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수십 년째 담장 없이 이웃 땅을 밭이나 마당으로 써 온 분들이, 등기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20년 넘게 농사지어 왔으니 이제는 당연히 내 땅 아니냐”, “처음에 집주인이 잠깐 써도 된다고 했지만 그게 벌써 30년 전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서류 없이 점유취득시효를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에 들어가 보면, 애초에 임차나 사용승낙으로 시작된 점유였거나 경계를 넘어 침범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효취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자주점유 여부를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를 시작하게 된 권원의 성질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오래 점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 취득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점유가 국유지나 임대차 관계에서 시작됐다면 기간을 아무리 채워도 시효취득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점유취득시효 20년이 인정되려면 어떤 점유여야 하는지, 그리고 시효취득을 주장하거나 반대로 방어할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20년을 점유했다고 곧바로 소유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주점유·평온·공연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20년 내내 유지돼야 합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이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 요건, 즉 자주점유(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평온한 점유·공연한 점유는 20년이라는 기간 내내 끊기지 않고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법은 점유자에게 유리한 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물건을 점유하는 사람은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받습니다. 따라서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쪽이 스스로 자주점유임을 증명할 책임은 없고, 반대로 그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점유였다고 주장하는 상대방이 이를 뒤집어야 합니다.
다만 이 추정은 확정이 아니라 출발점일 뿐입니다. 상대방이 점유의 경위나 권원의 성질을 구체적으로 밝혀 추정을 깨뜨리면, 아무리 20년을 채웠더라도 시효취득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지점도 대부분 이 추정이 유지되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숫자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점유가 처음부터 소유의 의사를 가진 자주점유였는지입니다.
2. “오래 썼으니 내 땅”이라는 생각만으로는 자주점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주점유인지는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를 시작한 권원의 성질로 객관적으로 결정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나는 내 땅이라고 생각하며 써 왔다”는 주관적인 믿음만으로는 자주점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자주점유인지 타주점유인지가 점유자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를 취득하게 된 원인, 즉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된 모든 사정에 의해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만한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이 입증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예를 들어 처음부터 경계를 넘어선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담장을 치고 사용해 온 경우, 또는 옆 토지가 타인 소유라는 사실을 알면서 별다른 권원 없이 계속 점유해 온 경우라면, 그 사실이 입증되는 순간 자주점유 추정은 무너지고 시효취득 주장도 함께 무너집니다.
자주점유인지는 “어떻게 생각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권원으로 점유를 시작했는가”로 판가름납니다.
3. 임대차·사용대차·명의신탁으로 시작된 점유는 애초에 타주점유입니다
점유의 출발점이 임차·사용승낙·명의수탁이라면, 아무리 오래 써도 시효취득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그 점유는 처음부터 집주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빌려 쓰는 점유이므로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입니다. 사용대차로 무상으로 빌려 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 또는 신탁자의 점유도 자주점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대법원은 신탁자에게는 애초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법률요건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자주점유 추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므로, 명의신탁자의 부동산에 대한 점유는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만한 법률요건이 없이 타인의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자주점유로 추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9다249428 판결).
결국 임대차·사용대차·명의신탁처럼 타인의 소유권을 전제로 시작된 점유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성질이 저절로 자주점유로 바뀌지 않습니다. 점유의 성질을 자주점유로 바꾸려면 소유자에게 소유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거나, 매매 등 새로운 권원을 통해 점유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점유가 시작된 계약의 성질이 임대차나 명의신탁이라면, 시효취득의 문은 처음부터 닫혀 있는 셈입니다.
4. 국유지·행정재산이거나 등기를 미루면, 권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행정재산은 아예 시효취득 대상이 아니고, 등기를 미루는 사이 권리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국유재산법 제7조 제2항은 행정재산에 대해서는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도로·하천·관공서 부지처럼 공용·공공용으로 사용되는 행정재산은 아무리 오래 점유해도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국유재산 중 일반재산(예전의 잡종재산)은 다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유재산 중 잡종재산에 대해서까지 시효취득을 부정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고(헌법재판소 1991. 5. 13. 선고 89헌가97 결정), 이후 국유재산법이 개정되어 일반재산은 민법의 취득시효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국유지라고 해서 무조건 시효취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등기부·토지대장상 그 땅이 행정재산인지 일반재산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20년 요건을 채워 시효취득이 완성됐더라도, 등기를 하지 않고 미루는 사이 소유자가 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겨버리면 점유자는 그 제3자에게 시효취득의 효과를 주장하여 대항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뒤 점유를 잃은 경우, 점유를 상실한 때로부터 10년 안에 등기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그 권리도 사라질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40428, 2023다240435 전원합의체 판결).
시효취득은 요건을 채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등기까지 마쳐야 비로소 안전해지는 권리입니다.
5. 시효취득을 인정받으려면 이런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말로 다투기 전에 점유 경위를 증명할 자료부터 갖추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릅니다.
시효취득 분쟁은 통상 ①등기부·토지대장·지적도로 대상 토지의 소유관계와 점유 현황을 먼저 확인 → ②내용증명 등으로 상대방에게 점유 사실과 시효취득 의사를 통지 → ③협의가 안 되면 관할 법원(토지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 → ④감정·측량·증인신문 등을 거쳐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을 근거로 등기를 마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시효취득 소송에서는 20년 전후의 점유 경위를 증명하는 것이 승패를 가릅니다. 오래된 사실일수록 기억에만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송에 앞서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점유를 시작한 시점과 그 경위(매매·상속·개간 등)를 증명할 자료(옛 계약서, 재산세·종합토지세 납부내역, 항공사진, 이웃 진술서 등)를 확보합니다.
점유 개시 당시 어떤 권원으로 점유를 시작했는지, 자주점유인지 임대차·사용대차 등 타주점유인지 관련 서류와 정황을 재구성합니다.
등기부·토지대장을 통해 대상 토지가 국유지라면 행정재산인지 일반재산인지, 사유지라면 그동안 소유권 변동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취득시효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시효취득 주장이 실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지, 등기를 서둘러야 하는 시점은 언제인지까지 함께 점검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미 수십 년째 써 온 땅이다 보니, “새삼스럽게 서류까지 챙겨야 하나” 싶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 점유해 온 쪽에서는 점유가 언제, 어떤 경위로 시작됐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둘수록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등기부상 소유자로서 권리를 지키려는 쪽에서도 점유자가 애초에 임차나 사용승낙으로 점유를 시작했다는 사실, 또는 경계 침범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증명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저는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점유자 쪽과, 반대로 등기명의를 지키려는 소유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20년이라는 세월도 점유의 성질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등기부와 실제 점유가 어긋나 있다면, 그 간극이 좁혀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장 없이 옆집 땅을 20년 넘게 마당으로 써 왔습니다. 그것만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그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점유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시작됐는지, 처음에 경계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자주점유 추정이 깨질 수 있습니다.
Q. 예전에 집주인에게 잠깐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쓰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시효취득이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사용승낙을 받고 시작한 점유는 처음부터 타인의 소유권을 전제로 한 타주점유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써도 성질이 저절로 자주점유로 바뀌지 않습니다.
Q. 국유지도 시효취득이 가능한가요?
A. 대상에 따라 다릅니다. 도로·관공서 부지 같은 행정재산은 시효취득 대상이 아니지만, 일반재산(옛 잡종재산)은 민법의 취득시효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어 시효취득이 가능합니다.
Q. 20년 요건을 채웠는데 아직 등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안전한가요?
A. 안전하지 않습니다. 등기 전에 소유자가 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면 그 제3자에게는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고, 점유를 잃은 뒤 10년이 지나도록 등기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마저 소멸시효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Q. 등기부취득시효와 점유취득시효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점유취득시효(민법 제245조 제1항)는 20년간 자주점유·평온·공연이면 되지만, 등기부취득시효(같은 조 제2항)는 소유자로 등기된 상태에서 10년간 선의·무과실로 점유해야 합니다. 기간은 짧아지는 대신 요건은 더 까다롭습니다.
Q. 상대방이 자주점유 추정을 깨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A. 점유자가 점유를 시작할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점유했다는 정황, 즉 무단점유였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Q. 상속받은 땅인데 등기가 안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도 시효취득으로 해결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속인이 상속 개시 이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왔다면, 그 점유 기간과 이전 피상속인의 점유 기간을 합산해 20년 요건을 채울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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