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에 정식 등록된 부동산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실거주하긴 할 건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 미리 합의금을 정하자고 했습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을 때,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이유로 갱신요구를 거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렇듯 임대인이 실거주를 주장하는 경우, 임차인은 갱신 거절을 받아들이고 이사를 나오게 되는데요.
막상 이사갈 집을 계약을 마치고 임대인에게 연락을 하면 '내가 실거주하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합의를 좀 하자'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임대인의 합의 제안을 뿌리치고 이사를 한 후, 제3자에게 재임대를 한 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를 소개드리겠습니다.
※ 이 사례는 최아란 변호사가 직접 수행한 사례입니다.

실거주 할거지만 혹시 모르니 합의하자던 사건
사실관계
2021년 말경, 서울의 전셋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살던 A씨는 집주인 B씨로부터 ‘만기가 되면 내가 들어가 살 예정이니 재계약을 할 수 없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는 계약을 갱신하고 싶었지만, 임대인이 살겠다고 하는 마당에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A씨는 가까운 곳에 새 전셋집을 구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새 전셋집 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약 열흘 뒤, B씨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습니다.
“나(B씨) 또는 내 어머니가 입주할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을 때를 대비해서 합의하는 게 어떻겠냐”라며 합의금을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B씨의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실거주한다고 해서 갱신을 거절했으면 실거주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A씨가 이사를 나온 바로 그날, B씨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재임대를 놓았습니다.

임대인의 합의제안, 임차인의 거절
임대인이 주장한 사유
B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가 소유한 다른 부동산을 팔아서 A씨에게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려고 했다.
그런데 A씨의 임대차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까지 그 다른 부동산이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A씨의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소송 전략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게 된 데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갱신 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B씨가 A씨의 임대차계약 만료에 맞추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것, B씨 소유의 다른 부동산이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이 사건에서는 B씨가 주장하는 사유는 예측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투었습니다.
판결 결과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A씨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송에서 인정된 금액은 사전에 제시됐던 합의금보다 컸습니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가소276487 판결 (이 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판결 이유 기재가 생략되었습니다)

갱신청구권 임차인 승소 판결문
이 사건에서 볼 점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임대인은 임차인과 소액으로 합의한 다음 재임대나 매매를 추진할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그러나 임대인이 제안하는 합의금은 대개 이사 비용 명목의 적은 금액인 반면에 부당한 갱신거절에 대한 손해배상 금액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그러므로 섣불리 합의에 응하기보다는 합의금 vs 손해배상청구금액 사이의 다과를 비교해본 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글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 전문 변호사 최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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