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는 2024년 10월 16일 개정 성폭력처벌법 시행 이후 '만든 사람'뿐 아니라 '갖고 있던 사람', '본 사람'까지 처벌 대상이 됐고, 법정형도 한 단계씩 올라갔습니다. 이 글은 개정된 조문을 행위별로 풀어, 내 행동이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와 개정 전 행위는 어떻게 되는지를 정리합니다.
"그냥 단톡방에 올라온 걸 봤을 뿐인데요." 딥페이크 사건으로 경찰 연락을 받은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입니다. 몇 년 전이라면 이 말이 맞았습니다. 성인 얼굴을 합성한 영상은 만들거나 퍼뜨린 사람만 처벌됐고, 받아서 본 사람은 법의 밖에 있었습니다.
그 경계가 2024년 가을에 바뀌었습니다. 법이 바뀐 사실은 뉴스로 알아도, 정확히 어떤 행위가 어느 조문에 걸리고 형이 얼마인지는 모르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아래는 조문 순서가 아니라 '내가 한 행동' 순서로 읽는 개정법 해설입니다.
개정으로 달라진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4년 10월 개정은 ①처벌 범위를 소지·시청까지 넓히고, ②제작죄의 '반포 목적' 요건을 없애고, ③법정형을 전반적으로 올린 개정입니다. 딥페이크 사건에서 다투는 거의 모든 쟁점이 이 세 변화에서 나옵니다.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 신설 — 성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영상물도 갖고 있거나 본 것만으로 처벌됩니다. 개정 전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에만 있던 규정입니다.
'반포할 목적' 요건 삭제 — 개정 전에는 퍼뜨릴 생각 없이 혼자 보려고 만든 합성물은 제작죄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만드는 행위 자체가 처벌됩니다.
법정형 상향 — 제작·반포는 징역 상한이 5년에서 7년으로, 영리 목적 반포는 '7년 이하'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바뀌어 하한이 생겼습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도 하한이 올라갔습니다.
이 개정의 배경은 텔레그램을 통해 학교·직장 단위로 지인 합성물이 유통된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도 제작자 한 명이 아니라 방에 있던 사람 전체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내 행위는 어느 조문인가 — 행위별로 읽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딥페이크 사건의 죄명은 대부분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안에서 정해지고, 항이 달라지면 형이 달라집니다. 먼저 조문의 뼈대를 보겠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①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편집물·합성물·가공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등을 한 자 또는 제1항의 편집등을 할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 제1항에 따른 편집물등 또는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 상습범 가중, 미수범 처벌 규정이 따로 붙습니다. 이제 행위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행위 1. 앱이나 사이트로 지인 사진을 합성했다 — 제1항, 7년 이하 징역
결론은 퍼뜨리지 않았어도, 한 장만 만들었어도 제1항 제작죄입니다. 개정 전에는 "혼자 보려고 만들었다"는 말이 무죄 사유였지만, 지금은 그 말이 오히려 제작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이 됩니다.
합성 도구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텔레그램 봇에 사진을 올려 결과물을 받은 경우도 대법원 판례의 흐름상 '편집·합성·가공'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봇이 만들었으니 나는 만든 게 아니라는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행위 2. 받은 합성물을 단톡방·SNS에 올렸거나 한 명에게 보냈다 — 제2항, 7년 이하 징역
'반포등'은 반포·판매·임대·제공뿐 아니라 공공연한 전시·상영까지 포함합니다. 대법원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한 한 사람에게 보낸 것도 '제공'으로 보는 입장이므로, "친구 한 명한테만 보냈다"는 사정은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제2항은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 않습니다. 남이 만든 것을 옮기기만 해도 제작자와 같은 법정형입니다. 실무에서 '전달자'가 제작자 못지않은 처벌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행위 3. 방에서 받아 보기만 했다, 폰에 남아 있다 — 제4항, 3년 이하 징역
결론은 2024년 10월 16일 이후의 시청·저장이라면 제4항으로 처벌됩니다. 이 조항이 신설되면서 단톡방 참여자 전원이 피의자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제4항은 뒤에서 다룰 '고의' 쟁점이 가장 치열한 조항입니다. 무엇을 봤는지, 그것이 합성물인 줄 알았는지, 자동 저장이었는지가 전부 다툼의 대상입니다.
행위 4. 돈을 받고 만들어 줬거나 유료방을 운영했다 — 제3항, 3년 이상 징역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하면 벌금형이 아예 없고 하한이 3년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가능하므로, 감경 사유 없이는 실형 선고가 원칙에 가깝습니다.
'영리'는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목적이 있었는지로 판단합니다. 커피 한 잔 값의 기프티콘을 받고 만들어 준 경우도 영리 목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행위 5. 합성물로 상대를 협박했다 — 제14조의3, 3년 이상 징역
합성물을 보내며 "말 안 들으면 뿌린다"고 한 순간 죄명이 바뀝니다. 촬영물·편집물을 이용한 협박은 개정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 협박으로 무언가를 하게 한 강요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됐습니다. 이 단계부터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사건이 대부분입니다.
행위 6. 대상이 미성년자였다 — 청소년성보호법, 별개의 세계
얼굴의 주인이 아동·청소년이면 성폭력처벌법이 아니라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처리됩니다. 제작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배포는 3년 이상, 소지·시청은 1년 이상의 징역이며 벌금형이 없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 ①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같은 반 친구를 대상으로 한 10대 피의자의 사건이 성인 사건보다 무겁게 다뤄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소년 사건으로 처리되더라도 죄명 자체는 성착취물 제작·소지입니다.
개정 전에 한 행위는 어떻게 되나 — 날짜가 죄를 가릅니다
결론은 2024년 10월 16일 이전의 단순 소지·시청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시법 원칙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당시의 법률로 정해지며, 개정법에 소급 적용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 원칙이 생각보다 자주 무너집니다. 이유는 '행위 시점'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지는 계속되는 행위입니다. 2024년 여름에 받은 파일이 2025년까지 폰에 남아 있었다면, 개정 이후 기간의 소지가 문제 됩니다. 받은 날짜가 아니라 지우지 않은 기간을 봅니다.
제작죄의 '반포 목적' 요건은 개정 전 사건에만 살아 있습니다. 개정 전에 혼자 보려고 만든 합성물은 제작죄가 되지 않지만, 그 파일을 개정 후에도 갖고 있었다면 제4항 소지죄가 됩니다.
개정 전 반포는 개정 전 법정형(5년 이하)으로 처벌됩니다. 같은 방에서 같은 파일을 보냈어도 보낸 날짜에 따라 상한이 다릅니다.
그래서 경찰은 압수한 휴대폰에서 파일 생성일·수정일·대화방 수신일을 하나씩 대조합니다. 피의자 쪽에서도 "언제 받았고 언제 지웠는지"를 정확히 재구성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수사에서 실제로 다투는 쟁점 네 가지
조문에 해당하는지가 정해져도, 유죄가 되려면 아래 네 가지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딥페이크 사건에서 무혐의나 불송치가 나오는 지점은 거의 이 안에 있습니다.
쟁점 1. 합성물인 줄 알았는가 — 고의
제4항 소지·시청죄는 그 파일이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성적 영상물'이라는 점을 알면서 봐야 성립합니다. 실제 촬영물인지 합성물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면 이 조항의 고의는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 촬영물 자체가 불법촬영물이면 제14조 제4항(불법촬영물 소지·시청)이 대신 문제 될 수 있으므로, "합성인 줄 몰랐다"가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방 이름, 올린 사람의 설명, 파일명 같은 정황이 고의 판단에 그대로 쓰입니다.
쟁점 2.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인가
얼굴만 바꾼 일상 사진, 풍자 목적의 합성은 이 요건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피해자 개인의 느낌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한다고 봅니다. 노출이 없어도 성적 맥락이 분명한 자세·복장·문구가 결합되면 인정되는 쪽으로 기울어 왔습니다.
쟁점 3.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 특정성
조문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실존 인물을 식별할 수 없는 완전 가상의 인물이라면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본인과 주변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정도면 유명인이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쟁점 4. 자동 저장이었는가 — '소지'의 의미
메신저의 자동 다운로드로 갤러리에 들어간 파일을 두고 소지죄가 성립하느냐는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소지는 파일을 자기 지배 아래 두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므로,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방에 들어가 영상을 재생했다면 '시청'이 별도로 성립하고, 파일이 있는 줄 알면서 지우지 않은 기간이 길수록 소지의 고의는 인정되기 쉽습니다. 이 쟁점은 포렌식 결과의 '열람 기록'으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죄가 되면 형과 별도로 따라오는 것
결론은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딥페이크 사건에서 형량보다 이 부분을 뒤늦게 알고 당황하는 분이 많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위반으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등록 대상자가 됩니다. 등록 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이며, 등록 후에는 주소·직장 변경 시 신고 의무가 붙습니다. 공개·고지명령은 법원이 별도로 판단하므로 등록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취업제한 — 성범죄 유죄 확정 시 법원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을 최대 10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료·체육 등 범위가 넓고, 면제하려면 판결에서 '취업제한을 명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이수명령·보호관찰 —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원칙적으로 병과되며, 집행유예 시 보호관찰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수 — 합성물이 저장된 휴대폰·저장장치는 범죄에 제공된 물건으로 몰수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로 끝나면 위 부수처분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초범이고 소지·시청에 그친 사건에서 기소유예와 벌금형의 차이가 형량 이상으로 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은 오늘, 할 일과 하지 말 일
결론은 지우지 말고, 말하지 말고, 날짜를 정리하라는 세 가지입니다.
파일과 대화방을 지우지 않습니다. 수사 개시 후 삭제는 증거인멸로 평가돼 구속 사유와 양형 가중 사유가 됩니다. 이미 지운 경우라면 지운 시점과 이유를 정직하게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방 사람들과 사건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공범 간 연락은 말 맞추기로 해석되고, 그 대화 자체가 압수됩니다.
시간표를 만듭니다. 방에 들어간 날, 파일을 받은 날, 본 날, 지운 날, 그리고 2024년 10월 16일이 그 사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적어 보세요. 조문이 여기서 정해집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사과나 합의 의사는 변호인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며, 직접 연락은 2차 가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내 얼굴이 합성됐다면 — 피해자가 지금 할 일
결론은 삭제보다 보존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링크·게시 화면·방 정보를 캡처하고 URL을 저장한 뒤에 삭제 요청을 해야 수사기관이 유포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삭제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무료로 대행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면 국내외 사이트의 접속 차단이 가능합니다. 고소는 경찰서 어디에서나 가능하며, 성폭력 사건이므로 신뢰관계인 동석·국선변호사 선정·신원 비공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배상을 명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라도 고소는 가능하며, 플랫폼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은 수사기관이 진행합니다.
정리
딥페이크 성범죄는 '만든 사람의 범죄'에서 '만들고, 옮기고, 갖고, 본 사람 모두의 범죄'로 바뀌었습니다. 내 사건의 조문은 무엇을 했는지와 언제 했는지, 두 축으로 정해지고, 유죄 여부는 합성물인 줄 알았는지와 어떤 형태였는지에서 갈립니다. 조문을 아는 것이 대응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휴대폰 안의 날짜를 정직하게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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