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으면 신분은 곧 끝나는데, 그 사람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까지 붙는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분이 많습니다. 어차피 군복을 벗을 사람에게 군 안에서 받는 재범 예방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급심에서는 '군법 적용 대상자'라는 이유로 이수명령을 빼고 선고한 사례가 있었고, 대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벌금형이 확정되면 왜 제적과 이수명령이 동시에 진행되는지, 그리고 이수명령이 붙었을 때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폭력처벌법 제16조 — 유죄판결이면 이수명령은 원칙적 병과
이수명령의 출발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입니다.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게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에는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병과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병과할 수 있다'가 아니라 '병과하여야 한다'이므로, 법원이 재량으로 고르는 부가처분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반드시 붙이는 처분입니다. 예외는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뿐입니다.
어떤 처분이 붙는지는 형의 종류에 따라 갈립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수강명령은 형의 집행을 유예할 때 집행유예기간 안에서 병과하고, 이수명령은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 병과합니다. 그래서 벌금형이나 약식명령으로 끝나는 사건에서 붙는 것은 수강명령이 아니라 이수명령입니다. 벌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혹은 정식재판 없이 약식명령으로 끝났다는 이유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선고유예 — 이수명령 병과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선고유예도 군인 신분에는 별도의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 — 수강명령을 집행유예기간 안에서 병과하고, 보호관찰·사회봉사가 함께 붙을 수 있습니다.
벌금형·약식명령 — 이수명령을 병과합니다.
실형 — 형기 안에서 교정시설이 집행합니다.
성폭력범죄로 선고유예를 제외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나오면, 벌금형이라도 이수명령(500시간 범위)은 원칙적으로 함께 붙는다.
벌금 100만원이 가르는 선 — 군인사법상 당연 제적
군인에게 벌금형이 더 무거운 이유는 형량이 아니라 신분 때문입니다. 군인사법 제40조 제1항 제4호는 장교·준사관·부사관이 같은 법 제10조 제2항의 결격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게 되면 제적된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제10조 제2항 제6호의3은 성폭력범죄(성폭력처벌법 제2조), 스토킹범죄, 마약류 범죄 등을 저질러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결격사유로 열거합니다. 결국 성폭력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법률상 제적 사유에 해당하게 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제적 사유는 선고가 아니라 확정을 기준으로 발생합니다. 약식명령이면 고지만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확정되거나, 정식재판에서 선고된 벌금형이 상소 없이 확정되는 시점이 분기점입니다. 둘째, 금액 기준이 100만원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성폭력범죄로 기소유예를 받거나 벌금 100만원 미만에 그치면 이 조항에 의한 당연 제적은 일어나지 않고, 징계·현역복무부적합 심사 같은 다른 경로가 남습니다. 다만 제40조는 장교·준사관·부사관에 관한 규정이므로, 병(兵)의 경우는 이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신분 문제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성폭력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간부는 군인사법 제40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제적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기준은 선고가 아니라 확정이다.
'군법 적용 대상자라 이수명령 불가'라는 주장 — 대법원이 막은 지점
그렇다면 선고 시점에는 아직 현역인 군인에게 이수명령을 붙일 수 있을까요. 이수명령은 보호관찰소가 집행하는 사회 내 처우인데, 군에 복무 중인 사람에게 이를 집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하급심에서 받아들여진 적이 있습니다. 후배 군인의 집에서 그 아내를 강제추행해 기소된 현역 부사관 사건에서, 원심은 벌금 800만원만 선고하고 이수명령은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군법 적용 대상자에게는 성폭력처벌법상 이수명령을 명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1부는 2026년 6월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요지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현역 군인 신분을 당연히 상실하므로, 선고 당시 군법 적용 대상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논리는 이수명령의 집행 시점에 주목합니다. 벌금형의 이수명령은 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집행하는데, 그 시점에는 이미 제적되어 민간인 신분이므로 보호관찰소 집행에 걸림돌이 없다는 구조입니다.
'제적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정은 이수명령을 빼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확정 후 민간인 신분에서 집행할 수 있다는 이수명령 병과의 근거가 된다.
이수명령은 형 확정 후 6개월 안에 — 집행 절차와 시간표
성폭력처벌법 제16조 제5항은 벌금형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한 경우 이수명령을 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집행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6항에 따라 벌금형과 병과된 이수명령은 보호관찰소의 장이 집행하고, 내용은 제7항에 따라 일탈적 이상행동의 진단·상담, 성에 대한 건전한 이해를 위한 교육, 그 밖에 재범예방에 필요한 사항입니다. 구체적인 이수 시간은 판결 주문에 적히고, 500시간이 상한일 뿐 사건마다 법원이 정합니다.
군인 입장에서 시간표를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같은 날부터 제적 사유가 발생해 전역 처리 절차가 진행되고, 보호관찰소는 확정된 판결문을 받아 이수명령 대상자에게 출석 일정을 통지합니다. 벌금 납부 기한과 이수명령 6개월 기한은 별개로 흘러가므로, 벌금만 내고 이수명령 통지를 방치하면 안 됩니다. 이수명령 대상자는 주거 이전이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 때 보호관찰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고, 위반하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의 경고·구인·유치 같은 절차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집행 주체 — 벌금형·집행유예와 병과된 경우 보호관찰소의 장입니다.
집행 기한 — 벌금형이면 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이수 내용 — 상담·진단, 성에 대한 건전한 이해 교육, 재범예방 필요 사항입니다.
준수사항 — 보호관찰관의 집행 지시를 따르고, 주거 이전·장기 여행은 사전 신고해야 합니다.
이수명령과 같이 따라오는 것들 — 신상정보 등록과 제적 이후의 불이익
이수명령만 따로 보면 시간만 채우면 끝나는 처분처럼 보이지만, 벌금형 확정 시점에는 다른 효과도 동시에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의 신상정보 등록입니다. 강제추행처럼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등록대상자가 되고, 같은 항 단서는 제12조(공중밀집장소추행)·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 등 일부 범죄의 벌금형만 예외로 둡니다. 즉 군인이 강제추행으로 벌금형을 받으면 벌금이 적더라도 등록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적은 단순히 군복을 벗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결격사유인 100만원 이상 벌금형 확정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장교·준사관·부사관으로 다시 임용될 수 없고, 성폭력범죄는 취업제한 등 다른 제재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군인연금 등 전역 후 처우는 사유·복무기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확정 전에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이수명령은 이런 불이익 목록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확정 후 6개월이라는 기한이 따로 있어 놓치기 쉽다는 점이 다릅니다.
벌금형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선택 — 약식명령과 정식재판 청구 기준
제적과 이수명령이 모두 확정을 전제로 한다면, 확정 전의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약식명령이 확정되고, 그 순간 제적 사유와 이수명령·신상정보 등록이 함께 발생합니다. 벌금 액수가 1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성폭력범죄는 이수명령과 등록의 문제가 별도로 따라오므로 금액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정식재판에서는 공소사실 자체를 다툴 수 있고, 양형자료를 새로 제출해 선고유예나 기소유예 수준으로 조정할 여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약식명령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다만 이 원칙은 형의 종류와 양에 관한 것이어서, 정식재판에서 새로 이수명령이 병과되는 문제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공탁, 반성 자료, 군 복무 평정 등은 양형에는 영향을 주지만, 성폭력범죄로 유죄가 선고되는 이상 이수명령 병과 원칙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목표는 이수명령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유죄 여부와 형의 종류를 먼저 다투는 것이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제적도 이수명령도 없나요?
A.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6호의3의 기준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므로, 100만원 미만이면 이 조항에 의한 당연 제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수명령은 유죄판결(선고유예 제외)이나 약식명령이면 벌금 액수와 관계없이 병과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징계나 현역복무부적합 심사 같은 별도 절차도 남을 수 있습니다.
Q. 군인이라 보호관찰소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은 통하나요?
A. 대법원은 선고 당시 군법 적용 대상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현역 군인 신분을 상실하고, 이수명령은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보호관찰소가 집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주장만으로 이수명령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Q. 약식명령이 나왔는데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이수명령이 늘어나지는 않나요?
A. 정식재판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수명령은 형이 아닌 처분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병과 여부와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사건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청구 기한은 약식명령 고지일로부터 7일입니다.
Q. 이수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이수명령 대상자는 보호관찰관의 집행 지시를 따라야 하고, 이를 어기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고·구인·유치 등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벌금을 납부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수명령 의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형 확정일부터 6개월이라는 집행 기한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Q. 선고유예를 받으면 제적도 이수명령도 피할 수 있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16조 제2항은 선고유예를 이수명령 병과 대상에서 제외하므로 이수명령은 붙지 않습니다. 다만 선고유예도 보호관찰을 명할 수 있고, 군인사법 제40조 제1항 제4호 단서에 따라 자격정지 이상 형의 선고유예는 성폭력범죄 등의 경우 제적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군인에게 선고유예는 신분 유지를 보장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Q. 이수명령과 신상정보 등록은 같은 건가요?
A. 별개의 제도입니다. 이수명령은 재범예방 교육을 받는 처분이고, 신상정보 등록은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등록대상 성범죄자의 정보를 법무부에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하나가 있다고 다른 하나가 면제되지 않으며, 벌금형이라도 둘 다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현역 군인의 성범죄 벌금형은 형량보다 확정이라는 시점이 모든 효과를 한꺼번에 일으킨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간부는 군인사법상 제적 사유에 해당하고, 같은 시점에 이수명령과 신상정보 등록이 함께 진행됩니다. 대법원이 제적이 예정된 군인이라도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리한 만큼, 군법 적용 대상자라는 이유로 이수명령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7일이라는 기한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것인지, 확정이 불가피하다면 이수명령 6개월 기한과 제적 이후의 후속 절차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신분과 형사 결과, 이수명령은 서로 얽혀 있으므로 하나씩 따로 보지 말고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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