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기 둔화와 매출 부진이 겹치면서, 상가 임차인이 월세를 몇 달씩 미루다가 임대인과의 갈등이 계약해지·명도소송으로 번지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보증금이 넉넉하니 이 정도 밀려도 어떻게든 되겠지”, “나중에 나갈 때 거기서 까면 되지 않냐”는 생각으로 월세를 계속 미루며 영업을 이어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실제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보증금이 있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는 연체차임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지 않고, 임차인도 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상가 임대차라면 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순간 계약해지·갱신거절 사유가 곧바로 발생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보증금이 있으니 버텨도 된다”는 생각이 왜 위험한지, 실제로 연체가 어느 수준에서 계약해지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증금이 있어도 월세를 미루며 버틸 권리는 생기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임대차가 끝나기 전까지 임차인이 마음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임대차보증금은 차임 미지급, 원상복구비, 그 밖에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맡겨두는 돈입니다. 다만 이 돈이 실제로 정산되는 시점은 임대차가 종료되어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할 때입니다. 즉 보증금은 “지금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내 돈”이 아니라 “나중에 정산될 재원”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상가 임차인 중에는 매출이 줄어 월세가 밀리기 시작하면 “보증금이 이 정도 있으니 몇 달 밀려도 결국 거기서 정리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계속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지급을 독촉해도 “보증금 안에서 해결되는 거 아니냐”며 버티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두 가지를 놓치고 있습니다. 임대차가 끝나기 전까지 보증금으로 연체차임을 충당할지는 임대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고, 임대차가 끝나기도 전에 임대인이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 버리면 애초에 “정산 시점”까지 가지도 못한 채 명도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보증금은 임대차 종료 시점에 정산되는 재원일 뿐, 지금 미지급 월세를 대신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2. 임대인은 보증금이 있어도 연체된 월세를 그대로 받아낼 수 있습니다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는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지 않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임차인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논리는 “보증금이 있으니 월세 지급을 미뤄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논리를 명확히 배척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는 공제 등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즉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지 여부는 오직 임대인의 선택이고, 임차인이 “보증금이 있으니 당연히 상계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임대인이 공제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연체된 월세는 그대로 살아 있는 채무이고, 여기에 지연손해금(또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연체이자)까지 계속 붙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임대인이 “나중에 보증금에서 정리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면, 임차인이 이를 근거로 지급을 거절하거나 미루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먼저 공제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연체된 월세는 보증금과 별개로 계속 청구될 수 있는 채무입니다.
3. 연체가 3개월분에 이른 사실만으로도 계약이 끝날 수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3기분에 달하는 연체가 있었다면, 나중에 갚아도 임대인의 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그 밖의 임대차는 민법 제640조에 따라 2기의 차임액이 기준입니다). 나아가 같은 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정해, 갱신을 요구하는 시점에 연체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합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차임이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된 사실이 있다면 임차인과의 계약관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신뢰가 깨어졌으므로 임대인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반드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에 3기분에 이르는 차임이 연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0다255429 판결).
즉 “일단 버티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갚으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미 3기분에 달했던 사실 자체로 임대인의 계약해지·갱신거절 권리는 발생했고, 이후에 몰아서 갚거나 밀린 돈을 보증금에서 까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그 권리가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2014. 7. 24. 선고 2012다28486 판결)도 계약 갱신 전후에 걸쳐 연체가 이어지는 경우 갱신 전후의 연체액을 합산해 해지 기준을 판단한다고 밝혀, 연체가 잠깐 끊기더라도 전체 흐름에서 기준을 채우면 해지사유가 살아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 번이라도 3기분에 달하는 연체가 있었다면, 그 뒤에 갚았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인의 해지·갱신거절 권리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4. 버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차인에게 남는 것은 줄어듭니다
계약이 해지된 뒤에도 점포를 비우지 않으면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까지 임차인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계약이 해지됐는데도 점포를 비우지 않고 계속 영업을 이어가면, 그 기간의 점유는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됩니다. 임대차계약에서 차임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정해 두었다면, 계약 종료 후 점유를 계속해 발생하는 부당이득에 대해서도 그 부가가치세 상당액까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임대인이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명도집행)으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소송비용은 통상 패소한 쪽이 부담하고, 명도집행 비용 역시 임차인에게 청구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보증금은 이 모든 채무, 즉 밀린 월세와 지연손해금, 부당이득, 소송·집행비용까지 정산한 뒤 남는 금액만 돌려받는 돈입니다. 버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종적으로 손에 남는 보증금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매출 부진 등으로 당장 월세를 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버티기보다는 임대인에게 차임 감액이나 분할 납부를 정식으로 요청하는 편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5.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면 이런 절차로 넘어갑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시점부터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상가 월세 연체로 계약이 해지되는 사건은 통상 ①임대인이 연체 사실과 해지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통지 → ②협의가 되지 않으면 임대인이 관할법원(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성남지원 등)에 건물 인도 및 미지급 차임·부당이득 청구 소송 제기 → ③소송에서 연체 기간·금액이 확인되면 인도와 지급을 명하는 판결 또는 화해권고결정 → ④임차인이 자발적으로 점포를 비우지 않으면 강제집행(명도집행)으로 퇴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버티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에서 차임 지급기일, 연체 시 조치, 보증금 정산 방식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실제 연체 개월 수와 금액을 계좌 이체 내역, 임대인의 독촉 문자·내용증명과 함께 시간순으로 정리해 3기(또는 2기) 기준에 이르렀는지 계산합니다.
임대인과 차임 감액·분할납부 협의가 가능한지 타진하고, 협의가 어렵다면 매출자료·계약서·지급내역 등 소송 대응 자료를 미리 준비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가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협상과 소송 대응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월세 연체 문제는 “보증금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세를 받지 못해 애가 타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언제 계약을 해지하고 명도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지, 그 전에 연체 사실을 얼마나 꼼꼼히 기록해 둬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매출 부진 등으로 당장 월세를 내기 어려운 임차인 입장에서도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버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저는 상가 월세 연체를 둘러싼 분쟁에서 밀린 돈을 받아야 하는 임대인과 당장 갚기 어려운 임차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밀린 월세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증금이 밀린 월세보다 훨씬 많은데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나요?
A. 네. 보증금 액수와는 무관합니다. 임대차 존속 중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충당할지는 임대인의 자유 선택이고, 상가는 연체액이 3기분에 달하면 그 자체로 해지 사유가 됩니다.
Q. 뒤늦게 밀린 월세를 전부 갚으면 해지 사유가 없어지나요?
A. 이미 3기(또는 2기)분에 달하는 연체가 있었던 사실 자체로 임대인의 해지·갱신거절 권리가 발생하고, 그 뒤에 완납했다고 해서 이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대인이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계약을 계속 유지해 왔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몇 달째 아무 말도 없는데, 이러면 보증금에서 자동으로 까이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임대인이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연체된 월세는 그대로 남아 있는 채무이고, 지연손해금도 계속 붙습니다.
Q.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했는데,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영업해도 되나요?
A. 강제집행 전까지는 점유를 계속할 수는 있지만, 그 기간의 점유도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으로 계속 청구 대상이 되므로 대응을 미룰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Q. 매출이 줄어든 사정도 참작되나요?
A. 연체 사실 자체나 해지 요건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임대인과의 협의나 소송 과정에서 참작될 여지는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차임감액청구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주택임대차도 상가와 같은 3기 기준인가요?
A.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는 민법 제640조에 따라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해지 사유가 됩니다.
Q. 명도소송에서 지면 어떤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나요?
A. 미지급 월세, 명도 시까지의 부당이득, 지연손해금은 물론 소송비용까지 패소한 임차인이 부담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가가치세 부담 약정이 있다면 그 부분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