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모님이나 배우자, 형제자매의 신용카드를 허락 없이 사용했다가 카드사 이용내역이나 명세서를 통해 발각되고, 그 일이 가족 갈등을 넘어 고소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가족끼리 쓰던 카드인데 이 정도야 괜찮겠지”, “나중에 갚으면 없던 일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결제를 했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명의자가 카드사에 부정사용 신고를 하거나 경찰에 고소장을 내면, “가족이니 처벌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타인의 승낙 없이 타인 명의의 카드 정보를 입력해 결제하는 행위를 가맹점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분명히 판단했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형법의 친족상도례 규정도 바뀌었습니다. 가족 사이라는 이유로 곧바로 형이 면제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가족 카드를 몰래 쓴 행위가 어떤 죄명으로 이어지는지, 가족이라는 사정이 처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거나 사용 사실이 드러났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명의자의 승낙 없이 쓴 카드는 가족 카드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카드는 가족이 함께 산 물건이 아니라 명의자와 카드사 사이의 계약입니다.
가족이 한 집에서 지내다 보면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카드가 서랍이나 지갑에 놓여 있고, 급할 때 그 카드를 꺼내 쓰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물건이 아니라 카드사가 명의자의 신용을 보고 한도를 열어준 계약이고, 결제 대금은 명의자가 부담합니다. 그러므로 카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명의자 본인과 명의자가 사용을 허락한 사람입니다.
결국 처벌 여부의 출발점은 “그 결제를 명의자가 허락했는가”입니다. 허락이 있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허락이 없었다면 가족이라는 관계는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실무에서는 “평소에도 가끔 빌려 썼다”는 사정이 허락의 근거로 주장되는데, 과거에 특정 금액을 쓰게 해준 것이 이번의 더 큰 금액, 다른 용도의 결제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쟁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장 볼 때 쓰라”며 카드를 건넸는데 그 카드로 게임 결제나 현금서비스를 받았다면, 승낙받은 범위를 벗어난 사용이 되어 허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명의자가 사후에 결제 내역을 알고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 그 사정은 성립 단계가 아니라 이후 고소 여부와 양형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가족 카드라도 명의자가 허락한 범위를 넘어 쓰면 재산범죄가 문제되고, 그 판단의 핵심은 승낙의 범위입니다.
2. 결제 방식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고, 온라인 결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문제됩니다
카드를 손에 넣은 방법과 결제한 방법마다 적용되는 법조가 다릅니다.
가족 카드 무단 사용은 하나의 죄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먼저 명의자의 지갑이나 서랍에서 카드를 몰래 가져갔다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형법 제329조의 절도가 문제되고, 그 카드를 분실·도난 카드로 사용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가, 맡아 두던 카드를 횡령하거나 속여서 받은 카드를 쓴 경우에는 같은 항 제4호가 각각 문제됩니다.
카드 실물 없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비밀번호만 알아내 쇼핑몰이나 앱에서 결제한 경우에는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이 유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가맹점이나 금융기관 등의 인터넷 사이트 또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에 접속하여 타인의 승낙 없이 타인의 인적사항과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 번호 및 그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물품이나 서비스 이용대금 등을 결제하거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음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가맹점이나 대출금융기관 등에 대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도19846 판결).
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피해자입니다. 결제 대금을 부담하는 명의자만이 아니라 결제를 받아준 가맹점과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점이 뒤에서 볼 친족 사이의 처벌 문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정보처리’가 이루어지고 사람의 처분행위 없이 재산상 이익이 취득되어야 컴퓨터등사용사기가 성립한다는 기존 법리를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무단 결제라도 카드를 직접 내밀어 사람이 결제하는 오프라인 매장인지, 온라인·앱 결제인지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 사실관계의 정리가 중요합니다.
카드를 어떻게 가져왔고 어떤 방식으로 결제했는지에 따라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컴퓨터등사용사기 중 무엇이 문제되는지가 갈립니다.
3.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효력을 잃었고, 지금은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사이의 절도죄는 형을 면제한다고 정했고, 형법 제354조가 이를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등에 준용했습니다. 그래서 “가족끼리는 처벌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이 형 면제 조항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습니다(2020헌마468 등). 대법원도 위 2024도19846 판결에서 이 조항이 형벌조각사유를 정한 것이라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형이 면제되던 사람에게 불이익이 미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328조 제1항은 형벌조각사유로서 형의 면제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2020헌마468 등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그 조항에 따라 형의 면제가 되었던 사람들에게 형사상의 불이익이 미치게 된다. 따라서 위 조항은 2020헌마468 등 헌법불합치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도19846 판결).
이후 형법이 개정되어 현재 제328조는 친족 사이의 범행에 대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형 면제를 정했던 종전 제2항은 삭제되었습니다. 친족이 아닌 공범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가족이 명의자인 경우 명의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재판으로 갈 수 없지만, 명의자가 고소하면 곧바로 수사가 진행되고 형 면제로 사건이 끝나는 일은 없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컴퓨터등사용사기 사건에서 가맹점이나 금융기관이 피해자로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피해자가 친족이 아니므로 친족 사이의 범행이라는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고, 위 판결도 이 점에 대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석명하고 심리하도록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다시 말해 “가족이 용서해줬으니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가족 사이의 형 면제는 사라졌고, 고소가 없으면 기소되지 않는 구조가 되었을 뿐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4. 죄명과 금액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고,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같은 무단 결제라도 적용 법조에 따라 형량 상한이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 제329조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를 정한 형법 제347조의2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로 정하고 있어 상한이 가장 높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도 있게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한이 높다고 해서 실제 선고가 그만큼 무거운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결제 금액과 횟수, 사용 기간, 카드를 가져온 경위, 사용처(생활비인지, 도박·유흥인지), 피해 회복 여부, 명의자의 처벌 의사를 함께 봅니다. 몇 달에 걸쳐 여러 번 결제한 사건은 사실관계가 하나의 범의로 이어졌는지, 별개의 범행인지에 따라 정리가 달라지므로 결제 내역을 시간순으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 회복은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양형에서 중요합니다. 명의자에게 결제 대금을 갚고 합의서를 받아두면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되어 고소 취소와 불기소 판단, 감형 사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고소가 취소되었더라도 카드사나 가맹점이 피해자로 되는 사건에서는 별도로 판단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형량은 죄명과 금액, 사용 경위로 갈리고, 대금 변제와 합의는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진술 전에 결제 내역과 승낙 근거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가족 카드 무단 사용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주자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카드사 이용내역 확보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친족 사이의 범행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명의자의 고소 의사와 고소 취소 여부는 사건 전체의 흐름을 좌우합니다.
고소기간은 형사소송법상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원칙이므로, 명의자가 언제 결제 사실을 알았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사용 사실이 드러났거나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드사에서 문제된 결제의 일시·금액·가맹점·결제 방식(오프라인, 온라인, 현금서비스)이 담긴 이용내역을 받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명의자가 사용을 허락했다고 볼 만한 자료, 예컨대 평소 카드를 맡겨 온 정황과 메시지·통화 기록, 사후에 결제를 알고도 묵인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결제 대금을 명의자에게 변제했거나 변제할 수 있는지, 명의자와 합의가 가능한 상태인지 살핀 뒤 진술 전에 변호사와 방향을 잡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초기에 대응하면 죄명의 다툼, 승낙 범위의 입증, 합의와 처벌불원서 확보를 한 흐름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첫 진술에서 인정하는 범위와 표현이 이후 판단을 크게 좌우하므로 경찰 조사 전에 방향을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가족 사이의 카드 문제는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마음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하면 넘어가겠지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경찰 출석 요구를 받고서야 사안의 무게를 알게 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당한 명의자 입장에서는 감정이 앞서기 쉽지만, 카드사 이용내역과 결제 시점·방식을 정리해 두는 것이 고소 여부를 판단하는 첫걸음입니다. 부정사용 신고 여부와 고소 시점을 정할 때 가족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용을 의심받는 가족 입장에서도 “가족이니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허락이 있었는지, 어느 범위까지 허락이었는지, 이후 변제와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카드 무단 사용과 사기 사건에서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죄명을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 카드를 몰래 썼는데, 가족이라 처벌은 안 되는 것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 면제를 정했던 형법 제328조 제1항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효력을 잃었고, 현재는 명의자의 고소가 있으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합니다.
Q. 나중에 사용 금액을 전부 갚으면 없던 일이 되나요?
A. 범죄 성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제와 합의는 고소 취소와 불기소,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가족이 예전에도 카드를 빌려 쓰게 해줬는데 이번에도 괜찮은가요?
A. 과거의 허락이 이번 결제의 허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허락받은 용도와 금액의 범위를 넘었는지가 핵심이므로 당시 대화 기록과 사용 패턴을 확보해야 합니다.
Q. 온라인 결제와 오프라인 결제는 처벌이 다른가요?
A. 적용 죄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드번호 등을 입력해 온라인·앱에서 결제하면 컴퓨터등사용사기가, 카드 실물을 절취해 사용했다면 절도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명의자가 고소하지 않겠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명의자만 피해자인 사건이라면 고소가 없으면 기소가 어렵습니다. 다만 가맹점이나 금융기관이 피해자로 되는 유형은 별도로 판단되므로 단정하면 안 됩니다.
Q.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첫 진술에서 인정하는 범위와 표현이 죄명과 양형 판단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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