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SNS나 오픈채팅에서 미성년자와 오랜 시간 대화하며 신뢰를 쌓은 뒤 성적인 요구로 나아가는 그루밍 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의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특례는 모든 그루밍 행위에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루밍 처벌조항 가운데 정보통신망을 통한 행위로 범위를 좁혀 놓았습니다. 직접 만나서 한 대화나 오프라인에서의 접근은 이 수사 특례의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온라인 대화에만 위장수사가 허용되는지, 그 요건과 절차는 어떻게 짜여 있는지,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어떤 점을 다툴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그루밍 처벌조항 — 아청법 제15조의2가 막는 행위
그루밍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입니다.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두 가지 행위 중 하나를 한 경우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첫째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런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이고, 둘째는 같은 법 제2조 제4호 각 목의 행위, 즉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제2항은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면 같은 형으로 처벌하며, 제3항은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이 조항의 핵심은 성적 접촉이 일어나기 전 단계의 접근 행위 자체를 범죄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실제 추행이나 촬영물 제작이 이뤄져야 처벌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화의 지속·반복이나 유인·권유만으로도 구성요건이 충족됩니다. 다만 이 조항은 대화가 온라인에서 이뤄졌는지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는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처벌조항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 수사 특례는 장소를 가린다는 점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행위 주체 — 19세 이상의 사람.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며, 16세 미만이면 제2항이 별도로 적용.
주관적 요건 — 성적 착취 목적. 단순한 친분 대화나 장난은 목적이 없으면 구성요건에서 빠짐.
행위 유형 — 성적 대화의 지속·반복, 또는 성적 행위의 유인·권유.
법정형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미수범 처벌.
그루밍 처벌조항(제15조의2)은 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위장수사 특례는 그중 정보통신망을 통한 행위로만 한정되어 있다.
위장수사 특례의 두 갈래 —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 특례는 아청법 제25조의2에 있고, 수사 방식이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신분비공개수사(제25조의2 제1항)는 경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온라인 공간이나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접근해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계정을 만들어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요구와 대응을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신분위장수사(같은 조 제2항)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문서·전자기록의 작성·변경·행사,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거래, 성착취물 등의 소지·판매·광고까지 할 수 있는 강한 수단입니다.
두 방식은 침해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통제 절차도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수사기관 내부 승인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신분위장수사는 법원의 허가를 거쳐야 합니다. 이 차이는 뒤에서 절차 위반을 다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수사 대상은 '디지털 성범죄'로 정의된 범죄에 한정됩니다. 위장수사는 범죄를 새로 만들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거나 진행이 의심되는 범죄의 증거를 모으는 수단이라는 것이 입법 취지입니다.
대상 범죄 — 제15조의2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한 행위'로 한정
제25조의2 제1항이 열거한 대상 범죄는 세 가지입니다. 제11조의 죄(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배포·소지 등), 제15조의2의 죄(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한 행위에 한정한다), 그리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및 제3항의 죄(불법촬영물 유포 등)입니다. 이 가운데 그루밍인 제15조의2에만 괄호가 붙어 있습니다. 같은 조항의 죄라도 카카오톡·인스타그램 DM·게임 채팅 같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대화·유인이어야 특례의 대상이 되고, 학원이나 학교 주변에서 직접 만나 반복적으로 성적 대화를 한 경우에는 처벌은 가능해도 위장수사는 열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좁게 정한 이유는 위장수사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위장수사는 수사관이 가상의 신분으로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어서, 상대가 어떤 행위를 하는지가 기록으로 남고 수사관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대화는 접촉 전 과정이 로그로 보존되고, 신분 위장도 계정 단위로 가능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수사관이 청소년 행세를 하며 성인과 대면하는 것은 수사관 신변과 상대방의 신체·행동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서 같은 틀로 허용하기 어렵습니다. 법문의 괄호는 이런 위험 차이를 반영해 허용 범위를 대화 기록이 남는 온라인으로 끊어둔 것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사건이 어느 장소에서 이뤄졌는지가 먼저 쟁점이 됩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에서 알게 된 사이였는데 이후 메신저로 대화가 이어진 경우, 혹은 오픈채팅으로 시작해 대면 만남으로 이어진 경우처럼 두 공간이 섞인 사건에서는, 수사관이 접근해 수집한 대화 중 어느 부분이 '정보통신망을 통한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따져집니다. 수집된 자료가 특례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한 것이라면 그 수집 방식의 적법성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신분비공개수사의 요건 — 상급 경찰관서 승인과 3개월
제25조의3 제1항은 신분비공개수사를 하려는 사법경찰관리가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수사기간은 3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승인 없이 수사가 가능한 경우는 제25조의4의 긴급 상황뿐입니다. 이때도 개시 후 지체 없이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48시간 이내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중지해야 합니다.
이 절차는 수사 개시 시점을 추적할 수 있는 기록을 남깁니다. 승인서에는 수사 대상 범죄와 기간이 담기므로, 변호인은 수사기록에서 승인이 대화 수집 시점보다 앞서 있었는지, 수사기간 3개월을 넘긴 대화가 증거로 제출되지는 않았는지, 긴급 수사였다면 48시간 안에 승인이 있었는지를 대조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승인일이 3월 2일인데 증거로 쓰인 대화 캡처의 수집일이 2월 말이라면, 그 부분은 승인 없는 수집이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절차 위반이 확인되면 아래에서 보는 위법수집증거 법리가 문제 됩니다.
신분위장수사의 요건 — 보충성과 법원 허가
신분위장수사는 요건이 훨씬 엄격합니다. 제25조의2 제2항은 디지털 성범죄를 계획·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며,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에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보충성 원칙이 법문에 명시된 것입니다. 절차 면에서는 제25조의3 제3항에 따라 사법경찰관리가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하고, 검사가 법원에 허가를 청구하며, 법원이 허가서를 발부합니다. 허가서에는 신분위장수사의 종류·목적·대상·범위·기간·장소·방법을 특정해 적어야 합니다(제6항).
기간은 3개월이 원칙이고(제7항), 요건이 존속하면 3개월 범위에서 연장을 신청할 수 있으나 총 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제8항). 긴급한 경우에는 법원 허가 없이 시작할 수 있지만, 개시 후 지체 없이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48시간 이내에 허가를 받지 못하면 즉시 중지해야 합니다(제25조의5). 허가서에 적힌 범위를 넘어 수사관이 위장 신분으로 거래를 하거나 성착취물을 소지·판매했다면, 그 부분은 허가 범위 밖의 수사가 됩니다. 허가서의 특정 범위가 피의자 입장에서 가장 구체적인 다툼의 대상입니다.
신분비공개수사 —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 기간 3개월 이내.
신분위장수사 — 검사 신청, 법원 허가서 발부, 기간 3개월에 연장 포함 총 1년 이내.
긴급 수사 — 사후 승인·허가를 48시간 안에 받지 못하면 즉시 중지.
보충성 — 다른 방법으로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
신분위장수사는 법원 허가서가 수사의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를 넘은 수사는 적법성이 흔들린다.
함정수사 항변 — 위장수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는다
수사기관이 위장 신분으로 접근했다는 점만으로 곧바로 함정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함정수사를 판단할 때 범의를 유발했는지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했는지를 구분해 왔습니다. 이미 범행의 의사가 있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기회를 제공한 정도라면 기회제공형으로 보아 수사가 적법하다고 보고,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범행하게 한 경우를 범의유발형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봅니다. 위장수사 특례가 법에 생겼다고 해서 이 구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루밍 사건에서 쟁점은 수사관이 만든 청소년 계정이 먼저 성적 대화를 이끌었는지입니다. 수사관이 프로필에 나이와 학교를 드러내 두기만 했고 상대가 먼저 성적인 화제를 꺼내 지속했다면 기회제공형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수사관이 먼저 성적 화제를 꺼내고 상대가 거절하는데도 계속 대화를 이끌었다면 범의유발 여지가 커집니다. 대화 로그의 첫 성적 발화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상대가 거절하거나 대화를 끊으려 했는데 수사관이 되돌렸는지가 실제 판단 지점입니다. 다만 상대가 이미 다른 청소년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접근을 해온 정황이 있다면 기회제공형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절차 위반의 효과 — 위법수집증거 배제
위장수사 과정에서 법이 정한 요건이나 절차를 어기면, 그렇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원칙입니다. 승인 없이 신분비공개수사를 개시했거나, 법원 허가 없이 신분위장수사를 했거나, 허가서의 범위와 기간을 벗어난 수집이 있었다면 이 조항을 근거로 증거배제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위법의 정도와 수사 경위, 피고인의 권리 침해 정도를 함께 보기 때문에, 단순한 절차 실수와 중대한 위반을 구분해 판단합니다.
한 가지 구분할 점은, 온라인 대화 자료가 특례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항상 증거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피해 청소년 본인이나 보호자가 제출한 대화 캡처·로그는 수사기관의 위장수사가 아니라 피해자 측이 제출한 자료이므로 특례 범위와 무관하게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그루밍 사건에서 위장수사 자료가 쓰이지 못하더라도, 피해자 진술과 보존된 메신저 기록으로 사건이 입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배제를 다툴 때는 어떤 증거가 어떤 경로로 수집됐는지부터 분리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접 만나서 한 대화는 위장수사 대상이 아닌가요?
A. 그렇습니다. 아청법 제25조의2 제1항 제1호의2는 제15조의2의 죄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한 행위에 한정해 수사 특례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그루밍도 처벌은 가능하지만 위장수사의 대상은 아닙니다.
Q. 상대가 청소년인 줄 알았는데 수사관이었다면 처벌이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범행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기회를 제공한 정도라면 기회제공형으로 보아 수사가 적법할 수 있습니다. 실제 피해자가 없더라도 미수범 처벌 규정(제15조의2 제3항)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어 대화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Q. 위장수사 승인서나 허가서를 확인할 수 있나요?
A. 입건 후 기록 열람·등사 절차를 통해 수사기록에 편철된 승인·허가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승인일과 허가 범위, 수사기간을 증거 수집일과 대조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Q. 위장수사 도중 대화를 먼저 끊으려 했는데 수사관이 계속 연락했다면요?
A. 그 사정은 범의유발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정황입니다. 상대가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 수사관이 되돌렸다는 점이 로그로 확인되면 함정수사 항변과 증거능력 다툼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Q. 오픈채팅에서 시작해 실제로 만나기까지 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온라인 대화 부분은 특례 범위에 들어가고 대면 만남 부분은 들어가지 않으므로, 수사관이 수집한 자료가 어느 시점까지의 행위인지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만남 이후의 행위는 별도의 죄명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위장수사로 수집된 대화가 증거로 인정되면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A. 제15조의2 제1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대화의 횟수·기간, 요구의 구체성, 동종 전력 등에 따라 양형이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맺음말
그루밍 처벌조항은 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위장수사 특례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행위로 범위가 좁혀져 있고, 이 괄호가 수사의 적법성을 다투는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상급 경찰관서 승인과 3개월, 신분위장수사는 법원 허가서와 총 1년이라는 각각의 틀이 있어, 수집 시점과 범위를 승인·허가 서류와 대조하는 것이 실무의 핵심입니다.
다만 위장수사였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이 무죄로 가지는 않으며, 범의유발 여부와 증거의 수집 경로를 구체적으로 분해해야 결과가 갈립니다. 수사를 받고 계시다면 대화 로그와 수사 서류를 기준으로 어떤 항변이 가능한지부터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형사 사건은 초기 대응이 방향을 좌우하므로 인계동과 수원지검 관할 사건처럼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절차 진행 상황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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