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행위 대리인이 본인을 밝히지 않았을 때, 비현명주의로 회사와 대리인 중 누가 책임지나
상행위 대리인이 본인을 밝히지 않았을 때, 비현명주의로 회사와 대리인 중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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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위 대리인이 본인을 밝히지 않았을 때, 비현명주의로 회사와 대리인 중 누가 책임지나 

강대현 변호사

직원이 거래처와 계약서를 쓰면서 "○○ 주식회사를 대리하여"라는 문구를 빼먹었거나, 구두로 발주를 하면서 회사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대금 문제가 생기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민법의 기본 원칙대로라면 본인을 위한 것임을 밝히지 않은 대리행위는 대리인 자신의 행위로 취급되어야 하지만, 상인 사이의 거래에서는 결론이 달라집니다. 상법 제48조가 상행위 대리에 한해 별도의 규칙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행위 대리가 왜 회사에 효력이 생기는지, 그 경우 상대방과 대리인은 각각 어떤 입장에 서게 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현명주의와 비현명주의 — 민법과 상법이 갈라지는 지점

민법 제114조 제1항은 대리인이 그 권한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만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이를 현명주의라 부르며, 계약서에 "본인 ○○의 대리인 △△"처럼 누구를 위한 행위인지 드러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법 제115조 본문은 현명하지 않은 의사표시를 대리인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므로, 민법만 적용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직원은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버립니다.

상법 제48조 본문은 이 원칙을 뒤집습니다. 상행위의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아도 그 행위는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고 정한 것입니다. 이를 비현명주의라 합니다. 대량으로 반복되는 상거래에서 대리인이 일일이 본인을 밝히지 않는 관행이 있고, 상대방도 보통은 상인의 영업을 위한 거래임을 알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규정입니다. 결과적으로 회사 직원이 회사 영업을 위해 체결한 계약은 직원 이름이 앞에 나와 있어도 법적으로는 회사의 계약으로 처리됩니다.

정리하면 같은 상황이라도 어느 법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계약 당사자가 달라집니다. 본인에게 상행위가 되는 거래라면 상법 제48조가, 그렇지 않은 거래라면 민법 제114조·제115조가 적용되므로, 분쟁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그 거래가 상행위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민법은 본인을 밝혀야 본인에게 효력이 생기고, 상법 제48조는 밝히지 않아도 상행위라면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 — 적용 법이 계약 당사자를 가른다.

상법 제48조가 적용되려면 — 본인에게 상행위여야 한다

제48조는 상행위의 대리에만 적용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대리행위가 본인에게 상행위가 되느냐입니다. 상법 제46조는 상품 매매, 제조·가공, 운송 등 영업으로 하는 기본적 상행위를 열거하고, 제47조는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보조적 상행위)도 상행위로 보며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제조업체가 원자재를 사들이거나, 도매상이 거래처 대금을 정산하는 행위 같은 영업 관련 거래는 대부분 이 범위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회사 대표가 개인적으로 쓸 물건을 사면서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 거래는 회사의 영업과 무관하므로 제48조가 적용될 이유가 없습니다. 이때는 민법 원칙대로 대리인(혹은 행위자 본인)의 계약으로 남습니다. 또 상대방이 상인이 아니더라도 본인 쪽에 상행위이면 상법이 적용되는데, 상법 제3조가 당사자 한쪽에만 상행위가 되는 행위에도 모든 당사자에게 상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 본인이 상인일 것 — 회사·개인사업자 등 영업을 하는 주체여야 함.

  • 대리행위가 본인의 영업을 위한 것일 것 — 기본적 상행위이거나,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추정 있음).

  •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을 것 — 제48조는 현명 방식만 완화하며 권한 자체를 만들어 주지 않음.

  • 상대방이 비상인이어도 무관 — 제3조에 따라 한쪽만 상행위이면 상법 적용.

대법원이 본 비현명 최고 — 2021다269722 판결의 쟁점

이 규정이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722 판결에서 잘 드러납니다. 신탁회사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시행사가 오피스텔을 분양하던 중, 분양계약의 상대방인 수분양자들에게 신탁회사를 대리하여 잔금 지급을 두 차례 최고했습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신탁회사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고 한 최고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다퉜고, 원심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상행위를 한 경우에는 현명하지 않았더라도 상법 제48조에 따라 유효한 대리행위로서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았고, 오피스텔 분양계약의 체결·이행·해제에 관한 행위는 분양자에게 상행위가 되므로 비현명주의가 적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민법 제115조 단서 적용 여부만 따지고 상법 제48조 적용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것이 법리 오해라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주는 실무적 교훈은 둘입니다. 하나는 이행 최고나 해제 통지 같은 상거래 후속 행위에서도 현명 누락이 곧바로 무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판단에 앞서 해당 행위가 본인에게 상행위인지, 대리권이 있었는지를 법원이 먼저 심리한다는 점입니다.

대리인 책임 — 상대방이 본인을 몰랐다면 제48조 단서

제48조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알지 못한 때에는 대리인에 대하여도 이행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비현명주의로 효력이 본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대방은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고 대리인과 계약했다고 믿었을 수 있으므로 그 믿음을 보호하기 위해 대리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예컨대 영업사원 A가 회사 이름을 말하지 않고 자재를 주문해 납품이 이루어졌는데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해보겠습니다. 납품업체는 A가 회사 직원인지 몰랐다면 A 개인에게도 대금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납품업체가 처음부터 회사와 거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단서는 적용되지 않고, 대리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본인을 알았는지가 분쟁의 핵심 사실이 됩니다. 알았다는 점은 보통 발주서의 회사 직인,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 대금 입금 계좌의 명의, 이메일·메신저 대화에서 회사 업무임을 드러낸 문구 등으로 입증됩니다. 대리인 입장에서는 이런 자료가 없으면 자신이 개인 채무자가 될 위험이 남습니다.

상대방이 본인을 알지 못했다면 본인과 대리인 모두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 상대방이 본인을 알았다는 사실은 증거로 가려진다.

대리권이 없다면 — 제48조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영역

비현명주의가 완화하는 것은 현명이라는 방식뿐이고, 대리권이라는 실체 요건은 그대로입니다. 직원이 회사로부터 계약 체결 권한을 받은 적이 없는데 회사 영업을 위한 거래를 했다면, 이름을 밝혔든 밝히지 않았든 무권대리가 되어 민법 제130조에 따라 본인이 추인하지 않는 한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상법 제48조를 근거로 "상행위니까 회사 책임"이라고 주장하려는 상대방은 먼저 대리권 존재를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대리권 유무가 불분명해 보이는 사안에서도 길은 있습니다. 상법 제11조는 지배인에게 영업에 관한 재판상·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주고, 제14조는 본점·지점의 본부장·지점장처럼 지배인으로 오인될 직함을 허락받은 사용인에게 표현지배인 책임을 인정합니다. 민법상으로는 표현대리(제125조·제126조·제129조)도 검토됩니다. 어느 쪽이든 대리권이나 외관 책임이 먼저 인정되어야 비로소 비현명 문제가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분쟁 대응에서는 두 단계로 나눠 생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첫째 대리권 또는 외관 책임이 있는가, 둘째 그 행위가 본인에게 상행위인가입니다. 둘 다 충족해야 제48조 본문이 작동하고, 단서까지 필요하면 상대방이 본인을 알았는지가 추가로 따져집니다.

민법 제115조 단서와의 관계 — 상대방이 알 수 있었다면

상행위가 아닌 거래에서도 현명하지 않은 대리행위가 곧바로 대리인 개인 책임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15조 단서는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전체 거래 경위, 대리인의 직책, 계약 장소와 서류 형식을 종합해 상대방이 대리관계를 알 수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2021다269722 판결의 원심이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판단했다는 점이 보여주듯, 두 규정은 별개 경로입니다. 상법 제48조는 본인이 상인이고 행위가 상행위라는 요건만 갖추면 상대방의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에게 효력이 생기게 합니다. 반면 민법 제115조 단서는 상대방의 인식이나 인식가능성이 있어야 작동합니다. 그러므로 상행위가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제48조가 훨씬 유리한 근거가 됩니다.

  • 상법 제48조 — 상행위 대리, 상대방의 인식과 무관하게 본인에게 효력. 상대방이 몰랐다면 대리인에게도 청구 가능.

  • 민법 제115조 본문 — 현명 없으면 대리인 자신의 행위로 간주.

  • 민법 제115조 단서 —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에게 효력.

실무에서 지킬 점 — 회사 담당자와 거래 상대방 각각의 대비

회사 입장에서는 비현명 대리가 회사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내부 통제를 설계해야 합니다. 직원에게 위임한 계약 체결 범위와 한도를 서면으로 남기고, 외부 계약서에는 회사 명칭과 직인이 들어가도록 서식을 표준화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직원이 회사 몰래 개인 용도로 거래한 경우에는 제4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다툴 수 있으니, 업무 지시와 결재 기록을 보존해야 합니다.

거래 상대방은 반대로 누구를 계약 상대로 삼았는지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발주서·견적서·세금계산서의 명의와 입금 계좌, 담당자 명함과 이메일 서명은 본인이 누구인지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대금이 연체되면 본인과 대리인에게 함께 내용증명을 보내 두면 단서에 따른 이행 청구까지 보전할 수 있습니다.

소송으로 가면 청구 취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본인을 피고로 삼는 경우 대리권과 상행위 성격을 입증해야 하고, 대리인 개인을 함께 피고로 삼는 경우 제48조 단서를 근거로 본인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증거 목록을 처음부터 이 구조에 맞춰 짜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직원 이름만 있고 회사 이름이 없으면 회사에 계약 효력이 없나요?

A. 상행위라면 효력이 있습니다. 상법 제48조는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아도 상행위의 대리는 본인에게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직원에게 대리권이 있었는지, 그 거래가 회사의 영업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Q. 상법 제48조는 개인 간 거래에도 적용되나요?

A. 본인에게 상행위가 되는 거래여야 합니다. 일반 개인이 사적으로 하는 매매나 임대차는 상행위가 아니므로 민법 제114조·제115조가 적용되어 현명하지 않으면 대리인 자신의 행위로 봅니다. 다만 한쪽에만 상행위가 되는 경우에도 상법 제3조에 따라 상법이 적용됩니다.

Q. 상대방이 회사 직원인 줄 몰랐다면 직원 개인에게도 대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제48조 단서에 따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알지 못했다면 대리인에게 이행을 청구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회사와 거래하는 줄 알았다면 단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직원 개인 책임은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Q. 직원이 권한 없이 계약했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대리권이 없으면 제48조가 적용되기 전 단계에서 무권대리가 됩니다. 회사가 추인하지 않는 한 회사에 효력이 없고, 상대방은 표현대리나 표현지배인 책임이 성립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비현명주의는 현명 방식만 완화할 뿐 권한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Q. 이행 최고나 계약 해제 통지도 비현명으로 하면 효력이 있나요?

A. 대법원 2021다269722 판결은 분양계약 해제를 위한 잔금 이행 최고에 상법 제48조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행위의 체결·이행·해제에 관한 행위가 본인에게 상행위라면 현명을 누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Q. 분쟁에 대비해 회사가 미리 해둘 일은 무엇인가요?

A. 직원별 계약 체결 권한과 한도를 서면으로 정해 두고, 외부 문서에 회사 명칭과 직인이 반드시 들어가게 서식을 통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업무 지시와 결재 기록을 보존해 두면 개인 용도 거래였다거나 권한 밖 행위였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맺음말

본인을 밝히지 않은 대리행위의 효과는 민법과 상법에서 정반대로 정해집니다. 민법은 현명한 경우에만 본인에게 효력이 있다고 보지만, 상법 제48조는 상행위 대리라면 현명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에게 효력을 인정합니다. 다만 대리권이라는 실체 요건은 그대로 필요하고, 상대방이 본인을 알지 못했다면 대리인도 이행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남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는 거래가 본인에게 상행위인지, 대리권이 있었는지, 상대방이 본인을 알았는지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하면 누구에게 책임이 돌아가는지 윤곽이 잡힙니다. 서류와 대화 기록이 곧 입증 자료가 되므로 거래 단계에서부터 증거를 남겨 두시길 권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계약서와 거래 경위를 함께 놓고 검토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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