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내의 정신질환 대화가 불가능할 때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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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내의 정신질환 대화가 불가능할 때 이혼 

유지은 변호사

배우자가 조현병이나 중증 치매를 앓아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혼신고서에 서명을 받는 일부터 막힙니다. 병원을 오가며 지쳐 가는 사이, "이 사람과는 협의이혼도 못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드셨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협의이혼은 안 되지만 재판상 이혼, 즉 소송은 가능합니다. 다만 배우자의 의사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소송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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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이 막히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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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836조 제1항은 협의이혼이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 신고함으로써 성립한다고 정합니다. 이 확인 절차에서 판사는 두 사람 모두에게 이혼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직접 묻습니다. 배우자가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없는 상태라면, 가정법원은 확인을 해 주지 않습니다. 협의이혼은 두 사람 모두에게 진정한 이혼의사가 있을 때만 성립하므로, 의사능력이 없는 배우자와는 협의이혼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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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능력이라는 또 다른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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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으로 넘어가도 끝이 아닙니다. 소송을 하려면 당사자에게 소송능력, 즉 자신의 이익을 이해하고 소송행위를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배우자의 정신질환이 심한 수준이라면 이 소송능력 자체가 쟁점이 됩니다. 가사소송법 제12조는 가사소송절차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민사소송법 제62조는 소송능력이 없는 사람을 위해 법원이 특별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배우자가 대화는 가능하지만 판단력이 다소 떨어지는 정도라면 본인이 직접 소송에 응하되 진료기록으로 상태를 소명하는 선에서 끝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한 정도라면, 배우자를 대신할 사람을 세우지 않고는 재판 자체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조증과 우울 상태가 반복되는 것처럼 날마다 상태가 다른 경우라면, 법원은 특정 순간의 대화가 아니라 진단서와 장기간의 진료기록으로 전반적인 판단능력을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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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자체가 이혼사유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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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사유를 여섯 가지로 정하는데, 정신질환은 부정행위·악의의 유기·부당한 대우·생사불명을 정한 제1호부터 제5호에 해당하지 않고, 대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다투게 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적용할 때 배우자 한쪽의 질병이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점과, 민법 제826조 제1항이 정하는 부부간 부양·협조 의무를 함께 고려합니다. 그래서 "배우자가 아파서 힘들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동안 치료와 간호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혼 후 배우자의 생활이 어떻게 보장되는지까지 함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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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갈린 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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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한 부부는 배우자가 십수 년째 중증 조현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했고, 건강한 배우자가 그동안 병원비를 대고 간병하다가 본인도 지쳐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혼을 청구했다고 해 보죠. 이런 경우 법원은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혼 후에도 배우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한 뒤 이혼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병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았고 치료로 호전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치료를 제대로 시도해 보지 않고 곧바로 이혼소송을 낸 경우라면 다릅니다. 법원은 아직 회복 가능성과 부양 노력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갈리는 지점은 질병의 중함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배우자가 어떤 노력을 했고 이혼 후 상대방의 생활이 어떻게 보장되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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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리인을 세우는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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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에게 소송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절차는 대략 이렇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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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 민법 제9조에 따른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지 않았다면, 가정법원에 이를 먼저 신청합니다. 통상 심판까지 4~6개월 정도 걸립니다.

  2. 이미 후견인이 있어도 그 후견인이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 본인이거나 이해관계가 겹치면 소송을 대리할 수 없으므로, 소송을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을 별도로 신청합니다.

  3. 특별대리인이 선임되면 그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특별대리인이 배우자의 이익을 대변해 응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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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차를 건너뛰고 소송부터 내면, 법원이 특별대리인 선임을 요구하며 절차를 멈추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혼이 아니라 배우자를 보호할 사람을 세우는 절차처럼 느껴지실 겁니다. 병원 진료기록이나 입원확인서를 챙기는 일, 성년후견개시심판 신청서를 가정법원에 내는 일은 변호사 없이 당사자가 직접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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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끝난 뒤 남는 부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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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확정된다고 배우자에 대한 책임이 전부 끝나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에게도 그대로 인정되고, 법원은 분할 비율을 정할 때 그 배우자의 향후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스스로 재산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면 성년후견인이 재산분할금을 대신 수령해 관리하게 되는데, 이 후견인 지정과 소송의 특별대리인 선임은 별개 절차라 시점이 어긋나지 않도록 함께 챙겨야 합니다. 판결이 나온 뒤에도 배우자의 생활 보장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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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신고서 앞에서 서명을 받지 못해 막막했던 순간은, 사실 소송으로 가는 절차의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배우자의 상태와 그동안의 간호 기록을 정리해 보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특별대리인을 먼저 세워야 할 지점인지, 아니면 재판상 이혼사유를 다퉈야 할 지점인지가 보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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