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맡긴 코인 안 돌려줘요, 횡령·배임·사기 어디까지?
지인에게 맡긴 코인 안 돌려줘요, 횡령·배임·사기 어디까지?
법률가이드
사기/공갈기타 재산범죄고소/소송절차

지인에게 맡긴 코인 안 돌려줘요, 횡령·배임·사기 어디까지? 

홍푸른 변호사

지인에게 맡긴 코인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사기·배임·횡령 중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는 "맡길 때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은 결과가 갈린 네 가지 상황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형사처벌과 단순 채무불이행을 갈랐는지, 그리고 코인을 실제로 되찾기 위해 형사 고소 외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친한 형이 코인 대신 굴려주겠다고 해서 지갑으로 보냈는데, 반년째 돌려주지 않습니다." 이런 상담은 코인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끊이지 않습니다.

상담을 시작하면 대부분 "이거 횡령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코인에 관해서는 이 질문에 그대로 "예"라고 답할 수 없는 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부터 짚고, 사례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알아야 할 전제: 법은 코인을 '재물'로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 즉 '재산상 이익'으로 보고, 형법상 '재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한 줄이 코인 사건의 죄명을 통째로 바꿉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코인이 재물이 아니라면, 남의 코인을 보관하다가 마음대로 써 버린 사람에게 횡령죄를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같은 조문의 제2항, 즉 배임죄가 검토됩니다. 배임죄는 재물이 아닌 '재산상 이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배임죄는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성립합니다. 코인을 받은 사람이 단순히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에 그치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재산을 관리해 주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착오로 잘못 이체된 코인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써 버린 사건에서, 그 사람은 보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아무런 약속도 위탁 관계도 없이 코인이 들어온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명확한 위탁 관계가 있었다면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 '위탁 관계'가 어떻게 있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 네 가지 상황을 보겠습니다. 모두 실제 상담 유형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례입니다.

사례 A. "내가 대신 투자해 줄게" —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상적으로 운용하다 손실이 난 것이라면 형사처벌은 어렵고 민사 문제로 남습니다.

A씨는 직장 동료에게 이더리움 20개를 보내면서 "네가 선물거래 잘하니까 좀 굴려 줘, 수익 나면 반씩 나누자"고 했습니다. 동료는 실제로 거래소에서 레버리지 거래를 했고, 세 달 만에 잔고가 3개로 줄었습니다.

이 경우 동료는 A씨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무 처리자'에 해당할 수 있지만,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맡긴 목적대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손실이 났다면, 결과가 나빴다는 것만으로 임무 위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투자에는 손실 위험이 내재돼 있고, A씨도 그것을 알고 맡겼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현물만 사 두라"고 했는데 고배율 선물거래를 한 경우처럼, 위탁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운용을 한 경우

  • 손실이 났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지갑이나 자기 계정으로 옮겨 놓은 경우(이때는 사례 B의 문제가 됩니다)

  • 애초에 투자 능력도 없고 투자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잘한다"고 속인 경우(사례 D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사례 A에서 변호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거래 내역입니다. 상대가 "손실 났다"고만 말할 뿐 거래소 거래 내역이나 온체인 전송 기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손실이 아니라 유용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사례 B. "내 지갑에 보관만 해 줄게" — 맡긴 코인을 몰래 팔았다

보관을 맡은 사람이 코인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배임죄가 검토되고, 위탁 관계가 명확할수록 성립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B씨는 해킹이 걱정돼 하드웨어 지갑을 가진 친구에게 비트코인 1.5개를 보내고 "네 콜드월렛에 넣어 두고 내가 달라고 하면 바로 보내 줘"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이를 승낙했고, B씨는 카톡으로 지갑주소와 전송 내역을 남겼습니다. 1년 뒤 돌려달라고 하자 친구는 "급해서 팔았다, 곧 갚겠다"고 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갖춰졌습니다.

  • 보관 목적이 명확하고, 처분 권한이 없다는 점이 대화로 남아 있음

  • 친구가 B씨의 재산을 B씨를 위해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음

  • 친구가 그 코인을 자기 필요를 위해 처분하여 B씨에게 손해를 가함

하급심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배임죄를 인정한 예가 있습니다. 반면 위탁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코인을 받은 사람이 자유롭게 운용해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화가 있었다면 "타인의 사무 처리자"라는 점부터 다투어져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를 가른 것은 코인의 액수가 아니라, 맡길 때 주고받은 말의 구체성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친구가 B씨의 거래소 계정이나 지갑에 B씨 허락 없이 접속해 코인을 빼 갔다면 죄명이 또 바뀝니다. 이때는 배임이 아니라 컴퓨터등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와 정보통신망 무단 침입(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 위반) 문제가 되고,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사례 C. "코인 좀 빌려줘" — 빌려간 뒤 갚지 않는다

'빌려준' 것이라면 코인의 소유권이 상대에게 넘어간 것이어서, 갚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채무불이행입니다.

C씨는 후배가 "다음 달 월급 나오면 갚을게, 급하게 리플 1만 개만 빌려줘"라고 해서 보내 줬습니다. 후배는 그 코인을 바로 팔아 카드값을 냈고, 지금까지 갚지 않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이것은 소비대차입니다. 돈을 빌려주면 그 돈은 빌린 사람의 것이 되고, 갚을 의무만 남는 것과 같습니다. 빌린 코인을 팔아서 쓴 것은 자기 것을 처분한 것이므로 배임도 횡령도 되지 않습니다. 후배는 C씨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C씨에게 빚을 진 사람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사례 C는 형사적으로 완전히 막힌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빌릴 당시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면 사기죄가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고의는 기망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그 뒤에 갚지 못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사기라고 볼 수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빌리는 시점에 이미 다른 빚에 쫓겨 갚을 방법이 전혀 없었고, 그럼에도 "월급 나오면 갚는다"고 거짓말을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 C에서 확인할 것은 "빌릴 당시의 후배 사정"입니다. 실직 상태였는지,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빌리고 갚지 않았는지, 빌린 코인을 어디에 썼는지가 사기 고의를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사례 D. "월 10% 확정 수익" —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수익을 보장하며 코인을 받아 갔고 실제로는 투자하지 않았거나 돌려막기에 쓴 것이라면, 이는 위탁의 문제가 아니라 사기죄의 문제입니다.

D씨는 SNS로 알게 된 사람에게서 "AI 자동매매 봇으로 월 10% 확정 수익을 낸다"는 말을 듣고 테더 5만 개를 보냈습니다. 두 달간 수익금이 들어오다 끊겼고, 상대는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확인해 보니 D씨의 코인은 투자된 적이 없고,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되거나 상대의 개인 지갑으로 흘러갔습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기죄는 횡령죄와 달리 조문에 "재산상의 이익"이 명시돼 있으므로, 코인이 재물인지 아닌지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투자 상품과 확정 수익을 내세워 코인을 받아 갔다면 그 자체로 기망에 의한 재산상 이익 취득입니다.

피해 규모가 커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 자체가 올라갑니다. 이때 이득액은 편취 당시 코인의 시가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D씨 사건에서는 송금 시점의 테더 가격이 기준이 됩니다.

여러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코인을 모았다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 함께 문제 되고, 범죄로 얻은 코인은 대법원이 몰수 대상인 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추징도 따라옵니다.

네 사례를 가른 것은 결국 '단어'였습니다

같은 코인, 같은 지인, 같은 "안 돌려준다"는 결과인데 죄명이 갈린 이유는, 코인을 보낼 때 어떤 관계를 만들었는지가 대화에 어떻게 남았느냐였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사자의 마음속 의도를 알 수 없으므로, 카톡·텔레그램·문자에 남은 말을 근거로 관계의 성격을 판단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대화 내역을 함께 읽을 때, 저는 다음 표현들을 찾습니다.

  • "맡긴다", "보관해 줘", "내 거니까 손대지 마" — 위탁·보관 관계를 보여주는 말. 임의 처분 시 배임 검토 방향으로 갑니다.

  • "굴려 줘", "네가 알아서 해", "수익 나면 나누자" — 운용을 맡긴 것으로, 손실 자체는 처벌이 어렵지만 위탁 범위를 벗어난 운용은 문제가 됩니다.

  • "빌려줘", "갚을게", "이자" — 소비대차. 형사보다 민사 회수가 중심이 되고, 빌릴 당시의 변제 능력이 사기 판단의 열쇠입니다.

  • "확정", "보장", "원금 손실 없음", "매달 ○%" — 투자 권유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사기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대화에 이런 말이 없고 "일단 보내 놔"만 있다면, 관계의 성격은 그 뒤의 행동으로 추정해야 합니다. 상대가 코인을 어디로 보냈는지, 수익금 명목으로 무엇을 돌려줬는지, 돌려달라고 했을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대신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대화 내역이 남아 있다면 삭제하지 말고, 스크린샷이 아닌 원본 내보내기 기능으로 보존해 두시기 바랍니다. 상대가 대화방을 나가거나 메시지를 삭제하더라도 내 쪽에 남은 기록은 증거가 됩니다.

형사 고소만으로는 코인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형사 절차는 상대를 처벌하는 절차이고, 코인을 되찾는 것은 별도의 민사 절차이므로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상대가 유죄 판결을 받아도 법원이 자동으로 코인을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몰수·추징은 국가가 범죄수익을 거두는 것이고,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별도의 환부·교부 절차나 민사 판결을 거쳐야 합니다.

실무에서 밟는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1. 보전 조치를 먼저 합니다. 상대가 국내 거래소에 코인을 두고 있다면, 그 거래소에 대한 상대의 출급청구권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은행 계좌나 부동산이 확인된다면 함께 가압류합니다. 상대가 코인을 팔아 현금화하기 전에 해야 의미가 있으므로, 고소장보다 가압류를 먼저 검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 형사 고소로 자금 흐름을 확보합니다. 개인은 상대의 거래소 계정이나 지갑의 흐름을 확인할 수 없지만, 수사기관은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상대가 코인을 어디로 보냈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수사 기록은 나중에 민사소송의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3. 민사소송으로 집행권원을 만듭니다. 코인 자체의 반환을 구할지, 처분 시점 또는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에 따른 금전 배상을 구할지는 코인 가격의 흐름을 보고 전략적으로 정합니다. 가격이 오른 경우와 내린 경우에 유리한 청구가 다릅니다.

  4. 형사 절차 안에서의 회복도 놓치지 않습니다. 상대가 처벌을 가볍게 받기 위해 합의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코인 또는 금전으로 실질적 회복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형사 재판 중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참고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계좌 지급정지는 가상자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거래소에 피해 사실을 알려 상대 계정의 출금 제한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거래소가 자체 판단으로 협조하는 것이므로 법적 강제력이 있는 가압류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코인을 맡은 쪽이라면, 지금 정리해 둘 것

맡은 코인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핵심은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와 "맡긴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를 기록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맡은 쪽도 있을 것입니다. 손실이 났거나 급한 사정으로 코인을 쓴 뒤 고소를 걱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침묵하거나 연락을 끊는 것은 사기 고의를 추정하게 하는 가장 나쁜 대응입니다. 대법원은 편취 고의를 판단할 때 범행 후의 정황도 함께 살피기 때문입니다.

거래소 거래 내역과 온체인 전송 기록을 정리하고, 손실이라면 손실이 난 경위를, 유용이라면 언제까지 어떻게 돌려줄 수 있는지를 문서로 제시하는 것이 형사 절차를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길입니다. 이미 고소가 된 상태라면 진술 전에 대화 내역과 거래 기록을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고, 위탁의 성격을 어떻게 설명할지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정리

지인에게 맡긴 코인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법은 그 코인을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때문에 횡령죄보다 배임죄와 사기죄가 검토됩니다. 보관·관리를 맡겼는데 임의로 처분했다면 배임, 처음부터 속여서 받아 갔다면 사기, 빌려준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이며, 그 구별은 코인을 보낼 때 나눈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경우든 형사 고소와 가압류·민사소송은 별개의 절차이므로, 상대가 코인을 현금화하기 전에 보전 조치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실제 회복의 열쇠가 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홍푸른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3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