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땅에 남의 묘가 있는데 이장을 요구할 수 있나요
산 땅에 남의 묘가 있는데 이장을 요구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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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땅에 남의 묘가 있는데 이장을 요구할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속받은 임야나 새로 매입한 산 땅을 정리하던 중, 등기부에도 없고 본인이 설치하지도 않은 남의 묘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해하시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땅을 산 분들 중 상당수는 “내 땅이니 내 마음대로 파내면 된다”, “주인 없는 무덤이니 그냥 치워도 문제없을 것이다”라고 쉽게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굴착기를 불러 묘를 파내려 하다가 뒤늦게 후손이 나타나 항의하거나, 오히려 분묘기지권 침해와 함께 분묘발굴죄로 형사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의 권리와 분묘 연고자의 관습법상 권리를 구분해, 분묘가 언제 설치됐는지에 따라 결론을 달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실무상 대응 방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산 땅에 있는 남의 묘를 함부로 파낼 수 없는 이유,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경우와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가르는 기준, 그리고 이장을 요구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산 땅에 있는 남의 묘라도 함부로 파낼 수 없고, 분묘기지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내 땅 위의 묘라도, 분묘기지권이 성립했다면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지만 판례로 확립된 관습법상 물권으로,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를 일정한 요건 아래 유지·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소유권이전등기 없이도 성립하기 때문에, 토지 등기부만 확인해서는 그 존재를 알기 어렵습니다.

판례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기지에 관한 권리를 유보하지 않은 채 토지만을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 ③타인 소유의 토지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해 시효로 취득한 경우입니다.

산을 매입하면서 등기부·지적도만 확인하고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위 세 유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분묘를 그대로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장을 요구하기에 앞서 이 묘가 언제 설치됐는지, 누가 얼마나 오래 관리해 왔는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했는지 여부에 따라 이장을 요구할 수 있는지, 지료만 받을 수 있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 2001년 장사법 시행 이후에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라면 이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2001년 1월 13일 이후 설치된 무단 분묘는 아무리 오래 방치돼도 분묘기지권이 생기지 않습니다.

2001년 1월 13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시행되면서,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분묘의 존속을 주장할 수 없다는 강행규정이 도입됐습니다. 이 법 시행 이후에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는 아무리 오래 점유해도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이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종래의 관습은 적어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1. 1. 13. 이후부터는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문제의 묘가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됐고, 설치 당시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았다는 사정도 없다면, 분묘기지권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는 분묘 연고자를 상대로 이장, 즉 분묘굴이와 토지 인도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2001년 1월 13일 이후 승낙 없이 들어선 묘라면, 설치 시점만 확인되면 이장 요구의 법적 근거는 이미 갖춰진 셈입니다.


3. 2001년 이전에 설치돼 20년 넘게 관리돼 왔다면 곧바로 이장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해도 이제는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분묘가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됐고, 그 후손이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관리해 왔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앞서 본 관습법에 따라 분묘기지권이 이미 시효로 성립했을 가능성이 높고, 성립한 분묘기지권은 존속기간 동안 분묘 철거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시효로 취득한 분묘기지권에는 지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실무 관행이었지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입장을 바꿨습니다.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볼 수는 없고,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즉 시효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더라도, 토지 소유자는 지료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청구 이후부터는 정당한 사용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지료가 법원 판결이나 협의로 확정된 뒤에도 분묘기지권자가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하면, 법정지상권 소멸청구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해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6850 판결)도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묘라도, 이장을 강제하는 대신 지료 청구와 연체 시 소멸청구라는 별도의 무기가 있습니다.


4. 관리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는 무연분묘라도 정해진 절차를 거치면 개장할 수 있습니다

공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임의로 파내면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 땅에 있는 묘의 연고자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무연분묘라 해서 토지 소유자가 임의로 파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고자를 확인하지 않고 함부로 분묘를 훼손하거나 유골을 이동시키면 형법상 분묘발굴죄, 사체등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장사법 제27조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를 정리할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연고자를 아는 경우에는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개장하겠다는 뜻을 미리 알려야 하고,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중앙일간신문을 포함한 둘 이상의 일간신문에 2회 이상 공고하되, 두 번째 공고는 첫 번째 공고일부터 40일이 지난 뒤에 다시 해야 합니다.

이 공고·통지 절차를 거쳤는데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관할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분묘를 개장할 수 있고, 유골은 일정 기간 봉안한 뒤 처리하게 됩니다. 반대로 공고 기간 중 연고자가 나타나 분묘기지권을 주장한다면, 앞서 본 설치 시기·점유 기간 기준에 따라 이장 요구가 가능한지를 다시 따져야 합니다.

무연분묘라도 절차를 건너뛰면 형사 문제가 되므로, 통지·공고 절차를 순서대로 밟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5. 협의가 안 되면 분묘굴이 소송으로,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송 전 분묘 설치 시기와 점유 기간을 확인하는 자료 준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연고자가 확인됐지만 협의로 이장에 응하지 않는 경우, 토지 소유자는 통상 ①분묘 설치 시기·점유 경위 확인 및 내용증명 발송 → ②협의 결렬 시 관할 법원(수원 지역 임야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분묘굴이 및 토지인도청구소송 제기 → ③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승소해 강제집행으로 개장 → ④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우 지료 청구소송을 병행하는 순서로 대응하게 됩니다.

소송에서는 분묘가 언제 설치됐는지, 누가 얼마나 오래 관리해 왔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분묘 설치 시기를 알 수 있는 자료(묘비 날짜, 항공사진, 임야대장 변동 이력 등)를 확보합니다.

  2. 연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족관계등록부, 인근 주민 확인 등)를 확인합니다.

  3. 토지 취득 경위와 등기부, 분묘 위치가 표시된 지적도·측량 자료를 준비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를 미리 검토받는다면, 소송으로 갈지 지료 협의로 마무리할지 방향을 훨씬 빨리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산 땅을 매입하거나 상속받은 뒤 뒤늦게 남의 묘를 발견하면, “일단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분묘 설치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흐려지고, 협상의 주도권도 넘어갑니다.

토지를 취득한 분 입장에서는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분묘기지권 때문에 예상치 못한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조상을 모신 후손 입장에서도 언제 어떻게 설치된 분묘인지에 따라 하루아침에 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분묘 설치 시기와 점유 경위부터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산 땅 위의 분묘 문제로 이장을 요구하는 토지 소유자 쪽과, 반대로 대대로 모셔온 조상의 묘를 지키려는 후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분묘 설치 시기 하나로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묘가 언제 설치됐는지 알 수 없으면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묘비에 날짜가 새겨져 있다면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되고, 없다면 항공사진·임야대장 변동 이력·인근 주민 진술 등으로 설치 시기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설치 시기가 2001년 1월 13일 전후 어디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Q. 토지 매매 계약서에 분묘에 관한 언급이 없었는데도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뒤 분묘기지에 관한 권리를 유보하지 않고 토지만 매도했다면, 계약서에 분묘 관련 언급이 없어도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성립합니다.

Q.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지료는 얼마나 청구할 수 있나요?

A. 정해진 액수는 없고, 인근 토지의 임료 시세 등을 기초로 협의하거나 법원에 지료 결정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지료는 청구한 날부터 발생하므로 조속히 청구 의사를 명확히 밝혀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연고자를 찾았는데 연락을 피하면 어떻게 하나요?

A. 내용증명으로 개장 의사와 기간을 명확히 통지해 둔 뒤, 협의가 안 되면 분묘굴이 및 토지인도청구소송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통지·공고 절차를 제대로 거쳤다는 사실 자체가 소송에서 중요한 입증자료가 됩니다.

Q. 무연분묘 공고 기간 중 연고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되나요?

A. 공고 절차는 중단되고, 그 연고자가 언제부터 관리해 왔는지에 따라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이후 절차는 앞서 본 설치 시기·점유 기간 기준과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Q.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는데도 상대방이 이장을 거부하면 형사 고소가 가능한가요?

A. 이장 거부 자체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민사상 분묘굴이 및 토지인도청구소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소송 확정 후에도 강제집행에 불응하면 별도의 집행 절차를 통해 개장할 수 있습니다.

Q. 매매 전에 산 땅에 묘가 있는지 미리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A. 등기부만으로는 알 수 없으므로 계약 전 현장답사가 필수입니다. 항공사진이나 지적도상 임야 현황을 함께 확인하고, 분묘가 있다면 매도인에게 설치 시기와 연고자 정보를 서면으로 요구해 두는 것이 이후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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