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회사가 보호해 줘야 하나요
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회사가 보호해 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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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회사가 보호해 줘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매장·병원·미용실·식당·콜센터처럼 손님을 직접 대하는 일터에서, 고객에게 신체 접촉이나 성적인 말을 당했는데도 참고 넘어가다 뒤늦게 문제를 삼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손님이니까 어쩔 수 없다”, “사장님께 말해봐야 별일 아니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첫 피해를 그대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손님이 다시 찾아오고, 회사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사이 근무 자체가 힘들어지고, 심지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오히려 근무 시간이 줄거나 다른 부서로 밀려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그러나 고객에 의한 성희롱은 법이 사업주에게 직접 조치 의무를 지우고 있는 영역이고,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손님 개인은 강제추행으로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회사는 “손님 일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때 회사가 법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회사가 움직이지 않을 때 근로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고객이 가해자여도 회사는 법적 조치 의무를 집니다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가 사업주에게 직접 의무를 지웁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1항은,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성적인 언동 등으로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고 해당 근로자가 그로 인한 고충 해소를 요청하면, 사업주가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의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권고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입니다.

성희롱의 판단 기준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보고 있습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여기서 ‘고객 등’은 손님만 뜻하지 않습니다. 거래처 직원, 환자와 보호자, 납품업체 관계자처럼 업무와 밀접하게 얽힌 외부인이 폭넓게 포함됩니다. 장소도 매장 안으로 한정되지 않고, 출장·배달·방문 서비스처럼 업무수행 과정이라면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도 해당합니다.

이 의무는 근로자의 ‘요청’에서 출발합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회사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므로, 고충 해소를 요청했다는 사실과 그 시점이 이후 분쟁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구두보다 문자·메일·사내 신고 시스템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객이 가해자라는 이유로 회사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고,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청하는 순간 회사의 조치 의무가 구체화됩니다.


2. 회사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거나 불이익을 주면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조치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조치 대신 불이익을 준 것은 더더욱 위법입니다.

회사가 제14조의2 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같은 법 제39조 제4항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더 무거운 것은 불이익 조치입니다. 제14조의2 제2항은 근로자가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주장했거나 고객의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제39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불이익은 노골적인 해고보다 훨씬 은근합니다. 피해를 말한 뒤 근무 스케줄에서 빠지게 하거나, 인기 시간대 근무를 빼앗거나, “손님 응대를 못 하면 곤란하다”며 인사평가를 낮추거나, 재계약을 거절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조치가 피해 주장 직후에 이어졌다면 시간적 근접성 자체가 불이익 조치의 정황이 됩니다.

또한 사업주가 이 의무를 외면해 근로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 가해 손님과 별개로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자가 이 일로 불안장애·우울증 같은 질병을 얻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 신청이 가능한지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방치하면 과태료 대상이고, 피해를 말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더 무거운 제재와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3. 산업안전보건법도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를 요구합니다

업무 일시 중단·전환을 요구할 권리는 성희롱 법제와 별개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나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1항은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으로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해, 고객의 폭언·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도록 사업주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성적인 접촉이나 언동도 이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 유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더 실질적인 조항은 제2항입니다. 고객 등 제3자의 행위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으면, 사업주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근로자가 이 조치를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그 요구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다시 말해 가해 손님이 계속 방문하는 상황에서 “그 손님 응대에서 나를 빼 달라”, “당분간 다른 업무로 돌려 달라”는 요구는 회사가 무시해도 되는 부탁이 아니라 법이 근로자에게 인정한 권리입니다. 성희롱 법제의 ‘고충 해소 요청’과 산안법의 ‘조치 요구’를 함께 적어 두면 회사가 빠져나갈 여지가 줄어듭니다.

고객응대 업무라면 성희롱 법제와 산업안전보건법 두 갈래로 회사에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4. 손님 개인은 강제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책임과 별개로, 신체 접촉을 한 손님은 형법 제298조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면 되고, 반드시 반항을 억압할 정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므로, 손님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행위처럼 이른바 기습적인 접촉도 그 자체로 추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접촉이 없었고 말과 시선만 있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성적인 말만으로는 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어렵지만, 공연히 모욕적인 말을 했다면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될 수 있고, 모욕죄는 제312조에 따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반면 강제추행은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회사의 조치와 형사 절차는 서로 독립적입니다.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회사가 조치를 미룰 수 없고, 반대로 회사가 조치를 했다고 해서 손님의 형사책임이 면제되지도 않습니다. 합의나 처벌불원 여부는 양형에는 영향을 주지만, 강제추행 자체는 합의했다고 사건이 자동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접촉이 있었다면 손님은 강제추행으로, 말만 있었다면 모욕 등으로 각각 다른 법적 평가를 받습니다.


5. 피해를 입었다면 증거 확보, 회사 요청, 수사기관 신고 순으로 대응합니다

그날의 기록을 먼저 남기고, 회사에 요청하고, 필요하면 고소로 넘어가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성희롱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 때문에 피해 후에도 가해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신고를 즉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이 판결의 전제입니다. 다만 이 사건은 학교에서의 성희롱 판단에 관한 것이어서 고객 사건에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방식에 참고되는 법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실제 사건은 통상 ①피해 직후 기록 확보(CCTV 보관 요청, 목격 동료 확인, 당일 메모와 대화 내용) → ②회사에 서면 고충 해소 요청 → ③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처분 및 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회사가 조치를 하지 않거나 불이익을 주면 관할 고용노동청에 신고하는 절차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당장 챙겨야 할 확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장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으므로, 사건 직후 회사에 영상 보존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날짜·시각을 정확히 적어 둡니다.

  2. 피해 직후 동료·지인에게 말한 내용, 받은 메시지, 병원 진료기록 등 시간 순서가 드러나는 자료를 모읍니다.

  3. 회사에는 문자·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고객 ○○로부터 ○월 ○일 ○○을 당했다, 고충 해소를 요청한다, 해당 고객 응대에서 제외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합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이후 회사가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불이익을 줬는지 판단할 기준점이 분명해지고, 형사 고소에서도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손님에게 피해를 입은 분들은 “참으면 지나가겠지”, “내가 예민한 건가” 하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CCTV는 사라지고 기억은 흐려집니다.

피해를 입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고 회사에 언제 무엇을 요청했는지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기록이 회사의 조치 의무 위반을 따질 때나 형사 고소를 할 때 모두 핵심이 됩니다.

반대로 손님으로 지목되었거나 사업주 입장에서도 “우리는 몰랐다”, “그냥 장난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접촉의 정도, 고의 여부, 당시 정황, 회사가 요청을 받고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확보한 기록과 첫 진술이 이후 결론을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님이 한 일인데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물을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에 따라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청하면 회사는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Q. 회사에 말했더니 오히려 근무 시간을 줄였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A.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는 제14조의2 제2항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 피해 주장 시점과 불이익 조치 시점의 선후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Q. 손님이 몸을 만졌다면 바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이 문제될 수 있고,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된 범죄입니다.

Q. 말로만 성적인 이야기를 들은 경우에도 처벌이 되나요?

A. 강제추행은 성립하기 어렵지만, 내용과 상황에 따라 모욕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모욕죄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 회사에는 성희롱 법제에 따른 조치를 별도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Q. 가해 손님이 계속 매장에 오는데 응대를 거부해도 되나요?

A.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2항·제3항에 따라 업무의 일시적 중단이나 전환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는 그 요구를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해서는 안 됩니다. 요구는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 신고 전에 변호사를 만나야 하나요?

A. 고소 전 상담이 가장 좋습니다. 어떤 증거를 어떤 순서로 남길지, 회사에 무엇을 요청할지에 따라 이후 형사·노동 절차 모두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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