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취소소송, 채무자가 부동산을 빼돌렸다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사해행위취소소송, 채무자가 부동산을 빼돌렸다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률가이드
건축/부동산 일반매매/소유권 등소송/집행절차

사해행위취소소송, 채무자가 부동산을 빼돌렸다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최용석 변호사

돈을 받아야 하는데 채무자가 갑자기 자기 명의의 아파트나 토지를 배우자, 자녀, 지인 앞으로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송을 준비하거나 강제집행을 하려던 채권자 입장에서는 “재산을 빼돌린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검토할 수 있는 것이 사해행위취소소송입니다.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자기 재산을 줄이는 처분을 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그 처분을 취소하고 원래 책임재산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족에게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이 언제 생겼는지, 처분 당시 채무자가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였는지,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려면 우선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유효한 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하기 전에 이미 그 채권이 성립돼 있어야 합니다. 다만 사해행위 당시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계약이나 법률관계가 이미 있었고, 가까운 시일 안에 실제 채권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며 실제로 곧 현실화됐다면 예외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다33602 판결).

그다음은 재산 상태입니다. 채무자가 부동산을 넘긴 결과 강제집행할 재산이 부족해졌거나, 이미 재산보다 빚이 많던 사람이 남은 재산마저 처분해 채권자가 돈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면 사해행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처분이 이루어진 당시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가진 사실상 유일한 아파트를 배우자에게 증여했다거나, 유일한 부동산을 매각해 쉽게 써버릴 수 있는 현금으로 바꾼 경우라면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262 판결).

다만 부동산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채무를 갚기 위해 시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재산을 처분했고 그 돈이 실제 채무 변제에 쓰였다면 사해의사가 없었다고 판단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매계약서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매매대금이 얼마였는지, 돈이 어디로 들어갔고 어디에 사용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넘겼다면 무조건 취소될까? 채무자와 수익자가 어떤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는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처분하면서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법에서 말하는 사해의사는 “특정 채권자를 반드시 골탕 먹이겠다”는 적극적인 의도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재산을 빼면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정도를 알고 있었다면 문제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51537 판결).

채무자가 유일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이런 사정을 비교적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수익자, 즉 부동산을 넘겨받은 사람의 문제도 붙습니다. 채무자의 사해의사가 인정되면 수익자 역시 그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려면 수익자 쪽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6711 판결).

실무에서는 가족관계만 보는 게 아니라 거래 과정 전체를 봅니다. 정상적인 매매대금을 실제 지급했는지, 시세와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지는 않은지, 계약 직전에 채무 독촉이나 강제집행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매수인이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금융거래내역, 계좌이체 자료, 등기부, 감정평가자료, 문자나 카카오톡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한 번 넘긴 부동산이 다시 제3자에게 팔린 경우에는 전득자 문제도 생깁니다. 전득자를 상대로 취소를 구하려면 그 사람이 부동산을 넘겨받을 당시 최초 처분이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전득 과정 자체가 다시 별도의 사해행위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4다61280 판결).

소송 상대방은 채무자가 아니다, 부동산을 넘겨받은 사람을 상대로 해야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자주 생기는 실수가 피고를 잘못 정하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린 사건이니 채무자를 상대로 취소해 달라고 하면 될 것 같지만, 취소소송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재산을 넘겨받은 수익자나 그 뒤의 전득자입니다. 채무자를 피고로 삼는 소송이 아닙니다(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다21923 판결).

예를 들어 채무자 A가 자신의 아파트를 배우자 B에게 증여했다면 B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하게 됩니다. B가 다시 C에게 매도했다면 B와 C를 함께 피고로 삼을지, 현재 소유자인 C를 상대로 할지를 현재 등기상태와 각자의 악의 여부를 보고 정해야 합니다.

이때 등기부 변동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면 소송만 제기하고 기다리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소유자가 다시 제3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보인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을 함께 검토해 추가 이전을 막아두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사이 증여 후 곧바로 재매각을 시도하는 정황이 있다면 현재 등기상태부터 빠르게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취소가 인정되면 부동산을 어떻게 되돌릴까, 원물반환과 가액배상은 다르다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는 빠져나간 재산 자체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원상회복합니다. 부동산이라면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책임재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입니다.

다만 언제나 등기를 그대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이 다시 처분되거나 담보관계가 크게 달라져 원물반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금전으로 배상하는 가액배상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해행위 당시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었고, 그 뒤 수익자가 채무를 갚아 근저당권을 말소했다면 부동산 전부를 그대로 반환시키는 방식이 오히려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동산 가액에서 당시 담보채무액을 뺀 범위에서 가액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3다60891 판결).

또 수익자가 사해행위 후 해당 부동산에 직접 살았거나 임대를 놓아 월세를 받았다고 해서 그 사용이익까지 모두 사해행위 원상회복 대상으로 돌려놓는 것은 아닙니다. 원상회복은 원래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돌아가야 할 범위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다69162 판결).

중요한 점은 사해행위취소가 모든 관계를 처음부터 완전히 없애는 판결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취소의 효력은 채권자와 수익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작용하고, 회복된 재산은 채권자들이 강제집행할 수 있는 책임재산으로 취급됩니다. 그래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내 앞으로 부동산을 가져오는 소송”이 아니라 채무자 재산으로 다시 묶어 강제집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소송에 가깝습니다.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은 1년, 재산 처분을 알았다고 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은 기간 제한이 엄격합니다.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사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1년의 시작점은 등기부를 보고 “부동산이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갔구나”라고 알게 된 날과 꼭 같지는 않습니다. 처분 사실뿐 아니라 그 처분으로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어려워졌고, 채무자에게도 그런 인식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때가 기준이 됩니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4다61280 판결).

반대로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을 처분했고 다른 재산도 거의 없다는 사실을 채권자가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 시점부터 1년이 계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에서는 언제 등기부를 확인했는지, 강제집행을 시도한 시점이 언제인지, 채무자가 재산 처분 사실을 언제 알렸는지 같은 자료가 제척기간 판단에 중요하게 쓰입니다.

시간이 애매하다면 “나중에 정확히 알아보고 소송하자”고 미루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해행위취소는 기간을 넘기면 내용이 아무리 유리해도 본안 판단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무자가 파산하면 내가 되찾은 재산을 먼저 가져갈 수 있을까?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취소채권자 혼자 그 재산을 독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상회복된 재산은 본래 전체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돌아가는 성격을 가집니다.

특히 원상회복 후 강제집행이 끝나기 전에 채무자에게 파산이 선고되면 그 부동산이나 회복된 가액은 파산재단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개별적으로 먼저 집행하기보다 파산절차 안에서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배당을 받는 구조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무자의 재산 상황이 매우 좋지 않고 다른 채권자도 많다면 사해행위취소소송만 볼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개인회생이나 파산이 있는지도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배우자나 가족에게 부동산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가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 당시 채권자의 채권이 존재했는지, 그 거래 때문에 채무자의 재산이 부족해졌는지, 채무자와 부동산을 넘겨받은 사람이 그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또 취소가 인정되더라도 항상 부동산 자체가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소유권과 담보권 상태에 따라 등기를 말소하는 방식이 맞는지, 가액배상을 구해야 하는지도 달라집니다. 여기에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이라는 기간까지 맞춰야 하므로 등기부를 확인한 시점과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알게 된 경위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은 채 유일한 아파트나 토지를 배우자, 가족, 지인에게 증여하거나 매도한 사실을 확인했다면 부동산이 넘어갔다는 사실만 보고 바로 소송을 결정하기보다 처분 당시 채무자의 다른 재산과 채무 규모, 실제 매매대금 지급 여부, 현재 등기명의인부터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강현에서는 채권 발생 시점과 등기 변동, 금융거래내역, 채무자의 재산상태, 수익자와의 거래 경위를 함께 검토해 사해행위취소가 가능한 사건인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와 가액배상 중 어떤 청구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최용석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