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의뢰인은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정비사업조합으로, 10억 원대 설계용역계약을 맺은 설계사무소로부터 계약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당하였습니다.
조합은 설계사무소가 계약 체결 전에 다른 회사와 맺은 합의에 따라 설계용역 업무의 일부를 그 회사가 수행하도록 하고 대금의 일부를 나누어 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약서는 조합의 승낙 없이 계약상 권리·의무를 양도하거나 하도급하는 경우 조합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고, 조합은 소명을 요구하고 대의원회와 총회를 거쳐 계약을 해지하였습니다.
그러자 설계사무소는 해지가 부당하다며,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계약의 효력을 유지하고 자신이 설계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라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또한 조합이 설계자를 변경하는 절차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해지 사유인 하도급이 실제로 성립하였는지, 조합이 이를 알고 승인하였는지, 그리고 본안 판결 전에 계약의 효력을 임시로 되살릴 만큼의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설계자 변경 절차가 멈추면 사업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조합은 저에게 사건을 의뢰하였습니다.
조영준 변호사의 조력
저는 본 사건이 본안에서 해지의 정당성을 다투기 이전에 가처분의 두 요건, 즉 권리의 소명과 보전의 필요성을 각각 무너뜨려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하도급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확정하고 긴급한 필요가 없다는 점을 법리로 정리하는 전략을 취하였습니다.
우선 계약 체결부터 해지 통보에 이르는 경과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가처분은 잠정적·응급적 처분이므로 신청인이 두 요건을 모두 소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핵심 논리를 중심으로 진행하였습니다.
- 하도급 사실의 객관적 확정
설계사무소가 계약 체결 전에 다른 회사와 '수주 후 업무를 일정 비율로 분담한다'고 합의한 합의서를 증거로 제출
조합으로부터 용역대금이 지급된 뒤 그 일정 비율 상당액이 해당 회사에 지급된 경과를 시간순으로 정리
합의가 설계용역 전반을 대상으로 한 이상, 이후 실제 수행한 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는 하도급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
- '인센티브 약정' 및 '별도 계약 업무' 주장의 반박
합의서의 문언과 목적, 대금 지급 경과에 비추어 이는 단순한 내부 인센티브가 아니라 업무 분담 약정이라는 점
상대방이 수행했다는 업무가 계약상 별도 계약 대상 업무일 뿐이라는 주장 역시 합의의 범위가 설계용역 전반이라는 점에서 이유 없다는 점
- 조합이 하도급을 알고 승인하였다는 주장의 소명 부족 지적
조합 회의록에 해당 인물이 설계사무소 대표로 기재되어 있는 점
대의원회 대화 내용에 비추어 설계사무소가 사임과 퇴사 사정을 그 무렵에야 밝힌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후 새 설계업체를 선정한 총회 결의는 해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하도급의 승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 보전의 필요성 부재 주장
해지가 무효라 하더라도 설계사무소가 입는 손해는 금전적 손해배상으로 전보될 수 있다는 점
상대방의 협력 없이는 이행을 강제하기 어려운 성격의 계약에 대한 이행 전제 가처분은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기준
금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
- 해지 절차의 정당성 정리
내용증명을 통한 의견 요청, 대의원회의 소명 청취, 총회 결의, 해지 통보에 이르는 단계적 절차를 정리
저는 위와 같은 내용을 "승인 없는 하도급이라는 해지 사유가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고, 설령 해지의 효력에 다툼이 있어도 손해배상으로 해결 가능하여 가처분이 필요한 사건이 아니다"라는 구조로 정리하여 재판부에 제출하였습니다.
결과
법원은 설계사무소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고, 소송비용은 신청인인 설계사무소가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법원은 권리 소명과 보전의 필요성 모두에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합의서의 문언과 목적, 대금 지급 경과 등에 비추어 이 합의는 설계용역계약의 하도급으로 해석되므로, 조합이 승인하지 않은 이상 계약이 정한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합의가 설계용역 전반을 대상으로 한 이상 실제 수행한 업무의 구체적 범위는 하도급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조합이 이를 알고 승인하였다는 주장도 소명되지 않았고, 새 설계업체 선정 결의는 해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하도급의 승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해지가 무효로 확정되더라도 손해는 금전으로 전보될 수 있고, 금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소명되지 않았으므로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설계자 지위를 임시로 되살리고 조합의 설계자 변경 절차를 막으려던 신청이 전부 기각되어, 조합은 사업 일정에 지장 없이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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