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초범 집행유예 조건, 양형기준 감경·가중 요소 자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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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초범 집행유예 조건, 양형기준 감경·가중 요소 자가진단 

홍푸른 변호사

강제추행·준강제추행 초범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는 양형기준의 '감경 요소'와 '가중 요소'가 몇 개씩 잡히느냐로 상당 부분 예측됩니다. 이 글은 판사가 양형을 정할 때 실제로 채우는 항목을 그대로 가져와, 독자가 자기 사건을 직접 채점해 볼 수 있게 만든 자가진단표입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나 감옥 가는 건가"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기계적입니다. 법원은 감으로 형을 정하지 않고, 양형위원회가 만든 성범죄 양형기준이라는 표를 놓고 항목을 하나씩 확인합니다.

그 표는 공개돼 있습니다. 그러니 판사보다 먼저, 내가 내 사건을 그 표에 넣어 보면 됩니다. 아래 순서대로 연필을 들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1단계. 내 죄명의 법정형부터 적는다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의 법정형은 모두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고, 지하철·버스 같은 공중밀집장소 추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법정형은 양형의 천장이지, 실제 선고형이 아닙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준강제추행은 별도 조문이지만 형은 강제추행과 같습니다. 술에 취해 잠든 사람을 만졌다면 형법 제299조, 깨어 있는 사람을 기습적으로 만졌다면 제298조가 적용되는데, 대법원은 기습적인 추행도 폭행 자체가 추행이 되는 '기습추행'으로 보아 강제추행을 인정합니다. 그러니 "때리지 않았으니 강제추행이 아니다"라는 계산은 이 단계에서 지워야 합니다.

여기서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될 때만 붙일 수 있습니다. 법정형 상한이 10년이어도 실제 선고가 3년 이하이면 유예가 가능하다는 뜻이고, 강제추행 초범의 선고형은 대부분 이 범위 안에 있습니다.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단서 조항을 보십시오. 과거에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면, 아무리 사정이 좋아도 집행유예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글의 나머지 채점은 이 관문을 통과한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2단계. 양형기준의 '권고 형량 범위'를 찾는다

19세 이상 피해자에 대한 일반 강제추행의 권고 형량은 기본 영역이 징역 6개월에서 2년, 감경 영역이 1년 이하, 가중 영역이 1년에서 3년입니다. 초범 사건의 승부는 내 사건이 이 세 칸 중 어디에 놓이느냐에서 갈립니다.

양형기준은 먼저 특별양형인자(사건 자체의 성격에 관한 요소)를 세어서 감경·기본·가중 영역을 정하고, 그다음 일반양형인자로 그 범위 안에서 위치를 조정합니다. 즉 같은 이름의 '반성'이나 '전과 없음'이라도, 특별인자인지 일반인자인지에 따라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이 점을 모르고 반성문 50장을 쓰는 분이 많습니다. 진지한 반성은 일반양형인자입니다. 영역을 바꾸지는 못하고, 정해진 영역 안에서 형을 아래쪽으로 밀어 줄 뿐입니다. 반면 처벌불원(합의)은 특별감경인자여서 영역 자체를 감경 쪽으로 옮깁니다. 같은 노력을 들인다면 어디에 들여야 하는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3단계. 특별감경인자 채점표 — 해당하는 항목마다 1점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강제추행의 특별감경인자는 크게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 '자수', '심신미약'이고, 이 중 초범이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앞의 두 가지입니다. 하나씩 내 사건에 대입해 보십시오.

항목 1.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

옷 위로 짧게 한 번 접촉했는지, 신체 주요 부위를 옷 안으로 만졌는지, 지속 시간이 몇 초였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이 항목은 내가 주장한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CCTV, 목격자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으로 확정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행위 자체를 부인하다가 재판에서 "약한 접촉이었다"로 바꾸면, 이 항목을 얻기는커녕 '범행 후 태도'에서 잃습니다. 행위를 인정할 사건이라면 첫 조사부터 접촉의 정도를 정확히 진술해 두는 것이 이 항목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항목 2.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성범죄는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되어 합의해도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처벌불원 의사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특별감경인자이고, 집행유예 판단에서도 긍정적 주요 참작 사유로 잡힙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첫째,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여야 합니다. 둘째, 형사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돼야 합니다. 셋째,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압박한 정황이 있으면 오히려 '2차 피해 유발'이라는 가중인자로 뒤집힙니다. 연락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서만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항목 3. 자수

수사기관이 범인을 알기 전에 스스로 신고한 경우를 말합니다. 피해자가 이미 고소한 뒤 출석 통보를 받고 나가서 인정한 것은 자수가 아니라 '자백'이며, 이는 일반양형인자입니다. 초범 강제추행 사건에서 이 항목이 잡히는 경우는 드뭅니다.

항목 4. 심신미약

술에 취했다는 사정은 이 항목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규정을 성범죄에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실무에서는 만취를 감경 사유로 받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체크하지 마십시오.

여기까지 채점: 특별감경인자 ___개

4단계. 특별가중인자 채점표 — 해당하는 항목마다 1점

강제추행의 특별가중인자는 계획적 범행, 위계·위력 이용, 다수 피해자, 반복 범행, 동종 누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 야기, 범행 후 2차 피해 유발 등이며, 이 중 하나라도 잡히면 초범이라도 기본 영역을 벗어나 가중 영역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항목 5. 계획적 범행

미리 자리를 옮기거나, 술을 더 권하거나, 피해자가 혼자 남는 상황을 만든 정황이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카톡 대화에 "오늘 밤 꼭"과 같은 표현이 남아 있으면 우발 범행 주장은 무너집니다.

항목 6. 위계 또는 위력 이용

직장 상사, 교수, 코치처럼 피해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에서 벌어진 추행이면 이 항목이 잡힙니다. 관계 자체가 증거이므로 다투기가 어렵습니다.

항목 7. 피해자가 여럿이거나 범행이 반복됨

한 명에게 여러 차례 했거나, 같은 날 여러 사람에게 했거나, 지하철에서 상습적으로 했다는 정황이 있는 경우입니다. 휴대폰 포렌식에서 과거 촬영물이 나오거나 다른 피해자가 추가 고소하면 이 칸이 채워집니다.

항목 8. 동종 전과 및 누범

과거에 성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으면, 벌금형이었더라도 가중인자로 잡힙니다. 앞서 본 형법 제62조 단서에 걸리는 누범이면 집행유예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항목 9.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준 경우

피해자가 정신과 진단서, 상담 기록, 퇴사·휴학 사실을 제출하면 이 항목이 검토됩니다. 피고인이 다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피해 회복 노력으로 상쇄하는 방향만 남습니다.

항목 10. 범행 후 2차 피해 유발

초범이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억울하게 잃는 항목입니다. 고소 사실을 알고 피해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낸 것, 지인을 통해 "합의해 달라"고 전한 것, SNS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게 쓴 것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고소 이후 피해자와의 모든 접촉은 변호인을 통해서만이라는 원칙은 이 칸을 비워 두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채점: 특별가중인자 ___개

5단계. 영역을 정한다 — 감경·가중 인자의 개수 비교

특별감경인자만 있으면 감경 영역(1년 이하), 특별가중인자만 있으면 가중 영역(1년~3년), 둘 다 없거나 서로 상쇄되면 기본 영역(6개월~2년)이 됩니다. 양쪽이 모두 있을 때는 개수와 무게를 비교해 어느 쪽이 우세한지로 정합니다.

전형적인 초범 사건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회식 후 택시 안에서 동료의 허벅지를 옷 위로 만졌고, 고소 후 변호인을 통해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았다면 감경인자 2개(정도 약함, 처벌불원), 가중인자 0개로 감경 영역입니다. 권고 범위가 징역 1년 이하이니 집행유예는 물론, 사안에 따라 벌금형 구형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같은 사건인데 상대가 부하 직원이었고, 고소 후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감경인자 1개(정도 약함)에 가중인자 2개(위력, 2차 피해)가 되어 같은 접촉이었는데도 가중 영역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실형과 집행유예의 갈림길이 생깁니다.

6단계. 집행유예 판단표 — 형량과는 별도의 표

양형기준은 형량 범위와 별도로 '집행유예 기준'을 두고 있으며, 부정적 주요 참작 사유가 없고 긍정적 주요 참작 사유가 있으면 집행유예를 권고하고, 그 반대이면 실형을 권고합니다. 형량이 감경 영역에 있어도 이 표에서 걸리면 실형이 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따로 채점해야 합니다.

긍정적 주요 참작 사유 (있으면 체크)

  •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경우

  •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

  •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

부정적 주요 참작 사유 (있으면 체크)

  •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 계획적 범행이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

  • 범행 후 2차 피해를 유발한 경우

  •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규칙은 단순합니다. 긍정 사유만 있으면 집행유예, 부정 사유만 있으면 실형, 양쪽이 섞여 있으면 일반 참작 사유(진지한 반성, 사회적 유대관계, 피해 회복 노력, 재범 위험성 등)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초범이 준비할 수 있는 양형자료가 진짜로 효력을 내는 지점이 바로 이 '섞인 사건'입니다.

다시 말해, 부정 사유가 하나도 없는 초범이라면 반성문과 탄원서는 확인 절차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2차 피해 유발이나 위력 관계 같은 부정 사유가 하나 잡힌 초범이라면, 일반 참작 사유를 얼마나 촘촘히 채우느냐가 그대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릅니다.

7단계. 벌금이냐 집행유예냐 — 결과 유형별 해석

채점 결과는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감경 영역에 긍정 사유만 있으면 벌금형 또는 단기 집행유예, 기본 영역에 사유가 섞여 있으면 집행유예가 표준 결과이고, 가중 영역에 부정 사유가 있으면 초범이라도 실형을 준비해야 합니다.

유형 A: 특별감경인자 있음, 가중인자 없음, 부정 사유 없음. 검사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거나, 정식재판이라도 벌금형 또는 징역 6개월 이하에 집행유예 1~2년이 통상의 결과입니다. 이 유형에서는 형의 종류보다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명령을 어떻게 줄일지가 더 큰 과제가 됩니다.

유형 B: 기본 영역, 긍정·부정 사유 혼재. 징역 6개월~1년에 집행유예 2~3년이 가장 흔한 결과입니다. 다만 이 유형은 재판부에 따라 실형이 나오기도 하는 구간이므로, 일반 참작 사유를 채우는 양형자료(정신과 상담 내역, 재범방지 교육 이수 확인, 가족·직장의 탄원서, 피해 회복을 위한 공탁)가 실제로 결과를 바꿉니다.

유형 C: 가중 영역, 부정적 주요 참작 사유 있음.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을 전제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양형자료보다 가중인자 자체를 다투는 것, 예를 들어 위력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이나 2차 피해 유발로 지목된 연락이 합의 시도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순위입니다.

8단계. 형과 별도로 따라오는 것들 — 채점표 밖의 부가처분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며, 법원은 판결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아도 이 부분은 그대로 따라오므로 채점표에 한 줄 더 적어 두어야 합니다.

  • 신상정보 등록: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유죄판결 확정 시 등록됩니다. 등록 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벌금형 10년, 3년 이하 징역(집행유예 포함) 15년으로 정해지므로, 벌금형과 집행유예의 차이는 등록 기간 5년으로 이어집니다.

  • 이수명령: 성폭력처벌법 제16조에 따라 500시간 범위에서 부과됩니다. 초범 강제추행은 통상 40시간 전후가 붙습니다.

  • 취업제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에 따라 최대 10년 범위에서 명령됩니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면제할 수 있으므로, 교육·의료·체육 관련 직종이라면 재판 단계에서 면제를 별도로 주장해야 합니다.

  • 신상정보 공개·고지, 전자장치 부착: 초범 강제추행에서는 대부분 부과되지 않습니다.

기소유예로 끝나면 위 부가처분은 전부 붙지 않습니다. 유형 A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를 목표로 하는 것이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라는 뜻입니다.

채점을 마쳤다면 — 지금 준비해야 할 것

채점표에서 비어 있는 감경 칸을 채우고, 잡혀 있는 가중 칸을 다투는 것이 양형 준비의 전부입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형법 제62조 단서(누범 3년)에 걸리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걸리면 목표는 집행유예가 아니라 형량 자체를 낮추는 것으로 바뀝니다.

  2. 행위를 인정할 사건이면 첫 조사에서 접촉의 정도를 정확히 진술합니다. 이것이 '추행의 정도가 약함'을 확보하는 유일한 경로입니다.

  3. 피해자와의 모든 접촉을 끊고 변호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2차 피해 칸을 비워 두는 것이 감경인자 하나를 얻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4. 합의가 어려우면 형사공탁을 검토합니다. 처벌불원만큼은 아니지만 '피해 회복 노력'이라는 일반 참작 사유로 잡힙니다.

  5.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자료(정신과 상담, 재범방지 교육 이수, 직장·가족 관계)를 재판 전에 확보합니다. 유형 B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이 이 자료들입니다.

  6. 취업제한 면제와 이수명령 시간 단축을 별도 의견서로 요청합니다. 형이 정해진 뒤에 따로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가장 나쁜 준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 채 반성문만 쓰는 것입니다. 표를 먼저 채우고 나면, 남은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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