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나 설비를 사고팔 때 중개인이 거래를 성사시켜 놓고, 정작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래가 성립한 뒤 대금이나 물건이 오가지 않으면 매수인이나 매도인은 누구에게 이행을 요구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해집니다. 상법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중개인 본인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법상 중개인이 누구를 말하는지, 성명 묵비가 어떤 조건에서 중개인의 이행책임으로 이어지는지, 청구할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법상 중개인이란 — 부동산 중개업자와는 다른 개념
상법 제93조는 타인 간의 상행위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중개인이라고 정의합니다. 상품 거래, 증권 거래, 운송계약, 보험계약처럼 상인 사이의 상행위를 이어주는 사람이 대상입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주택이나 상가 매매·임대차를 중개하는 부동산 중개업자와는 근거 법률도, 책임의 구조도 다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제99조의 이행책임은 어디까지나 상법상 중개인에 대한 규정입니다.
상법상 중개인의 특징은 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개인은 양쪽을 연결해 계약이 성립하도록 돕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을 뿐, 매매대금을 내거나 물건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를 스스로 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타인의 계산을 위해 매매를 하는 위탁매매인(상법 제101조)과 달리, 중개인은 거래의 법률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지 않습니다. 중개인은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약을 성립시키는 사람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평소에는 중개인에게 이행을 요구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청구 상대는 그 당사자이고, 중개인은 증인이나 자료 제공자 정도의 역할에 머뭅니다. 상대방의 이름이 가려지는 순간에 비로소 상법이 예외 규정을 둔 이유가 드러납니다.
상법상 중개인 — 타인 간 상행위의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제93조). 계약 당사자가 아님.
위탁매매인 — 자기 명의로 타인의 계산으로 매매하는 자(제101조). 거래의 당사자로 권리의무를 가짐.
부동산 중개업자 — 공인중개사법의 규율 대상. 상법 제99조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님.
상법상 중개인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평소에는 이행 책임이 없고, 성명 묵비가 있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이행책임이 생긴다.
결약서와 장부 — 상대방의 이름이 원래 드러나는 구조
상법은 중개인이 거래 상대의 정체를 알릴 수 있도록 서면 절차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제96조 제1항은 당사자 간에 계약이 성립하면 중개인이 지체 없이 각 당사자의 성명 또는 상호, 계약 연월일과 그 요령을 적은 서면을 작성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뒤 각 당사자에게 교부하도록 정합니다. 이 서면을 흔히 결약서라고 부르는데, 매매계약의 경우 매수인은 결약서를 통해 매도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시 이행해야 하는 거래가 아니라면 중개인은 각 당사자에게 결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받은 뒤 상대방에게 교부해야 합니다(제96조 제2항). 한쪽이 서면 수령을 거부하거나 서명하지 않으면 중개인은 지체 없이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합니다(제3항). 또한 제97조는 중개인이 같은 사항을 장부에 기재하게 하고, 당사자가 언제든 자기를 위해 중개한 행위에 관한 장부 등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거래 상대의 신원은 원칙적으로 결약서와 장부 등본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래가 끝난 뒤에 결약서에 상대방 이름이 없다면 그것은 단순한 서류 누락이 아니라, 상법이 따로 정해둔 성명 묵비 상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약서를 받았는지, 어느 칸이 비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성명 묵비 요구 — 제98조가 중개인에게 지우는 침묵 의무
거래 당사자 중에는 경쟁사나 거래처에 자신의 매입·매각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이름을 감추고 거래하려는 쪽이 있습니다. 상법 제98조는 당사자가 자기 성명 또는 상호를 상대방에게 표시하지 말 것을 중개인에게 요구하면, 중개인은 상대방에게 교부할 결약서와 장부 등본에 이를 적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이 경우 중개인은 요구한 당사자의 비밀을 지킬 의무를 지게 되고, 이름을 가린 채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상법상 허용됩니다.
가려진 쪽의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계약을 맺는 셈이니 위험이 큽니다. 상대방이 파산 직전의 회사인지,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법은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중개인에게 이행책임이라는 부담을 지웁니다. 이름을 감춘 당사자가 불이행하면 중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므로 중개인은 신용 있는 당사자를 골라 중개할 수밖에 없고, 상대방은 그 점에 기대어 거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묵비가 성립하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제98조에 근거해 기재하지 않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의 요구 없이 중개인이 임의로 표시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제99조는 어느 쪽이든 상대방에게 표시하지 않은 사실만 있으면 이행책임이 생긴다고 정하므로, 중개인이 "당사자가 비밀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름을 가려주는 대신 중개인이 이행책임을 진다 — 성명 묵비와 이행책임은 상법이 하나의 묶음으로 설계한 구조다.
제99조의 이행책임 — 상대방은 중개인에게 무엇을 청구하는가
상법 제99조는 중개인이 임의로 또는 제98조에 따라 당사자 일방의 성명이나 상호를 상대방에게 표시하지 않은 때, 상대방이 중개인에 대하여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청구의 내용은 숨겨진 당사자가 계약에 따라 져야 할 채무의 이행입니다. 숨은 당사자가 매도인이라면 목적물의 인도, 매수인이라면 대금의 지급을 중개인에게 요구하게 됩니다.
이행을 청구하려면 우선 중개인의 개입으로 유효한 계약이 성립했어야 합니다. 둘째, 그 계약상 채무가 이행기에 이르렀는데 숨은 당사자가 이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중개인이 청구 시점까지 숨은 당사자의 신원을 상대방에게 표시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이 세 요소가 맞으면 상대방은 숨은 당사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눈앞의 중개인을 상대로 청구하면 됩니다.
가정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매수인 A가 중개인 B의 중개로 원료 100톤을 사기로 했고 매도인 이름은 결약서에 적히지 않았습니다. 인도 기일이 지났는데도 물건이 오지 않는다면, A는 매도인을 찾아내기 전에 B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B가 매도인의 이름을 A에게 알려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행책임은 표시하지 않은 상태를 전제로 하므로, 통설은 중개인이 상대방의 신원을 표시하면 이행책임을 벗는다고 봅니다.
또한 제99조는 계약 당사자의 지위가 중개인에게 옮겨간다는 규정이 아닙니다. 중개인이 계약상 매도인이나 매수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숨은 당사자의 채무를 대신 이행해야 하는 책임을 별도로 진다고 이해됩니다. 그래서 계약 해제나 취소 같은 권리는 여전히 숨은 당사자를 상대로 다뤄야 할 문제이고, 중개인에게 곧바로 계약 해제를 통지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개인의 항변과 구상 — 이행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중개인이 이행책임을 질 때 상대방이 이행을 청구받은 쪽에 갖는 권리는 숨은 당사자가 갖는 권리와 같은 범위입니다. 중개인은 숨은 당사자가 계약상 주장할 수 있는 항변, 예를 들어 동시이행의 항변이나 계약 무효·취소, 변제·소멸시효 등을 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이행책임은 숨은 당사자의 채무를 전제로 하므로, 본래의 채무가 없거나 이미 소멸했다면 중개인이 질 책임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중개인이 이행을 마친 뒤에는 숨은 당사자를 상대로 구상하게 됩니다. 중개인은 그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이름을 숨겨 주었고 그 당사자 몫의 채무를 대신 이행했으므로, 두 사람 사이의 위탁약정을 근거로 그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구상은 중개인과 숨은 당사자 사이의 내부 문제여서 상대방은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중개인이 이행을 꺼리는 이유가 대개 이 구상 위험이므로 협상 과정에서 알아 두면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 짚을 부분은 제94조입니다. 중개인은 중개한 행위에 관해 당사자를 위해 지급이나 그 밖의 이행을 받을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고, 다른 약정이나 관습이 있을 때만 예외입니다. 따라서 매수인이 중개인 계좌에 대금을 먼저 보냈다고 해서 매도인에게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금 전달을 중개인에게 맡길 때는 그 권한이 약정으로 정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개인의 항변 — 숨은 당사자가 주장할 수 있는 동시이행·무효·취소·소멸시효 등.
중개인의 구상 — 이행 후 숨은 당사자에게 위탁약정에 따라 청구.
급여수령권한 — 별도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중개인은 대금·물건을 받을 권한이 없음(제94조).
청구 전에 준비할 증거 — 묵비 사실과 이행기 불이행 입증
이행책임을 묻는 쪽이 입증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이 성립했다는 사실, 둘째 계약상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했는데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실, 셋째 중개인이 숨은 당사자의 성명이나 상호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셋째는 소극적 사실이라 입증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약서와 장부 등본에 상대방 이름이 없다는 사실로 비교적 간단하게 드러납니다.
계약 성립은 중개인이 작성한 결약서, 주문서, 견적서, 발주 확인 메일이나 메신저 대화로 뒷받침합니다. 이행기와 불이행은 약정서에 적힌 인도 일자, 납품 요청 기록, 독촉 이메일로 정리합니다. 중개인이 상대방의 이름을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은 상법 제97조 제2항에 따라 장부 등본 교부를 청구해 보면 확인되고, 등본에도 이름이 없다면 그 자체가 묵비의 증거가 됩니다.
청구 방식은 우선 내용증명으로 중개인에게 이행을 요구하고,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중개인을 피고로 이행청구 소송을 내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소송에서는 숨은 당사자의 이름이 끝까지 밝혀지지 않아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제99조의 효용입니다. 다만 상사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이행기 이후 시간이 지났다면 시효가 완성되지 않도록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성립 증거 — 결약서, 발주서, 견적서, 메일·메신저 기록.
이행기·불이행 증거 — 약정서의 인도 일자, 독촉 기록, 미수령 사실.
묵비 증거 — 결약서에 상대방 성명 누락, 제97조 제2항 장부 등본 교부 청구 결과.
시효 점검 — 상사채권 5년 시효를 이행기부터 계산.
중개인이 이름을 밝히면 — 이행책임이 사라지는 대신 열리는 길
중개인이 청구를 받고 나서 숨은 당사자의 성명과 상호를 상대방에게 알려주면 이행책임을 벗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제99조의 책임은 이름을 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이므로, 표시가 이루어지면 책임의 전제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후 상대방은 밝혀진 당사자를 상대로 직접 청구하는 정상적인 구조로 돌아갑니다.
이 점은 상대방에게 전략적 선택지를 줍니다. 숨은 당사자에 대한 직접 청구가 더 유리한 경우, 예를 들어 그 당사자에게 담보나 재산이 확실해 보이거나 계약 해제까지 요구해야 할 경우에는 중개인에게 이름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숨은 당사자의 재력이 불확실하다면, 이름을 밝히는 순간 신용 있는 중개인에서 신용이 불확실한 당사자로 청구 상대가 바뀌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이행을 받는 것이 목적인지, 계약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목적인지에 따라 방식이 달라집니다.
중개인 입장에서는 이름을 밝히는 순간 숨은 당사자와의 비밀 약정을 어기게 될 수 있어 쉽게 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99조의 취지는 중개인이 비밀과 이행책임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므로, 책임을 지고 비밀을 지킬지 책임을 벗고 이름을 밝힐지는 중개인의 몫입니다. 상대방은 이 구조를 이용해 협상에서 이행 일정이나 담보 제공을 요구해 볼 수 있습니다.
실무 유의점 — 계약서와 결약서 작성 단계에서 막아둘 것
분쟁이 생긴 뒤에 대응하는 것보다 거래할 때 대비해 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중개인을 통해 거래할 때는 결약서에 상대방 성명 또는 상호가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름이 비어 있다면 묵비 거래임을 알고 있다는 뜻이므로, 중개인에게 이행책임이 있음을 서면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대금 지급은 중개인 계좌가 아니라 숨은 당사자 또는 그가 지정한 계좌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중개인에게 급여수령 권한이 있는지는 상법 제94조에 따라 별도 약정이나 관습으로 정해지므로, 중개인에게 대금을 보낼 때는 수령 권한을 위임한다는 서면이나 계좌 지정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개인이 대금을 가로챈 경우 변제 효과를 인정받지 못해 이중으로 지급해야 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중개인이 상법상 중개인인지, 위탁매매인인지, 단순 심부름 수준의 대리인인지에 따라 책임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이름을 숨긴 채 자기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은 중개인이 아니라 위탁매매인일 수 있고, 그 경우 위탁매매인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가 됩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청구 근거 조문이 다르므로, 청구서를 쓰기 전에 거래의 실질을 먼저 분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동산 중개업자가 상대방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을 때도 제99조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제99조는 상법상 중개인에 관한 규정이어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주택·상가를 중개하는 업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계약서에 매도인·임대인 정보가 기재되는 것이 보통이라 이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이름이 가려진 부동산 거래가 있다면 계약 당사자 확인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 쪽에서 따로 따져야 합니다.
Q. 이름을 숨긴 당사자가 불이행하면 중개인이 무조건 대신 이행해야 하나요?
A. 중개인이 이행책임을 지는 범위는 숨은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의 범위입니다. 숨은 당사자가 주장할 수 있는 동시이행이나 무효·취소 같은 항변은 중개인도 주장할 수 있어서, 숨은 당사자의 채무가 없다면 중개인도 이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Q. 중개인이 나중에 상대방 이름을 알려주면 청구는 어떻게 되나요?
A. 통설은 중개인이 신원을 표시하면 이행책임을 벗는다고 봅니다. 그 뒤에는 밝혀진 당사자를 상대로 직접 이행을 청구해야 하므로, 중개인에게 이미 한 청구는 그 당사자에 대한 청구로 바꾸어야 합니다.
Q. 중개인에게 대금을 보냈는데 중개인이 전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상법 제94조에 따라 중개인은 별도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지급을 받을 권한이 없으므로, 중개인에게 보낸 것만으로 변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개인에게 수령 권한을 준 약정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약정이 없다면 중개인의 횡령 책임과는 별도로 상대방에 대한 채무가 남을 수 있습니다.
Q. 결약서를 받지 못했다면 거래 자체가 무효인가요?
A. 아닙니다. 결약서는 거래 사실을 확인하고 당사자를 특정하는 서면일 뿐, 계약 성립의 요건은 아닙니다. 결약서가 없더라도 주문서나 메일 같은 다른 자료로 계약 성립을 입증할 수 있고, 중개인은 결약서 교부 의무를 어긴 것이 되어 보수 청구에도 제약을 받습니다.
Q. 청구 소송 전에 상대방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낼 방법이 있나요?
A. 제97조 제2항에 따라 당사자는 자기를 위해 중개한 행위에 관한 장부 등본을 중개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명 묵비가 요구된 경우에는 등본에도 이름을 적을 수 없으므로 이름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그 사실이 바로 제99조의 이행책임을 묻는 근거가 됩니다.
맺음말
상법상 중개인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평소에는 이행 책임이 없지만, 당사자 일방의 이름을 상대방에게 표시하지 않았다면 제99조에 따라 이행책임을 집니다. 이 책임은 성명을 숨겨주는 대가로 중개인에게 지워지는 것이어서, 상대방은 누가 계약 상대인지 몰라도 눈앞의 중개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에 앞서 계약 성립, 이행기 도래, 묵비 사실을 서면으로 정리하고 중개인이 지급을 받을 권한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사채권의 소멸시효 5년도 놓치기 쉬우니 거래 기록은 일찍 확보해 두시길 권합니다. 거래 상대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이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어느 조문으로 누구에게 청구할지부터 분명히 정리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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