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차고 있으면서 밤 12시까지 귀가해야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10분 늦게 집에 들어갔다면, 이것도 범죄가 될까요. 하급심은 "단 한 번, 10분 지각을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귀가 목표 시각'이 아니라 '그 시간대에는 원칙적으로 주거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무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외출제한 준수사항이 어떤 근거로 부과되는지, 몇 분 지각도 위반이 되는 이유, 그리고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법원이 어떻게 가르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자발찌 외출제한 준수사항 — 법원이 부과하는 근거와 내용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사람에게는 장치를 훼손하지 않을 의무 외에, 법원이 부착명령을 선고하면서 별도로 정해 주는 준수사항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근거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의2 제1항이고, 그 제1호가 "야간, 아동·청소년의 통학시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입니다. 법원은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따로 정하므로, 예를 들어 부착기간이 수년이더라도 외출제한은 그중 일정 기간에 매일 00:00부터 06:00까지처럼 시간대를 특정해 부과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 준수사항은 판결 주문에 적힌 문구가 곧 내용입니다. 보호관찰관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결 자체에 들어 있으므로, 피부착자는 판결문에 적힌 시간대와 기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의 경우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법원은 외출제한(제1호)과 특정인 접근금지(제3호)를 포함해 부과해야 하고, 부과하지 않으려면 그럴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범죄 전력자의 전자발찌에는 야간 외출제한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출제한은 보호관찰소의 재량이 아니라 판결 주문에 적힌 의무이고, 그 위반은 전자장치부착법 제39조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외출제한 위반의 처벌 — 전자장치부착법 제39조와 정당한 사유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어기면 어떻게 처벌되는지는 제39조 제3항에 있습니다. 제9조의2 제1항 제1호(외출제한)·제2호(특정지역 출입금지)·제2호의2(주거지역 제한)·제5호·제6호의 준수사항을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해자 접근금지(제3호)나 치료 프로그램 이수(제4호) 위반이 제39조 제1항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다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법정형은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조문의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정당한 사유 없이'입니다. 위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국 분쟁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째, 외출제한 시간에 주거지 밖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위반'인가. 둘째, 위반이라면 그럴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가. 이 사건의 하급심은 첫 번째 단계에서 '10분은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첫 번째 단계를 위반으로 정리한 뒤 두 번째 단계에서 사유를 부정했습니다.
대법원 2024도3387 — 사건 경위와 하급심 무죄의 논리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법원으로부터 부착기간 중 일정 기간 동안 매일 00:00~06:00 사이 주거지 이외로 외출을 삼갈 것이라는 준수사항을 받았습니다. 2023년 1월 17일 밤 술자리를 하다 귀가가 늦어졌고, 택시를 구하지 못해 걸어서 집에 갔으며, 자정을 약 10분 넘긴 시각에 주거지에 도착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은 늦어진다는 사정을 미리 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은 모두 무죄였습니다. 논리는 "'외출을 삼갈 것'이라는 문언은 주거지를 벗어나 활동하는 것을 삼가라는 뜻이지, 정해진 시각까지 반드시 귀가를 마치라는 뜻으로 읽기 어렵고, 단 1회 10분 늦은 귀가를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형벌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가 배경에 있었습니다. 이 논리는 형사재판에서 흔히 통하는 방어 논리이기도 하기에, 대법원이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입니다.
외출제한의 의미 — 대법원이 '귀가 시각'이 아니라 '체류 의무'로 본 이유
대법원은 전자장치부착법의 입법 취지와 외출제한 준수사항의 문언을 종합해, 법원이 준수기간을 정해 야간 등 특정 시간대에 주거지 이외로 외출을 삼갈 것을 명한 경우 이는 그 시간대에는 원칙적으로 주거지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외출제한의 목적은 재범 위험이 높은 야간에 피부착자가 주거지 밖에서 활동할 기회를 차단하는 데 있으므로, 시간대가 시작된 이후 주거지 밖에 있다면 그 시간이 짧더라도 제도가 막으려는 상태 그 자체라는 논리입니다.
이 해석에서는 지연 시간의 길이가 위반 여부를 가르는 요건이 아닙니다. 10분이든 1시간이든 주거지 밖에 있었다면 일단 준수사항에 어긋납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반의 길이와 경위는 뒤에서 보는 '정당한 사유'와 양형 단계에서 다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즉 대법원은 '10분은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구 단계의 방어를 막았을 뿐, 사유가 인정되는 사안까지 모두 처벌한다고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외출제한은 지정 시간대 시작 시각에 이미 주거지 안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 귀가 중이라는 사정은 위반 여부 단계에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지연 시간이 짧다는 사정은 위반 성립을 막지 못하고, 정당한 사유·양형에서 평가된다.
전자장치 위치 기록이 곧 증거이므로 몇 분 차이도 객관 자료로 남는다.
정당한 사유 판단 기준 — 택시를 못 잡았다는 사정이 부정된 이유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위반의 경위, 위반의 정도, 그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 위에서, 이 사안에서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늦어진 직접 원인이 술자리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귀가 시각이 정해져 있음을 알면서 술자리를 이어가다 늦은 것이라면, 사유가 피부착자 본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법이 예정한 '정당한 사유'(불가피하거나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사정)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택시를 잡지 못했다는 사정도 야간 귀가 시간을 충분한 여유를 두고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험을 피부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사전에 보호관찰관에게 늦는다고 알렸다는 점 역시 위반을 정당화하지 못했습니다. 외출제한은 판결로 부과된 의무이므로 보호관찰관이 개별적으로 허락해 주는 구조가 아니고, 연락했다는 사실은 사후 경위 평가에서 참작될 수는 있어도 의무 자체를 면제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정당한 사유가 문제될 만한 상황으로는 응급 질병이나 가족의 응급 상황 처리, 천재지변이나 대중교통 운행 중단처럼 피부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고, 이런 사정은 당시 상황을 증명할 객관 자료가 있어야 인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인정 가능성이 있는 유형 — 응급 진료, 가족 응급 상황, 재난·사고로 인한 이동 불능 등 본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사정.
부정되기 쉬운 유형 — 술자리·모임 지연, 택시 미포착, 교통체증, 단순 착오.
필요한 증거 — 진료기록·응급 호출 기록, 대중교통 운행 중단 공지, 사고 접수 자료, 이동 경로와 시각을 보여주는 기록.
정당한 사유는 '늦은 이유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이유가 피부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이었는지를 위반의 경위·정도·결과에 비추어 묻는 판단이다.
이 판결 이후 달라지는 점 — 수사·재판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지점
이 판결로 외출제한 위반 사건에서 '몇 분밖에 안 늦었다'는 주장만으로 무죄를 다투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보호관찰소는 전자장치 위치 정보로 위반 시각과 시간을 확인하고, 그 기록이 수사기관에 넘어가 사건화됩니다. 따라서 방어의 무게중심은 위반 사실의 부인보다 정당한 사유의 입증과, 위반의 경위·정도·결과가 경미하다는 점의 양형 주장으로 옮겨 갑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으로 귀가가 지연된 경우라면 119 신고 내역, 응급실 접수 시각, 의료기록이 정당한 사유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단순 지연 사안이라면 지연 시간이 극히 짧고, 고의 없이 즉시 귀가했으며, 보호관찰관 연락이 있었고, 동종 위반이 없다는 점이 벌금형이나 선처를 이끄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이런 자료는 위반 직후부터 확보해야 사후에 흩어지지 않고, 수사 단계의 진술도 일관되게 준비해야 합니다.
위반 이후의 불이익 — 형사처벌 외에 따라오는 문제
외출제한 위반은 한 번의 처벌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부착자나 보호관찰대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관찰법상 준수사항을 위반해 경고를 받고도 다시 위반하면 전자장치부착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경고가 쌓이는 구조이므로, 이미 경고를 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은 새 위반 한 건의 무게가 훨씬 커집니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든 실형이든 선고되면 그 자체가 새로운 전과가 되어, 부착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후 재판의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위반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보호관찰소의 조사 단계부터 진술 내용을 정리하고, 사유를 입증할 자료를 갖춰 대응하는 것이 처분 단계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출제한 시간에 10분만 늦어도 정말 처벌되나요?
A. 대법원 2024도3387 판결은 지연 시간이 10분이어도 외출제한 준수사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처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요건이 별도로 필요하므로, 응급 상황 같은 사유가 입증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지연이 극히 짧다면 양형에서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Q. 택시를 못 잡았거나 차가 막혀서 늦은 것도 정당한 사유가 되나요?
A. 이 사건에서 택시를 잡지 못했다는 사정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야간 귀가는 피부착자가 여유를 두고 계획해야 하는 영역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 운행 중단이나 사고 같은 통제 불가능한 사정은 객관 자료가 있을 때 별도로 판단됩니다.
Q. 보호관찰관에게 미리 늦는다고 전화하면 괜찮은가요?
A. 외출제한은 판결로 정해진 의무라서 보호관찰관이 개별 허락으로 면제해 줄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사전 연락은 사후에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로는 쓰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위반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Q. 외출제한 위반의 법정형은 어떻게 되나요?
A. 전자장치부착법 제39조 제3항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외출제한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특정인 접근금지·치료 프로그램 이수 위반은 제39조 제1항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습니다.
Q. 위반 통보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위반 당시의 위치·시각 기록을 확인하고, 그 사이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진료기록, 신고 내역, 교통 운행 공지 등)를 바로 확보해야 합니다. 조사 단계의 진술은 이후 재판의 기초가 되므로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하급심에서 무죄였던 사건도 같은 사정이면 이제 유죄가 되나요?
A. 대법원이 외출제한의 의미를 체류 의무로 정리했으므로, 이후 같은 쟁점의 하급심은 이 해석을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정당한 사유의 유무와 위반의 경위·정도·결과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맺음말
외출제한 준수사항은 귀가 목표 시각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대에는 주거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대법원이 이를 분명히 하면서 몇 분 지각이라는 이유만으로 위반을 부인하는 방어는 힘을 잃었고, 승부는 정당한 사유의 입증과 위반의 경위·정도·결과에 대한 평가로 옮겨 갔습니다.
술자리나 교통 사정 같은 사유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 반대로 응급 상황처럼 통제할 수 없는 사정은 객관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위반 통보를 받았다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자료와 진술을 정리해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수원지검이나 수원보호관찰소 인근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절차 초기에 사실관계를 점검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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