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긴 땅을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했더니, 채무자란에 둘째 형제 이름이 적힌 근저당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상속재산분할에서 결정적인 것은 근저당이 언제 설정되었는지, 그리고 누구의 빚을 담보하는지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에 따라 그 땅을 누가 받을지, 다른 형제가 얼마를 더 받아야 정산이 맞는지가 완전히 달라지죠.
상속재산은 공유, 부담도 함께 넘어옵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의 공유가 됩니다(민법 제1006조). 그리고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포괄적으로 승계합니다. 즉 땅에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면, 그 땅을 상속받는 순간 근저당이라는 부담도 함께 받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부담이 상속인 전체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게 아니라, 근저당의 성격에 따라 특정인에게 더 무겁게 쏠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설정 시점
아버지 생전에 설정된 근저당이라면, 이는 이미 상속재산에 붙어 있는 부담으로서 상속인 전원이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반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인들 앞으로 등기가 옮겨지기 전, 협의도 없이 둘째 형제가 임의로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후자의 경우 근저당 설정 행위 자체의 효력이 문제 되는 것이고, 전자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부담을 어떻게 나눠 안을지가 문제 됩니다. 같은 "형제 이름의 근저당"이라도 이 시점 차이 하나로 분할 방식 전체가 달라집니다.
채무자가 누구
근저당의 피담보채무가 아버지 생전의 빚, 즉 상속채무라면 민법 제1007조에 따라 공동상속인이 각자의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 승계합니다. 셋이 균등 상속인이라면 채무도 3분의 1씩 나눠 지는 게 원칙입니다. 반면 아버지가 둘째 형제 개인 사업자금 대출에 담보만 제공한 물상보증이라면, 채무 자체는 둘째 형제의 것이고 다른 형제들은 그 빚을 갚을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은행이 대출금을 못 받으면 담보로 잡힌 땅 전체에 경매를 걸 수 있으니, 땅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근저당 채권최고액만큼 줄어든 상태로 평가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상속개시 후 임의 설정의 효력
상속인 중 한 명이 다른 형제들 동의 없이 상속 토지 전체에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공유물의 처분·변경은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민법 제264조에 걸립니다. 이때 그 근저당은 설정한 사람의 법정상속지분 범위에서는 유효하지만, 나머지 형제들의 지분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판단 흐름입니다. 민법 제263조가 공유자는 자기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그 형제의 지분에 대해서만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다른 형제들의 지분은 근저당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분할 협의에서 반영하는 방법
실제 분할에서는 근저당이 잡힌 땅을 그 담보를 만든 형제에게 배정하고, 나머지 형제들에게는 그만큼 다른 재산이나 현금으로 정산하는 대상분할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땅의 시가가 6억 원이고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2억 원이라면, 순가치는 4억 원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지분을 계산하는 식입니다.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부담의 원인과 각자의 기여를 살펴 현물분할, 대상분할, 경매를 통한 가액분할 중 사안에 맞는 방법을 정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되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둘째 형제의 빚을 대신 갚아줬거나 담보 제공으로 실제 손실을 입었다면, 이는 특별수익으로 평가되어 그 형제의 상속분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담보만 제공하고 실제 변제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특별수익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은 구분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근저당권자와 채무자, 설정일자를 확인하는 일은 변호사 없이도 본인이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만 확인해도 사안이 위의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대략의 방향은 잡힙니다.
땅에 잡힌 근저당 하나가 형제들 사이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게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등기부에 적힌 날짜와 이름을 먼저 정확히 읽는 것이 순서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
지금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근저당권의 설정 접수일과 채무자 이름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날짜가 아버지의 사망일 전인지 후인지, 채무자란에 적힌 이름이 누구인지, 이 두 가지가 앞으로의 분할 방향을 정하는 첫 단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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