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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자가 건물을 남에게 세놓았는데 유치권을 없앨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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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자가 건물을 남에게 세놓았는데 유치권을 없앨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공사대금이나 수리비를 받지 못했다며 건물을 점유하고 유치권을 주장하던 업자가, 비어 있는 건물을 제3자에게 세를 놓아 월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분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물 소유자분들 중 상당수는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세입자가 들어와 있으니 이제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반대로 유치권자 쪽에서는 “어차피 건물을 지키고 있으니 놀리느니 세를 놓는 게 낫다”, “월세는 공사대금에 보태려는 것”이라며 안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심이 유치권 자체를 잃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민법은 유치권자가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면 채무자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유치권자가 소유자 승낙 없이 목적물을 임대한 뒤 그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 역시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래에서는 유치권자가 건물을 남에게 세놓은 경우 유치권을 없앨 수 있는 요건이 무엇인지, 소멸청구를 한 뒤 세입자를 어떻게 내보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유치권자는 소유자 승낙 없이 건물을 세놓을 수 없습니다

유치권자에게는 점유할 권리는 있어도 사용·수익할 권리는 없습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권리입니다(민법 제320조). 핵심은 ‘돌려주지 않을 권리’이지 ‘그 물건을 쓰고 돈을 벌 권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치권은 채권 변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담보물권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324조 제1항은 유치권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할 의무를 지웁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채무자의 승낙 없이는 유치물을 사용하거나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정하고, 다만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예외로 둡니다. 건물을 세놓는 행위는 ‘대여’의 전형이므로 소유자의 승낙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라는 예외는 좁게 해석됩니다. 유치권자가 건물이 상하지 않도록 직접 거주하며 환기·난방을 하는 정도와, 제3자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사용권을 넘기는 것은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임대는 수익을 얻기 위한 처분에 가까워 보존에 필요한 범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치권자는 점유할 수 있을 뿐, 소유자 승낙 없이 건물을 세놓을 수는 없습니다.


2. 승낙 없이 임대하면 소유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24조 제3항의 소멸청구는 유치권 자체를 없애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민법 제324조 제3항은 유치권자가 같은 조 제1항과 제2항을 위반한 때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소멸청구는 소유자(채무자)가 유치권자에게 일방적인 의사표시를 하면 효력이 생기는 형성권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만 소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나중에 의사표시 도달 여부를 다투지 않도록 내용증명우편으로 통지하고 도달 사실을 남겨 둡니다.

최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유치권자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목적물을 임대한 경우, 그 후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따라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소멸청구는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이 판결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임대 당시의 소유자뿐 아니라 이후 경매·매매로 건물을 넘겨받은 새 소유자도 소멸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임대 사실만 입증되면 월세를 얼마 받았는지, 건물이 상했는지와 무관하게 의무 위반이 성립합니다.

다만 소유자가 임대에 승낙했다면 소멸청구는 할 수 없습니다. 임대 사실을 알고도 월세를 받아 가는 것을 묵인한 정황이 있는 경우 승낙이 있었는지가 다툼이 되므로, 소유자 측에서는 승낙한 적이 없다는 점을 문자·계약서 등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임대 사실과 승낙 부재가 입증되면 소유자는 유치권 자체를 없앨 수 있습니다.


3. 소멸청구를 하면 세입자도 건물을 비워야 합니다

유치권이 소멸하면 세입자의 점유 권원도 함께 사라집니다.

세입자가 들어와 있다고 해서 소유자가 손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입자의 사용 권한은 유치권자와의 임대차계약에서 나오는데, 유치권자 자신이 소유자에게 점유를 주장할 권리를 잃으면 그 아래의 세입자 역시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유치권이 소멸하면 유치권자는 건물을 인도해야 하고, 세입자는 소유자에 대해 점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소멸청구 이후의 절차는 통상 ①유치권자에게 내용증명으로 소멸청구의 의사표시 → ②유치권자와 세입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건물인도(명도) 청구 소송 제기 → ③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의 순서입니다. 사건의 규모에 따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해 두면, 소송 중에 점유자가 다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유치권자가 임대를 부인하며 세입자가 자기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거나, 세입자가 실제 직원·가족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임대차계약서, 월세 입금 내역, 사업자등록 여부, 전입신고 등 임대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물을 세놓은 사실만으로 유치권자의 점유가 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치권자가 임차인을 통해 간접점유를 계속하는 한 점유 상실로 유치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소멸청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멸청구 후에는 유치권자뿐 아니라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 인도를 구하게 됩니다.


4. 소멸청구를 하더라도 채무 자체는 남을 수 있습니다

유치권이 소멸해도 공사대금 등 피담보채권은 별개로 남습니다.

유치권이 소멸하더라도 유치권자가 가진 공사대금·수리비 채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자가 소멸청구를 하면 유치권자는 건물을 돌려줘야 하지만, 채권자로서 소유자에게 대금을 청구하거나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하는 길은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소멸청구는 ‘담보를 없애는 것’이지 ‘채무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소유자는 소멸청구와 별개로 공사 하자나 대금 과다 여부, 이미 지급한 금액, 상계할 수 있는 채권(월세 부당이득·손해배상)이 있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유치권자가 받은 월세는 승낙 없는 사용·수익으로 얻은 이익이므로, 소유자는 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경매 절차에서 건물을 매수하려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치권은 매수인이 인수하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신고된 유치권의 진정성이 중요한데, 임대 사실이 확인되면 소멸청구라는 대응 카드가 생깁니다. 입찰 전 현황조사서와 점유 관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유치권이 소멸해도 채무는 남으므로 대금 분쟁은 따로 정리해야 합니다.


5. 소멸청구부터 건물 인도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임대 사실의 증거 확보가 소멸청구 성패를 좌우합니다.

건물이 수원 관내에 있다면 ①임대 사실 확인 및 증거 수집 → ②유치권자에게 내용증명으로 소멸청구 → ③수원지방법원에 건물인도 청구 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 → ④판결 확정 후 수원지방법원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 순서로 진행합니다. 유치권자가 허위 공사대금으로 버티는 정황이 있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고소 여부와 수원지방검찰청 처분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소멸청구를 준비한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건물의 현재 점유자가 누구인지, 임대차계약서·월세 입금 내역·사업자등록 내역 등 임대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소유자가 임대에 승낙한 적이 없다는 점을 문자·이메일·통화 기록으로 정리하고, 승낙으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이 없었는지 점검합니다.

  3. 내용증명으로 소멸청구를 통지하고, 그 도달을 확인한 뒤 인도 청구와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병행합니다.

이러한 순서로 접근하면 유치권 소멸과 세입자 명도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고, 불필요한 소송 지연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유치권 건물 분쟁은 “점유하고 있는 쪽이 이긴다”는 막연한 인식 때문에 소유자가 초기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 소유자 입장에서는 유치권자가 세입자를 들였다는 사실이 오히려 유치권을 끝낼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임대 사실과 승낙하지 않은 사정을 입증할 자료를 모으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도 월세를 받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아닙니다.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단을 스스로 잃을 수 있으므로, 소유자 승낙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쪽과 이를 해소하려는 소유자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임대 사실 하나와 승낙 여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건물에 유치권이 걸려 있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바로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치권자가 월세를 받지 않고 지인에게 공짜로 빌려줬다면요?

A. 대여에는 무상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도 포함되므로 소유자 승낙이 없다면 소멸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용 허락의 경위는 개별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Q. 제가 임대 사실을 알고도 한동안 가만히 있었는데 소멸청구가 가능한가요?

A. 승낙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으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몰랐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적극적으로 허락한 것은 구분되므로, 당시 오간 연락 내용이 중요합니다.

Q. 소멸청구는 소송으로만 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형성권이어서 유치권자에게 의사표시가 도달하면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분쟁이 예상되면 내용증명으로 남기고, 이후 인도 청구 소송에서 소멸 여부를 함께 다투게 됩니다.

Q.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았는데 그 전에 있던 임대에 대해 소멸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최근 대법원은 임대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낙찰자는 임대 사실과 승낙 부재를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소멸청구를 하면 공사대금도 안 줘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소멸되는 것은 유치권이라는 담보물권뿐이고 공사대금 채권은 남습니다. 다만 하자, 과다 청구, 월세 부당이득 등으로 다툴 여지는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Q.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엔 못 나간다고 하는데요?

A. 세입자는 유치권자와 계약한 상대이므로, 보증금 반환은 일차적으로 유치권자에게 청구할 문제입니다.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별도 권원이 있는지는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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