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다 다치거나 가족이 사망했을 때, 군인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중배상금지 조항이 막는 사람은 법에 열거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뿐이고, 사회복무요원은 그 명단에 없습니다. 같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중이어도 신분이 군인이 아니라면 국가배상법 본문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글에서는 왜 사회복무요원에게는 청구의 문이 열려 있는지,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보훈 보상과는 어떻게 맞물리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이중배상금지 조항이 막는 사람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범위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에 단서가 붙어,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해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고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을 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헌법 제29조 제2항도 같은 취지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의 배상청구를 제한합니다.
이 단서는 예외 규정이므로 문언에 적힌 신분에 한정해서 읽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미 보상 제도가 있는 사람에게 국가배상까지 겹쳐 주지 않겠다는 취지라서, 보상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서의 적용 대상이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병역법 제75조 제2항에 따라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으면 보훈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보상 수급 자격의 문제일 뿐 단서가 열거한 신분에 편입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서의 적용 신분 —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 예비군대원 네 부류.
단서가 요구하는 사고 유형 —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한 전사·순직·공상.
단서의 효과 —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국가배상과 민법상 손해배상 모두 청구 불가.
사회복무요원 — 위 네 부류에 해당하지 않아 단서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음.
이중배상금지는 열거된 신분에만 적용되는 예외이고, 사회복무요원은 그 열거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 97다4036 —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지 않는 한 군인이 아니다
이 쟁점은 이미 대법원이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4036 판결은 당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다 순직한 사람의 유족이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공익근무요원은 병역법상 보충역에 편입되어 공익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므로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지 않는 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군인이란 국군조직법상 군에 복무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공익근무요원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의 공익 목적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병역법 제75조 제2항을 따로 짚었다는 점입니다. 공익근무요원이 순직하면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상을 한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군인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사회복무요원은 당시 공익근무요원 제도를 이어받은 보충역 복무 제도이고, 병역법 제75조 제2항도 사회복무요원의 순직·공상 보상을 같은 구조로 정하고 있어 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무에서는 복무기관이나 국가 측이 "보훈 보상 대상이니 국가배상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판결이 정면으로 그 논리를 배척합니다. 보상 대상이라는 사정과 청구 제한 대상이라는 사정은 별개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보훈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국가배상 청구가 제한되는 신분이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다.
국가배상이 성립하는 요건 — 공무원의 직무집행·고의 과실·위법·손해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고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가해자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이 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까지 포함해 정의하므로 복무기관의 소속 직원이나 담당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다 낸 사고가 전형적인 대상입니다. 둘째, 직무를 집행하면서 일어난 행위여야 합니다. 셋째,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넷째, 법령을 위반한 행위여야 하며, 다섯째, 그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복무요원 사고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은 이렇습니다. 복무기관 담당자가 위험한 작업을 안전장비나 교육 없이 지시한 경우, 복무기관의 시설·차량 관리가 부실해 사고가 난 경우, 상급자나 동료의 가혹행위·폭행을 알고도 방치한 경우입니다. 각각 안전배려 의무 위반, 시설 관리 소홀,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과실의 구체적 내용이 서로 다르므로, 사고 경위를 이 틀에 맞춰 정리해야 합니다.
공무원 해당 여부 — 복무기관 소속 직원·담당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직무 집행 관련성 — 복무 지시·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인지.
과실·위법 — 안전교육·보호장비·인력 배치 등 법령이나 내규상 의무를 어겼는지.
인과관계·손해 —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 손해와 사고 사이의 연결.
복무기관이 민간 사회복지시설일 때 — 청구 상대방을 잘못 잡는 함정
사회복무요원은 병역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에서도 복무합니다. 여기서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청구 상대방입니다. 지방자치단체 주민센터나 공공기관에서 복무하다 공무원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면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청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반면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의 시설장이나 직원이 낸 사고라면 그 사람을 곧바로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는 시설 운영 주체를 상대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제750조)이나 사용자책임(제756조),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는 길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잘못 지정해 소를 제기하면 청구가 기각되거나 소멸시효 기간만 흘려보낼 수 있으므로, 사고가 난 복무기관이 어떤 성격의 기관인지, 복무 관리의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복무기관과 병무청 어느 쪽에 어떤 관리 의무가 있었는지에 따라 피고를 복수로 잡는 방법도 고려합니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복무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대.
민간 사회복지시설 복무 — 시설 운영 주체 상대 민법 제750조·제756조 책임을 함께 검토.
복무 지시 체계 확인 — 복무요원 복무규정상 복무기관의 장의 관리·감독 범위 확인.
보훈 보상과 국가배상의 관계 — 둘 다 받을 수 있나
사회복무요원이 복무 중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으면 병역법 제75조 제2항·제3항에 따라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 유족, 공상군경 또는 보훈보상대상자법상 재해사망군경 유족, 재해부상군경으로 보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복무 중 공상 또는 공무상 질병을 얻은 사람의 치료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 등의 부담으로 하도록 정합니다. 이 보상은 사고의 원인에 과실 있는 공무원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공무 수행 중 입은 피해에 대해 지급되는 제도라서, 국가배상과 목적이 다릅니다.
국가배상은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 전부를 배상하는 제도이고, 보상은 공무로 입은 피해를 정해진 기준으로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사회복무요원에게는 이중배상금지 단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보상 대상이 되더라도 국가배상 청구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두 번 전보받을 수는 없으므로, 실제 배상액을 정할 때에는 이미 지급받은 보상금과의 관계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조정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신청하는지, 각 제도의 지급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달라지므로 순서와 증빙을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보상은 청구를 막는 사유가 아니라 배상액을 정할 때 함께 고려되는 사정이다.
사고 직후 확보해야 할 자료 — 청구의 승패를 가르는 증거
국가배상 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과실과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복무기관은 사고 기록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정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고 직후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의무기록과 진단서로 상해의 내용과 사고와의 시간적 연결을 확정해야 합니다. 복무기관이 작성한 사고보고서·복무일지·업무 지시 내역, 현장 CCTV, 당시 근무한 직원과 동료의 진술도 확보 대상입니다.
CCTV는 보존 기간이 지나면 덮어쓰기 되므로 사고 직후 복무기관에 보존을 요청하고 요청 사실을 문서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법원을 통한 증거보전이나 문서제출명령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복무요원 본인이 사고 상황을 기억하는 동안 시간 순서대로 메모를 작성해두는 것도 이후 진술의 일관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진단서·의무기록 — 사고와 상해의 시간적 연결, 후유장해 여부 확인.
복무기관 자료 — 사고보고서, 복무일지, 업무 지시 문서, 안전교육 기록.
영상·사진 — CCTV 보존 요청서와 현장 사진.
인적 증거 — 목격한 직원·동료의 연락처와 진술 내용.
청구 절차와 시효 —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기한
국가배상법에는 과거에 배상심의회 결정을 거쳐야 소송이 가능하다는 전치주의가 있었으나 현재는 임의 절차이므로, 배상심의회에 신청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도 됩니다.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이 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은 민법을 적용하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766조가 정한 대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기준이 됩니다.
사고 직후에는 치료와 복무 문제로 경황이 없지만, 후유장해가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효는 계속 흐를 수 있습니다. 시효 기산점이 언제인지는 사안별로 다투어지므로, 사고 직후 곧바로 변호사와 기산점과 청구 시기를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했다면 소를 먼저 제기해 시효를 중단시키는 전략도 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회복무요원도 군인처럼 이중배상금지가 적용되지 않나요?
A.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열거한 신분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이고 사회복무요원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4036 판결도 공익근무요원은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지 않는 한 군인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Q. 보훈 보상을 받으면 국가배상은 포기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단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보상 수급 자격이 있어도 국가배상 청구는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전보받을 수는 없어 배상액 산정에서 중복분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Q. 복무 중 교통사고로 다쳤다면 누구를 상대로 청구하나요?
A. 가해 차량이 공무원이 직무로 운전한 차량이라면 국가배상 문제가 되고, 일반 차량이라면 가해자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한 민법·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청구가 됩니다. 복무기관의 업무 지시로 이동하던 중이었다면 지시의 위험성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복무기관이 민간 복지시설인데 국가배상이 가능한가요?
A. 시설 직원은 원칙적으로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 아니므로 시설 운영 주체를 상대로 민법 제750조·제756조의 책임을 묻는 구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무 관리나 복무 지도 과정에 공무원의 과실이 있었다면 국가를 함께 상대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Q. 소송 전에 배상심의회 신청이 필수인가요?
A. 필수가 아닙니다. 심의회 신청 없이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증거 상태와 청구액에 따라 달라집니다.
Q. 청구 가능한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A.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민법 제766조가 적용되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기준입니다. 기산점은 사안마다 다툼이 있어 가급적 사고 직후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사회복무요원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중이라도 법적으로는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배상금지 단서가 청구를 막지 않습니다. 대법원 97다4036 판결이 이 점을 분명히 했고, 병역법상 보훈 보상 제도가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바꾸지도 않습니다. 결국 승패는 복무기관 또는 공무원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청구 상대방을 정확히 잡는 일, 사고 직후 증거를 확보하는 일, 3년의 시효를 놓치지 않는 일이 가장 먼저 챙길 세 가지입니다. 보훈 보상 신청과 국가배상 청구를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도 함께 설계해야 하므로, 사고 직후 자료를 모아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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