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투표 없이 뽑은 동대표, 왜 '선거 무효' 판결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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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투표 없이 뽑은 동대표, 왜 '선거 무효' 판결이 나왔을까? 

신지수 변호사

1. 사건의 발단: 입주민은 빠진 채, 후보자들끼리만 치른 '선거'

춘천의 한 아파트(총 99세대)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를 새로 구성하는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먼저 후보자 등록 공고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관리사무소 명의로 냈고, 후보 등록이 끝난 뒤에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2021. 12. 24. 입대의를 열어 입후보한 후보자들끼리만 투표해 각 선거구의 반별 대표자(동별 대표자)를 정하고, 곧바로 그 대표자들 중에서 회장·감사·이사를 선임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20여 년 동안 "후보자들끼리 투표해 대표회의를 꾸려 온" 방식이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입주민 한 사람(원고)은 "선거권자인 입주민이 빠진 선거는 무효"라며 선거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핵심 쟁점: '소규모 아파트의 오랜 관행'은 법 위에 설 수 있는가?

이 사건의 다툼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첫째, 99세대 소규모 아파트에도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리규약이 적용되는가입니다. 피고(입대의)는 150세대 미만이라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아니므로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니라 집합건물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그 결과 입주민 약 70%의 동의로 만들어진 이 사건 관리규약은 집합건물법이 요구하는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입주민 투표가 빠진 선거의 효력입니다. 피고는 "오랜 관행에 따른 선거이므로 다툴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법령과 관리규약에 정해진 절차와 단지 내부의 오래된 관행 중 무엇이 우선하는지가 정면으로 부딪힌 사건이었습니다.

3. 법원이 '선거 무효'를 선고한 3가지 이유 (제1심)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차례로 배척하고, 선거와 임원선임결의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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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관리규약은 유효하다 — '집합건물법이 우선한다'는 주장의 배척: 법원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아니더라도 입대의 구성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의 입대의 규정이 의무관리대상에만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은 규율 대상이 다른 점 등을 들어 집합건물법이 반드시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이 관리규약은 2017년 원고가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전체 99세대 중 71세대(71.7%)의 동의를 얻어 개정된 것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이 아파트에 적용되는 자치규약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② 선거권자(입주민)의 투표가 없는 선거는 중대한 하자다: 관리규약과 공동주택관리법령은 반별 대표자를 '입주자 등의 과반수 투표'로, 그것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진행하도록 정하고, 임원은 그렇게 선출된 대표자 중에서 뽑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후보 공고를 선관위가 아닌 관리사무소가 했고, 입주민을 상대로 한 투표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를 두고 투표 방법에 관해 관리규약과 법령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보았고, 입주민 투표가 시행되었다면 후보자의 당락이라는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관행'으로 하자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피고는 "20여 년간 후보자들끼리 투표해 온 관행이 있고, 원고도 그 관행으로 회장이 됐으니 이제 와 다툴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런 관행이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있었더라도 70% 동의로 개정된 관리규약을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입주민 자치기구를 공정한 선거로 구성하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의 취지상 관행을 이유로 선거의 하자가 치유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결국 1심은 선거를 무효로 보았고, 그 선거를 전제로 한 회장·감사·이사 선임결의 역시 무효라고 선고했습니다.

4. 항소심이 더한 한 문장: "과연 선거가 존재했다고 볼 수 있는가"

피고는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항소를 기각하며 1심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한 가지 중요한 표현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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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은 입주민의 투표 없이 대표자가 선출되고 그 대표자 중에서 임원이 선임된 이 사건의 하자가, "선거권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자유로운 직접 참여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선거의 기본이념을 침해한 정도를 넘어, 과연 선거가 존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하자 있는 선거'를 넘어 '껍데기만 선거인, 형해화된 절차'라는 것입니다. 항소심은 "단체의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선거의 본질에 대한 중대한 침해와 형해화된 선거의 결과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래된 관행일수록, '절차의 적법성'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소규모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의 관리단·입대의 분쟁에서 매우 실용적인 시사점을 줍니다.

소규모 단지라고 법령의 적용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150세대 미만이라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흔히 등장하지만, 이 판결은 의무관리대상이 아니더라도 입대의를 구성하고 공동주택관리법령과 적법하게 제정된 관리규약을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 단지에 어떤 법령과 규약이 적용되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관행'은 강력한 방패처럼 보이지만, 적법한 규약 앞에서는 무력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대표를 뽑아 왔다는 사실만으로 절차의 위법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입주민의 동의를 거쳐 개정된 관리규약이 존재한다면, 그 규약이 정한 절차(선관위 구성, 입주민 투표, 공고 시기 등)를 지키지 않은 선거는 무효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선거를 다투려는 입주민이라면 '절차 위반'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세요: 이 사건처럼 ① 선관위가 아닌 관리사무소 명의의 공고, ② 임기만료 60일 전 공고 위반, ③ 입주민 투표의 전면적 부재처럼, 규약·법령의 어느 조항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항목별로 정리해 두면 '중대한 하자'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을 입증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선거를 운영하는 입대의·관리주체라면 '형해화' 논란을 피하는 설계가 핵심입니다: 후보자들만의 내부 투표로 절차를 마무리하지 말고, 선거권자인 입주민이 실제로 참여하는 투표(현장투표·전자투표 등)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한 번 무효로 확정되면 그 대표회의가 한 의결과 후속 행위 전반의 효력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아파트·집합건물의 동대표 선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임원 선임을 둘러싼 분쟁으로 고민하고 계신가요? 선거 절차의 적법성 점검부터 무효확인 소송, 방어 전략 수립까지, 집합건물·공동주택 분야의 실무 경험과 정밀한 법리 분석으로 여러분의 권리를 지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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