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가 생겼는데 환기 탓이라며 수리를 거부해요
곰팡이가 생겼는데 환기 탓이라며 수리를 거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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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생겼는데 환기 탓이라며 수리를 거부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벽지 뒤나 붙박이장 안쪽에 검은 곰팡이가 번지는데도, 집주인이 “환기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며 수리를 미루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처음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 “창문 한 번 더 열면 없어지겠지”, “집주인이 알아서 손봐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리를 요청하면 “환기만 잘 시켰어도 이런 일 없었을 것”이라는 답만 돌아오고, 그 사이 곰팡이는 옷장과 가구를 뒤덮고 가족 중 누군가는 기침이나 비염 증상까지 겪게 되는 전개가 반복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곰팡이·결로 같은 하자가 건물 자체의 단열·방습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임차인의 생활습관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그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 즉 수선의무를 진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곰팡이 발생 원인에 따라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수리를 거부당했을 때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인은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곰팡이가 구조적 하자로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할 뿐 아니라, 계약 존속 중에도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는 입주 시점의 상태를 지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계약 기간 내내 계속됩니다.

물론 벽지가 살짝 들뜨거나 실리콘 마감이 갈라지는 정도처럼, 임차인이 별 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하자까지 임대인이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곰팡이가 특정 벽면이나 붙박이 가구 안쪽에서 계절과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번진다면, 이는 생활 습관보다 건물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에서 곰팡이의 원인은 대체로 세 갈래로 나뉩니다. ①외벽 단열재 부족이나 시공 불량으로 인한 결로, ②배관·옥상·창호 틈의 누수, ③환기 부족이나 실내 빨래 건조 같은 생활 습관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건물 자체의 하자이므로 수선의무의 대상이고, 세 번째만 임차인의 과실 영역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임대인이 원인을 따져보지도 않고 세 번째로 단정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곰팡이의 원인이 건물 구조에 있다면, 임대인은 “환기 부족” 한 마디로 수선의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2. “환기를 안 해서 생겼다”는 주장만으로 임대인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환기 여부는 정황일 뿐, 결로·누수 등 구조적 원인이 있다면 수선의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9876, 89883 판결).

이 사건은 가구전시장으로 임차해 쓰던 건물 바닥에 여름철마다 결로현상이 발생한 사안이었습니다. 임대인 쪽은 사실상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지만, 대법원은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바닥 밑 단열·방습 조치 자체가 되어 있지 않은 구조적 하자를 인정하고, 임대인에게 원인을 조사해 제습기나 공조시설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임대인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법리는 훨씬 이전부터 확립되어 있던 것으로(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34708 판결), 새로 생긴 기준이 아닙니다.

이를 주거용 임대차에 그대로 적용하면, 임대인이 “환기를 안 해서”라고 주장하더라도 창틀 주변의 결로 흔적, 외벽 쪽 벽면이 유독 차가운 현상, 배관이나 창호 틈의 누수 흔적이 확인된다면 구조적 하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환기가 충분히 가능한 구조인데도 유독 한 세대에서만, 그것도 실내에 빨래를 상시 건조하는 등 명백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드러난다면 임차인의 과실이 참작될 수 있다는 점도 균형 있게 봐야 합니다.

환기 여부는 하나의 정황일 뿐, 구조적 원인이 확인되면 “환기 탓”이라는 주장만으로 수선의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3. 곰팡이를 방치하면 차임감액과 계약해지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선을 미루는 동안에도 임차인은 차임감액과 계약해지를 청구할 권리를 잃지 않습니다.

곰팡이를 발견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임대인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는 사정이 생기면 임차인이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통지를 미루면 그 사이 확대된 피해에 대해 나중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음 같은 형태로라도 통지 사실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지에도 임대인이 수리를 미루거나 거부한다면, 민법 제627조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된 부분의 비율만큼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안방 벽면 전체나 붙박이장 안쪽처럼 사실상 그 공간을 쓸 수 없게 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나아가 곰팡이가 집 전체로 번져 남은 부분만으로는 애초에 임차한 목적, 즉 정상적인 주거 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계약해지에 따른 보증금 반환과 함께, 이사비용 등 추가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도 함께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리를 미루는 임대인을 상대로도, 임차인은 통지·차임감액·계약해지라는 단계별 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4. 방치 기간과 피해 범위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도 함께 커집니다.

곰팡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포자가 퍼지는 범위가 넓어지는 하자입니다. 초기에는 벽지 한쪽 구석에 그치던 것이 몇 달만 방치돼도 옷장 안쪽의 옷·이불, 가구 뒷면, 심하면 벽체 안쪽 단열재까지 번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만큼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범위도 가구·의류 교체비용, 청소·소독비용, 나아가 호흡기 질환 치료비까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치료비나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곰팡이 노출과 건강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진단서나 검사 결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차임감액의 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민법 제627조는 “사용·수익할 수 없는 부분의 비율”을 기준으로 삼으므로, 곰팡이가 방 한 귀퉁이에 그칠 때보다 안방 전체나 거실까지 번졌을 때 감액 비율이 커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나아가 잔존 부분만으로 거주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감액을 넘어 해지·손해배상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임차인이 통지의무를 지키지 않고 곰팡이를 방치하면 오히려 “알고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항변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가 커지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문제 삼기보다는, 발견 즉시 통지하고 기록을 남기는 초기 대응이 결과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범위를 지켜주는 셈입니다.


5. 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 발송 시점부터 이후 모든 절차의 증거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곰팡이 분쟁은 통상 ①곰팡이 발생 사실과 수리 요청 내용을 문자·내용증명으로 임대인에게 통지 → ②(수원 지역이라면) 경기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등에 조정 신청 → ③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수원지방법원에 차임감액·손해배상 청구 또는 보증금 반환 소송 제기 → ④승소 후에도 임대인이 임의로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절차로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대인의 수리 거부를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곰팡이가 발생한 부위와 범위를 날짜별 사진·영상으로 남기고, 습도계로 실내 습도를 함께 기록해 둡니다.

  2. 임대인에게 수리를 요청한 사실(문자, 통화 녹음, 내용증명)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둡니다.

  3. 필요하다면 단열·방습 상태를 점검하는 전문 진단이나 감정을 받아 구조적 하자 여부를 확인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차임감액·손해배상·계약해지 중 상황에 맞는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곰팡이 문제는 “그러다 없어지겠지”, “집주인이 알아서 손봐주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곰팡이로 고통받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발생 부위와 통지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진, 통지 내역, 습도 기록이 쌓일수록 차임감액이든 계약해지든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집니다.

반대로 수리 요청을 받은 임대인 입장에서도 “환기 탓”으로 단정하고 넘어가기보다,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큰 분쟁을 막는 길입니다. 구조적 하자를 방치하다 소송으로 번지면 감액·배상 범위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임대차 분쟁에서 수리를 요구하는 임차인과, 반대로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과도한 요구에 시달리는 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원인 규명 하나로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곰팡이 문제로 임대인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곰팡이가 났는데 집주인이 환기 문제라고 하면 정말 제 책임인가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외벽 단열이나 배관 누수 같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면 환기 여부와 관계없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집니다(민법 제623조). 다만 특정 세대에서만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다른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생활 습관이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수리를 계속 미루면 월세를 안 내도 되나요?

A. 전액 지급 거부보다는 민법 제627조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된 부분의 비율만큼 차임감액을 청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방적으로 월세를 내지 않으면 오히려 연체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Q. 곰팡이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곰팡이가 심해 남은 부분만으로는 거주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라면 민법 제627조 제2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과 함께 이사비용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곰팡이를 발견하고 바로 알리지 않은 채 몇 달이 지났습니다. 불리한가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민법 제634조는 수리가 필요한 사정을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어, 통지를 미루면 그 사이 확대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원래 그런 집이었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계약 당시 상태와 무관하게, 임대인은 계약 존속 중에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계속 유지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원래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수선의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Q. 곰팡이 때문에 가구나 옷이 상했는데 배상받을 수 있나요?

A. 원인이 건물의 구조적 하자로 인정되면 가구·의류 손상, 이사비용 등도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 물품과 곰팡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사진과 진단·점검 결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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