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나 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을 치르기 전, 사전 점검이나 실측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하자를 발견하고 잔금 지급 직전에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매수인분들 중에는 “잔금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일단 잔금부터 다 치르고, 하자 문제는 나중에 따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잔금까지 완납한 뒤 뒤늦게 하자 보수나 대금 감액을 요구하면, 매도인 측은 “확인하고 잔금까지 다 치른 것 아니냐”며 발을 빼려 하는 경우가 많고, 이미 넘어간 소유권과 지급된 대금을 되돌리기는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수인이 갖는 권리를 계약해제권과 손해배상청구권으로 엄격히 구분해 판단하면서도,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매대금을 넘더라도 그 배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잔금을 치르기 전 하자를 발견했을 때 매수인이 실제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유리한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잔금을 치르지 않았어도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이미 발생해 있습니다
매매계약은 체결과 동시에 매도인에게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를 지웁니다.
민법 제568조는 매도인이 매매 목적이 된 권리를 이전하고 매수인은 그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면서, 이 쌍방의무는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동시에 이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매도인의 의무는 잔금을 받는 순간이 아니라 계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이미 발생해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는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계약 당시 하자를 이미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던 경우에는 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확인할 수 있었던 하자였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은, 잔금 지급 전이라는 사실 자체가 매수인에게 유리한 협상 지렛대가 된다는 점입니다. 아직 이행하지 않은 자신의 급부, 즉 잔금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이를 근거로 매도인에게 하자 보수나 배상을 압박할 수 있지만, 잔금까지 전부 지급한 뒤라면 담보책임 자체는 그대로 살아 있어도 매수인이 쓸 수 있는 수단은 크게 줄어듭니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잔금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계약 체결 시점부터 발생하며, 잔금이 남아 있는 지금이 매수인에게 가장 유리한 협상 시점입니다.
2. “대금을 깎아달라”는 요구는 정확히는 감액청구권이 아니라 손해배상청구권입니다
민법은 수량 부족이나 권리의 하자에만 대금감액청구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물건 자체의 하자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572조는 매매 목적인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해 매도인이 이를 이전할 수 없는 경우, 매수인이 그 부분 비율만큼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574조는 수량을 지정한 매매에서 목적물이 부족하거나 일부가 계약 당시 이미 멸실된 경우에도 이 감액청구권을 그대로 준용합니다.
그런데 물건 자체에 흠이 있는 경우를 정한 제580조는 이 감액청구권 규정을 준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575조 제1항을 준용해, 하자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면 계약해제를, 그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만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하자가 있으니 대금을 깎아달라”는 요구는 법이 별도로 정한 감액청구권이 아니라,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그로 인한 가치 하락분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뒤, 그 금액을 잔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명칭은 “감액”이지만 근거는 손해배상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협상이나 소송에서 정확한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이 사건은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를 매수한 사안이었는데, 매수인이 실제 지출한 처리비용이 매매대금을 초과했음에도 대법원은 그 비용 전액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손해배상으로 구성되는 “감액” 상당액이 매매대금 한도 안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금을 깎아달라”는 요구의 실체는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고, 그 범위는 매매대금 한도에 갇히지 않습니다.
3. 하자를 보수받거나 배상받기 전까지 잔금 지급을 미룰 수 있습니다
담보책임에 따른 매도인의 손해배상의무와 매수인의 잔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민법 제583조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정한 제536조를 제572조부터 제575조, 제580조, 제581조의 담보책임에도 그대로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와 매수인의 잔금지급의무는 발생 원인은 다르지만 동시이행 관계로 묶입니다.
대법원도 계약 해제로 발생한 매도인의 손해배상의무와 매수인의 목적물 인도의무처럼, 발생원인이 다른 두 의무라도 이행의 견련관계가 인정되면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93. 4. 9. 선고 92다25946 판결). 담보책임에 동시이행관계를 인정한 제583조의 취지를 확인한 판단입니다.
그래서 잔금 지급일이 다가왔더라도, 매도인이 하자를 보수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배상을 하기 전까지는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거절해도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항변권은 하자를 이유로 잔금 전액의 지급을 무한정 거절할 수 있는 백지수표는 아니고, 하자 보수·배상에 상응하는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실무에서는 하자 보수·배상 예상액을 공제한 나머지 잔금은 지급하고, 다툼이 있는 부분만 유보하거나 공탁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가 해결되기 전까지 잔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계약 위반이 아니라 민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4. 하자가 중대할수록,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매수인에게 불리해집니다
담보책임에는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짧은 제척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에 따른 담보책임은 하자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경우에만 계약해제가 가능하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하자라면 손해배상청구만 할 수 있습니다. 잔금을 앞두고 발견한 하자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매수인이 쓸 수 있는 수단 자체가 달라집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민법 제582조는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를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6개월은 시효처럼 중단되는 기간이 아니라 제척기간이어서, 그 안에 최고나 소 제기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아예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대법원도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부동산을 인도받은 날부터 별도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판단한 바 있어(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제척기간과 인도받은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소멸시효 두 가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잔금 지급을 앞두고 하자를 발견했다면 이미 6개월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므로, 대응을 미룰수록 협상력만 떨어집니다.
5. 잔금 지급 전 하자를 발견했다면, 이런 순서로 대응합니다
잔금일 전 자료 정리가 이후 협상과 소송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잔금 전 하자 대응은 통상 ①하자 사실을 사진·영상·전문가 감정으로 증거화 → ②매도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하자 사실과 보수·배상 요구 사항을 통지 → ③협의가 되지 않으면 잔금 중 다툼이 있는 금액을 유보하거나 관할 법원(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변제공탁·조정을 신청 → ④끝내 합의가 안 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잔금지급의무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 고지하지 않았다면 이런 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하자의 정도와 보수비용을 사진·전문가 견적으로 구체적인 금액으로 정리합니다.
하자를 언제 알았는지 그 날짜를 기록해, 6개월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명확히 해 둡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매매 하자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잔금 지급을 유보하면서도 계약 자체는 유지한 채 실질적인 감액이나 배상을 받아낼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잔금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하자를 발견하고도 “일단 잔금부터 치르고 나중에 따지자”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발견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하자의 사진·감정 결과·발견 시점을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협상과 소송 모두에서 유리합니다.
반대로 하자 존재를 부인하는 매도인 입장에서도 계약 당시 고지 여부와 특약 내용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지므로, 섣불리 책임을 인정하거나 부인하기 전에 법리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하자 분쟁에서 하자를 주장하는 매수인 측과 책임을 다투는 매도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잔금 지급 시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잔금을 치르기 전, 지금이 바로 협상력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이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는 특약이 있으면 감액 요구가 아예 불가능한가요?
A.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배제 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특약 문구뿐 아니라 매도인이 계약 당시 하자를 알았는지가 함께 다퉈지는 이유입니다.
Q. 잔금 지급일에 하자를 이유로 잔금 전액을 안 줘도 되나요?
A. 하자 보수·배상 예상액을 넘는 범위까지 유보하면 이행지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툼이 있는 금액만 유보하고 나머지는 지급하거나 공탁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Q. 하자를 6개월 안에만 발견하면 되나요, 아니면 그 안에 소송까지 해야 하나요?
A. 6개월은 발견한 날로부터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기간이므로, 그 안에 최고나 내용증명 등으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남아야 합니다. 아무 조치 없이 6개월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Q. 실측 면적이 부족한 경우와 하자가 있는 경우, 대응 방법이 다른가요?
A. 네, 다릅니다. 실측 면적 부족은 민법 제574조에 따라 명문의 대금감액청구권이 인정되지만, 물건 자체의 하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해 그 금액을 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Q. 매도인이 잔금을 안 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압박하는데, 응해야 하나요?
A.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잔금채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면, 정당한 유보에는 이행지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그 압박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보 범위가 과도하지 않은지는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Q. 감정을 받아야만 하자를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수비용이나 가치 하락분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입증하려면 전문가 감정이 사실상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협의 단계에서도 감정 결과가 있으면 매도인을 설득하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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