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땅을 오랫동안 특정 종중원 명의로 등기해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어느 날 종중의 동의도 없이 토지를 제3자에게 팔아버렸을 때입니다. 종중 입장에서는 “원래 우리 땅이니 등기를 돌려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이 토지가 종중 명의로 직접 등기돼 있었는지, 아니면 종중원이 명의만 맡아 갖고 있던 재산인지입니다. 그다음에는 매수인이 종중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보다, 명의수탁자의 임의 처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 차이에 따라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 아니면 명의수탁자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을 청구해야 하는지가 갈립니다.
종중이 소유한 부동산을 특정 종중원 명의로 등기해 둔 경우에는 종중 명의신탁이 문제 됩니다. 부동산실명법은 일반적으로 명의신탁을 제한하지만, 종중 재산은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 회피 같은 목적이 아니라면 일정한 특례가 인정됩니다.
이 경우 명의수탁자는 등기부상으로는 소유자처럼 보입니다. 밖에서 보면 토지 주인으로 보이지만, 종중과의 내부 관계에서는 명의를 맡아 보관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분쟁이 생깁니다. 종중은 “명의만 맡겼으니 마음대로 팔 권한은 없다”고 하고, 제3자는 “등기부상 소유자와 정상적으로 계약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지는 처분 과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의수탁자가 몰래 팔았다고 매매가 무조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명의수탁자가 종중총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혼자 토지를 팔았다고 해서 제3자의 소유권 취득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중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외부적으로는 소유자처럼 등기돼 있기 때문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면 매수인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수인이 “이 땅은 실제로 종중 재산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매매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종중 명의신탁 부동산에서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제3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유권 취득이 막히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564 판결). 결국 “종중 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샀다”와 “종중 몰래 처분하도록 적극 도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매수인이 처분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면 소유권 회복 가능성이 생긴다
예외는 있습니다. 매수인이 명의수탁자가 처분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중 몰래 토지를 팔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유도했다면 매매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수인이 “종중총회 열기 전에 빨리 계약하자”, “종중에 알려지면 못 파니 바로 등기부터 넘기라”고 요구했다거나, 정상적인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급하게 계약한 정황이 있다면 적극 가담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종중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명의수탁자의 배임행위에 함께 들어가 종중 몰래 처분이 이루어지도록 실제로 움직였다는 사정이 보여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문자나 카카오톡, 통화녹음, 계약 체결 경위, 매매대금 흐름, 시세와의 차이, 종중 관계자와 매수인의 관계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매수인의 적극 가담이 인정돼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라면 종중은 현재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종중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달라고 청구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종중이 과거에 직접 소유권을 취득했거나 종중 명의의 등기가 있었는지에 따라 가능한 청구 형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준비할 때는 “매매가 무효니까 종중 앞으로 바로 돌려달라”고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원래 등기가 누구 명의였는지, 종중이 법률상 어떤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팔렸다면 더 복잡해진다
명의수탁자로부터 산 사람이 다시 제3자에게 토지를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매매가 매수인의 적극 가담 때문에 무효라면 그 뒤에 이어진 전득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초 매수인이 소유권을 제대로 취득하지 못했다면 이후 매수인에게 넘길 소유권도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첫 번째 매수인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종중이 뒤늦게 “원래 우리 땅이었다”고 주장하며 현재 소유자에게 바로 반환을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종중 재산 처분 사실을 알게 됐다면 현재 등기명의인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최초 매수인만 보고 소송을 준비했다가 이미 등기가 한두 번 더 넘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수인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했다면 종중은 부동산 자체를 되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명의수탁자가 종중의 동의 없이 재산을 팔아 종중이 소유권이나 소유권을 넘겨받을 권리를 잃었다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문제 됩니다. 또 명의수탁자가 토지 매매대금이나 보상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종중은 그 이익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토지 시가와 처분대금, 돈이 누구 계좌로 들어갔는지, 그 돈이 종중에 반환됐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미 명의수탁자가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면 본안소송 전에 예금이나 다른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중 명의로 직접 등기된 땅을 대표자가 몰래 팔았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기서 종중 명의신탁과 반드시 구별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토지가 애초부터 종중 명의로 직접 등기되어 있었는데 종중 대표자가 총회 결의 없이 매도한 경우입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자기 명의 재산을 처분한 것과 구조가 다릅니다.
종중 재산을 처분하려면 종중 규약에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별도 규정이 없다면 종중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이 원칙입니다. 필요한 결의 없이 대표자가 임의로 처분했다면 처분 자체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22881 판결).
즉 종중원 개인 명의로 맡겨둔 땅인지, 종중 이름으로 직접 등기된 땅인지에 따라 같은 무단 처분이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명의수탁자가 종중 땅을 몰래 처분했다면 형사고소도 생각하게 됩니다.
종중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수탁자와 종중 사이에 위탁 관계가 인정될 수 있어 횡령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명의신탁의 방식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따라 형사책임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명의수탁자가 팔았으니 무조건 횡령”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형사절차와 민사상 소유권 회복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제3자 명의의 등기가 자동으로 종중 앞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토지를 되찾으려면 별도의 등기말소나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이 필요하고, 회복이 어렵다면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종중총회 결의부터 확인해야
종중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때는 종중 내부의 절차도 중요합니다.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종중 땅을 되찾겠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소송 제기 자체에 대해 적법한 종중총회 결의가 필요할 수 있고, 현재 대표자가 적법하게 선임된 사람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총회 소집 통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누가 종중원인지, 결의 정족수를 충족했는지를 두고 상대방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토지 처분의 무효를 주장하는 내용은 강한데 정작 종중의 소송 결의가 잘못돼 절차에서 막히는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오래된 종중일수록 규약과 족보, 기존 총회 회의록까지 먼저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종중원이 명의를 맡아 갖고 있던 토지를 몰래 팔았다고 해서 항상 땅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3자가 정상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했다면 종중은 그 사람에게 토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보다 명의수탁자에게 손해배상이나 처분대금 반환을 청구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명의수탁자에게 종중 몰래 팔도록 요청하거나 거래를 적극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매매 자체가 무효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현재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등기말소나 소유권 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종중 명의로 관리해 온 토지가 종중원 개인 명의로 되어 있고 그 사람이 총회 동의 없이 매도했거나, 이미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끝난 상태라면 먼저 최초 등기 경위와 명의신탁 방식, 매매계약 내용, 매수인의 관여 정도, 현재 등기명의인부터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강현에서는 종중총회와 명의신탁 자료, 매매계약서, 대금 흐름, 문자와 통화내역, 등기 변동을 함께 검토해 토지를 다시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인지, 아니면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는 사건인지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