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고장으로 난 교통사고, 지자체뿐 아니라 국가에도 배상 청구할 수 있는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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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고장으로 난 교통사고, 지자체뿐 아니라 국가에도 배상 청구할 수 있는 근거 

강대현 변호사

신호등이 고장 나 있는 줄 모르고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부터 막막해집니다. 상대 운전자만 탓하자니 신호기가 이상했던 사실이 걸리고, 신호기를 설치한 곳이 시청인지 경찰인지도 일반인은 알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신호기 고장으로 발생한 사고에서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국가에도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를 갖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책임이 왜 두 갈래로 나뉘는지, 청구 상대와 증거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신호기 고장 사고 배상 청구 — 영조물 하자와 공무원 과실이라는 두 근거

신호기는 도로와 함께 국민이 이용하도록 공적으로 설치·관리하는 시설이라 국가배상법상 공공의 영조물에 해당합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가 생기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하자란 영조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뜻합니다. 보행자 신호와 차량 신호에 동시에 녹색등이 켜지는 신호기는 이 안전성을 정면으로 갖추지 못한 경우입니다.

또 하나의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입니다. 신호기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히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합니다. 고장 신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면 관리 공무원의 과실 문제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이 두 근거를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쪽이든 결론은 신호기가 위험한 상태로 방치되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청구의 출발점은 상대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라 신호기가 어떤 상태였는가입니다. 신호기가 꺼져 있었는지, 점멸만 되고 있었는지, 서로 충돌하는 신호가 동시에 표시되었는지에 따라 위험의 정도와 과실 판단이 달라집니다. 이 사실관계가 청구 전체의 뼈대가 되므로 사고 직후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호기 고장 사고의 배상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5조의 영조물 하자와 제2조의 공무원 과실이며, 핵심은 위험한 상태가 방치되었는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1차 책임을 지는 이유 — 기관위임 사무

신호기 설치·관리의 주체는 도로교통법 제3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특별시장·광역시장·제주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광역시의 군수는 제외)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신호기와 안전표지를 설치·관리해야 합니다. 시설의 설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장이므로 일차적인 배상책임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됩니다. 시청에서 신호등을 세웠으니 시를 상대로 청구한다는 상식과도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신호기의 실제 관리를 경찰이 맡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대법원이 다룬 사건에서도 광역시장이 설치한 신호기의 관리권한이 시행령에 따라 지방경찰청장에게 위임되어 있었고, 시청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이 교통종합관제센터에서 합동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행정권한이 기관위임된 경우 권한을 위임받은 경찰은 위임한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행정기관 지위에서 사무를 처리합니다. 사무의 귀속 주체가 바뀌지 않으므로 경찰관의 과실이나 신호기 하자로 인한 제2조·제5조의 배상책임은 위임한 지방자치단체가 집니다.

이 점은 피고를 정할 때 실무상 중요합니다. 관리를 경찰이 했다는 이유로 국가만 피고로 삼으면, 제2조·제5조 책임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라는 법리 때문에 청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방자치단체만 상대하면 아래에서 보는 비용부담자 책임을 놓치게 됩니다. 피고를 한쪽으로 좁히기 전에 두 주체를 모두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가에도 청구할 수 있는 이유 — 국가배상법 제6조의 비용부담자

국가가 책임을 지는 통로는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제2조·제3조·제5조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공무원의 선임·감독이나 영조물의 설치·관리를 맡은 자와 공무원의 봉급·급여 등 비용 또는 영조물의 설치·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자가 다르면 비용을 부담하는 자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신호기를 관리하는 경찰관의 봉급은 국가가 부담하므로, 관리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여도 봉급 부담자인 국가가 함께 책임을 집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피해자 보호입니다. 관리 주체와 비용 부담 주체가 나뉘어 있을 때 피해자가 누구를 상대로 해야 하는지 판단하느라 권리를 잃지 않도록, 양쪽 모두에게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피해자는 어느 한쪽을 골라 전액을 청구할 수도 있고, 둘을 함께 피고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배상을 한 쪽은 제6조 제2항에 따라 내부관계에서 최종 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으므로, 두 기관 사이의 부담 문제는 피해자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닙니다.

  • 제2조·제5조 책임 — 신호기를 설치하고 관리권한을 위임한 지방자치단체.

  • 제6조 제1항 책임 — 신호기를 관리하는 경찰관의 봉급을 부담하는 국가.

  • 청구 방식 — 둘을 함께 피고로 하거나, 한쪽만 선택해 청구 가능.

  • 내부 정산 — 먼저 배상한 쪽이 제6조 제2항에 따라 구상.

국가배상법 제6조는 관리 주체와 비용 부담 주체가 다를 때 양쪽 모두에게 청구할 길을 열어 둔 규정이다.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11120 판결 — 낙뢰로 고장 난 신호기 사건

이 쟁점을 정리한 대표 사례가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11120 판결입니다. 사건은 광역시장이 왕복 6차로 도로에 설치한 횡단보도 신호기에서 시작됩니다. 1996년 10월 2일 밤 낙뢰로 신호기가 고장 나 보행자 신호와 차량 신호에 동시에 녹색등이 표시되었고, 다음 날 세 차례에 걸쳐 경찰 교통정보센터에 고장이 신고되었습니다. 수리업체 직원이 고장 난 신호등을 찾지 못해 신호기는 그대로 방치되었고, 보행자 녹색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차량 녹색등을 보고 달려온 승용차에 부딪혀 상해를 입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또는 제5조의 배상책임은 권한을 위임한 광역시가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신호기를 관리하는 경찰관들의 봉급을 부담하는 국가 역시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해, 국가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모두 피해자에 대한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인한 판결입니다.

과실 판단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국가는 신호기 고장이 천재지변인 낙뢰 때문이고 수리가 늦은 것은 신호기를 찾지 못해서일 뿐 임의로 방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고 위험이 높은 고장이 발생했는데도 신호기의 작동을 즉시 중지하거나 교통경찰관을 배치해 수신호를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장시간 방치한 점을 공무집행상의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고장의 원인이 자연재해여도 고장 이후의 대응이 책임을 가른다는 의미입니다.

고장 방치의 책임 판단 —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신호기 고장 사고라고 해서 곧바로 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는 신호기가 실제로 오작동했다는 사실과 그 오작동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관리 주체가 그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합리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앞선 사건에서 세 차례의 고장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반대로 고장이 사고 직전 순간적으로 발생해 관리 주체가 알거나 대응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면, 방치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배상 주체는 고장 시점과 사고 시점의 간격이 짧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다툽니다. 따라서 고장이 언제 시작되었고, 그 사실이 언제 관리 기관에 알려졌는지를 시간순으로 맞추는 작업이 핵심이 됩니다.

  • 고장 시작 시점 — 신호제어기 점검·장애 기록, 인근 블랙박스 영상으로 확인.

  • 고장 인지 시점 — 민원·신고 접수 이력, 교통관제센터 기록으로 확인.

  • 조치 내역 — 수리 출동 시각, 수신호 배치, 신호기 작동 중지 여부.

  • 점검 체계 — 정기 점검 주기와 이행 여부, 낙뢰·침수 등에 대비한 관리 상태.

이런 자료는 피해자가 직접 구하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의 사고 기록에 신호기 상태가 담기는 경우가 있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청구나 소송 단계의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로 관리 기관이 보유한 점검·신고 기록을 확보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신호가 어떻게 표시되었는지를 사진·영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이후 모든 입증의 출발점입니다.

신호를 지킨 운전자와 신호를 어긴 운전자 — 과실이 나뉘는 방식

신호기가 고장 났더라도 사고를 낸 운전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행자 신호와 차량 신호가 모두 녹색으로 표시되더라도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주의를 기울여 서행하고 보행자를 살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운행자 책임과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따로 성립합니다. 이때 신호기 관리 주체의 책임과 운전자의 책임은 하나의 손해를 두고 겹치는 공동불법행위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 운전자의 보험사와 지방자치단체·국가 중 누구에게 청구할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보험 처리로 치료비와 위자료를 먼저 받으면서 신호기 관리 주체에 대한 청구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중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으므로 실제 손해액 범위에서만 받는다는 점만 유의하면 됩니다. 한쪽에서 배상한 금액은 다른 쪽 청구액에서 공제하게 됩니다.

피해자 본인의 과실도 변수입니다. 가령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차량이 달려오는 것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면 민법 제763조·제396조의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호기 상태 때문에 어느 쪽도 자신의 신호가 유효하다고 믿을 만한 상황이었다면, 피해자 과실은 낮게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신호기가 어떤 신호를 표시했는지에 대한 입증이 이 비율을 좌우합니다.

청구 절차와 시효 — 소송·배상신청, 그리고 기한

국가배상 청구는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배상법 제12조에 따라 주소지·소재지 또는 배상원인 발생지를 관할하는 지구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곧바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입니다. 국가배상법 제9조는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지 않고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심의회 절차를 반드시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다툼의 여지가 크고 입증이 필요한 사건은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소송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민국을 함께 피고로 하는 방식이 흔히 검토됩니다. 두 기관이 서로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상황을 막고, 한 번의 소송으로 판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구 금액은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 통상의 교통사고 손해 항목과 같은 틀로 산정하고, 후유장해가 남았다면 신체감정을 통해 장해율을 확정한 뒤 청구합니다.

기한도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배상법 제8조는 이 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은 민법에 따른다고 정하는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후유장해 사건은 치료 종결과 장해 판정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고일부터 날짜를 세어 두고 시효가 다가오기 전에 소를 제기하거나 시효 중단 조치를 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호등 고장 사고는 지자체와 국가 중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나요?

A. 어느 한쪽만 정답인 것은 아니고 두 곳 모두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신호기를 설치한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배상법 제2조·제5조에 따라, 경찰관의 봉급을 부담하는 국가는 제6조 제1항에 따라 책임을 집니다. 실무에서는 둘을 함께 피고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신호기가 고장 난 원인이 낙뢰 같은 천재지변이면 책임이 없나요?

A. 고장 원인이 천재지변이라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99다11120 판결에서도 낙뢰로 고장이 났지만, 신고를 받고도 작동 중지나 수신호 같은 안전조치 없이 장시간 방치한 점을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고장 이후 관리 주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중요합니다.

Q. 고장 신고 이력이나 점검 기록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피해자가 바로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경로는 있습니다. 수사기록에 신호기 상태가 포함된 경우가 있고, 정보공개청구로 관리 기관의 점검·민원 접수 기록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 시작되면 문서제출명령과 사실조회로 관리 기관의 자료를 확보합니다.

Q. 상대 운전자의 보험 처리를 받았는데 지자체에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으므로 이미 받은 보험금은 전체 손해액에서 공제됩니다. 보험금으로 메워지지 않은 부분, 예를 들어 과실상계로 줄어든 금액이나 보험 기준을 초과하는 위자료를 놓고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배상심의회 신청을 꼭 먼저 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배상법 제9조가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지 않고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툼이 예상되는 사건은 처음부터 소송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A.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민법이 적용되므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후유장해가 남는 사건은 치료 종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사고일부터 기한을 미리 점검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신호기 고장 사고에서 배상 책임은 상대 운전자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고, 신호기를 설치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관의 봉급을 부담하는 국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와 제2조가 책임의 근거를, 제6조가 청구 대상을 넓혀 주는 구조입니다. 대법원 99다11120 판결이 보여 주듯 고장의 원인보다 고장을 알고 난 뒤의 대응이 책임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고 직후 신호 표시 상태를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고장 신고와 조치 이력을 시간순으로 맞추는 작업이 청구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시효가 3년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 운전자와의 과실 다툼과 관리 주체에 대한 청구가 얽혀 있다면, 두 갈래를 함께 놓고 전략을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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