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대 내로 마약류가 반입되거나, 휴가·외출 중 투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함께 생활하던 동료 병사나 간부까지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장병분들 중에는 “나는 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 “동기가 하는 일이니 내가 나설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지켜보기만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헌병대 수사가 시작되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참고인으로 불려가고, 평소 주고받은 메시지나 목격 정황이 드러나면서 단순 목격자에서 조사 대상으로 위치가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은폐·허위진술 행위와 단순한 침묵을 엄격히 구분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알았는지보다, 그것을 알고 난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형사책임의 갈림길이 됩니다.
아래에서는 부대 내 마약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신고 의무가 실제로 있는지, 어떤 행동이 별도의 범죄가 되는지, 그리고 신고 이후 절차와 신고자 보호까지 최근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대 안에서 마약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우리 법은 범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 자체를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한국 형사법 체계는 원칙적으로 범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 자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부터 짚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처럼 특정 범죄에 한해 불고지죄를 두는 예외적 규정이 있을 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형법 어디에도 “마약 사용을 목격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일반 조항은 없습니다.
군인에게 적용되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법 제43조는 구타·폭언·가혹행위·집단 따돌림이나 성추행·성폭력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군인권보호관·군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명시적 의무를 두고 있지만, 그 목록에 마약류 관련 사실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알고만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그것이 부대 내 마약 사용이라 하더라도 법률상 신고의무 위반으로 처벌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다만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후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대 내 마약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그 뒤의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2. 그러나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범인도피·증거인멸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침묵은 괜찮아도, 수사기관에 대한 은폐·허위진술은 전혀 다른 범죄입니다.
문제는 알게 된 뒤 수사기관에 어떻게 응하느냐입니다.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하거나 증인을 도피하게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상황은 “조사받으면 모른다고 해 달라”, “문자메시지 좀 지워 달라”는 부탁입니다. 여기에 응해 헌병대나 군검찰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진술하거나 관련 자료를 없애면, 단순한 방관이 아니라 범인도피죄·증거인멸죄라는 독자적인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도피하게 하는 행위’란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5도20396 판결).
형법상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본인을 위해 은닉·도피시키거나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특례가 있지만(제151조 제2항, 제155조 제4항), 같은 부대 전우나 동기 사이에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부탁을 들어주면, 그 자체가 별도의 형사책임으로 돌아옵니다.
침묵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은폐나 허위진술은 전우 사이라도 예외 없이 처벌됩니다.
3. 마약을 구해주거나 자리를 마련해줬다면 단순 목격이 아니라 공범이 됩니다
정범의 실행을 도왔다면 방조범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약을 구해주거나 투약할 장소를 마련해주거나 망을 봐주는 등 실행을 도왔다면 이는 단순한 목격이 아니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공범 문제가 됩니다. 이 법 제4조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사용·수수·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제6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매매·매매알선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제58조가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직접 투약하지 않았더라도 정범의 범행을 쉽게 만들어 준 행위가 있었다면 형법 제32조의 종범, 이른바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고, 대법원은 방조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 방조는 유형적, 물질적인 방조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무형적, 정신적 방조행위까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456 판결).
종범으로 인정되면 정범이 받는 형보다 감경된 형을 선고받지만(형법 제32조 제2항), 처벌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을 빌려주거나 숙소·차량을 제공하는 것처럼 “직접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쉬운 행위도 방조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구해주거나 자리를 마련해준 행위는 목격이 아니라 마약류관리법위반의 공범 문제입니다.
4. 마약류 사용·소지·매매는 형량 구간이 전혀 다르고, 군은 무관용 원칙을 유지합니다
행위 태양에 따라 벌금형부터 무기징역까지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마약류 사건은 행위 태양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크게 갈립니다. 단순 사용·소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기본 구간이지만, 매매나 매매알선, 또는 그러한 목적의 소지·소유는 제58조가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형이 예정돼 있습니다.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적인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한 경우는 별도로 가중되고, 방조범이라도 정범이 무거운 죄로 처벌될수록 함께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국방부와 각 군은 병영 내 마약류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표방하고 있어, 초범이거나 소량이라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8조의3은 국방부장관이 마약류 투약·흡연·섭취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마약류 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되면 그 자체로 별도의 수사가 개시되므로, 부대 내에서 마약 관련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자신의 행동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의 절차와, 신고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을 정리합니다
헌병대 신고부터 군사법원 재판까지, 그리고 신고자 보호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부대 내 마약 사실이 신고되면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①헌병대(군사경찰)에 직접 신고하거나 소대장·중대장 등 지휘계통에 보고하면 부대 차원에서 헌병대로 사건이 이첩되고 → ②헌병대 조사를 거쳐 군검찰로 송치되며 → ③군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면 평시 기준 국방부 직속 지역보통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 ④항소심은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고등군사법원이 아닌 서울고등법원이 맡습니다.
성폭력범죄, 군인 등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 입대 전 범죄는 민간 법원·검찰로 이관됐지만, 마약범죄는 이 이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지금도 군사법원 체계 안에서 수사·재판이 진행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를 고민하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신의 상황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마약 구입·자금·장소 제공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부터 점검합니다. 관여 정도에 따라 목격자가 아니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목격 경위와 시점, 대화 내용이나 정황을 기록해 둡니다. 이후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신고 경로를 정하기 전, 본인이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진술 전에 변호사 상담부터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러한 점검을 거친 뒤 신고하면,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신원 비밀보장·불이익조치 금지 제도의 보호를 받으면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부대 내 마약 문제는 “전우 사이에 굳이 내가 나서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를 고민하는 쪽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어떤 행동이 방조로 평가될 수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이미 조사 대상이 된 쪽 입장에서도 “같이 있었을 뿐”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 실제 관여 정도와 진술 내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대 내 마약 사건에서 신고를 고민하는 장병과, 이미 조사·재판을 받고 있는 장병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를 좌우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저도 처벌되나요?
A.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의 신고의무는 구타·가혹행위·성추행 등에 한정되고, 마약류관리법이나 군형법에도 단순 목격자에게 신고의무를 지우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이후 행동에 따라 별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헌병대에 직접 신고해야 하나요, 지휘계통에 보고해도 되나요?
A. 둘 다 가능합니다. 소대장·중대장 등 지휘계통에 보고하면 부대에서 헌병대로 이첩되는 경우가 많고, 처음부터 헌병대나 국방부 신고 채널로 직접 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Q. 신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됩니다.
A.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4조·제45조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신고자의 신원은 비밀로 보장되고,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는 금지됩니다. 실제 불이익을 받았다면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그 자리에 같이 있었지만 저는 투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단순히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약물을 구해주거나, 망을 봐주거나, 장소·자금을 제공하는 등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증거를 없애 달라거나 조사에서 모른다고 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A. 응하면 안 됩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진술해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만들면 증거인멸죄나 범인도피죄가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마약 사건도 일반 법원이 아니라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나요?
A. 네. 2022년 개정 군사법원법으로 성폭력범죄·사망사건·입대 전 범죄는 민간 법원으로 이관됐지만, 마약범죄는 이관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지역보통군사법원에서 1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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