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을 했으니 물려받은 재산 범위에서만 책임지면 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다만 세금 하나는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 뒤 상속받은 부동산이 경매로 팔리면, 매각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상속인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경매 대금이 모두 채권자에게 갔더라도 그 양도소득세는 상속인 본인의 세금이고, 한정승인으로 당연히 줄어들지 않습니다.
경매 대금을 못 받았는데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나요?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두13630 판결의 사안입니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했고,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설정한 근저당권에 따라 상속 부동산이 경매로 팔렸습니다.
매각대금은 모두 상속채권자에게 배당되어, 상속인들이 받은 돈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세무서는 상속인들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고, 대법원은 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경매도 소득세법상 '자산의 양도'에 해당합니다(소득세법 제88조). 상속채권자가 판결을 받아 신청한 강제경매도 마찬가지로 보아 양도소득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8. 12. 19. 선고 2018구합892 판결,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두50236 판결로 확정). ②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도 상속개시 때 부동산 소유자가 되므로 양도소득은 상속인에게 귀속됩니다. ③ 매각대금으로 상속채무가 갚아져 상속인은 빚이 줄어드는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원심 판단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이 양도소득세가 상속채무가 아니라 상속인 고유의 채무이고, 한정승인은 채무 자체가 아니라 책임 범위만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세금이 상속재산 한도로 자동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상속 부동산의 양도차익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양도소득세는 '판 가격 – 산 가격'에 매깁니다.
상속받은 부동산의 '산 가격(취득가액)'은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금액입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설명을 위한 가상 숫자입니다).
상속 당시 매매·감정 가격이 없어 기준시가 3억 원으로 평가된 아파트가
1년 뒤 경매에서 5억 원에 낙찰되면
장부상 차익 2억 원이 생기고,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상속인에게 나옵니다.
낙찰대금 5억 원은 전부 채권자에게 배당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세금을 줄이거나 다툴 방법은 없나요?
상속개시일 기준으로 시가를 확보해 두기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안의 매매가액,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경매가액은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시가가 확보되면 취득가액이 실제 가격에 가까워져 차익이 줄어듭니다. 상속세가 나오지 않는 규모라도 감정과 신고를 검토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경매 전에 예상 세액 계산하기
예상 낙찰가와 상속 당시 평가액의 차이가 크다면, 경매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세액을 먼저 계산해 보아야 합니다.
신고기한 지키기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안에 예정신고를 해야 합니다(소득세법 제105조 제1항 제1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붙습니다.
이미 고지서를 받았다면 다툴 여지 검토하기 먼저 기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고지서를 받았다면 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61조 제1항, 제68조 제1항). 직접 신고한 세액이 과다했다면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안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상속개시일 기준 평가액을 낮게 잡아 차익이 부풀려졌다면 이 절차로 다툽니다.
책임 범위를 다툴 여지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부과처분 자체는 적법하다고 보면서도, 이 양도소득세가 상속재산 처분 과정에서 생긴 '상속에 관한 비용'(민법 제998조의2)이어서 상속재산 한도에서만 책임진다고 "볼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부분은 판단을 열어 둔 것입니다.
실제로 이 논리를 받아들인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 한정승인한 상속인의 상속 부동산이 강제경매로 팔려 매각대금이 모두 채권자에게 배당된 뒤,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가 체납되자 과세관청이 상속인 본인 소유 자동차를 압류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이 세금이 '상속에 관한 비용' 중 청산비용이어서 상속재산 한도에서만 책임진다고 보고, 고유재산 압류를 취소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8. 7. 17. 선고 2018구합1018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1. 21. 선고 2018누58778 판결로 항소기각). 세무서가 상속인 본인 재산을 압류하는 등 징수에 나선다면 이 판결을 근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빚'의 책임 범위를 줄여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그 정리 과정에서 생기는 '세금'은 상속인 본인 앞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상속 부동산이 있다면 한정승인 신고 단계에서부터 상속개시일 기준 평가와 경매 후 세금까지 함께 계산해 두시기 바랍니다.
※ 구체적인 세액과 대응 방법은 부동산 종류, 평가 방법, 보유기간, 비과세·감면 해당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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