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적 중 도주차량 사고, 국가배상은 추적의 위법성 입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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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추적 중 도주차량 사고, 국가배상은 추적의 위법성 입증이 관건 

강대현 변호사

경찰이 도주하는 차량을 쫓다가 그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며 무고한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면, 피해자는 가해 운전자뿐 아니라 쫓던 경찰을 운영하는 국가에도 책임을 묻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국가배상은 '추적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추적 행위 자체가 법령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도주차량 추적을 원칙적으로 정당한 직무집행으로 보기 때문에, 이 위법성의 문턱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이 글에서는 추적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피해자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가해 운전자와 국가에 청구가 어떻게 나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공무원의 '법령 위반'이 요건인 이유

국가배상책임의 뼈대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입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국가가 배상한다는 규정입니다. 일반 민사의 불법행위와 달리 '법령 위반'이라는 요건이 따로 들어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법령 위반은 명문 규정을 어긴 경우만이 아니라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사회질서 같은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경우까지 포함해 넓게 해석됩니다.

도주차량 추적 사고에서는 직접 손해를 낸 사람이 경찰관이 아니라 도주하던 운전자입니다. 경찰관은 사고 차량을 들이받은 것도 아니고 피해자를 직접 다치게 한 것도 아니므로, 피해자는 '추적 행위가 도주 운전자의 위험 운전을 불러 사고를 낳았다'는 인과의 고리를 세워야 합니다. 그 고리의 앞 단계가 바로 추적의 위법성입니다. 추적이 적법했다면 결과적으로 사고가 났더라도 국가는 배상하지 않습니다. 경찰이 범죄 예방과 수사를 위해 법이 부여한 직무를 수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분쟁은 '경찰이 쫓아서 사고가 났다'는 인과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추적이 어떤 점에서 법령과 조리에 어긋났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데서 승패가 갈립니다. 이 입증 책임은 청구하는 피해자 쪽에 있습니다.

도주차량 추적 사고의 국가배상은 '추적 때문에 사고가 났다'가 아니라 '추적 자체가 위법했다'를 증명해야 열린다.

대법원 2000다26807 판결 — 추적이 위법해지는 '특별한 사정'

이 문제의 기준을 세운 판결이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다26807, 26814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교통법규 등을 위반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순찰차로 추적하는 직무를 집행하던 중 그 도주차량의 주행으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추적이 직무 목적 수행에 불필요하다거나, 도주의 태양과 도로교통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에 비추어 추적의 개시·계속 또는 방법이 상당하지 않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적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법리를 풀어 읽으면 추적은 원칙적으로 적법하고, 위법은 예외라는 구조입니다. 예외로 넘어가는 문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추적 자체가 필요 없었던 경우, 다른 하나는 필요는 있었지만 예측되는 위험에 비해 개시·계속·방법이 상당하지 않았던 경우입니다. 후자가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핵심이고, 법원은 이를 추적의 필요성과 그로 인해 예측되는 위험을 저울에 올려 비교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판결이 문턱을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입증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이기도 합니다. 도주의 양상, 도로 상황, 추적 중 교신 내용처럼 추적 당시 경찰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을 모아 '이 정도면 계속 쫓는 것이 상당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도록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청구의 출발점입니다.

추적의 필요성 — 무엇을 쫓았는가가 먼저 갈린다

위법성 판단의 첫 번째 관문은 추적이 정말 필요했는가입니다. 도주하는 차량이 중대한 범죄와 관련되어 있는지, 아니면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이나 단순 확인 대상인지에 따라 추적이 정당화되는 폭이 달라집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2항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어, 이 비례 원칙이 추적의 필요성 판단 밑바탕에 놓입니다.

예를 들어 강도·살인·음주운전 중 사고 같은 중대 범죄 혐의 차량을 쫓는 상황이라면 추적의 필요성이 크게 인정됩니다. 반대로 번호판 확인이나 경미한 신호위반, 이미 차량 번호와 운전자 신원이 파악되어 사후 검거가 가능한 사안이라면, 도주 차량을 끝까지 쫓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이 경우 뒤에서 보는 위험 요소가 더해지면 추적 계속이 상당하지 않다는 평가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 쫓는 대상의 혐의 — 강력범죄·음주·무면허 등 중대 위험 요소가 있는지.

  • 신원 확보 여부 — 번호판·인적사항이 이미 확인되어 추후 검거가 가능한지.

  • 다른 수단 — 무전 공조, 길목 차단, 헬기·CCTV 활용 등 덜 위험한 대안이 있었는지.

  • 도주 차량의 위험성 자체 — 이미 난폭운전으로 공중에 위험을 주고 있었는지.

예측되는 피해의 구체적 위험성 — 시간·장소·속도·교통량

두 번째 관문은 추적을 계속하면 제3자에게 피해가 생길 구체적 위험이 어느 정도로 예측되었는가입니다. 판례가 말하는 '도주의 태양 및 도로교통상황'이 이 지점입니다. 한적한 새벽 고속도로에서 쫓는 것과 퇴근 시간 시내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며 쫓는 것은 위험의 크기가 전혀 다릅니다. 위험이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 구체화되었는데도 추적을 계속했다면 추적의 계속이 상당하지 않았다고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법원이 보는 사실관계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도주 차량이 역주행하거나 신호를 연속으로 위반하는지, 보행자와 차량이 많은 구간인지, 야간·우천 등으로 시야가 나쁜지, 추적 속도가 도로 제한속도를 얼마나 초과했는지, 순찰차가 사이렌과 경광등을 켠 채 어느 정도 간격으로 따라붙었는지가 그것입니다. 간격이 너무 가까워 도주 운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면 그것이 위험 운전을 부추긴 요소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이 증거입니다.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 112 신고 접수 기록과 무전 교신 녹취, 경찰의 추적 보고서, 도로 CCTV, 사고 차량 블랙박스가 모두 위험 예측 가능성과 추적 방식을 가려내는 핵심 자료입니다. 이 자료들은 사고 직후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 신청으로 확보해야 하고, 보존 기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위법 여부는 결과(사고)가 아니라, 추적 당시 예측되는 위험과 추적의 필요성을 저울질한 결과로 정해진다.

가해 운전자와 국가 — 청구 상대와 책임 분담

도주차량 사고의 피해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책임 주체는 사고를 낸 도주 운전자입니다.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의 운행자 책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추적 경찰관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국가도 책임을 지게 되고, 이 경우 도주 운전자와 국가는 같은 손해에 대해 각자 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 관계로 정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피해자는 어느 쪽에든 청구할 수 있지만 이중으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주 운전자는 자력이 없거나 보험이 없거나, 아예 검거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가 실익을 갖는 대목입니다. 다만 국가의 책임 범위는 추적 위법의 기여도에 따라 제한될 수 있습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이 도주 운전자의 위험 운전이므로 법원이 국가의 책임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 도주 운전자 — 민법 제750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책임. 의무보험·종합보험 가입 여부 확인.

  • 국가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추적의 위법이 인정될 때만 책임.

  • 운전자가 불명이거나 무보험인 경우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정부보장사업(뺑소니·무보험차 피해 보장)도 별도로 검토.

  • 이중 수령 불가 — 한쪽에서 받은 금액만큼 다른 쪽 청구액이 줄어듦.

국가배상 청구 절차 — 소송과 배상심의회

국가배상 청구는 크게 두 길로 갑니다. 하나는 법무부 산하 지구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곧바로 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입니다. 국가배상법 제9조는 배상심의회 신청을 거치지 않고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심의회 신청은 필수 전치절차가 아닙니다. 위법성이 핵심 쟁점이어서 다툼이 클 사건은 보통 처음부터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효도 점검해야 합니다. 국가배상 청구권은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민법과 국가재정법 등 다른 법령의 시효 규정이 적용되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민법 제766조 제1항)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사고 후 형사절차와 보험처리가 진행되는 동안 시효 기간이 지나가기 쉬우니, 책임 주체와 청구 방향을 정리하는 시점을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추적의 위법성과 인과관계, 손해액을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손해액은 치료비, 휴업손해, 후유장해에 따른 일실수입, 위자료 등으로 구성되며, 사망 사고라면 유족의 상속·위자료 청구가 더해집니다. 도주 운전자의 형사재판 기록이 확보되면 사고 경위 입증에 크게 도움이 되므로 형사 기록 열람·등사도 함께 준비합니다.

입증이 막히는 대표 지점과 대응 방향

이 유형의 소송에서 청구가 기각되는 전형적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추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위험 예측도 크지 않았다고 보아 위법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입니다. 도주 차량이 이미 음주운전이나 중대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면 이 경로가 열리기 쉽습니다. 둘째, 위법성은 일부 인정되더라도 사고의 주된 원인이 도주 운전자의 위험 운전에 있어 국가 책임 비율이 낮게 정해지는 경우입니다.

대응은 추적 과정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추적 시작 시점, 도주 차량의 위반 내용, 순찰차의 속도와 간격, 중간 교신 내용, 지휘부의 중단 지시 여부, 사고 발생까지 걸린 시간을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만듭니다. 이 타임라인에서 '이 시점에 중단했어야 한다'는 구체적 지점이 드러나면, 추적의 계속이 상당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경찰이 중단 지시를 했는데도 따르지 않았거나 추적이 이미 종료된 뒤에 사고가 난 경우라면, 추적과 사고 사이의 인과가 끊겼다고 평가될 수 있어 청구가 어려워집니다.

  • 타임라인 — 추적 개시·계속·종료 시점별 위험 상황 정리.

  • 중단 가능 지점 — 신호·역주행 등 위험이 구체화된 시점에 중단 의무가 있었는지.

  • 인과 단절 여부 — 추적이 이미 끝났는데 사고가 난 경우 책임 인정이 어려움.

  • 책임 비율 — 도주 운전자와 국가의 기여도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주장.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이 쫓아서 사고가 났는데도 국가배상이 안 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의 법령 위반을 요건으로 하는데, 판례는 도주차량 추적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봅니다. 추적이 불필요했거나 예측되는 위험에 비추어 개시·계속·방법이 상당하지 않았을 때 위법성이 인정됩니다.

Q. 어떤 경우에 추적이 위법하다고 보나요?

A. 중대하지 않은 사안인데 위험한 도심에서 속도를 높여 계속 쫓았거나, 이미 번호판으로 신원이 확인되어 추후 검거가 가능했거나, 역주행·연속 신호위반처럼 위험이 구체화되었는데도 중단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필요성과 위험성의 비교가 기준입니다.

Q. 도주한 운전자를 못 잡으면 보상을 못 받나요?

A. 운전자가 불명이거나 무보험이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정부보장사업을 통해 일정 범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배상과 별개 제도이고, 추적이 위법했다면 국가배상 청구도 병행해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배상심의회를 꼭 거쳐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국가배상법 제9조는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지 않고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위법성 다툼이 클 사건은 바로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심의회 신청은 선택입니다.

Q. 어떤 증거를 먼저 확보해야 하나요?

A. 순찰차 블랙박스, 112 신고 기록과 무전 교신 녹취, 경찰의 추적 보고서, 도로 CCTV, 사고 차량 블랙박스가 핵심입니다. 보존 기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사고 직후 증거보전이나 사실조회·문서제출명령을 검토해야 합니다.

Q.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있나요?

A.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민법 제766조 제1항)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형사절차와 보험 처리를 기다리다 기간을 넘기는 일이 없도록 청구 방향을 일찍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도주차량 추적 사고에서 국가배상은 사고 결과가 아니라 추적 행위의 위법성으로 열리고 닫힙니다. 대법원은 추적을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보되, 추적이 불필요했거나 예측되는 구체적 위험에 비추어 개시·계속·방법이 상당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추적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가르는 사실관계를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청구 상대는 도주 운전자와 국가로 나뉘고, 자력이나 보험이 없는 도주 운전자를 대신해 국가나 정부보장사업이 실익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국가의 책임 비율은 제한될 수 있고 시효도 있으므로 사고 직후 증거 확보와 청구 방향 설정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사안마다 추적 경위가 다르니 자신의 사고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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