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 무인매장에서 셀프계산대가 빠르게 늘면서, 계산을 마쳤다고 생각하고 나왔다가 출입구에서 직원의 제지를 받거나 며칠 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상담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봉투 밑에 깔려 있어서 못 봤다”, “스캔이 된 줄 알았다”, “몇백 원, 몇천 원짜리인데 설마 절도까지 되겠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장이 CCTV 영상을 확보해 신고하면, 금액이 작다는 사정만으로는 절차가 멈추지 않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은 셀프계산대 사건에서 결제 누락이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를 CCTV 동선과 행동 전체로 가려내는 방식을 일관되게 취하고 있습니다. 액수가 적더라도 절도죄의 성립 여부는 금액이 아니라 고의와 불법영득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셀프계산대에서 상품 하나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 나온 경우 어떤 조건에서 절도죄가 되는지, 그리고 실수였다면 무엇을 어떻게 소명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계산하지 않은 상품을 가지고 매장을 나오면 절도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매장의 상품은 계산 전까지 매장 주인의 소유이자 점유물입니다.
마트나 무인매장의 진열 상품은 대금을 내기 전까지 매장 주인의 소유이고, 매장이 점유·관리하는 물건입니다. 손님이 카트나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이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결제가 끝나야 비로소 손님의 물건이 됩니다.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형법 제342조는 제329조의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다시 말해 물건값이 몇백 원이든 구성요건상 재물의 가치에는 하한이 없고, 결제 없이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행위 자체가 절취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29조).
셀프계산대 사건이 일반 절도와 다른 점은, 계산대 앞에 직원이 없어서 “누구의 점유를 깨뜨렸는가”가 흐려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장은 계산대 화면, 출입구 센서, CCTV로 상품을 관리하고 있으므로, 결제 없이 상품이 출입구를 통과했다면 점유가 매장에서 손님에게 옮겨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제 단계를 건너뛴 채 매장 밖으로 나온 시점이 수사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됩니다.
한편 셀프계산대에서 비싼 상품에 저가 상품의 코드를 입력해 값을 낮추는 방식은 절도가 아니라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가 문제될 수 있어 죄명과 형량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상품 하나를 스캔하지 못하고 가져 나온 단순 누락 사안을 다룹니다.
결제 없이 상품을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금액과 상관없이 절도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 실수였다면 고의가 없다는 점이 핵심이며, 그 입증은 행동으로 하게 됩니다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없다는 말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스캔이 된 줄 알았거나 결제가 끝난 줄 알았다는 착오가 진짜라면, 절도의 고의가 없으므로 죄가 되지 않습니다. 절도죄는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어서, 단순히 부주의로 상품 하나를 빠뜨린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고의 외에 불법영득의사도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이를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로 보고, 일시 사용 목적이라 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소모되거나, 상당한 장시간 점유하거나, 본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합니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등).
셀프계산대 사건에서는 이 의사가 대개 내심의 문제라 직접증거가 드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결제하지 않은 상품을 그 자리에서 사용·소비했는가”, “가방이나 옷 속에 숨겼는가”, “집에서 영수증을 확인하고 매장에 돌려주거나 결제하려 했는가” 같은 외부 사정으로 내심을 추단합니다. 반대로 말해 실수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그 주장과 일치하는 행동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아 화면에 오류가 떴는데 그대로 넘어간 경우이고, 둘째는 부피가 큰 상품을 카트 하단이나 봉투 밑에 두고 스캔을 잊은 경우입니다. 두 경우 모두 고의 여부는 영상 속 시선과 손동작, 결제 후 영수증 확인 여부에서 갈립니다.
실수였다는 주장은 말이 아니라 당시 행동과 기록으로 입증해야 인정됩니다.
3. 스캔 누락이 고의였는지는 CCTV와 결제 기록으로 사후에 재구성됩니다
매장이 확보한 영상과 결제 로그를 손님 쪽에서도 같은 자료로 대조해야 합니다.
셀프계산대 사건의 증거는 대부분 매장이 갖고 있습니다. 결제 단말기의 스캔 로그(어떤 상품이 몇 시 몇 분에 몇 번째로 찍혔는지), 계산대 상단 CCTV 영상, 출입구 센서와 보안 게이트 기록, 카드 결제 내역과 영수증이 그 자료입니다. 이 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가기 전이든 후든, 손님이 자기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같은 자료를 기준으로 다시 짜 맞춰 봐야 합니다.
실수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는 첫째, 다른 상품은 모두 정상 스캔했고 누락된 상품이 하나뿐인 점, 둘째, 누락 상품이 카트 하단·봉투 밑처럼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있었던 점, 셋째, 스캔 도중 오류 메시지나 대기줄로 정신이 분산된 정황, 넷째, 영수증을 받은 뒤 다시 확인하려 하거나 곧바로 안내데스크에 알린 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고의를 의심하게 하는 사정도 분명합니다. 카메라를 피해 상품을 가방이나 옷 속에 넣는 동작, 스캔 화면을 일부러 가리는 행동, 보안 게이트를 피해 다른 출구로 나가는 행동, 같은 매장에서 비슷한 누락이 반복된 이력이 그렇습니다. 이런 사정이 겹치면 실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제 경험상 사건이 갈리는 지점은 대개 처음 진술입니다. 매장 직원이나 경찰이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그랬다”, “집에서 확인했다”고 사실 그대로 진술한 경우와, 앞뒤가 다른 변명으로 일관한 경우는 영상 분석 결과가 같아도 결론이 다르게 나옵니다.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에 서면 사과문이나 합의서에 서명하면 그 문구가 그대로 자백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실수 여부는 영상·결제 로그·사후 행동의 조합으로 판단되므로, 같은 자료로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4. 소액이라도 처분 결과는 크게 갈리고, 반복되면 상습 가중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소액 사건은 기소유예로 끝나기도 하지만, 전력과 반복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법정형은 앞서 본 대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실무에서 금액이 몇천 원 수준인 초범 사건이 곧바로 징역형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 기소유예, 벌금 약식기소, 정식재판 청구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해 회복 여부와 초범 여부, 범행 경위가 그 분기를 좌우합니다.
피해 회복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물건값을 결제하거나 반환하는 것은 피해 회복이고, 매장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받는 것은 별개입니다. 절도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이지만, 피해 회복과 합의가 되어 있으면 기소유예나 벌금액 산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됩니다.
주의할 점은 상습성입니다. 형법 제332조는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한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정합니다. 여러 매장에서 소액 절도가 반복된 이력이 확인되면 이 규정이 문제될 수 있고, 이미 벌금 전력이 있다면 같은 소액 사건이라도 약식기소 이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처벌 결과가 남으면 취업·자격 심사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벌금형과 기소유예의 차이는 사건 초기부터 의식해야 합니다.
소액이라도 초범 여부·피해 회복·반복 이력에 따라 처분이 갈리므로,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5. 신고 접수부터 처분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매장 신고 후 출석 요구가 오면 진술 전에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셀프계산대 절도 사건은 통상 ①매장 또는 보안업체의 신고·고소 접수(수원 지역 매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경찰서) → ②피의자 출석 요구와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약식명령 또는 정식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중 ②의 첫 진술이 이후 처분의 방향을 사실상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거나 매장에서 합의를 요구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제 영수증과 카드 내역을 확보해 실제로 결제한 상품 목록과 누락된 상품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매장 이름·방문 시각·계산대 번호를 정리해 두고, 가능하면 스캔 로그와 CCTV 영상의 보존 여부를 확인합니다.
누락 상품을 언제·어디서 인지했는지, 그 뒤 어떤 조치를 했는지 시간순으로 메모한 뒤 진술에 임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의가 없었다는 소명 자료와 피해 회복 계획을 함께 마련하면 혐의없음이나 기소유예로 정리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셀프계산대 사건은 금액이 작다 보니 “곧 끝나겠지” 하는 생각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영상과 결제 로그는 시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고, 첫 진술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실수로 상품 하나를 빠뜨린 쪽에서는 감정적인 해명보다, 당시 행동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사후 조치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본 매장 쪽에서도 단순 스캔 누락과 고의적 절취를 구별해 신고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소액 절도 사건에서 실수를 주장하는 쪽과 매장 피해를 다루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영상이라도 사실관계 정리와 진술 방향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처분이 정해지기 전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품 하나를 스캔 안 한 걸 나중에 알고 다음 날 계산하러 갔는데도 절도가 되나요?
A. 고의가 없었다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고, 다음 날 스스로 결제하러 간 사실은 고의 없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영수증과 방문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몇백 원짜리 물건이면 처벌되지 않는 것 아닌가요?
A. 절도죄에는 금액 하한이 없어 구성요건상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범이고 피해가 회복되면 기소유예 등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처분은 금액과 별개로 판단됩니다.
Q. 매장에서 합의금을 요구하는데 바로 줘도 되나요?
A. 서둘러 지급하거나 사과문에 서명하기 전에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 문구가 그대로 자백으로 쓰일 수 있고, 절도죄는 합의해도 처벌 여부가 자동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Q. 스캔 화면에 오류가 떴는데 그냥 넘어간 경우는요?
A. 오류를 인지하고도 상품을 그대로 가져갔다면 고의가 의심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류가 자동 해소된 줄 알았다는 사정이 영상과 일치하면 고의 없음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여러 번 반복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반복 이력이 확인되면 형법 제332조의 상습절도 가중이 문제될 수 있고, 실수라는 주장의 신빙성도 크게 떨어집니다. 각 건별로 사실관계를 따로 정리해야 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진술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처음 한 진술이 이후 처분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고, 영상 보존 요청과 같은 조치도 초기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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