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조합설립인가가 난 뒤에야 “동의서가 위조됐다”, “동의율이 모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소송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조합이 잘못 만들어졌으니 조합을 상대로 결의 무효 소송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 “시청에 항의하면 인가를 거둬 주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을 잘못 잡고 소송을 내면 몇 달이 지난 뒤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되고, 그사이 제소기간이 지나 버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조합에 행정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으로 보고, 인가 이후에는 조합설립결의의 하자를 따로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없고 인가처분 자체를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조합설립인가를 다투려면 누구를 피고로 삼아야 하는지, 어떤 소송을 어느 시기까지 내야 하는지, 그리고 소송 전에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조합설립인가를 다투는 소송의 피고는 인가를 한 행정청입니다
조합설립인가는 행정처분이므로, 조합이 아니라 처분을 한 시장·군수·구청장이 피고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관할 시장·군수 등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인가가 나는 순간 조합은 법인격을 얻고,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공법상 지위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인가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확인받고 싶다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항고소송의 피고는 원칙적으로 처분을 한 행정청입니다(행정소송법 제13조). 서울이라면 해당 구청장, 경기도라면 해당 시장·군수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인가권자가 누구인지는 인가서에 적힌 처분청을 그대로 확인하면 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문제는 조합이 만들었으니 조합이 피고”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조합은 인가처분의 상대방일 뿐 처분청이 아닙니다. 피고를 잘못 지정했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고를 경정할 수 있지만(행정소송법 제14조), 그 사이 제소기간이 지나면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조합설립인가를 다투는 소송은 조합이 아니라, 인가를 한 시장·군수·구청장을 상대로 합니다.
2. 인가가 난 뒤에는 조합설립결의만 따로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없습니다
인가 후 결의 하자는 민사 확인소송이 아니라 인가처분 취소·무효확인 소송으로 다툽니다.
인가 전에는 조합설립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가능하지만, 인가가 난 뒤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재건축조합 설립인가가 단순한 보충행위가 아니라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설정하는 설권적 처분이라는 점을 들어, 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곧바로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해야 하고 결의 부분만 따로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행정청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재건축조합설립인가처분을 하면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 재건축조합이 설립되는 것이므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를 이유로 직접 항고소송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하고 조합설립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 민사소송으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이미 조합을 상대로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내 두셨다면, 법원이 관할 행정법원으로 이송하거나 당사자소송으로 변경하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실질적으로는 인가처분 항고소송으로 정리되므로, 피고를 처분청으로 바로잡고 청구 취지를 인가처분의 취소·무효확인으로 맞춰야 합니다.
조합 상대 소송이 열려 있는 영역도 있습니다. 인가 이후 조합 총회에서 이루어진 개별 결의의 효력(예컨대 시공사 선정 결의)은 조합을 상대로 다투고, 관리처분계획처럼 조합이 행정주체로서 하는 처분은 조합을 피고로 하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이 글의 주제인 설립인가 자체는 처분청 상대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인가 이후에는 “누가 만든 결의인가”가 아니라 “누가 인가했는가”를 보고 피고를 정해야 합니다.
3.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은 제소기간이 다르므로 사유부터 가려야 합니다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면 무효확인으로, 그렇지 않으면 90일 안에 취소소송으로 다퉈야 합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반면 무효확인소송에는 이 제소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효확인만 내는 것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무효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만 인정되기 때문에, 법원이 무효까지는 아니라고 보면 청구가 기각되고 그 사이 취소소송 기간은 지나 있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취소와 무효확인을 함께 청구하고, 법원이 무효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취소 사유는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인가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90일이 계산되므로, 인가고시가 있었던 날과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날을 모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동의율 기준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다릅니다.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동의가, 재건축은 주택단지 안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동의와 전체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합니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 동의서 하나하나의 효력을 따져 이 기준에 미달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 쟁점입니다.
동의서 자체의 방식에도 법정 요건이 있습니다. 자필서명, 신분증명서 사본 첨부 등 동의 방법(같은 법 제36조)을 지키지 않은 동의서는 동의율 계산에서 빠질 수 있고, 인가 신청 이후에는 동의 철회가 제한된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제소기간 90일을 놓치지 않는 것이 소송의 출발점이고, 무효 주장은 보충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변경인가가 있었다면 어떤 처분을 다툴지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변경인가는 당초 인가를 전제로 하므로, 하자가 당초 인가에 있는지 변경인가에 있는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조합은 설립 후 정관, 조합원 구성, 정비구역 범위 등이 바뀌면 변경인가를 받습니다. 대법원은 변경인가를 당초 인가의 유효함을 전제로, 동일성을 유지한 채 일부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사항을 추가하는 처분으로 봅니다. 따라서 하자가 당초 설립인가의 동의 요건에 있다면 당초 인가를 다투어야 하고, 변경인가에만 하자가 있다면 변경인가를 다투어야 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소송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당초 인가의 하자만 다투고 변경인가를 함께 다투지 않으면, 변경인가가 별도의 처분으로 남아 있어 판결의 실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초 인가를 다투지 않고 변경인가만 다투면 동의 요건이라는 핵심 쟁점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소송 대상이 둘 이상이면 각 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당초 인가는 이미 기간이 지났더라도 변경인가는 아직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인가·변경인가 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행정소송법 제23조)를 함께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집행정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인정되므로, 단순히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당초 인가와 변경인가 중 어디에 하자가 있는지 가리는 것이 피고와 청구 취지를 정하는 기준입니다.
5. 행정청 상대 소송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인가 서류와 동의서 열람부터 확보하면 소송의 승패가 달라집니다.
조합설립인가 소송은 통상 ①인가 사실 확인과 인가 신청 서류 정보공개 청구 → ②관할 법원(서울은 서울행정법원, 수원 관내 처분이라면 수원지방법원) 소장 접수 → ③동의서 효력과 동의율 쟁점 심리 → ④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행정심판을 먼저 거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제소기간을 고려해 곧바로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의서는 원본 확인이 가능해야 효력 다툼이 구체화됩니다. 소송 전에 아래 순서대로 자료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합설립인가서와 인가 고시의 날짜, 인가권자(처분청)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정보공개 청구로 인가 신청 때 제출된 동의서와 동의율 산정 내역을 받아 위조·방식 위반·철회 여부를 대조합니다.
당초 인가 이후 변경인가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각 처분일과 내가 안 날을 표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쟁점을 정리한 뒤 정비사업과 행정소송 양쪽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면 피고 지정, 청구 취지, 제소기간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조합설립인가 문제는 “이미 다 끝난 일 아닌가”, “조합 사람들과 얼굴 붉히기 싫다”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은 지나가고, 그 사이 사업은 계속 진행됩니다.
인가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소유자 입장에서는 소송 상대와 청구 취지를 정확히 잡는 것이 먼저이고, 동의서와 인가 이력 자료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반대로 조합 입장에서도 인가처분이 다퉈지면 보조참가 등으로 대응하게 되므로, 동의서 보관과 동의율 산정 근거를 갖추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행정청이 피고라는 구조를 이해해야 전략이 서습니다.
저는 정비사업 관련 분쟁에서 인가를 다투는 소유자와 사업을 지키려는 조합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피고와 청구 취지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제소기간이 남아 있을 때가 선택지가 가장 많은 시점입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내면 안 되나요?
A. 인가 전이라면 가능하지만, 인가 후에는 대법원이 결의 부분만 따로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인가처분의 취소·무효확인을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Q.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의 피고는 누구인가요?
A. 인가를 한 시장·군수·구청장 등 처분청입니다. 인가서에 적힌 인가권자를 확인해 피고로 지정하시면 됩니다.
Q. 인가를 안 지 90일이 지났는데 더 다툴 수 없나요?
A. 취소소송은 어렵지만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면 제소기간 제한이 없는 무효확인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효 인정 문턱이 높아 사안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Q. 동의서를 위조당했는데 동의율 계산에서 빠지나요?
A. 위조되었거나 법정 방식을 갖추지 못한 동의서는 동의율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제외한 뒤에도 법정 동의율에 미달하는지가 인가 하자의 핵심입니다.
Q. 소송을 내면 조합 사업이 바로 멈추나요?
A. 소송을 낸다고 자동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집행정지를 별도로 신청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를 소명해야 합니다.
Q. 변경인가가 여러 번 있었다면 어느 처분을 다퉈야 하나요?
A. 하자가 어느 처분에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동의 요건 문제라면 당초 인가를, 변경 내용에 하자가 있다면 해당 변경인가를 대상으로 하되, 각 처분의 제소기간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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