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과 동시에 제소전화해에 협조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임차인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형식적인 절차라던데”, “다들 하는 거라니 그냥 해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검토 없이 화해기일에 도장을 찍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출이 줄어 월세가 몇 달 밀리자, 임대인은 별도의 명도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임차인은 “아직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항변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상가를 비워야 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제소전화해가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창설적 효력이 발생해 종전의 법률관계가 소멸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절차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 효력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일반 소송보다 더 신속하고 강력한 집행력을 임대인에게 부여합니다.
아래에서는 제소전화해가 구체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 임대인이 이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서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제소전화해는 소송 없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절차입니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는 순간, 임차인은 소송 한 번 없이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는 지위에 놓입니다.
제소전화해는 민사소송법 제385조가 정한 절차로, 아직 소송이 벌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당사자들이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지방법원 단독판사 앞에 화해를 신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관할 법원에 화해신청서를 제출하고, 지정된 화해기일에 출석해 미리 정해둔 화해조항을 법원 앞에서 확인받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화해기일에서 판사가 화해조항을 확인하고 이를 조서에 적으면, 민사소송법 제220조에 따라 그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즉,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조서에 담긴 내용을 곧바로 집행할 수 있는 지위인 집행권원을 임대인이 계약 초기부터 미리 확보해두는 것입니다.
상가 임대차의 제소전화해에는 통상 임차인의 차임 연체가 일정 기간 이상 누적되거나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상가를 비우지 않는 경우, 임대인이 소송 없이 즉시 상가의 인도를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깁니다. 이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이 정한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라는 법정 해지 요건과 같은 기준을 화해조항에 그대로 옮겨 담는 방식이 실무에서 흔히 쓰입니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는 순간부터, 임차인은 별도의 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2. 임대인이 이를 요구하는 이유는 명도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 명도소송이 수개월씩 걸리는 것과 달리, 화해조서는 조건 충족만 확인되면 곧바로 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과 별개로 제소전화해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일반적인 명도소송은 소장 접수부터 판결 확정까지 통상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고, 그 사이 임차인이 항변이나 반소를 제기하면 기간이 더 늘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제소전화해는 계약 체결 시점에 조항을 미리 확정해 두기 때문에, 나중에 연체나 계약종료 같은 조건만 충족되면 법원의 별도 판단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 절차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제소전화해의 효력을 확정판결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소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화해계약이 그 내용을 이루는 것이면 화해는 창설적 효력을 가져 화해가 이루어지면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99058 판결).
즉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계약 당시의 법률관계는 화해조항으로 대체되고, 임차인이 이후에 “실제로는 연체 사유가 없었다”거나 “집행 조건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주장을 다시 소송으로 심사받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화해가 창설적 효력을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일반 명도소송이 수개월씩 걸리는 것과 달리, 화해조서는 조건 충족만 확인되면 별도 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으로 이어집니다.
3. 화해조서에 서명하면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나중에 주장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일단 조서가 성립되면, 불리한 조항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뒤늦게 뒤집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편면적 강행규정으로, 갱신요구권이나 권리금 회수기회처럼 법이 임차인에게 보장한 권리를 계약서로 미리 포기시키는 조항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문제는 이 강행규정이 화해조서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화해조서는 법원이 관여해 작성된 것이어서 기판력을 가지고, 이를 다투려면 통상의 항소나 이의가 아니라 민사소송법 제461조가 정한 준재심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제소전화해에 대한 준재심에서 재심사유가 인정되면 화해조서를 취소할 수는 있지만, 재심사유가 없는 이상 그 화해 내용이 실제 법률관계와 맞는지,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인지는 별도로 따지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6다44051 판결). 결국 화해조항이 강행규정에 저촉되는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조서가 이미 성립된 뒤라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갱신요구권 행사를 어렵게 하거나 권리금 회수기회를 사실상 막는 조항이 화해조항 문구 사이에 섞여 있는지를 서명 전에 미리 걸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명 이후에는 “이 조항이 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주장을 꺼내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그 조항이 불리했다는 사정만으로 뒤늦게 뒤집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4. 화해조항의 폭에 따라 임차인이 떠안는 위험의 크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해지·인도 조건이 구체적이고 좁을수록 안전하고, 임대인의 판단에 맡겨질수록 위험합니다.
화해조항이 실제로 어떤 위험을 안기는지는, 조항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좁게 쓰였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가장 안전한 형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법정 해지 요건, 즉 차임연체액이 3기분에 달하는 경우로 조건을 한정하고, 연체 사실을 임대인이 통장 내역 등으로 구체적으로 증명해야만 집행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입니다.
중간 정도의 위험은 연체 기준을 법정 요건보다 낮추거나(예: 2기분 연체), 별도의 통지나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집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한 조항입니다. 임차인이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도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가장 위험한 형태는 “임대인이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처럼 집행 조건을 모호하게 정하거나, 계약종료 사유를 폭넓게 열어둔 조항입니다. 이런 조항은 실질적으로 임대인의 일방적 판단만으로 강제집행이 개시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앞서 본 것처럼 조서 성립 후에는 그 부당함을 다투기도 어렵습니다.
5. 제소전화해는 이런 절차로 진행되며, 서명 전 이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화해기일에 조항을 확인하는 순간이 사실상 임차인에게 남은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제소전화해는 통상 ①임대인 또는 쌍방이 상가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수원 소재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에 화해신청서를 제출 → ②법원이 화해기일을 지정하고 임차인에게도 출석을 통지 → ③화해기일에 판사가 당사자를 상대로 화해조항의 내용과 의사를 확인한 뒤 화해조서를 작성 → ④조서가 성립되는 즉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고, 이후 연체나 계약종료 등 조건이 충족되면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절차에서 임차인에게 실질적인 방어 기회가 남아 있는 지점은 화해기일, 딱 한 번입니다. 조서가 작성된 이후에는 앞서 본 것처럼 준재심이라는 예외적 절차로만 다툴 수 있기 때문에, 화해기일 전에 조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화해조항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고, 해지·인도 조건이 연체 기간·금액 같은 구체적 수치로 한정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권·권리금 회수기회 등 강행규정을 제한하거나 포기시키는 문구가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화해기일에 출석하기 전 변호사에게 조항 검토를 맡겨, 서명 이후에는 준재심으로만 다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 여지를 미리 확보합니다.
이러한 확인을 거친 뒤에도 조항 수정이 어렵다면, 상가 임대차와 제소전화해 조항을 함께 검토해 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계약 체결 여부 자체를 다시 판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치며
상가 계약을 앞둔 자리에서는 사업을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화해조항을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서명부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화해조항의 조건이 지나치게 넓게 잡혀 있으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소송 한 번 없이 상가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조항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수고가, 나중의 강제집행을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도 조항을 지나치게 모호하게 정하면, 실제 집행 단계에서 조건이 충족됐는지 자체가 다툼거리가 되어 오히려 제소전화해를 활용하려던 목적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양쪽 모두에게 조항의 명확성이 중요합니다.
저는 상가 임대차 계약과 제소전화해 조항을 둘러싼 임차인·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체결 시점에 놓친 문구 하나가 이후 분쟁의 결과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그 조항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소전화해에 서명하지 않으면 상가 계약을 못 하나요?
A. 법적으로 제소전화해 협조는 임대차계약의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임대인이 계약 체결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협상 대상이 되며, 조항의 범위를 좁히는 협의가 가능합니다.
Q. 화해조서에 서명한 뒤 부당하다고 느끼면 취소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준재심이라는 예외적 절차로만 다툴 수 있고, 재심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화해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에 맞는지는 별도로 따지지 않습니다.
Q.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권이 있는데 화해조서 때문에 못 쓰게 될 수도 있나요?
A. 화해조항이 갱신요구권 등 강행규정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조항은 임차인에게 불리해 효력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조서가 성립된 뒤에는 이를 다투기 어려우므로 서명 전 검토가 중요합니다.
Q. 연체가 아니라 계약기간이 만료됐는데도 화해조서로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나요?
A. 화해조항에 계약기간 만료 후 미인도를 집행 조건으로 넣었다면 가능합니다. 조항 문구에 따라 연체뿐 아니라 만료·갱신거절 등도 집행 조건이 될 수 있어 조항 범위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Q. 화해기일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도 되나요?
A. 위임장을 갖춘 대리인 출석이 가능하지만, 상대방이 임의로 대리인을 선임해 화해를 진행한 경우 본인의 추인이 없으면 대리권에 하자가 있다고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가능하면 직접 출석해 조항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화해조서에 서명한 이후 연체를 정리하면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나요?
A. 화해조항에 정한 조건(예: 3기분 연체)이 이미 충족된 뒤라면, 사후에 연체를 정리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개시된 강제집행 절차를 자동으로 막지는 못합니다. 집행 전 이의나 별도 협의를 통해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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