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장이나 모임에서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회사에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사내 게시판·단체 메시지로 공유했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피해자분들 중 상당수는 “사실을 말한 것인데 설마 죄가 되겠느냐”, “회사가 알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해자의 직장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해자 측이 “허위가 아니라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이라며 형사 고소로 맞서면, 피해자는 갑자기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를 면하려면 별도의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반대로 알린 방법과 범위를 지키면 처벌되지 않는 길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추행 피해를 가해자 회사에 알리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이 되고 어떤 경우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리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진실한 피해 사실이라도 알리는 방식에 따라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형법의 명예훼손죄는 내용이 사실인지와 상관없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사실이면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시지만, 형법 제307조 제1항은 허위가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도 처벌 대상에 포함합니다. 보호하는 것은 말의 진위가 아니라 사회적 평가로서의 명예이기 때문입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07조 제1항).
가해자의 회사에 “이 사람이 저를 추행했다”고 알리는 행위는 그 사람의 직장 내 평판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내용이므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는 점은 대체로 다툼이 없습니다. 쟁점은 그 다음, 즉 ‘공연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위법성이 조각되는지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피해자라는 신분이 처벌을 자동으로 면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추행 사실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그 사실을 어디에 어떻게 알렸는지는 별개의 형사 문제로 따로 심사됩니다. 가해자가 별도의 형사 처벌을 받았는지, 사건이 진행 중인지는 위법성 판단의 한 사정일 뿐이고,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성추행 피해가 사실이라는 점만으로는 명예훼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알린 방식이 함께 심사됩니다.
2. 공연성은 ‘전파될 가능성’까지 보므로, 누구에게 말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인사 담당자 한 명에게 조용히 알린 경우와 전 직원에게 공유한 경우는 법적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정 한 사람에게만 말했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이고, 대법원은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이론을 유지하면서도 그 적용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특정 소수에게만 말한 사정이 공연성을 부정하는 유력한 사정이 되고, 그 경우 전파가능성은 검사가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소문날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과의 관계, 말한 장소와 경위, 비밀 유지가 기대되는 지위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따져집니다.
이 법리를 가해자 회사에 알린 사안에 대입하면, 기준은 대체로 이렇게 나뉩니다. 회사의 인사·감사·준법 담당 부서에 서면이나 전용 신고 채널로 신고했고, 그 담당자가 직무상 비밀을 지킬 지위에 있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반면 사내 단체 메신저방, 전 직원 이메일, 게시판, 회식 자리의 공개 발언, SNS 게시는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에서 특히 위험한 것은 처음엔 담당자에게 알렸는데 이후 동료들에게 “다들 조심하라”며 추가로 말하거나, 대화 캡처를 단톡방에 올리는 경우입니다. 처음 신고는 문제가 없어도, 이후의 공유 행위가 별개의 명예훼손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알렸는지가 공연성 판단의 출발점이고, 담당 부서에 대한 개별 신고는 전체 공유와 구별됩니다.
3.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은 ‘진실성’과 ‘공익성’ 두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공연성이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10조가 정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면 벌하지 않습니다.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310조).
우선 진실성입니다. 적시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야 합니다. 세부 표현이 일부 다르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진실이면 되고, 법원은 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피해 당시의 문자·녹음·진단서·목격자 진술, 112 신고나 고소 접수 이력처럼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 자료를 확보해 둔 정도가 진실성 판단에서 결정적입니다.
다음은 공익성입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을 판단할 때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공표된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하고, 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를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등). 또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개인적 감정이나 사익이 섞여 있어도 공익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성추행은 같은 직장 구성원들의 안전과 근무 환경에 관련된 사항이므로, 피해자가 재발 방지와 조직의 조치를 구하는 목적으로 알렸다면 공익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해자를 망신 주거나 보복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지고 표현이 과격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넓게 퍼뜨렸다면, 같은 사실이라도 공익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진실성을 뒷받침할 자료와 재발 방지·조치 요구라는 목적, 그리고 절제된 표현과 한정된 수신 범위가 함께 갖춰질 때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4. 허위가 섞이거나 온라인으로 퍼지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폭로라도 허위 여부와 전달 매체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달라집니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의 형법 제307조 제1항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적시한 내용이 허위라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허위에는 피해 사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과장한 경우도 문제될 수 있으므로, 기억에 불확실한 부분을 단정적으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내 메신저가 아니라 인터넷 게시글, 블로그, 커뮤니티, 오픈채팅방처럼 정보통신망을 이용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문제됩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면 사실 적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 사실이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 비방할 목적이 요건이어서, 공익을 위한 알림이었다는 사정이 성립 단계에서부터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가해자 측이 명예훼손 외에 모욕(형법 제311조)이나 허위 신고를 이유로 한 무고(형법 제156조)까지 함께 고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고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되어 있어, 성추행 피해 주장 자체가 허위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부담이 커집니다.
다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원래의 성추행(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사건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사건의 진행 상황과 증거가 명예훼손 사건의 진실성 판단에 사실상 크게 영향을 준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초범 여부, 알린 범위, 반복성, 합의 여부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허위가 섞이거나 온라인으로 퍼뜨렸다면 형량 구간이 달라지므로, 기재한 내용과 매체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5. 알리기 전에는 증거와 경로를, 고소당한 뒤에는 진술 방향을 정리해야 합니다
가해자 회사에 알리는 단계부터 수사기관 조사까지, 절차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회사에 알리는 단계라면 가장 안전한 경로는 가해자 회사의 인사·감사 부서 또는 공식 신고 채널에 서면으로 신고하는 것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라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사업주가 신고를 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를 해야 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해야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 절차를 먼저 활용하는 것이 공연성 논란을 줄입니다. 또한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법은 법이 보장한 정식 경로여서, 이를 이용해 형사 절차 안에서 사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부담이 적습니다.
이미 가해자 측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고소인 소환 → ②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첫 조사에서 한 진술이 이후 모든 단계의 기준이 되므로, 조사 전에 방향을 정리해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알림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추행 피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당시 대화·문자·녹음, 병원 진단서, 목격자, 112 신고·고소 접수 기록)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원본을 보존합니다.
회사에 전달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메일·메신저 원문을 그대로 모으고, 수신자가 누구였는지와 그 수신자가 다시 전달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알린 목적이 재발 방지·조치 요구였다는 점이 드러나도록 당시 요청 내용과 표현을 정리하고, 가해자에 대한 과격한 표현이나 추가 공유가 있었는지 점검합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하면, 공연성이 부정되는 방향과 위법성 조각이 인정되는 방향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지 정해 대응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원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소와 병행하는 전략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추행을 겪은 피해자는 “이미 힘든 일을 겪었는데 내가 왜 또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억울함 때문에, 오히려 대응을 미루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다가 사건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알린 방법과 범위가 문제된다는 점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증거를 보존하고, 공식 신고 채널이나 수사기관을 통해 절제된 표현으로 알렸다면 법이 보호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분의 입장에서도 “사실이니 문제없다”는 확신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공연성이 있었는지, 진실성과 공익성을 어떤 자료로 입증할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피해자와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알린 뒤에 문제가 생겼거나, 알리기 전에 방법이 고민된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다면 가해자 회사에 알려도 명예훼손이 안 되나요?
A. 사실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진실한 사실도 공연히 적시하면 처벌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공연성과 위법성 조각 여부가 함께 판단됩니다.
Q. 회사 인사팀에만 메일로 알렸는데 공연성이 인정되나요?
A. 특정 담당자에게만 알린 경우는 공연성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그 담당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인정되는 사정이 있다면 달라질 수 있어, 수신자와 경위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사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진실성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표현이 과격했다면 불리해집니다.
Q. 증거가 부족한데 피해를 알려도 되나요?
A.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증거가 약할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알리기 전에 대화 기록·진단서 등 객관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가능하면 공식 신고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해자의 회사명을 써서 올리면 더 위험한가요?
A. 그렇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라 비방 목적이 인정되면 사실 적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 공연성도 쉽게 인정됩니다.
Q.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는데 성추행 사건 고소를 같이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원래의 성추행 사건이 수사되면 그 기록이 명예훼손 사건에서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어, 병행 대응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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