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 지료, 무상으로 허락한 묘라도 땅 주인이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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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기지권 지료, 무상으로 허락한 묘라도 땅 주인이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 

강대현 변호사

선산 한쪽에 친척이나 이웃의 묘를 쓰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었는데, 수십 년이 지나 땅을 물려받거나 사들인 사람이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묘를 쓴 쪽에서는 "그때 땅 주인이 허락했으니 평생 공짜"라고 생각하고 있어 분쟁이 커집니다. 허락해서 생긴 분묘기지권(승낙형)은 시효로 생긴 분묘기지권과 지료를 따지는 방식이 다르고, 승낙 당시 어떤 말이 오갔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무상으로 묘를 허락한 경우에도 땅 주인이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을 법리 기준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승낙형 분묘기지권 — 허락만으로 생기는 토지 사용 권리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분묘를 소유·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관습법상의 물권입니다. 성립 경로는 크게 셋입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설치한 승낙형,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시효로 취득한 시효취득형, 자기 토지에 분묘를 쓴 뒤 이장 특약 없이 토지를 처분한 양도형입니다. 이 가운데 승낙형은 소유자가 "이 땅에 묘를 써도 좋다"고 동의한 순간 성립하고, 별도의 등기나 서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승낙형은 증명이 어렵습니다. 구두로 허락했고 계약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묘를 쓴 쪽은 승낙이 있었다는 사실을, 땅 주인 쪽은 승낙의 내용(무상인지 유상인지, 기간이 있는지)을 각자 증명해야 하는 구도가 됩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승낙이 없는 상태에서 분묘를 쓴 경우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에 따라 소유자가 시장등의 허가를 받아 개장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그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승낙이 있었느냐가 권리 유무와 지료 문제를 가르는 출발점인 이유입니다.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허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만, 지료는 '허락할 때 무엇을 약속했는가'에 따라 갈린다.

시효취득형과의 차이 — 지료를 따지는 출발점이 다르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에 대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종전에는 시효취득형이라도 지료 지급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례가 있었는데, 이를 바꾼 것입니다. 소유자가 소송이나 내용증명으로 청구한 시점이 기준이므로, 그 이전 기간의 지료를 소급해서 받을 수는 없습니다.

승낙형은 사정이 다릅니다. 시효취득형은 소유자와 합의가 없었으니 법이 지료의 출발점을 '청구한 날'로 정해준 것이지만, 승낙형은 소유자와 묘를 쓴 사람 사이에 애초에 합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승낙형에서는 먼저 승낙 당시 지료에 관해 어떤 약정이 있었는지를 살핍니다. 무상이라는 약정이 있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하고, 유상 약정이 있었다면 그 약정대로 지료를 내야 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시효취득형 판결만 근거로 소송을 내면 청구 시기와 범위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 시효취득형 — 합의가 없었으므로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 지급 의무 발생.

  • 승낙형 — 승낙 당시의 지료 약정(무상·유상)이 먼저 기준이 됨.

  • 양도형 —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 지급 의무 발생.

대법원 2017다271834 판결 — 승낙 당시 약정이 새 땅 주인에게도 미친다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다271834 판결은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지료를 정면으로 다룬 판결입니다. 핵심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으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경우, 성립 당시 지료 지급 의무에 관한 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의 효력이 분묘기지권 설정 후 토지를 취득한 새 소유자에게도 미친다는 것입니다. 원심이 승낙형에 대해 이 약정 내용을 따져보지 않고 판단하자, 대법원은 승낙 당시 약정이 무엇이었는지부터 심리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무상 약정이 있었다면 땅을 사들인 새 소유자도 그 약정에 묶인다는 것입니다. 새 소유자가 "나는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둘째, 같은 논리로 유상 약정이 있었다면 그 약정도 새 소유자에게 승계됩니다. 결국 새 소유자든 원래 소유자든 청구할 수 있는 지료의 범위는 승낙 당시의 합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고, 그 합의를 증명하는 자료가 사건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무상 허락이어도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 — 약정의 내용과 증명이 관건

제목의 상황, 즉 "무상으로 허락했는데 그래도 청구할 수 있는가"는 약정이 어떻게 인정되느냐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뉩니다. 먼저 무상 약정이 명확히 입증되는 경우에는 청구가 어렵습니다. 당사자가 "사용료 없이 묘를 쓰라"고 합의한 사실이 문자메시지·확인서·증인으로 뒷받침되면 약정이 우선합니다. 다음으로 승낙은 있었지만 지료에 관한 말이 전혀 없었던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무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지료 합의가 없었던 것인지가 쟁점이 되어 개별 사실관계를 따져 판단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무상 약정이 승낙 당시가 아니라 이후 사정 변화로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지료를 정하기로 바꾸었거나, 허락받은 범위를 넘어 분묘가 확장된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 약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땅 주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승낙 당시의 정황을 되짚는 것입니다. 누가 어떤 사정으로 허락했는지(친족 관계인지, 호의였는지, 대가가 오갔는지), 허락 이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명절 인사나 선물이 아닌 금전 수수가 있었는지, 소유자가 바뀌면서 매매계약서나 등기 이전 과정에 분묘 관련 특약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무상이라는 구두 약속은 증인이 사망했거나 기억이 희미해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사건의 방향을 바꿉니다. 지료를 청구하려는 쪽은 청구 근거가 되는 약정을, 무상을 주장하는 쪽은 무상 합의를 각각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 무상 약정이 입증되면 — 약정이 우선하며 새 소유자에게도 효력이 미침.

  • 지료에 관한 말이 없었다면 — 승낙 당시 정황을 기준으로 무상 합의 여부를 개별 판단.

  • 이후 합의로 지료를 정했다면 — 그 합의대로 지급 의무가 생김.

  • 허락 범위를 넘어 확장된 부분 — 원래 약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별도 문제가 됨.

분묘기지권의 범위 — 허락한 땅과 허락하지 않은 땅은 다르다

지료를 따질 때는 얼마를 내느냐 못지않게 어디까지가 분묘기지권의 범위인가가 쟁점이 됩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의 기지, 즉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미칩니다. 봉분 자체의 면적뿐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인접 공간까지 포함하되, 그 범위를 넘어서까지 토지를 쓰는 것은 권리 밖의 점유입니다. 면적은 사안마다 다르지만, 승낙형에서는 당사자가 합의한 범위가 먼저 기준이 됩니다.

이 범위가 지료와 연결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료는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토지 면적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범위가 좁게 인정되면 지료도 줄고, 범위를 넘어 쓰고 있는 부분은 지료가 아니라 별도의 부당이득 반환이나 철거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묘 한 기를 허락했는데 가족 묘를 추가로 쓰거나 합장을 이유로 새 봉분을 만든 경우, 허락하지 않은 부분은 승낙형 분묘기지권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땅 주인은 이 부분을 분리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료의 액수와 결정 방식 —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정한다

지료 액수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법원에 지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고, 법원은 감정을 통해 적정 지료를 정합니다. 감정인은 해당 토지의 위치·지목·이용 상황, 주변 토지의 임료 수준, 분묘가 차지하는 면적 등을 고려해 연 단위 지료를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분묘 부지는 건물이 서는 땅과 달라 수익 가치가 제한적이라 임야나 전답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면적이 작으면 연 지료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송 전에 청구 실익을 점검해야 합니다. 소송비용과 감정비용이 지료 총액보다 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료가 판결로 확정된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묘기지권자가 확정된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면 토지 소유자는 지상권의 소멸 청구에 관한 민법 제287조를 유추하여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지료가 확정되기 전에는 연체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우선 지료를 확정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료는 합의 또는 판결로 확정되어야 연체가 생기고, 확정된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해야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가 가능하다.

지료 청구 전 준비 — 내용증명과 증거 정리

실제로 지료를 청구하려면 순서를 밟는 편이 안전합니다. 먼저 등기부등본으로 현재 토지 소유자를 확인하고, 소유권 취득 시점과 이전 소유자의 승낙 여부를 정리합니다. 이어서 분묘의 위치와 면적을 측량이나 현장 사진으로 특정하고, 분묘 연고자(묘를 관리하는 후손)를 확인해 청구 상대방을 정합니다. 연고자를 알 수 없다면 지료 청구 자체가 어려워 개장 절차(장사법 제27조 제2항)와 병행해 검토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내용증명우편으로 지료 지급을 청구합니다. 시효취득형이라면 청구한 날이 지료 발생의 기준이 되므로 청구 시점을 증거로 남기는 일이 특히 중요하고, 승낙형이라도 협상이 결렬되면 소송에서 청구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청구서에는 소유 관계, 분묘의 위치·면적, 청구 지료의 산정 근거를 적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지료 지급 청구소송을 내고, 감정을 통해 액수를 확정하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 토지 등기부등본 — 현재 소유자와 소유권 취득 시점 확인.

  • 분묘 위치·면적 특정 — 측량 또는 현장 사진으로 범위 확인.

  • 승낙 당시 정황 자료 — 문자메시지, 확인서, 증인 진술, 관련 사진.

  • 내용증명우편 — 청구 시점과 청구 내용을 객관적으로 남김.

분묘 쪽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 — 무상 약정 증명과 범위 다툼

묘를 쓴 쪽에서는 지료 청구를 받으면 청구 자체를 바로 받아들이기보다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는 승낙 당시 무상으로 합의했다는 증거가 있는지입니다. 허락했던 이전 소유자의 확인서, 당시 가족 간 대화, 이장 요구가 없었던 오랜 세월 등이 정황 증거가 됩니다. 첫째 쟁점에서 이기면 지료 지급 의무 자체가 부정됩니다.

둘째는 청구된 면적이 분묘기지권의 범위와 맞는지입니다. 땅 주인이 임야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지료를 계산해 청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료는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됩니다. 그리고 대법원 2017다228007 판결 취지에 따라 시효취득형이라면 청구 이전 기간은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허락받은 범위를 넘어 봉분을 추가했다면 그 부분은 방어하기 어려우므로, 철거나 이장 협의를 병행해 분쟁을 키우지 않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두로 묘를 쓰라고 허락했는데 증거가 없으면 지료를 청구할 수 없나요?

A. 승낙은 구두로도 성립하므로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상이었는지 유상이었는지는 당시 정황과 증인, 이후 금전 수수 여부로 판단되므로 증거 정리가 중요합니다. 지료를 청구하는 쪽은 청구 근거를, 무상을 주장하는 쪽은 무상 합의를 각각 입증해야 합니다.

Q. 무상으로 허락한 땅을 제가 사들였는데 지료를 받을 수 있나요?

A. 대법원 2017다271834 판결은 승낙 당시 지료 약정의 효력이 새 토지 소유자에게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무상 약정이 있었다면 새로 산 사람도 그 약정에 묶이고, 약정이 없었다면 승낙 당시 정황부터 따져야 합니다. 매수 전에 분묘와 승낙 경위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분쟁 가능성이 큽니다.

Q. 지료를 청구하면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요?

A. 시효취득형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 지급 의무가 생깁니다. 승낙형은 승낙 당시의 약정이 기준이어서 청구 시점보다 약정 내용이 먼저입니다. 어느 쪽이든 청구 시점을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면 입증에 도움이 됩니다.

Q. 지료를 안 내면 묘를 이장하라고 할 수 있나요?

A. 지료가 판결이나 합의로 확정된 뒤 2년 이상 연체하면 민법 제287조를 유추하여 분묘기지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지료가 확정되기 전에는 연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먼저 지료를 정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분묘기지권이 소멸한 뒤에야 개장이나 철거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Q. 허락받지 않고 묘를 쓴 경우에도 분묘기지권이 생기나요?

A. 소유자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에 따라 시장등의 허가를 받아 개장할 수 있는 대상이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연고자는 토지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개장 전에는 3개월 이상 기간을 정해 연고자에게 알려야 하며, 연고자를 알 수 없으면 공고해야 합니다.

Q. 분묘 면적은 보통 어디까지 인정되나요?

A. 분묘의 기지는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범위로 제한됩니다. 봉분 자체의 면적에 더해 제사에 필요한 인접 공간까지 포함되지만, 사안마다 다르므로 현장 측량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합의된 범위가 있다면 그것이 먼저 기준이 됩니다.

맺음말

무상으로 허락한 묘라도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허락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허락할 때 무엇을 약속했는가'에서 갈립니다. 승낙형은 시효취득형과 달리 당시 약정이 우선하고, 그 약정은 새 토지 소유자에게도 미칩니다. 약정이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허락 범위를 넘어 분묘가 확장된 경우, 이후 합의로 지료를 정한 경우에는 청구가 가능한 쟁점이 열립니다.

지료는 합의 또는 판결로 확정되어야 연체와 소멸 청구로 이어지므로, 감정과 소송 비용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용인 처인이나 양평처럼 선산과 임야가 많은 지역에서는 토지 거래 과정에서 이런 분쟁이 뒤늦게 드러나는 일이 있어, 매수 전 분묘 현황 점검이 더 중요합니다.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답변을 하기 전에 승낙 당시의 정황과 증거부터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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