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발주자가 금액 변경 승인을 거절해도 합의가 해지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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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발주자가 금액 변경 승인을 거절해도 합의가 해지된 것은 아니다 

강대현 변호사

하도급 공사 중에 설계가 바뀌어 공사금액이 늘었는데, 발주자가 변경된 직접지급 합의서에 날인을 해주지 않으면 기존 직접지급 합의까지 사라진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수급사업자가 많습니다. 원사업자 쪽에서 "발주자가 승인을 안 했으니 직불 합의는 끝났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6. 2. 26. 선고 판결에서, 발주자가 변경 합의서에 날인이나 승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기존 직접지급 합의가 해지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직접지급 합의가 어떤 구조인지, 금액 변경 승인 거절이 왜 합의해지로 이어지지 않는지, 수급사업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3자 합의의 효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이 정한 제도입니다. 발주자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수급사업자에게 곧바로 지급하도록 해서, 원사업자가 도산하거나 대금을 떼먹더라도 시공을 한 수급사업자가 대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직접 지급 사유는 네 가지입니다.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 등으로 수급사업자가 요청한 때(제1호),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3자가 직접지급에 합의한 때(제2호),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아 수급사업자가 요청한 때(제3호), 원사업자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급사업자가 요청한 때(제4호)입니다.

이 중 제2호의 3자 합의, 흔히 '직불합의'는 수급사업자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아도 효력이 생긴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판례는 직불합의가 있으면 수급사업자가 합의 범위 안에서 실제로 시공을 하는 순간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별도의 직접지급 요청이 필요 없다고 봅니다. 청구권이 발생하면 제14조 제2항에 따라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함께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쉽게 말해 발주자 돈이 원사업자를 건너뛰어 수급사업자에게 가는 길이 법으로 열리는 셈입니다.

직불합의가 있으면 수급사업자가 시공한 만큼 직접지급청구권은 별도 요청 없이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와 원사업자의 대금채무도 소멸한 것으로 본다.

공사금액이 바뀌면 생기는 문제 — 직불합의금액과 변경 합의서

직불합의서에는 보통 하도급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한 직불합의금액이 적힙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설계변경, 물량 증가, 추가 공정이 생기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하도급금액이 늘어납니다. 이때 변경된 금액을 직불합의에도 반영하려면 세 당사자가 변경 합의서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발주자가 이 변경 합의서에 날인이나 승인을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발주자는 원도급금액을 기준으로 자신이 부담할 대금의 범위를 따지기 때문에, 늘어난 하도급금액 전부를 직접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고 승인을 거절하는 일이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원사업자나 발주자가 "변경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으니 직불합의 자체가 실효됐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변경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것과 기존 합의가 해지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변경 승인 거절은 '늘어난 금액에 대해 새 합의가 없다'는 사실에 그칠 뿐이고,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기존 직불합의금액의 범위까지 지워버리는 사유가 아닙니다.

  • 기존 직불합의 —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가 이미 날인한 합의로, 그 합의금액 범위에서 효력을 유지.

  • 변경 합의서 — 늘어난 금액까지 직불로 포함하자는 새 합의로, 발주자 승인이 없으면 그 증액분에는 효력이 없음.

  • 발주자의 승인 거절 — 변경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기존 합의를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아님.

대법원 2025다215212 판결 — 사안의 경위와 결론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다215212 판결의 사안은 지하철 출입구 건설공사의 하도급이었습니다. 발주자(지방자치단체)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직불합의가 2019. 5. 1. 체결됐고, 이후 하도급금액이 바뀌면서 직불합의금액이 두 차례 변경됐습니다. 그런데 2020. 12. 무렵 원사업자(공동수급체)와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금액을 더 늘리는 내용의 직불합의서를 새로 작성했는데도 발주자는 날인이나 승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발주자는 2021. 10.에 "직접지급 총금액이 발주자의 대금지급의무 범위를 초과하므로 직접지급 미합의를 통보한다"며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조치를 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원심은 이런 사정과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노무비 일부를 지급한 사실을 들어, 직불합의가 2021. 11. 무렵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돼 실효됐다고 보고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발주자가 변경 합의서에 날인·승인을 하지 않은 것은 직불합의금액의 변경에 관한 의사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사정일 뿐이라고 보았고, 지급보증 요구 공문도 직불합의 자체를 해지하겠다는 취지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묵시적 합의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발주자가 변경 직불합의서에 날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증액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뜻일 뿐, 이미 성립한 직불합의를 해지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합의해지가 인정되는 요건 — 명시적 해지와 묵시적 해지의 기준

합의해지는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새로운 계약입니다. 따라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없애자는 청약과 승낙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하고, 한쪽의 일방적 통보나 불만 표시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명시적 해지는 합의서나 해지 통보에 대한 동의 같은 서면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비교적 다툼이 적습니다. 다툼이 생기는 쪽은 서면 없이 당사자들의 행동만으로 해지가 인정되느냐, 즉 묵시적 합의해지입니다.

대법원은 묵시적 합의해지를 매우 엄격하게 봅니다.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사이에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법리입니다. 여기에 더해,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인데도 그에 관한 아무런 약정 없이 종료만 합의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므로 쉽게 합의해지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다236566 판결 등)도 이번 판결에서 인용됐습니다. 직불합의가 해지되면 수급사업자는 발주자에 대한 직접 청구의 길을 잃고 원사업자의 자력에만 기대야 하므로, 정산 문제가 얽힌 중요한 사안일수록 해지 의사의 합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 청약과 승낙의 합치 — 직불합의의 효력을 장래에 소멸시키겠다는 의사가 당사자 사이에 일치해야 함.

  • 묵시적 해지의 시점 —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계약을 실현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일치해야 함.

  • 정산 약정의 부재 — 종료에 따른 정산 합의 없이 종료만 합의했다는 주장은 이례적이어서 쉽게 인정되지 않음.

미시공 부분의 직접지급권 — 수급사업자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

대법원은 하도급법의 입법 취지를 따로 고려해 한 가지 기준을 더 세웠습니다. 기존 직불합의 중 아직 시공이 완료되지 않아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부분은, 시공이 끝나야 비로소 청구권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묵시적 합의해지가 성립했다고 보려면 수급사업자가 향후 시공을 완료하더라도 그 부분 공사대금을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점에 관해서까지 의사가 일치했다는 사정이 명확히 증명돼야 합니다. 증명이 되지 않으면 합의해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하도급법이 원사업자에 비해 약한 위치에 있는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이기 때문입니다. 수급사업자가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고, 직접지급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서면을 남기지 않았다면, 발주자와 원사업자 사이의 공문이 오갔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사업자의 권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원사업자나 발주자가 합의해지를 주장하려면 '수급사업자가 앞으로 직접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을 증거로 입증해야 하며, 입증 책임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미 시공한 부분과 대항 가능 범위 — 청구권 발생 시점이 가르는 것

직접지급청구권은 수급사업자가 시공한 만큼 발생합니다. 판례는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기 전에 원사업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항변사유로는 수급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있지만, 청구권이 발생한 후에 원사업자에 대해 생긴 사유로는 수급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판결). 예컨대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지체상금 채권이나 손해배상 채권이 있어 이를 상계하려 할 때, 그 채권이 수급사업자의 청구권 발생 전부터 있던 것인지 후에 생긴 것인지에 따라 상계가 수급사업자에게 통하는지가 갈립니다.

이번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 점도 짚었습니다. 직접지급청구권은 기존 직불합의금액의 범위 안에서 수급사업자가 실제 공사를 마친 부분에 대해 발생했을 여지가 크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발생 시기가 언제인지, 발주자의 상계와 변제로 수급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를 살펴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제4호(지급보증 미이행)에 따른 별도의 직접지급 요청은, 요청 시점에 이미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채무가 상계·변제로 소멸해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안 안에서도 어느 근거로 청구했느냐, 청구가 언제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입니다.

직접지급 청구 전 점검 — 수급사업자가 남겨야 할 자료와 대응 순서

이 판결이 알려주는 실무 요령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존 직불합의서 원본과 모든 변경 합의서를 시간순으로 보관해야 합니다. 어느 합의서에 발주자의 날인이 있고 어느 것에 없는지가 곧 직접지급청구권의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사 진행 상황을 객관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기성 확인서, 감리·감독 확인 자료, 공정 보고서, 투입 인력·자재 내역처럼 '어디까지 시공했는가'를 보여주는 자료가 청구권 발생 범위를 증명합니다.

셋째, 발주자나 원사업자가 보낸 공문에 대해 수급사업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직접지급을 포기한다"거나 "직불합의를 종료하는 데 동의한다"는 취지의 서면에 서명하지 않아야 하고, 발주자의 지급보증 요구나 원사업자의 일부 대금 지급에 대해서는 직불합의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회신으로 남겨두는 편이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소송에서는 직접지급 합의에 기한 청구(제14조 제1항 제2호)를 주된 청구로 하고, 지급보증 미이행(제4호)이나 2회분 이상 미지급(제3호)에 기한 직접지급 요청을 예비적으로 함께 주장하는 방식도 쓰입니다. 다만 제3호·제4호는 수급사업자가 직접 요청한 시점이 기준이므로, 발주자의 대금 채무가 남아 있는 동안 서둘러 요청해야 합니다.

  • 직불합의서 원본과 변경 합의서 — 발주자 날인 여부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게 정리.

  • 시공 범위 증명 자료 — 기성 확인서, 공정 보고서, 투입 인력·자재 내역.

  • 공문 대응 기록 — 발주자·원사업자 공문에 직불합의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서면으로 회신.

  • 직접지급 요청 시점 — 제3호·제4호 요청은 발주자의 대금 채무가 남아 있을 때 가능.

자주 묻는 질문

Q. 발주자가 변경 직불합의서에 날인하지 않으면 기존 직불합의도 무효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5다215212 판결은 발주자의 날인·승인 거절을 직불합의금액 변경에 관한 의사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만 보았습니다. 기존 합의금액 범위에서 수급사업자가 시공한 부분의 직접지급청구권은 그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발주자가 "직접지급 미합의를 통보한다"는 공문을 보내면 합의가 해지되나요?

A. 공문 하나로 해지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합의해지는 당사자들의 청약과 승낙이 합치해야 성립하는 새로운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의 공문이 증액분에 대한 별도 지급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해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Q. 원사업자가 노무비 일부를 직접 지급하면 직불합의를 포기한 것으로 되나요?

A. 일부 지급만으로 포기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판결은 원사업자가 일부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여, 이런 사정만으로 직불합의를 해지하기로 하는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Q. 아직 시공하지 않은 부분은 직접 청구할 권리가 없는 건가요?

A. 시공하지 않은 부분은 아직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직불합의는 유효하게 남아 있고 시공이 완료되면 그 부분도 청구권이 생깁니다. 이 부분의 묵시적 합의해지를 주장하려면 수급사업자가 앞으로도 직접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까지 명확히 증명돼야 합니다.

Q. 발주자가 원사업자에 대한 채권으로 상계하면 수급사업자도 막히나요?

A. 상계에 쓰인 채권이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청구권 발생 전에 생긴 것이라면 대항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청구권 발생 후 원사업자에 대해 생긴 사유로는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청구권이 언제 발생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Q. 직접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우선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직불합의서와 변경 합의서, 기성 확인 자료, 공문 일체를 정리해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뒤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필요하면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각 호를 근거로 예비적 청구까지 구성해 소송을 준비하게 됩니다.

맺음말

직접지급 합의는 하도급대금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 중 하나이고, 이를 해지로 보려면 당사자 의사의 합치가 명확히 증명돼야 합니다. 발주자가 증액된 금액의 변경 합의서에 날인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증액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뜻일 뿐, 이미 성립한 직불합의를 없애는 사유가 아닙니다.

수급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직불합의서와 변경 합의서, 시공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빠짐없이 보관하고, 직접지급을 포기하는 듯한 서면에는 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사금액이 바뀌는 시점마다 발주자 승인 여부를 확인해 두면 나중에 청구 범위를 다툴 때 훨씬 유리합니다. 직접지급 청구의 범위나 상계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면 서류를 갖추고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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