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헤어진 연인이나 연락이 끊긴 지인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공통의 친구를 통해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더라”, “한 번만 연락 달라더라”는 식으로 안부를 전하다가 스토킹 신고를 당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 중 상당수는 “직접 연락한 것도 아니고 안부만 물은 건데 무슨 문제냐”, “친구한테 부탁한 거지 내가 접근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미 연락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면, 같은 말이라도 경찰은 “거부 의사를 알면서 우회 경로로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조사 과정에서 “그 친구에게 몇 번이나 부탁했느냐”는 질문부터 받게 됩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이나 글·말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은 불안감·공포심 여부를 행위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아래에서는 친구를 통한 안부 전달이 어떤 경우에 스토킹행위가 되는지, 어디까지가 문제되지 않는 범위인지, 그리고 신고나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제3자를 통한 전달도 스토킹행위의 유형으로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내가 직접 보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스토킹행위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의 유형을 가목부터 사목까지 나누어 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라목이 바로 이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라목).
여기서 ‘물건등’에는 물건뿐 아니라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 모두 포함됩니다. 따라서 선물이나 편지는 물론, 친구의 입을 빌려 전하는 “잘 지내느냐”는 말도 ‘제3자를 통하여 말을 도달하게 한 것’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이 처음부터 우회 경로를 염두에 두고 규정한 것입니다.
또한 같은 조 다목은 전화·문자·메신저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직접 연락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차단 때문에 직접 연락이 막히자 친구, 직장 동료, 가족을 거쳐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형태입니다.
제3자를 거쳤다는 사정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법이 이미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해 둔 방식입니다.
2. 안부 전달이 문제되는 출발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입니다
거부 의사를 알고도 되풀이한 안부는 더 이상 단순한 안부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같은 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위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즉 친구를 통해 안부를 전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스토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요소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입니다. 연락을 끊자고 말했거나, 번호를 차단했거나, “더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면 거부 의사는 분명합니다. 반대로 서로 오래 연락이 뜸했던 사이에서 공통 지인이 자연스럽게 근황을 전한 정도라면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공동으로 빌린 물건을 돌려받아야 하거나, 함께 키우는 아이나 반려동물 문제를 조율해야 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용건이 있다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 싶다”, “잘 지내느냐”, “화 풀렸느냐” 같은 감정적인 안부는 정당한 이유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거부 의사 표시가 있었는지, 그 이후 누구를 통해 몇 번이나 어떤 내용을 전했는지가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이 됩니다. 카카오톡 대화, 차단 시점,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모두 증거가 됩니다.
안부 전달의 성패는 말의 내용보다, 거부 의사가 있었는지와 정당한 용건이 있었는지에서 갈립니다.
3. 불안감과 공포심은 피해자의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일반적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불안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인지를 봅니다.
“안부 한마디에 불안해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항변도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스토킹행위의 성립 기준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일련의 스토킹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지위·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도10313 판결).
이 판결은 층간소음 사안이지만, 판단의 틀은 제3자를 통한 전달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관계에서, 어떤 경위로 전해졌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이별 과정에서 폭언이나 집착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사이라면, 친구를 통해 전해진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더라”는 말은 물론이고 “걱정돼서 연락 기다린다더라”는 말도 상대방에게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이에서 공통 지인이 한 번 근황을 물은 정도라면 객관적으로 불안감을 일으킬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방어하는 쪽에서는 “상대방이 실제로 불안해하지 않았다”는 주장보다 “관계, 경위, 표현, 횟수를 보면 일반적으로 불안감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스토킹행위 여부는 피해자의 마음속이 아니라, 관계와 경위와 표현을 종합한 객관적 평가로 결정됩니다.
4. 한 번의 전달로는 부족하지만, 지속·반복되면 형사처벌과 접근금지로 이어집니다
스토킹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일 때 성립하고, 처벌은 피해자의 처벌불원과 관계없이 진행됩니다.
같은 조 제2호는 스토킹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친구를 통한 안부가 단 한 번이었다면 곧바로 스토킹범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 친구를 번갈아 거치거나, 몇 주에 걸쳐 같은 부탁을 되풀이했다면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반복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직접 문자와 제3자를 통한 전달이 섞여 있어도 합산해서 봅니다.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제18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했다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지만, 2023년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규정이 삭제되어 지금은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형사처벌 이전에도 단계별 조치가 이어집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제3조에 따라 현장에서 스토킹행위의 제지와 서면경고를 할 수 있고, 제4조의 긴급응급조치로 상대방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를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제9조의 잠정조치로 접근 금지는 물론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장·구치소 유치까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조치를 어기면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되므로, 조치를 통보받은 뒤에는 친구를 통한 전달도 중단해야 합니다.
한 번의 안부는 사정에 따라 넘어갈 수 있지만, 거부 의사를 알고 되풀이한 전달은 형사처벌과 접근금지 조치까지 이어집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전달 경위와 대화 기록을 정리해 두는 것이 진술의 방향을 정합니다.
스토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신고 접수 및 응급조치 → ②피해자 조사와 행위자 조사, 필요시 제3자로 전달에 관여한 친구 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달을 부탁받은 친구가 참고인으로 불려 가 진술하게 되므로, 친구의 진술과 내 진술이 어긋나지 않게 사실관계를 먼저 정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상대방이나 친구에게 연락해 해명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의 연락 자체가 새로운 스토킹행위나 증거 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연락 거부 의사를 밝힌 시점이 언제인지, 그 이후에 친구를 통해 전달한 횟수와 날짜가 몇 번인지부터 대화 기록으로 정리합니다.
전달한 내용이 안부 수준이었는지, 만남 요구나 위치 언급 같은 표현이 섞여 있었는지 원문 그대로 확인합니다.
공동 용건 등 정당한 이유로 주장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고,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가 내려졌는지 통지서를 확인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스토킹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정리하면, 성립 요건 쟁점별로 대응하고 합의와 양형 자료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그냥 안부를 전했을 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신고를 당하고서도 상황을 가볍게 보고, 조사 전에 아무 준비 없이 진술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연락을 거부당한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정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 가볍게 지나간 일인지 감정이 앞서 판단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스토킹 신고를 당한 입장에서는 오해라는 점을 증명하려다 오히려 친구에게 다시 연락해 부담을 주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반면 피해를 호소하는 쪽에서도 어떤 전달이 몇 차례 있었는지를 날짜별로 정리해 두어야 신고와 잠정조치 신청이 힘을 얻습니다.
저는 스토킹 사건에서 신고한 쪽과 신고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안부 한마디가 관계와 경위, 횟수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사 전 진술 방향이 결론을 가르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친구에게 “잘 지내는지만 물어봐 달라”고 딱 한 번 부탁했는데도 스토킹인가요?
A. 한 번만으로는 스토킹범죄의 요건인 지속성 또는 반복성이 부족해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상대방이었고 이후 다른 행위가 더해지면 합산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번호를 차단하지 않았다면 거부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차단 여부는 하나의 정황일 뿐이고, 말이나 메시지로 연락을 중단해 달라고 한 사실이 있으면 거부 의사는 인정됩니다. 반대로 차단이 있었다 해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볼 여지는 있습니다.
Q. 친구가 제 부탁을 전달만 했는데 친구도 처벌받나요?
A. 전달자의 인식과 역할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달자는 통상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지만,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으므로 진술 전에 사실관계를 신중히 정리해야 합니다.
Q. 상대방과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2023년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삭제되어, 합의했다고 해서 수사와 재판이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공동으로 처리할 용건이 있어 친구를 통해 연락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꼭 필요한 용건이었다면 정당한 이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용건 이외의 안부나 감정 표현이 섞여 있었는지, 직접 연락할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전달 경위와 횟수, 의도가 정해지면 이후에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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