 경위와 설명 내용, 시세 자료를 어떻게 갖추었는지에 따라 형사·행정·민사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거래 분쟁에서 헐값 매도를 다투는 쪽과 방어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와 처분을 막았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계약이 석연치 않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개사가 직접 사는 것이 불법이라면 계약은 무효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직접 거래 금지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보아, 위반만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려면 불공정 법률행위나 사기 같은 별도 근거가 필요합니다.
Q. 시세보다 얼마나 싸야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되나요?
A. 일정한 비율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객관적 가치와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의뢰인의 궁박·경솔·무경험과 중개사의 이용 의사가 함께 인정되어야 하므로 사안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Q. 중개사가 처벌받으면 계약도 자동으로 되돌려지나요?
A. 아닙니다. 형사처벌과 계약의 효력은 별개입니다. 중개사가 처벌받더라도 계약을 되돌리려면 민사상 무효 확인이나 취소, 손해배상 청구를 따로 해야 합니다.
Q. 중개사가 이미 제3자에게 되팔았는데 방법이 있나요?
A. 사기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어려워지지만, 중개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는 여전히 가능합니다. 중개사 명의로 남아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을 서둘러야 합니다.
Q. 중개사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없으면요?
A. 개업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라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하므로,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는 보증 한도 안에서 회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Q.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요?
A.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한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면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절차가 검토되고, 형사 처벌은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두 절차는 병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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