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수리는 임대인 의무인가요 세입자 부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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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수리는 임대인 의무인가요 세입자 부담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들어 겨울철을 앞두고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임대인과 세입자가 서로 수리비를 미루다가 분쟁으로 번지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대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에 수선비는 세입자가 부담한다고 써놨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보일러 수리 요청을 거절하십니다. 반대로 세입자분들도 “고장이 났으니 당연히 집주인이 고쳐줘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정작 어떤 근거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한겨울에 온수도 난방도 안 되는 상태로 몇 주씩 방치되면서 갈등이 커지곤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계약서의 수선 특약이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파손의 경중과 특약 범위의 명시 여부라는 기준으로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보일러처럼 사용목적 자체와 직결된 기본설비는 특약이 있다고 해서 임대인이 쉽게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보일러 고장이 어떤 경우에 임대인의 수선의무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반대로 세입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경우는 무엇인지 관련 법리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인은 계약 기간 내내 세입자가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집니다

임대인의 의무는 집을 넘겨주는 순간이 아니라 계약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할 뿐 아니라,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매매와 달리 임대차는 계약 기간 내내 임대인의 의무가 살아 있는 계속적 계약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보일러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라는, 주거용이든 상가·숙박업이든 임차 목적물을 계약 목적대로 사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설비 중 하나입니다.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으면 세입자는 애초에 그 집을 빌린 목적, 즉 정상적인 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임대인은 “집을 넘겨줬으니 내 의무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임대차의 성격을 오해한 것입니다. 인도 당시 하자가 없었더라도, 계약 기간 중 노후나 사용에 따라 설비가 고장 났다면 그 수선 필요는 여전히 임대인의 의무 범위 안에 있습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집을 넘겨준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2.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고장인지가 책임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임차인이 별 비용 없이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것이면 세입자 몫, 생활 자체가 안 될 정도면 임대인 몫입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

즉 전구를 갈거나 문손잡이가 헐거워진 정도, 방충망이 살짝 찢어진 정도라면 임차인이 스스로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파손이어서 임대인이 나설 의무까지는 없습니다. 반면 보일러가 아예 점화되지 않거나 열교환기·순환펌프 같은 핵심 부품이 고장 나 난방과 온수 공급이 끊긴 상태라면, 이는 임차인이 별 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수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고, 무엇보다 임차 목적에 따른 사용·수익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 해당합니다.

겨울철에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도 임대인이 “여름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난방·온수 중단은 계절과 무관하게 임차 목적물의 핵심 기능 상실에 해당하므로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면제할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고장이 아니라 생활 자체를 막는 고장이라면, 그 수선은 임대인의 몫입니다.


3. “수선비는 세입자 부담”이라는 특약도 보일러 고장까지 넘기지는 못합니다

범위를 명시하지 않은 수선 특약은 소규모 파손에만 적용되고, 기본설비 교체 같은 대규모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 몫입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수선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취지의 특약이 들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특약이 있으면 보일러 고장까지 세입자가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다릅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 할 것이고,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

즉 “수선은 세입자 부담”이라고만 되어 있고 어떤 범위의 수선까지인지 구체적으로 못 박아두지 않았다면, 그 특약은 전구 교체, 방충망 수선 같은 통상적인 소규모 수선에만 적용됩니다. 보일러 자체의 노후·고장으로 인한 부품 교체나 전체 교체 같은 대규모 수선은 특약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실제로 이 판례의 사안도 여관 임차인이 보일러 기사의 인건비나 수리비 일부를 부담해 온 사정이 있었던 경우였는데도, 대법원은 그런 사정만으로 배관·보일러의 대규모 교체 비용까지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 판결).

범위를 못 박지 않은 수선 특약은 소규모 수선에만 미치고, 보일러 같은 기본설비 교체는 여전히 임대인 책임입니다.


4. 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부담 주체가 갈립니다

설비의 노후·수명으로 인한 고장은 임대인, 세입자의 부주의로 인한 파손은 세입자 부담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갈리는 유형을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보일러 자체의 내구연한 도과나 부품 노후로 점화가 안 되거나 열교환기·순환펌프가 고장 난 경우입니다. 보일러의 통상적인 사용수명은 8~10년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기간을 채우고 자연적으로 고장 난 것이라면 이는 임차인의 잘못이 아니라 설비 자체의 문제이므로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반대로 세입자의 부주의가 원인인 경우, 예를 들어 겨울철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동파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아 배관이 얼어 터진 경우, 무자격 업체에 임의로 설비를 개조하거나 이전 설치를 맡겨 고장 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임차인도 임차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할 의무를 지므로, 이런 과실로 인한 파손은 원칙적으로 세입자가 수리비를 부담하고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다만 노후로 인한 고장인지, 사용상 과실로 인한 고장인지가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수리업체의 소견서나 점검 내역서에 고장 원인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가 실제 분쟁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5.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이 순서로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통지하고 정당한 기한을 줬는데도 방치되면, 직접 수선 후 비용을 청구하거나 조정·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보일러 고장 시 대응은 통상 ①고장 사실을 확인한 즉시 문자나 카카오톡 등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임대인에게 통지 → ②상당한 기한을 정해 수리를 요청 → ③기한이 지나도 임대인이 조치하지 않으면 세입자가 직접 업체를 불러 수선하고 비용을 청구하거나, 대한법률구조공단·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 → ④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관할법원(임차 목적물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등)에 필요비 상환청구나 차임감액청구 소송 또는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의 수리가 필요한 경우 임차인이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고,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선을 거부·방치하면 민법 제626조 제1항에 따라 세입자가 직접 지출한 필요비를 즉시 임대인에게 상환청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비 상환청구는 유익비와 달리 계약 종료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지출 즉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필요비 상환청구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가 3,000만원 이하이면 소액사건심판 절차로 비교적 간단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계속 수선을 거부해 난방·온수를 오랫동안 못 쓴 경우라면, 필요비 청구와 별도로 민법 제627조에 따른 차임감액청구나, 사용·수익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 경우의 계약해지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보일러 고장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고장 사실을 확인한 날짜와 임대인에게 통지한 내용을 문자·카카오톡 등으로 남겨 증거로 확보합니다.

  2. 임대인에게 수리를 요청한 뒤 회신 여부, 조치 약속 시기를 정리해 기록해 둡니다.

  3. 부득이 직접 수선했다면 수리업체의 견적서·영수증과 고장 원인이 적힌 점검 소견서를 반드시 챙겨둡니다.

이런 자료를 갖춰두면, 필요비 상환청구든 차임감액청구든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일러 고장은 “이 정도로 유난 떨 일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난방과 온수가 끊긴 채로 며칠만 지나도 일상생활에 미치는 타격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보일러 고장으로 불편을 겪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통지 시점과 임대인의 대응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필요비 상환이든 차임감액이든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선 요청을 받은 임대인 입장에서도 “계약서에 세입자 부담이라고 써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특약의 범위를 명시했는지, 고장이 정말 통상적인 소규모 파손에 그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저는 임대인과 세입자 양쪽에서 수선의무를 둘러싼 분쟁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특약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보일러 분쟁이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소모품 수선은 세입자 부담”이라고 되어 있는데 보일러도 소모품인가요?

A. 아닙니다. 보일러 자체나 열교환기·순환펌프 같은 핵심 부품의 고장은 기본설비에 대한 대규모 수선에 해당해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특약에 보일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소모품 특약이 보일러 고장까지 미치지 않습니다.

Q. 제가 먼저 업체를 불러 보일러를 고쳤는데 나중에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민법 제626조 제1항의 필요비 상환청구권에 따라 지출 즉시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리 전 임대인에게 통지하고 견적서·영수증을 보관해 두는 것이 입증에 유리합니다.

Q. 임대인이 연락을 계속 무시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문자 등으로 상당한 기한을 정해 수선을 요청한 뒤에도 방치된다면, 직접 수선하고 필요비를 청구하거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난방·온수 중단이 장기화되면 차임감액청구나 계약해지까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제가 겨울철에 동파 방지 조치를 안 해서 배관이 얼어 터졌습니다. 그래도 임대인이 고쳐줘야 하나요?

A. 세입자의 부주의로 인한 파손은 원칙적으로 세입자가 수리비를 부담합니다. 다만 배관이나 보일러가 이미 노후해 동파에 취약한 상태였는지 등 사실관계에 따라 책임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이사 나갈 때 보일러가 낡았다는 이유로 원상복구 비용을 요구받았습니다. 내야 하나요?

A.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자연 마모나 노후는 원상회복 의무의 대상이 아닙니다. 세입자의 고의·과실로 인한 손상이 아니라면 노후를 이유로 한 원상복구 비용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Q. 전세와 월세에 따라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가 다른가요?

A. 다르지 않습니다. 민법 제623조의 수선의무는 전세·월세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판단 기준 역시 파손의 경중과 사용·수익 가능 여부로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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