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금을 줬는데 민사소송을 또 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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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합의금을 줬는데 민사소송을 또 걸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형사 합의를 마치고 합의금까지 지급했는데, 몇 달 뒤 피해자 측으로부터 민사 소장이 날아왔다는 상담이 적지 않게 들어옵니다.

제가 만난 의뢰인분들 상당수는 “합의서에 도장 받고 돈까지 줬으니 끝난 일이다”, “처벌불원서를 받았으니 민사는 못 건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장을 받고 합의서를 다시 꺼내 보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아예 없거나, 합의금의 성격이 모호하게 적혀 있어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합의서의 문구와 합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 민사상 위자료 청구까지 막는 합의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형사 합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민사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합의금을 준 뒤에도 민사소송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가 어떻게 갈리는지, 그리고 소장을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 합의와 민사 책임은 별개의 문제로 출발합니다

형사 합의서는 그 문구가 정한 범위까지만 민사 청구를 막습니다.

성범죄 가해자는 형사처벌과 별도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민법 제751조 제1항이 근거가 됩니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절차도 목적도 달라서, 한쪽의 결과가 다른 쪽을 자동으로 종결시키지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끼리 합의서를 써서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면, 그 합의는 민법 제731조의 화해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민법 제732조에 따라 피해자가 양보한 권리, 즉 합의서에 포함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합니다.

결국 핵심은 “이 합의서가 어디까지를 끝내기로 한 것인가”입니다. 같은 합의금을 주고받았더라도, 합의서에 민사 청구 포기 취지가 명확히 적혀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가 됩니다.

형사 합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합의서에 적힌 문구와 합의 경위가 민사 책임의 범위를 정합니다.


2.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막힙니다

부제소합의가 명확하면 피해자가 나중에 착오를 주장해도 쉽게 뒤집히지 않습니다.

합의서에 “향후 민사·형사상 어떠한 소송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들어 있다면, 이는 부제소합의로서 민사 소송을 막는 효력을 갖습니다. 피해자가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합의의 존재를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흔히 “합의 당시 정신이 없었다”, “금액이 너무 적은 줄 몰랐다”는 식으로 합의를 되돌리려 합니다. 그러나 민법은 화해계약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어,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733조).

즉 합의금이 적었다거나 사건의 법적 평가를 잘못 알았다는 사정은 ‘분쟁 자체’에 관한 것이어서 취소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합의 상대방이 실제 피해자가 아니었다거나, 합의 대상이 아닌 별개 사항에 오해가 있었다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가 위력이나 협박, 기망으로 작성된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민법상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가 문제되므로, 합의서 작성 경위(누가 요구했는지, 어떤 압박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부제소 문구가 명확한 합의서는 원칙적으로 민사 소송을 막고, 착오만으로는 쉽게 뒤집을 수 없습니다.


3. 부제소 문구가 없거나 모호하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고, 준 합의금은 공제됩니다

합의금은 위자료의 일부로 보아 공제될 뿐, 추가 청구 자체를 막는 근거는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있고 민사 청구 포기 문구는 없는 경우입니다. 처벌불원은 형사 절차에서 양형상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는 의사표시일 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한다는 의미로 당연히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민사소송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사건의 경위, 피해 정도, 가해자의 책임 정도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하되, 이미 지급된 합의금은 위자료의 변제로 보아 공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미 준 돈을 다시 달라고 되돌려받을 수는 없지만, 이중으로 물게 되는 것을 막는 장치는 있는 셈입니다.

부제소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9496 판결 등은 합의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후유증 등 새로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추가 손해에는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도 합의 이후 피해자의 정신과 치료가 장기화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확인되면 같은 논리가 주장될 수 있습니다.

민사 청구 포기 문구가 없으면 위자료 소송은 가능하고, 지급한 합의금은 그 금액에서 공제됩니다.


4. 소멸시효와 소송 시기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기본이지만, 미성년 피해자는 시효가 늦게 시작됩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제2항). 형사 합의 후 3년이 지나 소장이 오면 소멸시효 항변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던 경우는 다릅니다.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민법 제766조 제3항).

따라서 미성년 피해자 사건은 성년이 된 뒤에 시효가 시작되므로,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합의서에 부제소 문구를 넣었는지가 이 경우에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또한 형사 합의서에 적은 금액이 민사에서 인정될 위자료보다 훨씬 적었다면, 피해자 측이 합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합의금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면 법원도 그 사정을 위자료 산정에 반영해 추가 인정액을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이었는지, 합의 후 얼마나 지났는지가 민사 대응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5. 소장을 받았다면 이렇게 대응하셔야 합니다

소장 송달 후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하고, 합의서가 핵심 방어 자료입니다.

민사 소송은 통상 ①피해자 측의 소장 접수(피고인 주소지가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수원지방법원 산하 지원) → ②소장 부본 송달과 답변서 제출(송달일로부터 30일 이내) → ③변론·조정 기일 → ④판결 또는 조정 성립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청구 내용을 인정한 것으로 보아 판결이 선고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소장을 받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합의서 원본을 찾아 부제소·민형사상 이의 제기 금지 문구의 유무와 정확한 표현을 확인합니다.

  2. 합의금 지급 내역(계좌이체 영수증, 수령 확인서)과 합의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녹취로 합의 경위를 정리합니다.

  3. 피해자의 나이(미성년 여부)와 합의일·소장 접수일을 확인해 소멸시효 쟁점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제소합의 항변, 합의금 공제 주장, 소멸시효 항변을 구분해 준비하면 청구액을 줄이거나 청구 자체를 막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마치며

성범죄 합의를 마치고 나면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합의서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장을 받은 뒤에야 문구의 허점을 알게 되어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합의금을 지급한 가해자 입장에서는 합의서에 민사 청구 포기 문구가 들어 있는지, 합의금의 성격이 위자료 전액인지 일부인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미 소장을 받았다면 답변서 기한 안에 합의서를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대로 합의 후에도 추가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도 합의서의 문구와 작성 경위에 따라 청구가 인정될 수 있고, 시효나 합의금 공제에 따라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분과 피해를 주장하는 분 양쪽의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합의서 한 줄이 민사 결과를 완전히 바꾸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서를 쓰기 전이든, 소장을 받은 뒤이든 지금이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만 적혀 있는데 민사소송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처벌불원은 형사 양형에서 참작되는 의사표시이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 포기로 당연히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미 지급한 합의금은 위자료에서 공제됩니다.

Q. 부제소합의가 있으면 어떤 경우에도 소송이 막히나요?

A. 원칙적으로 막히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거나 합의가 강박·기망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합의금이 너무 적었다는 이유로 합의를 취소할 수 있나요?

A. 쉽지 않습니다. 민법 제733조는 화해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 합의금의 많고 적음은 분쟁 자체에 관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Q. 이미 준 합의금은 위자료 소송에서 어떻게 처리되나요?

A. 법원은 전체 위자료를 정한 뒤 이미 지급된 합의금을 공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합의금을 준 사실과 지급 증빙은 반드시 증거로 제출해야 합니다.

Q.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766조 제3항에 따라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소송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Q. 소장을 받았는데 그냥 두면 어떻게 되나요?

A. 송달일로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청구 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아 변론 없이 판결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소장을 받는 즉시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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