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같이 있었다"와 "도와줬다", "한 모금 했다"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고, 경찰 연락 이후의 한두 마디가 참고인과 피의자를 가릅니다.
이 글은 친구·연인·직장 동료의 마약 사용을 곁에서 목격했거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연락을 받은 분을 위해 썼습니다. 지금 서 있는 갈림길을 하나씩 짚어가며, 어느 쪽으로 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조건별로 정리합니다.
갈림길 0. 먼저 내 행위를 다섯 칸 중 하나에 넣어 보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 여부는 "그 자리에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했는가"로 갈립니다. 아래 다섯 칸 중 자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하는 것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① 옆에 있기만 했다. 권유받은 적도 없고, 누가 무엇을 하는지 보기만 했다.
② 권유는 받았지만 거절했다. 손에 쥐어 주는 것을 밀어냈거나, 그 자리를 떴다.
③ 한 모금, 한 번은 했다. 양이 아주 적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한 번 시도했다.
④ 돈을 보탰거나 장소를 빌려줬다. 내 집·내 차·내 계좌가 쓰였거나, 구매비를 나눠 냈다.
⑤ 구해다 줬거나 나눠 줬다. 연락처를 이어 줬거나,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건넸다.
①·②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③은 투약죄, ④는 방조 또는 장소·자금 제공, ⑤는 수수·매매·알선의 공범 문제가 됩니다. 각 갈림길을 차례로 보겠습니다.
갈림길 1. "옆에 있기만 했다" — 처벌되지 않는 이유와 예외
단순히 동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마약류관리법상 어떤 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리 형법에는 타인의 마약 범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을 처벌하는 '불고지죄'가 없기 때문입니다. 불고지죄는 국가보안법 등 극히 제한된 영역에만 존재합니다.
마약류관리법이 금지하는 행위는 조문에 열거되어 있고, "곁에 있는 것"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일반 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10.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 또는 섭취하는 행위, 그 목적으로 대마를 소지하는 행위, 대마를 수수하는 행위 (후략) 11. 제4조제1항 또는 제1호부터 제10호까지에서 금지한 행위를 하기 위한 장소·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형법상 방조범(종범)은 정범의 실행을 쉽게 만드는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데, 이 "쉽게 만드는 행위"는 반드시 물건을 건네는 것만이 아닙니다.
형법 제32조(종범) ①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②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대법원은 방조가 정범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포함하며, 정신적 방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동시에 단순히 범행을 알면서 묵인하거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는 방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취지입니다.
동석이 방조로 바뀌는 순간
실무에서 "같이 있었다"가 "도왔다"로 평가되는 전형적인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 앞에서 누가 오는지 봐 주거나, 경찰이 오면 알려 주기로 했다.
흡연·투약에 쓰이는 도구를 찾아 주거나 만들어 주었다.
"여기서 하면 안전하다"며 장소를 골라 주거나 문을 잠가 주었다.
망설이는 사람에게 "괜찮다, 해 봐"라고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①·②의 사람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수사기관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나 소변검사 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갈림길 2. "한 모금은 했다" — 양은 죄의 성립을 바꾸지 못합니다
대마 한 모금, 필로폰 한 번은 그 자체로 투약·흡연죄가 성립합니다. 마약류관리법은 사용량이나 횟수를 구성요건으로 두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했다"는 사정은 유무죄가 아니라 양형에서 고려될 뿐입니다.
법정형은 어떤 마약류였는지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대마 흡연·섭취: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필로폰(메트암페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60조 제1항).
코카인·헤로인 등 '마약' 투약: 1년 이상의 유기징역(같은 법 제59조 제1항)으로, 벌금형 선택이 불가능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대마를 한 사람과 필로폰을 한 사람은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뜻입니다. 특히 마약류 투약은 영업범이 아니라 투약 1회마다 별개의 죄로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므로, "그날 한 번"인지 "여러 날에 걸쳐"인지도 중요합니다.
검출기간이라는 시계
③에 해당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검사에 나오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변검사: 필로폰은 투약 후 대략 3~4일, 대마는 1회 사용 기준 며칠에서 1주일 안팎이며, 반복 사용자는 수 주까지 늘어납니다.
모발검사: 머리카락이 한 달에 약 1cm 자라는 점을 이용해 3cm면 약 3개월, 길이에 따라 6개월~1년 전 사용까지 확인합니다.
단발·삭발·염색: 체모(겨드랑이·다리털 등)로 대체 채취가 가능하고, 오히려 증거인멸 정황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③의 사람에게 "시간이 지나면 없던 일이 된다"는 계산은 대개 틀립니다. 모발에는 1회 사용도 남을 수 있고, 함께 있던 사람이 조사에서 "○○도 같이 했다"고 진술하면 그 진술 자체가 수사 단서가 됩니다.
③의 사람이 지금 결정해야 할 것
초범이고 단순 흡연·투약이라면 결과는 기소유예, 벌금, 집행유예 사이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자백 여부, 재범 방지 노력(치료·상담), 그리고 아래 갈림길 5의 자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나쁜 선택은 "같이 있던 사람들과 입을 맞추는 것"입니다. 통화·메신저 기록은 압수수색으로 복원되고, 입을 맞춘 사실이 드러나면 증거인멸·범인도피 문제가 얹혀 단순 투약보다 훨씬 무거운 사건이 됩니다.
갈림길 3. "돈을 보탰다, 집을 빌려줬다" — 내가 몰랐던 '제공' 행위
④에 해당하는 사람은 직접 투약하지 않았더라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1호가 장소·시설·자금·운반수단의 제공을 독립된 금지행위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내 자취방에서 친구들이 대마를 피웠다. 방을 "그 목적으로" 내어 준 것인지가 쟁점입니다. 친구들이 놀러 와 있는 동안 피운 것을 뒤늦게 알았다면 '제공'의 고의가 없지만, 피우려는 것을 알면서 "여기서 해"라고 했다면 다릅니다.
구매비를 n분의 1로 냈다. 공동으로 사서 나눈 구조라면 매수 또는 수수의 공동정범이 문제 됩니다. 내가 직접 피우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계좌·내 코인 지갑으로 대금을 보내 줬다. 자금 제공에 해당할 수 있고, 텔레그램 거래 수사에서 계좌 명의자는 가장 먼저 특정되는 사람입니다.
내 차로 태워다 줬다. 목적지가 거래 장소임을 알았는지, 운반 자체를 부탁받았는지에 따라 운반수단 제공이나 운반 방조가 됩니다.
이 갈림길의 핵심 쟁점은 '알았는가(고의)'입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 즉 "마약류일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용인한 경우"까지 고의로 인정합니다. "정확히 뭔지는 몰랐다"는 말이 그대로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다만 고의는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 요건이고, 메신저 대화·송금 메모·평소 관계 등 객관적 자료로 판단됩니다. 그러므로 ④의 사람은 "몰랐다"고 말로 주장하기보다, 몰랐음을 보여 주는 기록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갈림길 4. 경찰 연락이 왔다 — 참고인과 피의자 사이
동석자에게 경찰이 연락하는 경로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투약자의 휴대폰에서 대화방이 나왔거나, 투약자가 조사에서 함께 있던 사람의 이름을 말한 경우입니다. 이때 연락의 성격이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가 첫 번째 확인 사항입니다.
참고인으로 부르는 경우
참고인은 처벌 대상이 아닌 목격자입니다. 출석 의무가 없고, 진술은 임의입니다. 그러나 참고인 조사에서 나온 한마디가 본인을 피의자로 바꾸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흔한 장면은 두 가지입니다. 친구를 감싸려고 "그날 그런 일 없었다"고 말했다가 거짓 진술이 드러나는 경우, 그리고 "나도 한 번 해 봤다"는 말이 별 뜻 없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해 범인의 발견을 어렵게 하면 범인도피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진술을 거부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범죄가 아닙니다. 친구를 보호하고 싶다면 거짓말이 아니라 침묵을 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친족 특례는 배우자·부모·형제 등 법률상 친족에게만 적용되고 연인·친구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소변·모발검사를 요구받는 경우
동석자에게도 검사 협조를 요청하는 일이 많습니다. 영장이 없는 검사 요청은 임의수사이므로 거절할 수 있습니다.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를 알고 결정해야 합니다. 첫째, 거절하면 수사기관은 다른 정황을 근거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영장이 발부되면 채취를 피할 수 없습니다. 둘째, ①·②의 사람이라면 검사 결과 음성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무혐의 근거가 됩니다. 즉 검사에 응할지 여부는 자신이 갈림길 0의 어느 칸에 있는지에 따라 정반대의 답이 됩니다.
피의자로 부르는 경우
피의자 신분이라면 죄명이 무엇으로 적혀 있는지(투약인지, 방조인지, 장소 제공인지)를 출석 전에 확인하고, 변호인 참여를 요청한 상태에서 조사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단계의 진술은 이후 모든 절차의 기초가 되며, 한 번 조서에 남은 말을 뒤집는 것은 새로 진술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갈림길 5. 신고할까, 두고 볼까, 자수를 권할까
마지막 갈림길은 법률 문제이자 관계의 문제입니다. 결론은 신고 의무는 없고, 신고한다고 해서 내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도 아니며, 자수는 본인이 직접 해야 감경 사유가 된다는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선택 A. 신고한다
마약 범죄 신고는 경찰(112), 검찰, 관세청 등에 할 수 있고, 신고자에게 포상금이 지급되는 제도도 운영됩니다. 그러나 신고자 역시 사건의 목격자이므로 참고인 조사와 검사 요청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③·④에 해당하는 사람이 신고를 '자수 대용'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신고와 자수는 다른 절차입니다.
선택 B. 두고 본다
①·②의 사람은 법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 자리에 계속 함께하는 것은 갈림길 1에서 본 '동석이 방조로 바뀌는 순간'에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특히 자기 집이나 차가 반복적으로 쓰이는 것을 알면서 두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장소 제공의 고의를 인정받기 쉬운 구조가 됩니다.
선택 C. 본인에게 자수를 권한다
자수는 형법상 임의적 감경 사유이고, 마약 사건 실무에서 초범의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형법 제52조(자수, 자복) ① 죄를 범한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자수는 수사기관이 범죄를 알기 전, 또는 알았더라도 본인이 스스로 신고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미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순순히 인정하는 것은 자수가 아니라 자백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수의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또 하나의 길은 치료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 제도를 두고 있고, 검찰은 재범 위험이 낮은 초범에게 치료·교육 조건부 기소유예를 활용합니다. 본인이 자수와 함께 치료를 시작하면 "다시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점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③에 해당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자수를 권하는 경우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모발에 남을 시간과 자수의 효과가 줄어드는 시간은 같은 방향으로 흐릅니다.
정리. 다섯 칸별로 지금 할 일 한 줄씩
갈림길 0의 다섯 칸으로 돌아와, 각 칸에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한 줄로 정리합니다.
① 옆에 있기만 했다: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조사받게 되면 사실대로 말하되 거짓 진술은 절대 하지 말고, 검사 요청에는 응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② 권유를 거절했다: 거절한 사실을 기억하는 대화·메시지가 있다면 지우지 말고 보관하세요. 그것이 가장 좋은 증거입니다.
③ 한 번은 했다: 입을 맞추지 말고, 자수와 치료를 검토하며, 조사 전에 변호인과 진술 범위를 정하세요.
④ 돈·장소·계좌·차가 쓰였다: '몰랐다'를 입증할 송금 내역·대화 기록을 먼저 정리하고, 반복 제공 상황이라면 지금 즉시 끊으세요.
⑤ 구해 주거나 나눠 줬다: 투약이 아니라 매매·알선·수수 사건입니다. 대가가 있었는지, 몇 번이었는지에 따라 법정형이 달라지므로 가장 먼저 변호인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같이 있었다"는 말 한마디는 법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사건의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둘을 가르는 것은 그날의 행동과, 오늘 이후의 대응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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