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형사공탁을 하면 피해자 의견도 듣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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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형사공탁을 하면 피해자 의견도 듣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재판에서 선고를 앞두고 피고인이 피해자 몫으로 돈을 공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하는 피해자분들, 그리고 합의가 안 돼 공탁을 준비하는 피고인 가족분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합의해 주지도 않았는데 가해자가 공탁했다고 형이 깎이는 것 아니냐”, “내 의견은 한마디 들어보지도 않고 재판이 끝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피고인 쪽에서는 “공탁만 해두면 피해자가 받든 안 받든 감형은 된다”, “선고 직전에 하면 어차피 법원이 알아서 반영해 준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두 생각 모두 현재 제도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2025년 1월 17일부터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하면 법원이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선고 직전에 공탁서만 내고 끝내는 이른바 기습공탁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형사공탁 시 피해자 의견 청취가 어떤 근거로, 어떤 경우에 이뤄지는지, 그 의견이 재판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하면 법원은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피해자 의견 청취는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은 ‘금전 공탁과 피해자 등의 의견 청취’라는 표제로 이 문제를 직접 규율하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개정으로 신설되어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ㆍ직계친족ㆍ형제자매를 포함한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제1항 본문).

조문이 “들을 수 있다”가 아니라 “들어야 한다”로 되어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피고인이 공탁을 했다면 재판부는 피해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공탁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의견 청취의 구체적 방법과 절차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규칙이 정합니다.

이 조문은 기존 제294조의2의 피해자 진술권과는 다른 층위입니다. 진술권은 피해자가 신청해야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제도이고, 제294조의6은 피고인의 공탁이라는 사실이 생기면 법원이 먼저 나서서 의견을 구하는 제도입니다.

형사공탁이 이뤄지면, 피해자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으로부터 의견을 요청받는 지위에 놓입니다.


2. 의견을 듣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의무에는 단서가 있지만, 예외는 대법원규칙이 정한 특별한 사정으로 좁게 한정됩니다.

제294조의6 제1항 단서는 “그 의견을 청취하기 곤란한 경우로서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듣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단순히 재판부가 번거롭다거나 피고인이 선고를 서두른다는 사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처럼 실제로 의견을 들을 방법이 없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피고인이 알 수 없는 사건에서는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 특례가 쓰입니다. 이 경우 공탁서에 피해자의 성명 대신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 사건번호, 사건명, 조서·진술서·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적고, 공탁 통지는 공탁관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법원이나 검찰청이 발급한 증명서로 동일인 확인을 받아 공탁금을 수령합니다.

다만 피해자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과, 공탁이 곧바로 감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의견을 청취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 자체가 재판부가 공탁의 의미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예외는 의견을 들을 방법이 실제로 없는 경우에 한정되며, 선고를 앞둔 공탁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생략되지 않습니다.


3. 피해자가 반대 의견을 내도 공탁이 곧바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의 의견은 법원이 양형에서 참작할 자료이지, 공탁의 효력을 좌우하는 동의권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을 생각이 없고 엄벌을 원한다”는 의견을 내더라도, 이미 이뤄진 변제공탁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294조의6은 의견을 ‘듣도록’ 할 뿐 피해자의 동의를 공탁의 요건으로 삼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탁금을 받을지 여부는 피해자가 언제든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의견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공탁의 액수가 피해 회복에 충분한지, 피해자가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 합의 거절이 정당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종합해 양형에 반영합니다. 피해자가 구체적 피해 내용과 함께 공탁을 받지 않는 이유를 밝히면, 공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형을 깎아주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쪽이 합리적인 수준을 크게 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피고인의 공탁은 진지한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같은 공탁이라도 액수의 합리성, 시기, 피해자에게 접촉하려던 노력이 함께 검토됩니다.

피해자의 의견은 공탁을 막는 거부권이 아니라, 법원이 양형에서 공탁의 무게를 가늠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4. 공탁금을 받은 뒤 되찾아 가는 일도 이제는 제한됩니다

피해자가 수령하기 전이라도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공탁금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피고인이 선고에서 공탁을 양형에 유리하게 인정받은 뒤 피해자가 수령하기 전에 공탁금을 도로 찾아가는 이른바 먹튀공탁이 문제됐습니다. 개정 공탁법 제9조의2 제1항은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을 한 공탁자가 민법 제489조에 따른 회수나 공탁원인 소멸을 이유로 공탁물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예외는 두 가지뿐입니다. 첫째, 공탁물 수령인으로 지정된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한 경우입니다. 둘째, 공탁의 원인이 된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기소유예는 제외)이 있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피고인 입장에서 형사공탁은 한번 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선고 직전에 급히 걸어두었다가 결과가 불리하면 거둬들인다는 계산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탁이 있었다는 이유로 공탁금이 사라질 걱정 없이, 의견을 낸 뒤에도 수령 여부를 차분히 결정할 수 있습니다.

회수 제한의 구체적 방법과 절차는 대법원규칙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공탁서 작성이나 회수 동의서 제출에 관한 세부 실무는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과 공탁소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공탁 사실을 알게 된 뒤의 절차와 대응 순서는 이렇습니다

의견 청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공탁 통지를 받는 즉시 자료와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은 통상 ①경찰 수사 → ②검찰 송치 및 기소 → ③1심 재판 → ④항소심의 순서로 진행되고,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기소되어 수원지방법원 재판부에서 심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공탁은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서 이뤄지고, 피해자에게는 공탁 사실이 통지됩니다.

피해자 입장이라면 아래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공탁 통지서(또는 공탁 공고)로 공탁 법원, 사건번호, 공탁금액을 확인하고, 사건을 맡은 재판부와 검사에게 의견을 낼 의사를 분명히 전합니다.

  2. 피해 내용, 치료비·정신적 손해, 그동안 피고인 측과의 접촉 경과를 서면(의견서)으로 정리해 공탁액이 피해 회복에 충분하지 않은 이유와 처벌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3. 공탁금을 받을지 여부는 의견과 별개로 정하되, 수령 시 양형에 미칠 영향을 변호사와 상의한 뒤 결정합니다.

피고인 쪽이라면 선고 직전의 급한 공탁보다, 피해자와 접촉하려던 시도와 합리적 산정 근거를 함께 남기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탁하는 것이 의견 청취 단계에서도 유리합니다.


마치며

형사공탁이 이뤄졌다는 통지를 받으면 대부분 당황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는 판결 선고 전까지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는 공탁이 곧 합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법원이 반드시 내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피해 내용과 현재의 입장을 구체적인 자료로 정리해 두면 재판부가 공탁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탁을 준비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공탁은 만능 감형 수단이 아닙니다. 피해자 의견이 청취되고, 회수는 제한되며, 액수와 시기, 노력의 진정성이 함께 평가됩니다.

저는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측과 피고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공탁이라도 시기와 방식, 그리고 의견서의 내용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어느 쪽에 서 계시든, 선고 전 마지막 의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가 형사공탁을 하면 법원은 반드시 제 의견을 듣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제1항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의견을 듣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대법원규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Q. 제도는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2024년 10월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공탁법이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Q. 제가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공탁이 무효가 되나요?

A.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의견 청취는 피해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므로 공탁 자체는 유지되고, 피해자의 반대 의견은 법원이 양형에서 공탁의 무게를 판단할 때 참작하는 자료가 됩니다.

Q. 가해자가 공탁금을 나중에 도로 찾아갈 수도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공탁법 제9조의2는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의 회수를 제한하고,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통고한 경우,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기소유예 제외)이 있는 경우에만 회수를 허용합니다.

Q. 피해자 인적사항을 모르면 형사공탁은 어떻게 하나요?

A. 공탁법 제5조의2의 특례에 따라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피해자의 이름 대신 법원·사건번호·사건명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적어 공탁할 수 있고, 통지는 공탁 공고로 갈음될 수 있습니다.

Q. 공탁한 피고인으로서 의견 청취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공탁액의 산정 근거, 피해자와 접촉하려 했던 경과, 합의 시도 내역을 자료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선고 직전보다 여유를 두고 공탁해 피해자가 의견을 낼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신뢰도 면에서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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