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금난이나 시공사 부도로 건물 신축 공사가 기초공사 단계에서 멈춰 서고, 그 땅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현장을 지키던 시공사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시공사 대표님들 중 상당수는 “공사대금을 못 받았으니 현장을 점거하고 있으면 땅도 건물도 우리가 쥐고 있는 것”, “펜스 치고 현수막 걸어 두었으니 유치권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반대로 경매로 땅을 낙찰받은 분들은 “터파기와 철근 몇 줄 올라간 현장에 무슨 유치권이냐”며 맞서고, 결국 몇 년씩 소송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유치권을 판단할 때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인지,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점유를 시작했는지를 엄격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기초공사만 마친 현장은 건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불투명하기 때문에, 일반 완공 건물보다 쟁점이 훨씬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기초공사만 하고 멈춘 공사현장에서 유치권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그리고 시공사와 낙찰자가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유치권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치권이 생기지 않고, 채권과 물건 사이의 견련성이 핵심입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① 타인의 물건을 ② 점유하고 있을 것, ③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있을 것, ④ 그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했을 것이라는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하고, 점유가 불법행위로 시작된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초공사 현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세 번째 요건인 견련성입니다. 시공사가 받지 못한 돈이 ‘건물을 짓는 공사대금’인지, ‘땅을 고르고 파일을 박는 토목·기초 공사대금’인지에 따라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상이 달라집니다. 건물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을 토지에 대한 유치권의 근거로 삼는 것은 법원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영역이어서, 이 부분은 뒤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 유치권을 미리 포기하는 특약이 있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대출을 받는 건축주가 금융기관의 요구로 시공사에게 유치권 포기 각서를 받아 두는 일이 흔한데, 이런 특약이 있으면 점유와 채권이 모두 인정되어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유치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채권이 점유하는 물건 자체에 관하여 생긴 것이어야 합니다.
2. 기초공사만 한 상태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붙은 구조물일 수 있습니다
독립한 건물의 요건에 못 미치면 건물 유치권을 주장할 대상 자체가 없어집니다.
건물 신축 도급에서 수급인이 유치권을 주장하는 대상은 대개 ‘건물’입니다. 그런데 공사가 기초공사 정도에서 멈췄다면, 지금 그 현장에 있는 것이 법적으로 독립한 건물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독립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이라고 하기 위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독립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지면 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이 기준에 비춰 보면, 터파기와 버림콘크리트, 기초 철근 배근, 기초 슬라브 정도만 해 둔 현장은 기둥·지붕·주벽이 갖춰지지 않았으므로 독립한 건물로 보기 어렵고, 그 구조물은 토지에 부합된 물건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판결은 반대로 지상층은 골조만 올라간 상태였더라도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끝났다면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공사를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어디까지 완성되었는가’가 기준입니다.
이 구분은 유치권의 결론을 가릅니다. 기초 구조물이 토지의 일부로 평가되면 시공사가 유치할 ‘건물’은 존재하지 않고, 토지에 관한 채권인 토목·파일·터파기 공사대금으로 토지를 유치하는 문제만 남습니다. 반대로 독립한 건물로 평가되면 건물 공사대금채권과 건물 사이의 견련성이 인정되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이 논의됩니다. 실무에서는 현황 사진, 감리 기록, 기성고 확인서, 공정 보고서로 공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선행됩니다.
기초공사만 한 상태가 독립한 건물인지는 기둥·지붕·주벽 기준으로 판단되고, 이 판단이 유치권의 대상을 결정합니다.
3. 점유를 하고 있지 않거나 채무자를 통한 점유라면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펜스와 현수막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인 지배와 계속성이 필요합니다.
유치권은 점유가 생명입니다. 공사가 멈춘 현장에서 시공사가 장비와 자재를 철수하고 열쇠 없이 방치했다면 점유를 상실한 것이어서 유치권은 소멸합니다(민법 제328조). 반대로 현장에 직원을 상주시키거나 출입구를 시정하고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두었다면 점유의 외형을 갖춘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대법원은 채무자를 직접점유자로 하여 채권자가 간접점유하는 경우에는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치권은 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하여 채무자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인데, 목적물을 채무자가 직접 점유하고 있으면 그런 압박이 작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7다27236 판결). 건축주가 현장 열쇠를 그대로 갖고 있고 시공사는 ‘우리가 맡아 둔 것’이라고 주장하는 구조가 여기에 걸립니다.
점유는 또한 유치권 주장 기간 내내 이어져야 합니다. 중간에 점유가 끊겼다가 경매 직전에 다시 현장에 들어간 경우라면, 경매개시결정 시점과 점유 취득 시점의 선후가 문제됩니다. 이 부분은 다음 섹션에서 보겠습니다. 점유를 입증하는 자료로는 현장 CCTV, 경비 용역 계약, 출입 기록, 전기·수도 사용 내역, 유치권 행사 표지의 설치 시점을 보여 주는 사진 등이 쓰입니다.
유치권자는 현장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점유 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서 입증해야 합니다.
4. 경매개시결정 뒤에 점유를 시작했다면 낙찰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의 점유 취득과 허위 유치권 신고는 시공사에게 가장 큰 위험입니다.
부동산 경매가 시작된 뒤 현장을 점거하고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된 뒤에 비로소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거나 피담보채권이 발생하여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1다253710 판결).
따라서 시공사가 유치권을 주장하려면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이미 현장을 점유하고 있었고, 공사대금채권도 그 전에 발생해 변제기에 있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시점은 등기부등본의 압류 등기 날짜와 법원의 현황조사보고서로 확인됩니다. 낙찰을 고려하는 쪽에서는 입찰 전에 현황조사보고서에 점유자와 유치권 신고 내용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사건 기록상 점유 개시 시점이 언제로 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열람해야 합니다.
한편 실제로는 공사대금이 없는데도 유치권을 부풀려 신고하거나 허위로 점유를 꾸미는 경우에는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하면 형법 제31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법원을 속여 이익을 얻으려 한 경우라면 사기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 액수가 부풀려졌는지, 계약서와 세금계산서가 실제 공사와 일치하는지는 부존재확인소송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입니다.
유치권은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의 점유와 채권이 입증되어야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허위 신고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5. 유치권 다툼은 이런 순서로 정리하고 대응합니다
현황조사, 신고, 부존재확인 소송 순으로 이어지므로 각 단계의 자료를 미리 갖춰야 합니다.
유치권이 문제된 경매 사건은 통상 ①법원의 현황조사와 경매개시결정, 유치권 신고(수원 지역 현장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경매계) → ②입찰 및 매각허가 → ③낙찰자가 유치권 부존재를 다투는 소송 또는 시공사가 유치권 확인을 구하는 소송 → ④판결 확정 후 인도 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유치권 주장이 있으면 간이한 인도명령으로 정리되기 어려워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사든 낙찰자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기부등본에서 경매개시결정등기 날짜와 근저당권 설정일을 확인하고, 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 점유자와 유치권 신고가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대조합니다.
공사계약서, 기성 청구서, 세금계산서, 감리 보고서로 채권의 존재와 액수, 공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현장 사진, 출입 기록, 경비 계약 등으로 점유의 시작 시점과 계속성을 확인하고, 유치권 포기 특약이나 각서가 있는지 점검합니다.
이 자료가 갖춰지면 시공사는 어떤 채권으로 무엇을 유치할 수 있는지를, 낙찰자는 입찰가를 얼마로 잡을지와 소송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 사건은 시기를 놓치면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공사가 중간에 멈추면 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사도, 그 땅을 낙찰받은 사람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 증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어떤 채권으로 무엇을 유치할 수 있는지, 점유를 언제부터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낙찰을 받았거나 받으려는 입장에서는 입찰 전에 현황조사와 점유 개시 시점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유치권 부존재를 다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건축·부동산 분쟁과 형사 사건에서 시공사와 낙찰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점유 시점과 채권 성격 한 가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초공사만 했는데도 공사대금으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건물에 대해서는 어렵습니다. 기둥·지붕·주벽을 갖추지 못하면 독립한 건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토목·파일 공사대금처럼 토지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면 토지에 대한 유치권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현장에 펜스를 치고 현수막을 걸어 두면 유치권이 인정되나요?
A.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현장을 지배했는지, 채무자를 통한 간접점유에 그치지 않는지가 중요합니다. 점유 시작 시점과 계속성을 보여 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Q. 경매가 시작된 뒤에 현장을 점거했는데 유치권이 되나요?
A. 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에 점유를 이전받았다면 낙찰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유치권 포기 각서를 써 줬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유치권 배제·포기 특약은 효력이 있어 점유와 채권이 있어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특약의 범위와 작성 경위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Q. 공사대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유치권 신고하면 처벌되나요?
A. 경매의 공정을 해한 것으로 평가되면 형법 제31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낙찰받았는데 시공사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유치권 부존재확인의 소 또는 건물 인도 소송으로 다투게 됩니다. 점유 시점, 채권의 실재 여부, 포기 특약 유무를 중심으로 입증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