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로 입찰했는데 유찰되었습니다, 낙찰자 지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최저가로 입찰했는데 유찰되었습니다, 낙찰자 지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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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로 입찰했는데 유찰되었습니다, 낙찰자 지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 최저가 입찰과 낙찰의 거리

아파트 공사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가장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최저가로 넣었으니 우리가 낙찰자다"라는 생각입니다. 공동주택의 사업자 선정은 최저낙찰제를 원칙으로 하니 자연스러운 기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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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울산지방법원의 이 판결은 그 기대와 법적 지위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안의 개요

14개 동 1,093세대 규모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옥상 방수 공사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공동주택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입찰공고를 했습니다. 방수업 등을 영위하는 한 회사가 8억 9,970만 원으로 입찰했고, 이는 참가 업체 중 최저가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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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회사에게 입찰이 무효라고 통보했습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회사는 입찰가액과 산출내역서 총계금액이 일치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계산상 오차에 불과하므로 무효 사유가 아니고, 자신이 최저가로 입찰했으므로 낙찰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사인 간의 계약이라는 출발점

재판부는 근본 성격에서 출발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의 보수 등을 위하여 사업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사인 간의 계약이므로, 법령에 특별히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선정지침이 사업자 선정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이는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제한일 뿐 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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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칙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입찰공고를 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자 중 낙찰자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상, 최저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입찰인이 낙찰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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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판부는 예외를 열어두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법령이 정한 최저낙찰제를 가장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이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낙찰자를 선정하지 않았더라도 최저가 입찰인을 낙찰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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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사건에는 그런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는 유찰에 이르기까지의 절차 그 자체였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사 예상금액을 7억 원으로 한 제안서를 공고한 뒤 입주민투표를 진행했고 전체 세대의 61.5%가 공사 진행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입찰가액은 8억 9,970만 원, 9억 4,390만 원, 9억 6,240만 원으로 예정가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입주민 대다수가 유찰 의견을 냈습니다. 이어 유찰 여부에 관한 입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전체 세대의 54.8%가 유찰에 동의했고, 동별 대표자 회의에서 참석 대표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유찰을 의결한 뒤 참여 업체들에게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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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찰가액이 예상보다 높아 낙찰자 선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 수의계약을 위해 낙찰자 선정을 회피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남기는 것

첫째, 입찰 참여 업체에게. 최저가 입찰은 낙찰자로 선정될 유력한 지위일 뿐 그 자체로 계약상 권리가 아닙니다. 입찰 참가에 들인 비용을 회수하려면 낙찰자 지위 확인이 아니라 다른 구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공고 내용과 달리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유찰의 외형만 갖추고 실질적으로는 정해진 업체에게 공사를 맡긴 정황이 있다면 그때 비로소 이 판결이 말한 '특별한 사정'의 문이 열립니다. 유찰 이후 어떤 업체가 어떤 조건으로 그 공사를 수행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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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입찰 서류의 정합성입니다. 이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무효를 통보한 근거는 입찰가액과 산출내역서 총계금액의 불일치였습니다. 선정지침은 입찰가액과 산출내역서 총계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입찰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 착오라도 예외가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제출 전 총계와 입찰서상 금액을 반드시 대조하시기 바랍니다. 수억 원대 공사가 숫자 한 자리로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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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이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승소한 실질적 이유는 유찰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예상금액 공고, 진행 여부 입주민투표, 공청회, 유찰 여부 입주민투표, 동별 대표자 회의 의결, 그리고 참여 업체에 대한 통보. 이 여섯 단계가 순서대로 남아 있었기에 '수의계약을 위한 위장 유찰'이라는 의심이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절차 없이 조용히 유찰시키고 곧바로 다른 업체와 계약했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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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예정가와 입찰가의 괴리라는 구조적 문제도 짚어둘 만합니다. 이 사건에서 예상금액 7억 원과 최저 입찰가 9억 원 사이에는 2억 원의 간극이 있었습니다. 제안 단계의 추정 금액이 현실과 크게 어긋나면 입주민 동의는 무의미해지고 입찰은 되풀이됩니다. 제안서 단계에서 전문기관의 개산견적을 받아 두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맺으며

입찰은 계약의 청약 유인일 뿐 계약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원칙 위에서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선택을 존중했고, 동시에 그 존중이 무제한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절차를 밟은 유찰은 보호받고, 형식만 갖춘 유찰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입찰에 참여하는 쪽도, 공고하는 쪽도 결국 같은 곳을 보아야 합니다. 기록입니다.

부동산·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소송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승패가 정해집니다. 계약서의 한 조항, 회의록의 한 줄, 이의를 유보했는지 여부, 내용증명을 보냈는지 여부가 결과를 가릅니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에 방향만 제대로 잡아도 피할 수 있었던 분쟁이 대단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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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사안이 커지기 전에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계약서와 관리규약, 회의록만 살펴보아도 대응의 방향은 상당 부분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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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부동산 전문)

※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하급심 판결을 소재로 한 판례평석으로, 당사자 특정을 피하기 위하여 사건번호와 당사자 표시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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