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새로 산 집이나 시공을 마친 건물에서 누수, 균열, 곰팡이 같은 하자가 발견되어 몇 달씩 보수 문제로 씨름하다가 “수리비만 받고 끝내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몇 달을 곰팡이 속에서 살았으니 위자료는 당연히 나오겠지”, “하자가 명백하니 정신적 피해도 다 인정되겠지”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수리비와 차액 정도만 인정되고 위자료는 한 푼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크게 당황하십니다.
최근 법원은 계약 위반이나 재산권 침해 사건에서 재산적 손해가 배상되면 정신적 고통도 함께 회복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고, 위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하자 사건에서 위자료가 왜 쉽게 인정되지 않는지, 어떤 사정이 있어야 인정되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하자가 있어도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재산적 손해를 배상받으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 것으로 보는 것이 법원의 출발점입니다.
하자 사건에서 가장 먼저 이해하셔야 할 점은, 하자 때문에 고생한 것과 위자료가 인정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법원은 건물이나 물건의 하자로 인한 손해를 기본적으로 보수비용, 교환가치 감소분, 그 밖의 재산상 손해로 파악합니다.
이렇게 재산적 손해가 배상되면 그에 수반된 불편과 속상함은 이미 함께 보상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몇 달간 힘들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자료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도급계약이든 매매계약이든 하자 책임은 기본적으로 계약에서 나오는 책임이라서, 불법행위처럼 정신적 손해 배상이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이 점을 모르고 소장에 위자료 청구를 크게 잡았다가 소송 전략이 어긋나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하자로 고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고, 재산적 손해 배상이 정신적 고통까지 포괄한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위자료 이전에 하자담보책임으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이 먼저입니다
계약 유형에 따라 청구 근거와 행사 기간이 달라지므로 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매매로 취득한 주택이나 건물이라면 민법 제580조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정하고 있고, 같은 조는 제575조를 준용하여 매수인이 하자 때문에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계약 해제를, 그 밖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582조에 따라 이 권리는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몇 달간 보수를 요구하며 시간을 보내다 이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공사를 맡겨 지은 건물이라면 도급계약이 적용되어, 민법 제667조에 따라 수급인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하거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담보책임 기간은 민법 제670조와 제671조에서 목적물의 종류와 하자의 성격에 따라 달리 정하고 있고,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이라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와 그 시행령이 하자 부위별로 담보책임 기간을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법률관계로 하자 책임을 물을지에 따라 청구 가능한 항목과 기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위자료를 따지기 전에 계약서의 유형, 하자를 알게 된 시점, 보수 요구 내역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위자료는 부수적 청구이고, 계약 유형별 하자담보책임의 청구권과 기간을 먼저 확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3. 위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알 수 있었을 때 인정됩니다
재산적 손해 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위자료가 인정될까요. 대법원은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대방이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67971 판결).
같은 취지로 대법원 1991. 6. 11. 선고 90다20206 판결도 재산권 침해의 경우 재산적 손해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이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자 사건에 대입하면, 단순히 불편했다는 수준을 넘어 ① 하자가 장기간 방치되어 건강이 상할 정도로 거주 환경이 악화된 경우, ② 매도인이나 시공사가 하자를 알면서도 숨기거나 보수 요구를 반복적으로 묵살한 경우, ③ 신혼집·유일한 주거지처럼 목적물의 성격상 정신적 피해가 클 것을 상대방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경우 등이 이 ‘특별한 사정’을 주장할 때 중심이 되는 사정입니다.
위자료의 핵심은 하자의 존재가 아니라, 재산적 배상으로 메워지지 않는 고통이 있었고 상대방이 이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의 입증입니다.
4. 위자료 액수는 법원 재량이고, 입증 자료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위자료에는 정해진 기준표가 없어 정신적 피해를 객관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 법원이 하자의 정도, 방치 기간, 상대방의 태도, 당사자의 사정 등을 종합해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얼마 받았다”는 식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크지 않고, 사건마다 편차가 큽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뒷받침해야 할까요. 우선 하자의 정도와 기간을 보여주는 사진·영상·하자 감정 결과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곰팡이나 누수로 인한 호흡기 질환, 수면장애, 불안 증상 등이 있었다면 진단서와 진료기록이 가장 강력한 자료가 됩니다. 아울러 임시 거처 비용, 이사 비용, 보수 요청에 대한 상대방의 거절 내용이 담긴 문자·카카오톡·내용증명도 ‘상대방이 사정을 알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입니다.
한편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고 판 경우에는 민사 책임을 넘어 형사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알고 있던 중대한 하자를 숨긴 것이 기망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고지 의무의 존재와 하자를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경우 형사 절차에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상 위자료 입증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정신적 고통은 말이 아니라 진료기록과 상대방의 거절 기록 같은 객관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
5. 하자 발견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하자 통지와 증거 보전을 서두를수록 청구 기간 문제와 입증 문제를 모두 막을 수 있습니다.
하자 사건은 통상 ①하자 사실을 상대방에게 서면(내용증명)으로 통지하고 보수·배상을 요구 → ②하자 감정 등 증거 보전 → ③협의가 안 되면 민사 소송 제기(수원 지역 목적물이라면 수원지방법원) → ④필요한 경우 형사 고소(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청구 기간이 짧은 매매 사건이라면 ①의 통지만으로 기간이 끝나는 것은 아니므로, 기간 안에 소송 등 권리 행사를 하는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우선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계약서와 하자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을 확인해 매매인지 도급인지, 청구 기간이 남아 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하자 부위 사진·영상, 보수 요청 대화 기록, 상대방의 답변을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하자 감정을 준비합니다.
건강 이상이나 생활 장애가 있었다면 병원 진료를 받고 진단서·진료기록을 확보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갖추면 보수비와 손해배상,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범위의 위자료를 함께 청구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하자 문제는 “조금만 기다리면 고쳐주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청구 기간이 지나거나 증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자로 고생하신 분의 입장에서는 위자료만 앞세우기보다 보수비와 손해배상 청구를 단단히 세우고, 정신적 고통은 진료기록과 거절 기록으로 뒷받침하는 편이 결과에 유리합니다.
반대로 하자 책임을 추궁당하는 매도인이나 시공사 입장에서도 위자료 청구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하자를 알았는지와 보수 요청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책임의 범위를 가릅니다.
저는 건축·부동산 분쟁에서 하자 책임을 묻는 쪽과 방어하는 쪽의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유형과 기간, 증거의 선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청구 기간이 남아 있을 때가 가장 선택지가 많은 시점입니다. 지금 상황이 고민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자 때문에 몇 달 고생했는데 위자료를 무조건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재산적 손해가 배상되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어서, 특별한 사정과 상대방의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어야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Q. 어떤 사정이 있으면 위자료가 인정되기 쉬운가요?
A. 하자를 알면서 숨겼거나 보수 요구를 계속 묵살한 경우, 하자로 건강이 상한 경우처럼 재산적 배상만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고통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알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Q. 매매한 집의 하자는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582조에 따라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보수 협의를 하는 동안에도 기간은 흘러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Q. 위자료 금액은 어느 정도가 인정되나요?
A. 정해진 기준표는 없고 법원이 하자 정도, 방치 기간, 상대방의 태도 등을 종합해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진단서와 거절 기록 같은 객관 자료가 중요합니다.
Q. 하자를 숨기고 판 매도인을 형사 고소할 수도 있나요?
A. 하자를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에 해당하고 편취 의사가 인정되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하자를 알았는지가 핵심 쟁점이어서 사안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Q.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 입증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형사 고소는 합의 압박 수단으로 쓰이면 안 되므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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