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하자가 발견되면 관리단이 시공사나 분양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게 되는데, 그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하자소송 제기 여부를 묻는 관리단집회 결의입니다. 그런데 준공 초기라 미분양 세대가 많이 남아 있는 단지라면 사정이 복잡해집니다. 미분양 세대의 소유권은 여전히 분양자 자신에게 있고, 분양자도 구분소유자인 이상 원칙적으로 관리단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내자는 안건에 정작 그 소송의 상대방이 표를 던져 결의를 무산시키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답을 내놓았고, 이 글에서는 그 판단 구조와 결의를 준비할 때 실무적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하자소송, 관리단이 제기하려면 먼저 관리단집회 결의가 필요한 이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는 건물을 건축해 분양한 분양자와 그 분양자와의 계약에 따라 건물을 지은 시공자가 구분소유자에 대해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그 책임에는 민법 제667조·제668조가 준용됩니다. 문제는 이 담보책임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느냐입니다. 개별 구분소유자가 각자 소송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공용부분 하자처럼 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대개 제23조에 따라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면 당연히 설립되는 관리단이 나서서 하나의 소송으로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다만 관리단이 소송의 주체로 나서려면 관리단집회에서 소송 제기 여부를 결의하는 절차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이 결의가 적법하게 성립했는지는 이후 소송에서 관리단의 당사자적격·소송수행권을 뒷받침하는 전제가 되기 때문에, 결의 자체에 흠이 있으면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송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권리는 제9조의2에 따라 건물 주요구조부·지반공사 하자는 10년, 그 외의 하자는 하자의 중대성·내구연한 등을 고려해 5년 범위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하므로, 결의를 다시 밟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그 자체로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관리단이 분양자·시공자를 상대로 하자소송을 내려면 그 전에 관리단집회에서 소송 제기 여부를 결의해야 하고, 이 결의가 적법한지는 이후 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좌우하는 전제가 된다.
관리단집회 의결권의 원칙 — 구분소유자 지분비율과 과반수
관리단집회에서 표를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는지는 사람 머릿수가 아니라 제37조 제1항에 따른 전유부분 지분비율로 정해집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평형이 크면 지분비율이 높아 의결권도 그만큼 커지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제38조 제1항은 법이나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관리단집회의 의사는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정합니다. 즉 결의가 성립하려면 호실 수 기준으로도 절반을 넘어야 하고, 지분비율을 합산한 의결권 기준으로도 절반을 넘어야 하는 두 축을 동시에 충족해야 합니다.
실제로 관리단집회를 소집해 한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41조 제1항은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이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으로 합의하면 실제 집회를 열지 않고도 결의한 것으로 보는 대안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하자소송처럼 세대수가 많고 이해관계가 갈리기 쉬운 안건일수록 서면결의 방식이 자주 쓰이는데, 이 방식은 정족수 기준 자체가 통상 결의보다 높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통상 결의 — 구분소유자 과반수 및 의결권 과반수(제38조 제1항)
서면·전자적 합의로 대체 —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 4분의 3 이상(제41조 제1항)
의결권 배분 기준 — 규약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전유부분 지분비율(제37조 제1항)
관리단집회의 의결권은 사람 수가 아니라 전유부분의 지분비율로 정해지므로, 미분양 세대를 많이 가진 분양자일수록 그만큼 큰 의결권을 쥐게 된다.
미분양 세대를 가진 분양자, 왜 문제가 되나 — 이해상충 구조
준공 직후 미분양 세대가 많이 남아 있으면 그 세대들의 소유권은 여전히 분양자에게 있습니다. 분양자도 등기부상 구분소유자인 이상, 위에서 본 원칙대로라면 미분양 세대 지분만큼 관리단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준공 초기 대단지에서 절반에 가까운 세대가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이런 단지라면 분양자 한 사람이 구분소유자 수와 의결권 양쪽에서 과반수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기는 지분을 갖게 됩니다.
문제는 하자소송을 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바로 그 안건에서, 소송의 상대방이 될 분양자 자신이 표를 던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분양자 입장에서는 하자보수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 편이 유리하므로, 미분양 세대 지분으로 반대표를 행사해 애초에 결의 자체가 성립하지 못하게 만들 유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0세대 단지에서 150세대가 미분양으로 분양자 소유라면, 나머지 150세대가 전부 찬성해도 의결권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해 하자소송 결의가 부결되는 상황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작 하자로 피해를 본 입주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 채 소송 자체가 첫 단계에서 막혀버립니다.
분양자가 미분양 세대의 지분으로 하자소송 결의에 반대표를 행사하면, 정작 하자소송의 필요성을 가장 잘 아는 입주자들의 의사가 결의 단계에서부터 봉쇄될 수 있다.
대법원 2025다213134 — 민법 제74조를 유추적용한 의결권 배제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25. 12. 4. 선고 2025다213134 판결에서 미분양 세대를 다수 소유한 분양자가 자신을 상대방으로 하는 하자소송 제기 안건에 관하여 관리단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을 처음으로 명시했습니다. 근거로 든 조문은 민법 제74조입니다. 이 조문은 "사단법인과 어느 사원과의 관계사항을 의결하는 경우에는 그 사원은 결의권이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 법리를 관리단에도 유추적용했습니다.
관리단은 집합건물법 제23조에 따라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당연히 설립되는 단체로, 사단법인과 성격이 유사합니다. 그런데 관리단이 분양자를 상대로 하자담보추급권을 행사하기 위해 소를 제기할지 여부는 다름 아닌 관리단과 그 구성원인 분양자 사이의 관계사항에 해당합니다. 자신이 당사자가 되는 안건에 관해서는 결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사단법인 법리의 대원칙이므로, 이 원칙을 관리단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결의의 공정성이 지켜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분양자가 결의에 참여할 수 있게 두면 하자담보책임을 회피하려는 이해관계가 결의 결과를 좌우하게 되어, 애초에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관리단집회 결의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입니다.
하자소송 제기 여부는 관리단과 분양자 사이의 관계사항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4조를 유추적용하면 분양자는 그 결의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의결정족수 재계산 — 분양자 지분을 빼고 셈해야 하는 이유
대법원이 분양자의 의결권을 배제한다고 밝힌 의미는 단순히 분양자가 던진 반대표 한 장을 무효로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정족수를 계산하는 분모 자체에서 분양자가 보유한 미분양 세대와 그 지분을 빼고 다시 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결의가 성립했는지는 전체 구분소유자와 전체 의결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자 몫을 제외한 나머지 구분소유자와 의결권만을 기준으로 과반수(또는 서면결의라면 4분의 3) 요건을 충족했는지 따져야 합니다.
앞서 든 예로 다시 보면, 300세대 중 150세대가 분양자 소유의 미분양 세대라면 그 150세대는 통째로 정족수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남은 150세대만을 기준으로 구분소유자 과반수(76세대 이상)와 의결권 과반수를 충족하면 결의는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분양자 지분을 분모에 포함한 채 계산했을 때는 부결이었던 안건이, 분양자 지분을 빼고 나면 오히려 가결로 뒤바뀌는 경우가 실무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체 구분소유자 수에서 분양자가 소유한 미분양 세대 수를 제외한다.
전체 의결권(지분비율 합산)에서 분양자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다.
남은 구분소유자·의결권만을 기준으로 과반수 또는 4분의 3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
이미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끝난 세대는 제외 대상이 아니다 — 배제되는 것은 분양자 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미분양 세대뿐이다.
분양자의 의결권을 배제한다는 것은 반대표 한 장을 무효로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족수 계산의 분모 자체에서 분양자 지분을 빼야 한다는 뜻이다.
서면결의로 진행할 때 — 제41조 4분의 3 요건과 정족수 함정
세대수가 많은 단지에서는 실제로 집회를 소집하기보다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으로 동의를 걷어 제41조 제1항의 4분의 3 요건을 채우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서면동의서를 걷는 실무 과정에서 분양자 소유 미분양 세대를 처음부터 정족수 산정 대상에 포함해 버리면, 나중에 그 결의를 근거로 낸 소송에서 상대방인 분양자 측이 정족수 미달을 항변으로 들고나올 위험이 커집니다.
실제로 2025다213134 사건 역시 관리단이 서면결의 방식으로 하자소송 제기를 결의한 뒤 소송을 진행했는데, 그 서면결의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었는지가 법원에서 다투어진 사안이었습니다. 분양자 지분을 분모에 넣고 계산하면 요건을 채운 것처럼 보여도, 분양자 지분을 빼고 다시 계산하면 요건 충족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면동의서 양식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분양자 명의로 남은 세대를 별도로 표시해 두고, 애초에 정족수 산정에서 제외한 채로 4분의 3 요건을 계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서면결의는 정족수 기준 자체가 통상 결의보다 높은 4분의 3이므로, 분양자 지분을 빼고도 요건을 채웠는지 처음부터 별도로 계산해 두어야 나중에 다투어질 여지가 줄어든다.
결의에 흠이 있으면 벌어지는 일 — 소송 요건 흠결의 위험
관리단집회 결의에 정족수 흠결이 있는 상태로 소송이 제기되면, 상대방인 분양자·시공자 쪽에서는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전에 관리단의 당사자적격이나 소송수행권 자체를 다투는 본안전항변을 낼 수 있습니다. 결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실체적인 하자 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소송이 각하되거나 절차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심급을 거친 뒤에 결의 요건 흠결이 확인되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그대로 낭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의 단계의 흠결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결의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미분양 세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분양자 지분을 제외한 정족수를 미리 계산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구청이나 등기소를 통해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된 세대와 아직 분양자 명의로 남아 있는 세대를 구분해 명단을 만들고, 서면동의서나 집회 의사록에도 이 구분을 명확히 기재해 두면, 나중에 소송에서 결의의 적법성이 다투어지더라도 정족수를 다시 계산해 소명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양자가 미분양 세대를 갖고 있으면 관리단집회에 아예 참석도 못 하나요?
A. 의결권이 배제되는 것은 하자소송 제기처럼 분양자 자신이 상대방이 되는 특정 안건에 한합니다. 집회 참석이나 다른 일반 안건에 대한 발언·의결권 행사까지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미분양 세대라도 이미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끝났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세대는 더 이상 분양자 소유가 아니므로 의결권 배제 대상이 아닙니다. 등기부상 소유자인 수분양자가 통상적인 구분소유자로서 의결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Q. 서면결의 방식으로 진행할 때 분양자 세대를 정족수에서 미리 빼고 계산해도 되나요?
A. 대법원 판단의 취지에 비추어 그렇게 계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처음부터 분양자 지분을 제외한 구분소유자·의결권을 기준으로 4분의 3 요건 충족 여부를 산정해 두어야 나중에 정족수 흠결을 다투는 항변에 대응하기 쉽습니다.
Q. 미분양 세대가 신탁회사 명의로 넘어가 있는 경우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신탁회사가 등기부상 구분소유자가 된 경우에는 그 신탁회사가 분양자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해관계에 있는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정족수를 다시 계산했더니 미달로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그 상태로는 결의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므로 추가 동의를 걷거나 집회를 다시 소집해 요건을 채워야 합니다. 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이미 소송을 냈다면 결의를 보완한 뒤 소송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Q. 하자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은 언제까지인가요?
A. 건물의 주요구조부 및 지반공사 하자는 인도일 또는 사용검사일부터 10년, 그 외의 하자는 하자의 중대성·내구연한 등을 고려해 5년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결의 절차를 다시 밟느라 시간을 지체하면 이 기간을 넘길 위험이 있습니다.
맺음말
미분양 세대를 가진 분양자도 구분소유자인 이상 관리단집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신을 상대로 하자소송을 낼지 정하는 안건에서만큼은 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민법 제74조를 유추적용해 분양자의 의결권을 배제한다고 밝힌 이상, 앞으로 하자소송을 준비하는 관리단은 결의 정족수를 계산할 때부터 분양자 지분을 제외하고 셈해야 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의 신축 단지에서도 준공 초기 미분양 세대를 낀 채로 하자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결의 단계에서부터 미분양 세대 현황과 정족수를 정확히 짚어두어야, 나중에 소송에서 결의의 적법성 자체가 다투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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