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면 상가 임대차를 중도 해지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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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면 상가 임대차를 중도 해지할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상가를 정리하려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폐업과 임대차 해지가 함께 얽혀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이미 장사를 접었으니 계약도 당연히 끝난 것 아니냐”, “폐업 신고까지 했으니 더 낼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매장을 정리하고 임대인에게 통보만 하면 될 거라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대인이 잔여 계약기간의 차임과 원상복구비, 심지어 위약금까지 청구하면서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당황해서 저를 찾아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낼 수 있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매우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하고 있고, 단순한 경영난이나 폐업 자체는 원칙적으로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감염병 확산에 따른 집합제한·금지조치처럼 국가의 조치로 강제된 폐업에는 별도의 법적 해지권이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폐업을 이유로 상가 임대차를 중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누어, 실제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폐업했다고 해서 상가 임대차를 마음대로 중도 해지할 수는 없습니다

임대차는 정해진 기간 동안 구속력이 있고, 폐업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그 구속에서 벗어날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상가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정한 기간(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최소 1년, 실무상 통상 2년 이상) 동안 서로를 구속합니다. 민법 제543조는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경우에만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임차인 마음대로 “이제 그만하겠다”고 통보한다고 계약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에 근거가 있거나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매출이 줄어 더 이상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폐업했으니 계약도 당연히 끝난 것”이라 생각하고 통보 후 곧바로 매장을 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하는 것과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폐업 신고는 세무·행정상의 절차일 뿐,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장을 비우면, 임대인은 잔여 계약기간에 대한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과 원상복구비, 계약서에 위약금 특약이 있다면 위약금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폐업이라는 사업상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위험이고, 그 위험을 임대인에게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폐업 신고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차계약이 저절로 끝나지 않으며, 계약서상 근거나 법률상 사유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2. “장사가 안 되니 그만두겠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는 계약의 기초가 예견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무너진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계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판례가 인정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그것인데, 대법원은 그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판결).

이 판결은 주택건설사업자가 견본주택 건축을 계약서 특약사항에 명시하고 토지를 임차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반려해 견본주택을 지을 수 없게 되자 임차인의 해지통보를 유효하다고 인정한 사례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계약체결 당시 특약으로 명시된 목적이 임차인의 잘못이나 통상적인 사업 위험이 아닌 외부의 행정처분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달성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장사가 안 돼서”, “경기가 나빠져서” 폐업하는 경우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매출 부진이나 경영 악화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이미 예상할 수 있는 통상적인 사업 위험의 범위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에 특정한 영업 목적을 명시하지 않은 통상의 상가 임대차라면, 단순 경영난은 계약의 기초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임차인 개인의 사업 결과로 취급됩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는 예견할 수 없었던 외부 사정으로 계약의 목적 자체가 무너진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고, 통상적인 경영난·폐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감염병 집합제한·금지조치로 폐업한 경우엔 법이 해지권을 따로 인정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가 정한 요건을 채우면 해지 통고 후 3개월이 지나 해지 효력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경영난과 달리, 국가의 방역 조치로 강제된 폐업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는 임차인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집합 제한 또는 금지 조치(같은 항 제2호의2에 따라 운영시간을 제한한 조치를 포함)를 총 3개월 이상 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해지는 임대인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조항은 코로나19 시기 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2022년 1월부터 시행되었는데, 기존부터 법리상 인정되던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을 명문화한 것입니다. 즉 앞서 본 사정변경의 원칙 중에서도 “국가의 집합제한·금지조치로 인한 폐업”이라는 특정한 유형을 법률에 못 박아, 임차인이 판례 요건을 하나하나 다시 입증할 필요 없이 곧바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다만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단순히 감염병 유행 시기에 폐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관계 법령에 따른 집합제한·금지조치(운영시간 제한 포함)를 누적 3개월 이상 받았어야 하며, 그 조치로 인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이 폐업의 원인이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 유행으로 유사한 행정조치가 내려진다면 같은 요건 아래 다시 적용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국가의 집합제한·금지조치로 강제된 폐업이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에 따라 통고 후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발생합니다.


4. 계약서의 특약이나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 있다면 별도로 해지할 수 있습니다

사정변경·감염병 조치에 해당하지 않아도, 계약 자체와 임대인의 귀책 사유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사정변경의 원칙이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해지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계약서 자체입니다. 계약서에 일정 기간 이상 통보하거나 위약금을 지급하면 중도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이 있다면, 그 특약에 따라 해지하면 됩니다. 특약이 없어도 임대인과 협의해 합의해지를 하는 경우도 실무에서는 드물지 않은데, 이때는 위약금 규모와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 여부를 함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임대인의 의무 위반입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소방·전기·수도 등 영업에 필수적인 시설을 방치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다면, 이는 임대인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민법 제627조는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경우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잔존부분으로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폐업”이라는 결과만 보면 사정변경이 인정되지 않을 것 같은 사안이라도, 그 폐업의 실질적 원인이 임대인 쪽의 시설 관리 소홀이나 사용·수익 방해에 있었다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떤 축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해지의 근거와 책임 소재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폐업에 이르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되짚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정변경·감염병 조치 요건이 안 맞아도, 계약서의 특약이나 임대인의 사용·수익 의무 위반이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5. 협의 없이 나가면 분쟁으로 번지니, 통보부터 정산까지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해지 통보의 방식과 순서를 지켜야 위약금·원상복구 분쟁을 줄이고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폐업이 확정되었다면 감정적으로 매장을 비우기보다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상 ①폐업 사유와 해지 근거(사정변경,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 계약상 특약, 임대인의 의무 위반 등)를 정리해 내용증명으로 임대인에게 해지 의사와 명도 예정일을 통보하고 → ②임대인과 원상복구 범위, 잔여 차임 정산, 권리금 회수를 위한 신규 임차인 주선 여부를 협의한 뒤 → ③협의가 안 되면 관할 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임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임대인이 명도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고, 소송 전 수원지방법원의 민사조정 절차를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이며 → ④소송으로 가면 임대차계약서, 차임 납부내역, 시설 하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사진·수리요청 내역 등)가 결과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폐업을 앞두고 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1. 임대차계약서에서 중도해지·위약금 조항이 있는지, 남은 계약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폐업의 원인이 감염병 집합제한·금지조치처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 경영판단인지를 구분합니다.

  3. 임대인과 협의한 해지 통보일, 명도 예정일, 원상복구 범위, 보증금 정산액을 문서(내용증명·문자·이메일)로 남겨둡니다.

이렇게 자료를 갖춘 뒤 상가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불필요한 위약금·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고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방향으로 협상과 소송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폐업을 결심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이미 문을 닫았으니 계약도 당연히 끝난 것”이라 여기고 통보 없이 매장을 정리해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임대인과의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루라도 빨리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해지 통보의 시점과 근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위약금과 원상복구비의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공실을 떠안게 되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계약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고 정당한 해지 사유와 절차를 갖췄는지를 따져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폐업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임차인 쪽과, 계약 유지를 주장하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폐업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계약서 문구 하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폐업을 앞두고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통보 한 번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생기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폐업 신고만 하면 임대차계약도 자동으로 끝나나요?

A. 아닙니다. 폐업 신고는 세무·행정상의 절차일 뿐이고 임대차계약의 종료와는 별개입니다. 계약을 끝내려면 별도의 해지 사유와 절차를 갖춰야 합니다.

Q. 장사가 잘 안 돼서 폐업하는 경우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로 해지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조항은 감염병 관련 집합제한·금지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아 폐업한 경우에 한정되고, 단순 매출 부진이나 경영판단에 따른 폐업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계약서에 중도해지 조항이 없다면 방법이 없나요?

A. 특약이 없어도 임대인과 합의해지를 시도할 수 있고, 임대인이 시설 유지·보수 의무를 위반해 영업 자체가 어려워졌다면 민법 제623조·제627조에 따라 별도로 해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임대인과 협의 없이 매장을 비우고 나가면 어떻게 되나요?

A.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면 잔여 계약기간의 차임과 원상복구비, 위약금 특약이 있다면 위약금까지 청구당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통보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Q. 사정변경을 이유로 해지하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A. 계약 체결 당시 특약으로 명시된 임차 목적, 그 목적을 불가능하게 만든 예견하지 못한 외부 사정(행정처분 등), 그로 인해 계약을 유지하면 현저히 불균형해진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Q. 폐업 후 보증금은 언제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원상복구를 마치고 명도가 완료된 시점에, 임대인이 연체 차임이나 손해배상액 등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산 내용에 이견이 있으면 반환 시기가 늦어질 수 있어 사전에 협의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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