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설치를 임대인이 막는데 계약 위반 아닌가요
간판 설치를 임대인이 막는데 계약 위반 아닌가요
법률가이드
임대차계약일반/매매

간판 설치를 임대인이 막는데 계약 위반 아닌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새로 상가를 임차해 개업을 준비하거나 업종을 바꿔 리모델링을 하다 보면, 정작 인테리어보다 간판 하나를 다는 데서 임대인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대인분들 중에는 “건물은 결국 내 소유니까, 외벽에 뭘 붙이고 안 붙일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차인의 간판 설치를 막거나, 이미 걸린 간판을 임의로 떼어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차인이 영업 손실과 방해배제를 문제 삼으면, “건물주 재량”이라는 항변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임대인이 임차기간 중 임차인의 영업에 필요한 시설물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그 설치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소유자라는 지위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부담하게 되는 사용·수익 협력의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래에서는 임대인이 간판 설치를 막는 것이 어떤 경우에 계약 위반이 되는지, 반대로 임대인의 거부가 정당하게 인정되는 경우는 무엇인지,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관련 법리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간판 설치는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임대인은 계약기간 내내 임차인이 영업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618조는 임대차를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정의하고 있고,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상가를 임차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특정 업종의 영업을 하겠다는 목적이 계약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간판은 그 업종을 외부에 알리는 가장 기본적인 영업설비이므로, 계약서에 별도의 금지 약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의 통상적인 용법에 맞게 간판을 설치하는 것은 사용·수익권의 당연한 범위에 속합니다.

임대인이 “건물 소유자니까 외벽 사용 여부는 내가 정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소유권과 임대차계약상 의무를 혼동한 것입니다. 건물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건물을 임대한 이상, 임차인이 영업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를 별도로 부담하게 됩니다.

계약서에 별도 약정이 없다면, 간판 설치는 임차인의 통상적인 사용·수익권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봅니다.


2.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막으면 계약 위반이 되고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임차인의 영업시설을 막거나 철거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임대인이 623조의 의무를 위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간판 설치를 방해하거나 기존 간판을 임의로 철거하면, 이는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발생시킵니다. “철거해도 나중에 문제없다”는 식의 계약서 문구가 있더라도, 임차인의 영업설비를 일방적으로 처분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임차인 동의 없이 2층 간판과 외벽 일부를 철거한 임대인에게, 항소심 법원이 “임대인이 임차기간 중에 영업행위에 필요한 시설물을 임의로 처분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40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하급심 사례도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민사항소부, 2024년 1월 선고).

방해의 정도가 더 심해지면 책임의 범위도 커집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방해행위로 임차인의 사용·수익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경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방해행위로 임차인의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임차권에 기한 사용·수익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임대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임대인으로서의 의무가 이행불능되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하는 경우에도 …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이후의 차임 지급의무를 면하는 한편 … 휴업손해를 그에 대한 증명이 가능한 한 통상의 손해로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6591, 16607 판결).

즉 간판 설치를 이유 없이 막는 행위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영업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수준까지 이어진다면, 임차인은 계약 해지·보증금 반환은 물론 휴업손해까지 청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간판 설치를 막는 것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임대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다만 간판 설치도 법령상 허가 대상이라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임대인이 간판 설치를 거부한 이유가 정당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간판을 비롯한 광고물등을 표시·설치하려는 자는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소유자나 관리자가 미리 간판표시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 건축물에 간판을 설치하려는 임차인은 그 계획서에 맞춰 허가·신고를 진행해야 합니다(제3조제7항).

즉 건물 규모나 구조에 따라서는 임대인의 협조 없이는 간판 설치 허가·신고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임대인이 설치를 막은 이유가 ①건물 구조·안전(외벽 하중, 방화 설비 간섭 등에 대한 우려), ②다른 임차인들과의 형평이나 건물 전체의 간판 디자인 통일을 위한 관리규약, ③관할 구청의 허가 기준(크기·위치·색상 제한)을 맞추기 위한 협의 요구인지, 아니면 ④특별한 근거 없이 감정적으로, 또는 재임대·임대료 인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트집을 잡는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①~③처럼 건물 안전이나 법령상 절차와 관련된 이유라면 임대인의 거부에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과 협의해 대체 위치·규격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합니다. 반면 ④처럼 실질적인 근거 없이 반대만 하는 경우는 앞서 본 623조 의무 위반으로 이어집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역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법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는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10조의4가 대표적인데, 이 조문의 “정당한 사유” 판단 구조는 간판 설치를 둘러싼 분쟁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균형점입니다.

임대인의 거부가 건물 안전이나 법령상 절차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방해인지가 책임 유무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4. 방해의 정도에 따라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 달라집니다

영업에 부분적 지장이 있는 경우와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는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임대인의 방해가 간판 설치 위치나 크기 일부를 제한하는 수준이라면, 영업에 완전한 지장이 아니라 부분적 지장을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경우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의 범위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임대인의 의무와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는 상호 대응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불이행하여 임차인이 목적물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임차인은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목적물의 사용·수익이 부분적으로 지장이 있는 상태인 경우에는 그 지장의 한도 내에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뿐 그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4778, 44785 판결).

즉 간판을 원하는 위치·크기로 달지 못해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수준이라면, 그 지장의 정도에 해당하는 만큼 차임 지급을 거절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형태의 간판도 걸지 못하게 해 매장이 있는지조차 알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다면, 앞서 2번에서 본 2005다16591 판결처럼 사용·수익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되어 계약이 종료되고 보증금 반환과 휴업손해까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매출 감소, 임시 현수막·입간판 등 대체수단을 쓰느라 든 비용은 인과관계와 금액이 자료로 증명되는 한 통상의 손해로서 배상 대상이 됩니다.

방해가 부분적인지 영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지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5. 방해배제와 손해배상,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 발송 전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간판 설치를 둘러싼 분쟁은 통상 ①임대인에게 방해 중지와 협조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민법 제623조 위반 및 손해배상 예고 명시) → ②합의가 안 되면 건물 소재지 관할 구청(수원 소재 건물이라면 수원시청 등)에 간판 설치 허가·신고 절차와 임대인 협조가 실제로 필요한 부분인지 확인 → ③방해배제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관할법원은 통상 수원지방법원) 제기, 급박한 경우 공사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 → ④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임대차 종료를 전제로 한 보증금반환청구 병합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1. 임대차계약서에 간판·외벽 이용에 관한 특약이 있는지, 있다면 그 내용부터 확인합니다.

  2. 관할 구청에 간판 설치 허가·신고 요건을 문의해, 임대인의 협조가 법령상 실제로 필요한 부분인지 확인합니다.

  3. 임대인이 설치를 막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문자·공문·통화 녹취 등으로 남겨, 정당한 이유인지 근거 없는 방해인지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면, 방해배제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간판 하나 때문에 소송까지 가야 하나 싶어, 임차인들이 초기에는 문제를 그냥 넘기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매출은 계속 줄고,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부터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입증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간판 설치를 막힌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계약서와 임대인이 밝힌 거부 이유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반면 건물 안전이나 다른 임차인과의 형평 때문에 부득이 제한이 필요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대체안을 협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거부만 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임대인의 방해로 영업에 지장을 입은 임차인 쪽과, 반대로 건물 관리상 불가피한 제한을 두고 다투게 된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느 쪽이든 초기에 근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해두었는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간판 문제로 임대인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방치할수록 손해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간판에 관한 조항이 아예 없는데도 임대인의 방해가 문제가 되나요?

A. 됩니다. 계약서에 별도 약정이 없다면 통상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권이 기준이 되고, 상가 영업에서 간판은 그 통상 용법에 포함되므로 별도 조항이 없다는 것 자체가 임대인에게 유리한 사정은 아닙니다.

Q. 이미 걸려 있던 간판을 임대인이 제 동의 없이 떼어냈습니다. 바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정당한 이유 없이 임의로 철거했다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손해액(매출 감소, 재설치 비용 등)은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Q. 임대인이 “건물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하면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나요?

A. 구체적인 근거(관리규약, 다른 간판과의 통일성, 관할 구청 기준 등)가 있다면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추상적으로 “보기 싫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대체 위치·규격 협의를 거부한 경위까지 함께 봅니다.

Q. 관할 구청 허가는 이미 받았는데 임대인이 계속 반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행정 허가와 임대인과의 민사상 관계는 별개입니다. 허가를 받았는데도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물리적으로 설치를 막는다면, 그 자체로 방해배제청구와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Q. 간판을 못 달아서 임시로 현수막이나 입간판을 쓰고 있는데, 그 비용도 받을 수 있나요?

A. 방해와 대체수단 사용 사이의 인과관계와 실제 비용이 입증되면 통상손해로 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영수증·계약서 등 지출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이 문제로 임대차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도 있나요?

A. 간판 설치를 전혀 못 하게 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다면, 임대인의 의무가 이행불능된 것으로 평가되어 계약이 종료되고 보증금 반환과 휴업손해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8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