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넓어지면서, 허가를 받기 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사정이 바뀌어 계약을 없던 일로 하려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 중 상당수는 “허가가 나기 전이니 계약은 없었던 셈 치면 그만이다”, “계약금이야 포기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손을 뗍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위약금을 청구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허가도 안 났는데 무슨 책임이냐”는 항변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계약의 효력에 관해 허가 전 계약은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지만 당사자는 여전히 허가신청에 협력할 의무를 진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의무를 저버리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면,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는 한 계약금이 그대로 몰취되거나 배액을 물어줘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허가 전 상태에서 계약을 깨는 것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계약금은 어떤 경우에 돌려받고 어떤 경우에 몰취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허가 전 계약은 효력이 없는 ‘유동적 무효’ 상태입니다
허가를 받기 전에는 소유권 이전은 물론 대금 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토지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이전·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당사자가 공동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같은 법 제11조 제6항은 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의 계약이 아니라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이라면, 대법원은 이를 확정적 무효가 아니라 허가를 받을 때까지 법률상 미완성 상태에 있는 ‘유동적 무효’로 봅니다. 허가를 받으면 계약 체결 시로 소급해 유효한 계약이 되고, 반대로 불허가가 되면 무효로 확정됩니다.
이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는 소유권 이전 청구는 물론, 매수인의 대금 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허가 전에는 매도인이 대금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고,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을 청구할 수도 없는, 양쪽 모두에게 이행청구권이 없는 상태입니다. 계약금만 오간 상태에서 “계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허가 전 계약은 법률상 미완성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 그렇다고 마음대로 파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쌍방에게 협력의무가 있습니다
허가신청에 협력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철회하면 계약관계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대법원은 허가구역 내 계약의 당사자는 그 계약이 효력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고, 이에 따라 쌍방이 공동으로 관할 관청에 허가를 신청할 의무를 진다고 판시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효력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음이 당연하므로, 계약의 쌍방 당사자는 공동으로 관할 관청의 허가를 신청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에 위배하여 허가신청절차에 협력하지 않는 당사자에 대하여 상대방은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써 구할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 판결).
이 협력의무는 계약 자체의 이행의무와는 별개입니다. 따라서 “허가가 안 났으니 계약금만 포기하고 손을 떼겠다”며 허가신청 자체를 거부하거나, 허가신청에 이르기도 전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이 협력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됩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당사자 쌍방이 허가신청 협력의무의 이행을 명백히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 시점에 유동적 무효 상태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계약관계가 확정적으로 무효로 확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6996 판결 등 참조).
허가 전이라도 협력의무를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면, 그 자체로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협력의무를 어기고 계약을 깨면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취될 수 있습니다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협력의무 위반도 ‘계약 위반’에 포함됩니다.
계약서에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한다”는 취지의 위약금(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허가 전 상태에서 협력의무를 어기고 계약을 깬 것도 이 ‘계약 위반’에 포함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그 일방이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한 협력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허가신청에 이르기 전에 매매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유효하게 할 수 있으며, 당사자 일방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약정에 있어서 계약 위반이라 함은 당사자 일방이 그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하여 그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6996 판결).
즉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허가신청을 거부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해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쪽은 상대방에게 위약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매수인이 이런 식으로 계약을 깼다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매도인이 이런 식으로 계약을 깼다면 계약금의 배액을 물어줘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허가 전 협력의무 위반도 ‘계약을 깬 것’으로 평가되어 계약금이 그대로 몰취될 수 있습니다.
4. 위약금 약정이 없다면 계약금은 원칙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별도의 위약금 조항이 없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계약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을 다른 부동산과 교환하기로 한 사안에서, 허가를 받기 전이라는 이유로 매수인 측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이행불능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며, 허가 전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4357, 4364 판결).
같은 판결은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경우에는, 그 무효에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라 하더라도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위약금 약정과 같은 별도의 특약이 없다면, 계약을 깬 쪽이라도 이미 주고받은 계약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되어 반환 대상이 됩니다.
결국 계약금이 몰취되는지 반환되는지를 가르는 것은 “누가 계약을 깼는가”가 아니라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는가”입니다.
5. 계약금 분쟁이 생겼다면 이 순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시점과 위약금 조항의 존재부터 확인해야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생겼다면 통상 ①상대방에게 허가신청 협력의무 이행을 최고하고 이행 거절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확인하는 단계 → ②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할 법원(부동산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단계 → ③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본안소송으로 계약금반환청구 또는 위약금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단계 → ④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으로 실제 회수에 나서는 단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계약금 문제로 다툼이 시작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에 위약금(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있는지, 있다면 그 문구가 협력의무 불이행이나 일방적 철회도 포함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허가신청 협력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 상대방이 협력을 거부한 시점과 그 의사표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내용증명, 문자, 통화녹음 등)를 정리합니다.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시점(불허가처분일 또는 협력 거절 의사가 명백해진 날)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계약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계약금반환청구와 위약금청구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미리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허가 전 상태에서 계약을 깨는 문제는 “아직 허가도 안 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협력의무 위반 사실과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시점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용증명, 허가신청 관련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계약금반환청구든 위약금청구든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계약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는 입장에서도 “허가가 안 났으니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는지, 자신의 행위가 협력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계약 분쟁에서 계약금을 돌려받으려는 쪽과 반대로 위약금을 방어하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위약금 조항의 유무와 협력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가가 나기 전이라 계약서에 사인만 했는데, 그냥 안 하면 그만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허가 전 계약은 유동적 무효 상태일 뿐 없었던 계약이 아니고, 당사자는 허가신청에 협력할 의무를 집니다. 협력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철회하면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어 계약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없어도 계약금을 몰취당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위약금 약정이 없는 한 유동적 무효 상태의 계약에 대해 일반적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므로, 별도 특약이 없다면 계약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Q. 제가 협력의무를 어겨서 계약이 무효가 됐는데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위약금 조항이 없다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데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라도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별도로 그 지급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Q. 매도인이 허가신청을 미루기만 하고 협력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협력의무 이행을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해 그 이행을 소송으로 구할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므로, 내용증명으로 이행을 최고한 뒤 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계약금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나요?
A. 아닙니다. 지정이 해제되면 그 이후에는 허가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협력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경우라면 위약금이나 계약금반환 문제는 별도로 정리해야 합니다.
Q. 계약금반환청구와 위약금청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통상 위약금 조항이 적용되는 부분은 위약금청구로, 조항이 없거나 적용되지 않는 부분은 부당이득에 따른 계약금반환청구로 구성하며, 변호사와 함께 계약서 문구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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