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며 가져온 비품이 절도로 신고됐어요
퇴사하며 가져온 비품이 절도로 신고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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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며 가져온 비품이 절도로 신고됐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퇴사하면서 책상 위 모니터, 노트북 거치대, 업무용 태블릿, 사무용품 같은 비품을 챙겨 나왔다가 전 직장으로부터 절도로 신고당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은 “어차피 내가 쓰던 물건인데 가져가도 되는 줄 알았다”, “얼마 안 되는 물건이라 문제 삼지 않을 줄 알았다”, “밀린 급여 대신 챙긴 것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돌려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응하지 않거나, 반출 사실이 CCTV·출입기록으로 확인되면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오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를 영구히 가지려는 의사까지 필요하지 않고, 권리자를 배제하고 물건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려는 의사만 있으면 인정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품의 가액이 적다거나 나중에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래에서는 퇴사하며 가져온 비품이 어떤 경우에 절도 또는 업무상횡령으로 평가되는지, 그리고 신고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회사 소유 비품을 허락 없이 가져오면 절도죄가 문제됩니다

내가 매일 쓰던 물건이어도 점유와 소유는 회사에 있습니다.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사람을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미수범도 형법 제342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 아래로 옮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직원이 회사 비품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물건이 직원의 점유 아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195조는 영업상 관계 등으로 타인의 지시를 받아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그 타인만을 점유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일반 직원이 책상·노트북·태블릿을 쓰는 경우 점유자는 회사 또는 사업주이고 직원은 점유보조자에 불과한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퇴사 날 그 물건을 가방에 넣어 사무실 밖으로 가지고 나온 행위는, 점유자인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옮긴 것으로 평가되어 절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회사의 명시적·묵시적 허락이 있었는지, 즉 “가져가도 좋다”는 말이나 메시지, 폐기 예정 물품 처분 안내가 있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됩니다.

퇴사자가 쓰던 물건이라도 회사 소유 비품을 허락 없이 반출하면 절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2. 가액이 적거나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절도죄에는 영구히 갖겠다는 의사가 아니라,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 것처럼 쓰려는 의사면 충분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이 불법영득의사입니다. 피의자는 “잠깐 쓰고 돌려주려고 했다”, “집에서 업무를 하려고 가져갔다”고 항변하는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하고,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도11771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회사가 반환을 요구했는데도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집에 두고 쓰거나, 중고로 처분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정말 잠깐만 사용하고 곧바로 제자리에 돌려놓은 이른바 사용절도는 사정이 다르지만, 퇴사 후 한참 지난 뒤 반환 요구를 받고서야 돌려주었다면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밀린 급여나 퇴직금 대신 가져온 것”이라는 항변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 채권이 있다고 해서 회사 물건을 임의로 가져와 변제에 충당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정은 절도죄 성립을 막지 못하고 양형에서 동기로 참작될 수 있을 뿐입니다. 가액이 몇만 원에 불과하더라도 죄의 성립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얼마 안 되는 물건이라거나 나중에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3. 맡아서 관리하던 비품이라면 절도가 아니라 업무상횡령이 문제됩니다

재물을 사실상 보관하던 지위였다면 적용 죄명과 형량이 달라집니다.

모든 사건이 절도로 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총무·자산관리 담당자이거나 법인 노트북·장비 대여를 위탁받아 관리하던 직원이었다면, 그 물건은 직원이 업무상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형법 제355조 횡령죄와 제356조 업무상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고, 업무상횡령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절도보다 법정형이 무겁습니다.

민법상 점유보조자에 불과한 직원이라도, 범행 당시 위탁을 받아 해당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며 보관하고 있었다면 형법상 보관자로 보아 절도가 아니라 횡령으로 처리한 대법원 판례들이 있습니다. 신고서에 적힌 죄명이 절도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고, 수사 과정에서 업무상횡령으로 바뀔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결국 비품을 가져온 경위가 단순 사용자였는지, 관리 책임자였는지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방어 논리도 달라집니다. 회사가 자산대장·비품 대여 서류로 누구에게 관리를 맡겼는지 증빙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단순 사용자인지 보관 책임자인지에 따라 절도와 업무상횡령으로 갈리고, 법정형도 달라집니다.


4. 반환·합의·소액 사정은 처분 단계에서 크게 반영됩니다

죄가 성립하더라도 기소 여부와 형량은 사후 사정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비품 반출 사건은 대부분 금액이 크지 않고, 피해 회사도 물건을 돌려받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51조는 범인의 연령·성행·피해자에 대한 관계·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 조건으로 정하고 있고,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라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온전한 상태로 신속하게 반환하는 것과, 피해 회사와의 합의서 작성입니다. 합의서에는 반환 물품의 목록,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이후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합의 시점이 이르면 이를수록 수사기관의 판단에 유리하게 반영됩니다. 경우에 따라 검사가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반환과 사과의 내실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다만 반출한 물건에 회사 자료·고객 정보가 담긴 저장장치나 노트북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절도 외에 업무상배임이나 영업비밀 침해 문제로 확장될 수 있어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환하기 전에 자료를 지우거나 포맷하는 것은 오히려 증거인멸로 비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반환과 합의가 빠를수록 기소유예 등 유리한 처분을 기대할 수 있고, 지연될수록 불리해집니다.


5. 신고를 받으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반환 계획과 진술 방향을 정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전 직장의 신고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신고 접수 → ②피의자 출석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액 사건은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반환을 거부하거나 진술이 엇갈리면 약식기소 또는 정식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가져온 물건의 목록과 현재 보관 상태를 사진으로 정리하고, 회사로부터 가져가도 좋다는 취지의 대화·메시지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2. 회사 측 담당자와의 연락 내용을 확보하되, 직접 연락해 압박하거나 말을 맞추려는 시도는 피하고 반환 경로를 정합니다.

  3. 출석 전에 반환 방식과 합의서 초안, 진술할 경위를 정리해 두고 조사에 임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처음 조사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 사실로 소명하면서 반환·합의를 병행해 기소유예 등 선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퇴사 과정에서 가져온 비품 문제는 “그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신고를 받고 나서도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를 당한 퇴사자 입장에서는 사안이 작다고 방치하기보다, 물건을 어떤 경위로 가져왔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해 신속히 반환하고 합의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 마디 진술이 불법영득의사 판단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물건을 되찾고자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형사 신고부터 하기보다, 반환 요구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고 자산대장 등 증빙을 정리해 두어야 실질적으로 물건을 회수하고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직원의 비품·자료 반출 사건에서 신고당한 쪽과 신고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반환 시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경찰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처분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사할 때 쓰던 볼펜이나 메모지 같은 소모품만 가져가도 절도인가요?

A. 형식상으로는 절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나, 가액이 극히 경미하고 관행상 용인되는 범위라면 실제로 입건되거나 처벌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회사가 문제를 삼는 경우 가액과 무관하게 죄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이미 물건을 돌려줬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사후 반환이 있어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지만, 기소유예 등 처분이나 양형에서는 매우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밀린 월급 대신 가져온 것이라면 정당한가요?

A.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임금 채권이 있어도 회사 물건을 임의로 가져와 충당할 권리는 없으므로 절도 문제는 남고, 임금은 별도로 노동청 진정이나 민사로 청구하셔야 합니다.

Q. 회사가 쓰지 않고 방치하던 물건을 가져온 경우도 절도인가요?

A. 방치되어 있었더라도 소유자가 회사라면 점유·소유가 회사에 있는 것이어서 허락 없이 가져오면 절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폐기 예정이라고 안내받은 물건이라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어 그 증거가 중요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먼저 회사에 연락해 합의해도 되나요?

A. 반환과 합의는 빠를수록 유리하지만, 직접 연락하는 과정에서 압박으로 비치거나 불리한 말이 오갈 수 있으므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합의했는데도 검찰에 송치될 수 있나요?

A. 절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해도 수사가 자동으로 종료되지는 않고 송치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 사실은 검사의 기소유예 판단에서 핵심적으로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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