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에서 후임 물건을 가져간 게 절도로 입건됐어요
생활관에서 후임 물건을 가져간 게 절도로 입건됐어요
법률가이드
병역/군형법기타 재산범죄

생활관에서 후임 물건을 가져간 게 절도로 입건됐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생활관 내에서 후임의 개인 물품을 가져갔다가 절도 혐의로 입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형사입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장병분들 중에는 “같은 방을 쓰는 사이니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잠깐 쓰고 제자리에 두려고 했다”는 생각으로 후임의 물건에 손을 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후임이 문제를 삼고 지휘관에게 보고가 올라가면, “같이 쓰는 물건인 줄 알았다”, “돌려주려던 참이었다”는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절도 혐의로 입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고, 생활관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사정만으로 개인의 소유·점유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절도죄는 군사법원법이 정한 민간 이관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군사법원의 재판권 아래 놓입니다.

아래에서는 생활관 내 후임 물건을 가져간 행위가 어떤 경우에 절도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입건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같은 생활관을 쓴다는 사정이 소유·점유 관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관물대와 사물함은 함께 생활해도 각자 배정된 개인 점유 공간입니다.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사람을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가져가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누구의 점유 아래 있었느냐’이지 ‘같은 공간에 있었느냐’가 아닙니다.

생활관은 여러 인원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관물대와 사물함은 인원별로 지급·배정됩니다. 전투복, 세면도구, 개인 물품은 각자의 관물대에 보관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사실적 지배 아래 놓이고, 다른 사람은 그 공간에 손댈 권한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같은 방을 쓰는 사이니까”, “어차피 같이 지내는 처지니까”라는 생각으로 후임의 관물대나 사물함에서 물건을 꺼내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어떤 물건이 타인의 점유 아래 있는지를 판단할 때, 관리범위와 사실적 관리가능성은 물론 지배의사까지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판단합니다.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고, 어떤 물건이 타인의 점유하에 있다고 할 것인지의 여부는, 객관적인 요소로서의 관리범위 내지 사실적 관리가능성 외에 주관적 요소로서의 지배의사를 참작하여 결정하되 궁극적으로는 당해 물건의 형상과 그 밖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이 기준을 생활관에 대입하면, 개인 관물대·사물함에 넣어둔 물건은 명백히 그 사람의 점유 아래 있는 재물입니다. 같은 방을 쓴다는 사정은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일 뿐, 서로의 소유물에 대한 처분 권한까지 나눠 가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생활관에서 지낸다는 사정이 서로의 물건에 대한 처분 권한까지 나눠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2. “같이 쓰는 물건인 줄 알았다”는 주장은 정황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몰래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은 정황 자체가 절취의 고의를 뒷받침합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그 물건이 타인의 소유·점유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가져갔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공용 물품(청소도구, 공용 충전 멀티탭, 생활관 비치 물품 등)과 개인 지급품을 혼동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절취의 고의 자체를 다퉈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문제 되는 사건 대부분은 그런 혼동의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개인 지급품에는 대체로 이름과 군번이 적혀 있고, 관물대·사물함은 인원별로 명확히 구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실제로는 몰래, 즉 상대가 없을 때나 자고 있을 때 가져갔다면 공용물로 오인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특히 물건을 가져간 뒤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후임이 찾을 때까지 모르는 척하거나 다른 자리에 숨겨두었다면, 이런 정황 자체가 처음부터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물어봤으면 당연히 빌려줬을 것”이라는 항변은 사후적인 추측일 뿐, 행위 당시 실제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합니다.

공용물로 착각할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몰래 가져가 숨겼다면, 그 정황 자체가 고의를 뒷받침합니다.


3. “잠깐 쓰고 돌려주려 했다”는 변명도 절도죄를 막지 못합니다

사용 후 돌려줄 생각이 있었어도, 그 시점에 이미 불법영득의사는 완성됩니다.

절도죄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불법영득의사입니다. “잠깐 쓰고 제자리에 두려고 했다”,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항변이 많은데, 대법원은 일시 사용의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보지 않습니다.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 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임은 요치 않으며, 일시 사용의 목적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경우에도 그 사용으로 인하여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또는 상당한 장시간 점유하고 있거나 본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일시 사용하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이 판례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허락 없이 가져가 통화·문자에 쓴 뒤 한두 시간 만에 다른 곳에 놓아둔 사안이었는데, 대법원은 곧 반환할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생활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임의 이어폰, 충전기, 세면도구, 현금 등을 일과 중 몰래 가져다 썼다면, 그 순간 이미 자신의 물건처럼 이용한 것이어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특히 가져간 물건을 원래 있던 관물대·사물함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 두었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돌려놓았다면 ‘잠깐 사용’이라는 항변은 더욱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반환 시점과 장소, 사용 시간은 수사 단계에서 그대로 진술·증거로 남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돌려줄 생각이 있었다는 사정은, 이미 완성된 불법영득의사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4. 금액과 상습성, 강제성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져간 금액, 반복 횟수, 강제력 행사 여부가 적용 법조 자체를 바꿔놓습니다.

단순 절도는 형법 제329조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구간에서 처벌됩니다. 그런데 같은 행위라도 몇 가지 사정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구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했다면 형법 제332조에 따라 상습범으로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어 최대 9년 이하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또한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함께 가져갔다면 형법 제331조 특수절도가 적용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량 구간 자체가 크게 올라갑니다.

물건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죄명 자체가 절도가 아니라 형법 제333조 강도로 바뀌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계급 차이가 있는 관계에서는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위력을 행사해 사실상 거부하지 못하게 한 정황이 있었다면, 절도와 별개로 군형법 제62조 가혹행위(직권남용은 5년 이하의 징역, 위력행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이나 가담 인원, 폭행·협박 여부에 따라 사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므로, 초기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군사경찰 입건부터 군사법원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입건 초기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절도죄는 군사법원법이 정한 민간 이관 대상 3가지, 즉 성폭력범죄,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 신분취득 전에 범한 죄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군형법 제1조가 정한 군인 신분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절도 사건은 원칙적으로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집니다.

절차는 통상 ①소속 부대 군사경찰(옛 헌병) 조사 및 입건 → ②군검찰 송치 및 처분 → ③기소되면 관할 지역군사법원 재판(경기 지역 부대라면 인천·경기를 관할하는 제2지역군사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2022년 7월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된 뒤로는 항소심 역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됩니다.

군사경찰 입건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문제된 물건이 개인 지급품인지 공용물인지, 관물대·사물함에 어떻게 구분·보관돼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물건을 가져간 시점과 경위, 즉 상대방이 있을 때였는지, 동의를 구했는지, 언제 어떻게 반환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3. 지휘관·동료의 진술, 생활관 CCTV, 메신저·전화 통화 기록 등 당시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 형사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처벌 대응은 물론 지휘관의 징계 절차까지 함께 고려한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생활관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후임 물건을 가져간 문제를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방을 쓰는 사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하다가, 지휘관 보고와 입건 통보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후임 입장에서는 없어진 물건이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물함 상태, 목격자, 대화 내역이 쌓일수록 형사 입건 이후 절차에서도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물건을 가져갔다는 의심을 받는 입장에서도 “같은 생활관이니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동의가 있었는지, 공용물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군 생활관·부대 내 절도 사건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쪽과 절도 혐의로 입건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짚어내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후임 물건을 잠깐 쓰고 바로 돌려줬는데도 절도가 되나요?

A. 사용으로 물건 가치가 상당히 소모되거나 상당한 시간 점유했다면, 즉시 반환했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극히 짧은 시간 사용 후 곧바로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면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

Q. 공용물인 줄 알고 썼는데 개인 물건이었던 경우도 처벌되나요?

A. 실제로 공용물과 혼동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절취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지만, 이름표가 붙어 있거나 개인 사물함에 들어 있던 물건이라면 착오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형사처벌과 별개로 지휘관 징계도 받게 되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지휘관의 징계처분은 근거와 절차가 다른 별개 제도라, 하나가 진행된다고 해서 다른 하나가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Q. 여러 명이 함께 후임 물건을 가져갔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가져간 경우 형법 제331조 특수절도가 적용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절도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처벌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피해 회복과 재범 방지 노력으로 평가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군사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 내용이 절취의 고의·불법영득의사 판단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상습성·합동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은 신병 조치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물건 값이 크지 않은 소액인데도 재판까지 가나요?

A. 금액이 적더라도 절도죄 자체는 성립하고 입건 절차가 진행됩니다. 다만 초범이고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면 기소유예 등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어, 초기 대응과 합의 여부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