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보일러를 바꾸는 데 구분소유자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할까
낡은 보일러를 바꾸는 데 구분소유자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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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보일러를 바꾸는 데 구분소유자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할까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 집합건물 관리의 가장 흔한 말다툼

집합건물에서 무언가를 고치려 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거 4분의 3 동의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이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결의로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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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족수는 사실상 공사를 막는 장벽으로 작동합니다.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구분소유자가 흩어져 있고 관심도 제각각인 건물에서 4분의 3을 모으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공사에 반대하는 쪽은 언제나 이 조항을 먼저 꺼내 듭니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정리한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보일러와 변압기, 중앙냉난방장치, 닥트시설이 고장 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관리단은 기존 경유보일러 3대 중 1대를 전기온수보일러로 교체하고, 기존 변압기 2대를 더 큰 용량의 것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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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관리단은 관리단집회 결의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에게 공사비와 관리비 분담금을 청구했고, 일부 구분소유자들은 이에 불복했습니다. 이들은 관리단집회의 소집과 결의가 위법하다는 점, 공사계약이 허위이고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점, 공사대금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사가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4분의 3 특별정족수를 갖추었어야 한다는 점을 다투었습니다. 원심은 모든 주장을 배척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공용부분의 '변경'이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15조가 요구하는 특별결의의 대상인 공용부분의 변경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기존 공용부분의 외관과 구조를 변경하거나 그 기능과 용도를 변경함으로써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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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네 가지를 함께 보아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변경이 되는 부분과 그 범위, 변경의 방식이나 태양, 변경 전과 변경 후의 외관이나 용도의 동일성 여부, 그리고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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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준을 적용한 결과, 고장 난 경유보일러를 전기온수보일러로 바꾸고 변압기를 더 큰 용량으로 교체한 공사는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4분의 3 특별정족수에 따른 결의도, 다른 구분소유자의 승낙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열원이 경유에서 전기로 바뀌었고 변압기 용량도 커졌지만, 난방과 전력 공급이라는 용도와 기능 자체는 그대로였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남기는 것

첫째, 노후 설비의 교체는 원칙적으로 '변경'이 아니라 '관리' 또는 '보존'의 영역입니다. 집합건물법은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통상의 집회결의로 결정하고 보존행위는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고장이 나서 제 기능을 못 하는 설비를 같은 기능의 새 설비로 바꾸는 일은 건물을 원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지, 건물을 다른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필요한 보수공사조차 시작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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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그렇다고 모든 교체가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네 가지 고려요소 중 마지막이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같은 기능의 설비로 바꾸더라도 규모가 지나치게 크거나 비용이 과다하면 실질적 변경으로 평가될 여지가 남습니다.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새로 얹거나, 주차장 일부를 다른 용도로 바꾸거나, 외벽 마감재를 전면 교체하는 공사는 결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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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관리단 운영 실무의 관점입니다. 정족수 다툼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규약에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집합건물법은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습니다. 노후 설비 교체와 하자보수의 범위, 금액별 의결 요건, 긴급공사의 처리 절차를 규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면, 공사 때마다 정족수를 놓고 싸우는 일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 분담금을 다투는 구분소유자의 관점에서도 짚을 것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상고인들은 집회 출석인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고 참석자 등록부와 도급계약서가 위조·변조되었다는 주장까지 했지만, 대법원은 이것이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문제 삼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결의의 절차적 하자를 다투려면 사실심에서 승부를 보아야 합니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해 주는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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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공사대금채무의 소멸시효 주장도 배척되었습니다. 관리단이 이미 지출한 비용을 구분소유자들에게 분담시키는 구조에서, 원래의 공사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주장으로 분담금 지급의무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맺으며

집합건물의 관리는 늘 두 개의 위험 사이에 놓입니다. 한쪽에는 정족수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공사가, 다른 쪽에는 정족수를 핑계로 아무것도 고치지 못하는 마비가 있습니다. 이 판결은 그 사이에서 기준선을 그었습니다. 낡아서 고장 난 것을 같은 기능으로 되돌려 놓는 일에는 4분의 3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건물의 모습과 쓰임을 바꾸는 일에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사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착공 전에 그 공사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부터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소송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승패가 정해집니다. 계약서의 한 조항, 회의록의 한 줄, 이의를 유보했는지 여부, 내용증명을 보냈는지 여부가 결과를 가릅니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에 방향만 제대로 잡아도 피할 수 있었던 분쟁이 대단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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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사안이 커지기 전에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계약서와 관리규약, 회의록만 살펴보아도 대응의 방향은 상당 부분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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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부동산 전문)

※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하급심 판결을 소재로 한 판례평석으로, 당사자 특정을 피하기 위하여 사건번호와 당사자 표시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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